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조효복<202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감상 홍정식)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마를 입은 아이가 돈다 까만 유치幼齒를 드러낸 아이가 수틀을 벗어난 실처럼 돌고 있다 귀퉁이를 벗어난 아이들이 둘레를 갖고 색색으로 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 산다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제자리가 두려워 아래로만 내달리는 모난 고래들 풍덩 골목 아래로 제 몸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위로 고래가 헤엄친다 팥물 묻은 고래 비탈을 구른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는다.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붕어빵집 아이에게선 밀가루 냄새가 나겠죠. 중국집 아이에게선 짜장 냄새가 나는 것처럼요. 붕어빵을 가득 담아놓고 작은 아이가 흐뭇해합니다. 먼지가 가득한 곳에 살았을까요? 알레르기 비염에 걸린 아이의 모습이 아동센터를 울리는군요. 언니는 아빠와 붕어빵이에요. 아버진 목조선을 타고 나갔다가 어디선가 표류 중입니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아이가 가난으로 왕따를 당했을까요?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먹을 것이 없을 땐 간장에 밥을 비벼 먹습니다. 짠 맛이 퍼지죠. 포장마차엔 문어 튀김도 있나 봐요, 그 다리 하나로 아이는 회초리를 맞네요. 엄마는 그런 것으로 견뎌냅니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마를 입은 아이가 돈다 까만 유치幼齒를 드러낸 아이가 수틀을 벗어난 실처럼 돌고 있다 귀퉁이를 벗어난 아이들이 둘레를 갖고 색색으로 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 산다 붕어빵틀이 돌아갑니다. 국화빵틀이 레이스처럼 돌아가고요. 검은 빵틀이 붕어빵, 국화빵을 찍어냅니다. 그런데 그런 건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지요. 영양가 없는 것들이죠. 그러니 돌아서면 허기가 집니다. 먹어도 먹어도 먹을 걸 찾는 고래가 뱃속에 들어앉았나 봐요.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제자리가 두려워 아래로만 내달리는 모난 고래들 풍덩 골목 아래로 제 몸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 위로 고래가 헤엄친다 팥물 묻은 고래 비탈을 구른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는다. 골목엔 아이들이 뛰어놀아요. 가난에서 벗어나길 꿈꿉니다. 골목 아래로 몸을 던지죠. 엄마의 포장마차는 고래가 되어요. 팥이 가득 들어간 붕어빵은 곱사등이 엄마가 만들죠. 붕어빵을 굽는 어머니, 바다로 간 아버지, 매일 아동센터로 가야 하는 아이와 언니. 슬픈 풍경입니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붕어빵, 돌아서면 허기가 집니다. 붕어빵에서 바다를 불러오고 목조선을 띄우고 고래를 헤엄치게 하는 시입니다. 뱃속에 들어앉은 고래처럼 힘차게 대양을 박차고 나갈 아이가 보이시나요. 삶이란 이런 거죠. 어머니의 희생으로 우리는 헤엄쳐 나갑니다. 비록 비탈을 구르고 덕지덕지 가난에 묻혀도 어머니가 있음으로 우리는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