[오봉옥 시창작 강좌] 제5강 상상력 훈련, 어떻게 할 것인가
▲ 상상력 훈련을 위한 방법
1) 책을 읽으며 상상을 한다.
(1) 작품 속의 장면, 정경, 분위기를 상상하며 읽는다.
(2) 인물의 기분, 성격, 얼굴 모양을 상상하며 읽는다.
(3) 인물의 말투, 표정, 태도, 행동, 옷차림 등을 상상하며 읽는다.
(4) 빛깔, 모양, 크기, 촉감, 소리, 무게 등을 상상하며 읽는다.
(4) 장소, 날씨, 거리, 넓이 등을 상상하며 읽는다.
(5) 그림을 보고 글 속에 없는 것을 상상하여 말하게 한다.
(6) 이야기가 벌어지기 이전을 상상해 보게 한다.
(7) 읽으면서 연상되는 것을 말해보게 한다.
(8)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게 한다.
ㆍ상상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 =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것 =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보는 것
ㆍ‘공감’한다는 것 = 자신의 경험 속의 감정이 반응을 하여 움직이는 것
ㆍ 이 문장을 읽고 이미지를 상상해 보세요.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예) 쌍꺼풀 진 서구적인 눈, 가느스름한 동양적인 눈, 웃고 있는 눈, 샐쭉 흘기는 눈
: 독자의 경험 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눈이 각기 다르기 때문
"상상력이란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오히려 주어진 이미지를 왜곡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힘이다.
지금 이 세계의 이미지가 아닌 다른 이미지 속으로 우리를 해방시키는 힘이다."
(프랑스 비평가 바슐라르)
: 창조적 상상력에 의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변용시켜 나가는 것이 상상하며 읽는 활동이다.
2)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입체적으로 떠올려보며 상상을 한다.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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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1. 구멍 난 양말을 생각해본다.
2. 구멍 난 양말을 신고 가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 사람들 앞에서의 그 부끄러운 기억
3. 구멍 난 양말 사이로 삐져나온 어릴 적 발가락을 떠올려 본다.
- 때 낀 발톱, 늘 놀림 받는 까마귀 발톱
4. 그 양말의 구멍 속에는 온갖 어릴 적의 기억이 있다.
5. 양말을 신으면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양말과 그 떠남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 할아버지 댁, 이웃집, 학교 등등
6. 양말과 떠남의 관계. 양말이 바라본 세상, 그 새로움을 상상해보자.
- 읍내를 처음 갔을 때, 첫사랑을 만났을 때, 가출했을 때
7. 왜 사람들은 자살을 할 때 양말을 벗고, 운동화를 벗고 자살을 할까?
이 밖의 온갖 이야기와 기억과 궁금증 등을 떠올려보자.
3) 영화나 TV를 보면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을 때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본다.
4)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 집착하라. 집요하게 한 가지 사물에 대해 관찰하고, 만져봐라. 온갖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장소를 시각화시켜 보라.
지금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
그곳은 주로 어떤 색으로 채워져 있는가?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가?
또 어떤 냄새가 나는가?
끊임없이 집요하게 관찰하라.
ㆍ고양이의 태도를 배워라
-> 고양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다. 그런 숨 막히는 응시, 먼지 한 줌 날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응시가 필요하다.
5) 남들이 하지 못한 엉뚱한 생각을 즐겨라.
6) 지금까지 접한 문학작품이나 서사물 중 가장 신선하고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어떤 점에서 돋보이는지 생각해 보자.
예문) 최인훈 단편소설 「웃음소리」
(1) 작품 내용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호스티스가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둘만의 행복한 추억이 있는 장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산중턱에 있는 그 특별한 장소는 이미 다른 연인들의 차지가 되어 있다. 과거의 자신처럼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안겨 행복해 하는 여자의 경쾌한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호스티스는 자살을 다음 날로 미룬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연인들은 일주일째 그곳을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의 인용문을 읽고 이 소설의 결말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실제 소설의 결말과 비교해 보자.
(2) 책 본문
「그녀가 눈을 뜬 것은 전날보다 두 시간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머리가 깨끗하고 고단한 기운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점심때가 되어 그녀는 몇 술 뜨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아무튼 오늘까지만 더 가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간밤 잠들 때 얻은 심술궂은 희망이 아직도 그녀를 평안케 하고 있었다. 산으로 올라가면서도 어제처럼 안타깝지 않았다. 오늘 또 자리를 차지한 그들을 보게 되더라도 실망할 것 같지 않았다.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지. 오히려 그녀는 오늘도 그들이 왔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 속에서 황색의 셔츠를 입은 남자와 그 여자의 자리에 자기와 ‘그’를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결말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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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제 소설의 결말
호스티스가 벼랑을 오르자 그 자리엔 아무도 없다. 벼랑에 와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다. 그래서 조심스레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자 자살을 한 두 사람이 거적때기에 덮여 있다. 거적때기를 살그머니 들추자 그 다정했던 연인이 나타난다. 거적 밑에서 전날 들은 젊은 여자의 짤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일주일을 더 묵고 그녀는 서울로 오는 기차를 탔다.)
- 실습 1 -
(눈을 감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상상해 보세요.)
7) 매사에 ‘왜?’라는 의문을 품어라. 그리고 그 왜를 ‘무엇이’로 바꾸어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예문)
ㆍ나는 왜 글을 쓰는가?
ㆍ무엇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가?
=>‘무엇이’가 훨씬 더 구체적인 생각을 불러올 것이다.
8) 너무 자극적인 것이거나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고 클래식처럼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겨라.
9)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그 문장을 늘리는 연습을 하라.
예문) 꽃이 피었다
ㆍ꽃이 피었다
ㆍ진달래꽃이 피었다
ㆍ산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ㆍ산기슭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ㆍ산기슭에 홀로 진달래꽃이 피었다
ㆍ산기슭에 홀로 피먹은 진달래꽃이 피었다
ㆍ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하늘을 치어다보고 있다
ㆍ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ㆍ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막 뜨고 있는 별을 쳐다본다
ㆍ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뜨지도 않는 별 쳐다본다
ㆍ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뜨지도 않는 별 쳐다보며 울고 있다
10) 문장 하나를 놓고 떠오르는 기억들을 적어보아라.
예문) 기억이 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기억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모두 적어본다.
중요한 기억이나 선명한 기억이 떠오르면, 바로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간다.
멈추지 말고 계속 적어라.
쓰다가 만약 막히면 다시 ‘기억이 난다’라는 첫 구절로 돌아가 계속 적어 보라.
11)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해서 떠올려 보아라.
예문)
하루
오봉옥
너와 나 사이 팽팽 고요 있다 건들면 쩡 금 간다
쉿! 너와 나 사이 굶주린 사자새끼 한 마리 건너다닌다
누가 잠자는 하늘을 건드렸나 너와 나 사이 우르르릉, 천둥친다
누가 벼락맞을 놈이냐 너와 나 사이 벼락 떨어진다
너와 나 사이 소나기 한 줄금 퍼붓는다 다 뛴다
비 그치자 너와 나 사이 무지개 선다 일곱 가닥 실끈으로 밤새워 만든 게 무지개라는 거 알겠다
너와 나 사이 꽃샘바람 분다 꽃 피우기 위해 제 몸 사르는 바람도 있다는 거 이제 알겠다
너와 나 사이 서릿발 반짝이는 긴 의자 달랑 누워있다 누가 먼저 손 내밀꺼나
너와 나 사이, 함께 바라보는 저무는 바다가 있다 이젠 파도소리의 긴 파동만이 우리의 귓전에 남아 울 것이다 내 탓이다
작품설명)
오봉옥 선생님의 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져 돌아오며 ‘저 사람과 나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돌아보며 지은 시. 하루에 만난 수많은 관계들을 이야기한 시인 동시에, 아내와의 관계를 이야기한 시이기도 함. 일상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루에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형상화
ㆍ‘사자 한 마리’ = 긴장관계
ㆍ‘들꽃 한 송이’ = 미소
12) 자신을 동물에 비유해 보라. 어떤 동물인가?
13) 10년 후, 50년 후, 100년 후의 관점으로 오늘날을 돌아봐라.
그러기 위해서는 10년 후, 50년 후, 100년 후의 생활이 어떻게 변해있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14) 우리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가져라.
자연과 우주의 신비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면 상상력은 풍부해진다.
15) “만약 내가 ○○이라면……?” 하고 생각해 봐라.
예) 내가 들쥐라면/ 내가 벛꽃이라면/ 내가 바람이라면/ 내가 이슬이라면
16) 고정관념을 없애고 생각하라.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만이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고 남자를 여자로 바꿀 수 있다. 개미 한 마리와 코끼리 한 마리 안에서 공통된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실습 2 -
(눈을 감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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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비
김혜순
하늘에서 투명한 개미들이 쏟아진다 (비)
머리에 개미의 발톱이 박힌다 (비)
투명한 개미들이 투명한 다리로 내 몸에 구멍을 뚫는다 (비)
마구 뚫는다 (비)
그를 떠밀면 떠밀수록 그는 나를 둘러싸고 오히려 나를 결박한다 (비)
내 심장의 화면에 투명한 글자들이 새겨진다 (비)
나는 해독하지 못한다 (비)
글자들이 이어져 어떤 파장을 그린다 (비)
새겨진다 (비)
하느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비?)
못 알아듣겠어요 (비)
이 전깃줄은 물이잖아요? (비)
17)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각화하라.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 : 그 아홉 가지 유형』, 이토오 게이이치
①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본다.
② 나무의 종류와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⑤ 나무속에 승화되어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⑦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그 의미와 사상을 읽어본다.
⑧ 나무를 통해 나무 그늘에 쉬고 간 사람들을 본다.
⑨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설명)
①~④ : 나무의 외형적 관찰
(①,② : 가장 낮은 단계의 관찰 / ③,④ : 약간 높은 단계지만 역시 외형적 관찰일 뿐)
⑤~⑦ : 내면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발전.
앞서 보이지 않았던 나무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그 역시, 나무의 모양으로 형상을 얻고 있는 단계.
⑧,⑨ : 나무의 비약적 변용의 단계
⑧ :「나무 그늘에 쉬고간 사람들」을 보게 될 때의 나무는 이미 다른 자리에 서 있다.(농민은 논으로 갈 것이고, 노동자는 작업장으로 갈 것)
∴ 나무 = 인생의 갖가지 사연이 얽혀 있는 자리
⑨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보는 이 단계는 보다 발전적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 인생 만사와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포괄함.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이처럼 광대한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 과제
1) 유리컵 하나가 있습니다. 이것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 보세요.
2)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적어 보세요.
3) 이 세상에 절대로 존재할 가능성이 없는 것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