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종광의 <웃어라 내얼굴>
직업 소설가
한국에 만 명정도 있을까? 소설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그 중 5천명 정도가 1권 이상 책을 냈겠다. 소설로만 먹고 사는, 아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20-30명 정도. 유형은 이렇다. 우선, 배우자가 똑똑한 소설가. 교수인 소설가. 마지막으로 수상, 등단 작가. 시와 문학은 전국의 각 지자체로서도 달달한 행사이기에 000문학상, 공모전등이 많아 이를 심사하는 것도 소설가의 달달한 수입원이다. 또 하나는 세상 모든 잡지사에서 주는 청탁 원고료. 그럼 만오천원짜리 소설 1권을 쓰면 얼마를 벌까? 10%의 인쇄를 생각하면 만권이 팔려야 천오백만원의 인쇄를 받겠다. 한국인 5천만명 중 한국 소설을 읽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명 정도 될까? 보령 사람 40명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모두 소설 책을 사서 본다면 한달에 한국 소설가에게 6만원을 지불하는 꼴이다. 이런 소설가가 등단작가로 매년 50명씩 배출된다.
보령 출신 소설가가 있을까? 당연 있다. 그 것도 유명한. 명천 이문구선생님을 비롯해 최시한, 안학수, 서희, 박경희등등. 우리만 모른다. 밖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그 중 한 명이 김 종광작가다. 청라중과 대천고, 중앙대 문창과를 나온 지역 출신 소설가. 증학생부터 소설가가 장래 희망인 그는 28세에 등단하고 21년 동안 20권 정도 책을 냈다. 대표작으로 박씨 부인전. 5만권 정도 팔렸다. 대표작은 <조선 통신사>, <똥개행진곡>등이 있다. <왕자 이우>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가끔 여느 신문이나 잡지사에 기고된 산문으로 그를 만나곤 했다. 약한 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 모순에 대한 은근한 지적,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서민의 시선이 있어 좋았다. 이번에 작가는 20년 동안 여기 저기 기고한 1500편의 산문 중 126편을 골라 책을 냈다.
산문의 내용
산문은 글감 유형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가족에게 배우다>. 소설가 수입에 변덕이 많아 가장으로서 스스로 기 죽는 일이 많은 가 보다. 그래도 사랑하는 부인과 애뜻한 아이와 사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생활이 위악과 위선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은근과 적당을 섞어 넘어가는 것이 삶의 지혜임을 배운다.
2부는 <괴력난신과 더불어>. 우리는 살면서 생각하게 하는, 반성하게 하는, 정리하게 만드는 사건이나 말들을 가끔 듣는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피로한 몸을 이끌고 저녁 밥을 먹는다. 왜 이리 사는지 분하고 서럼이 몰려온다. 동료와 작당을 하고 세상을 향해 한탄사를 내뱉고 있는데 팔순 넘은 주인 할매가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일하라고 가난한 겨!”. 우리는 대부분 여기서 멈춘다. 소금 맛 조금 본 듯한 느낌을 갖고. 그러나 작가는 글을 쓴다. 우리의 사유를 긴장되게 끌고 간다. 힘내자고 한다.
3부는 <무슨 날>. ‘부담스러운 날’이 있다. 언제? 생일, 생신, 결혼기념일등등. 가난한 소설가에게 이러 저러한 날은 미안하고 죄송하면서, 어찌 어찌 모면하면서 넘어가는 날이다. ‘우스운 날’은 무슨 날일가? 바로 한글날이다. 한국어도 아닌 한글은 글자만 가리킨다. 반도 국가로 강대국에 둘러 쌓인 한민족이기에 말은 어쩌더라도 글은 한글이다란 것이다. 그러나 요새는 간판도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한다. 그러니 우스운 날이 된 거지.
4부는 <읽고 쓰고 생각하고>. 소설가의 꿈은 뭘까? 그의 꿈을 읽다 보면 우리의 꿈도 읽혀 진다. 그는 말한다. “..일거리가(원고청탁이) 꾸준히 들어와 주고, 한 두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아가 그 책을 보게 될 소수의 독자에게 의미 있는 독서 기억으로 남길.”. 그의 글은 감각적이며 짧은 호흡을 지향하지 않는다. 풍자와 해학이라는 판소리와 전(傳)의 맥락을 잇고자 한다. 글의 주제는 그럼에도 ‘자신보다는 공공선을 먼저 생각’하고, 불구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다뤘다. 그의 소망은 단순하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실한 생활인들이, 사는 보람과 기쁨을 만끽’하기를. 하여 작가의 글과 소설이 그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웃어라 내 얼굴
줄곧 나는 ‘웃어라 내 얼굴’을 ‘웃어라 내 인생’이라고 읽었다. 왜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고 얼굴을 논했을까?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항상 웃고 있다. 책 표지에 넣는 사진을 찍는데 웃는게 심각한 표정보다 좋아 보인다고 했단다. 그는 불혹의 나이에 ‘좋은 소설’이 뭔지 잘 몰라지더란다. 그래서 ‘웃기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한다. ‘절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소설,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고, 가진 자들의 체제와 권력에 대하여 날이 바짝 서 있으면서도 울음보다 강한 웃음기를 머금은 그런 웃기는 소설’ ‘웃어라 내 얼굴’의 정체는 바로 이 것이다. 김 종광작가의 웃는 얼굴을 글 속에서 만나고 싶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