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마실길 꽃길만 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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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덕길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변산 에는 마실 길이 있다.
새만금에서 시작한 마실 길은 변산 해수욕장, 격포 채석강, 모항, 곰소를 지나 줄포까지 이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홀로 펜션을 나선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게 평소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낯선 곳을 가면 최대한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펜션 앞으로 변산 마실 길이 이어져서 난 그곳을 달린다.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아 햇빛은 이슬방울을 튕기며 사방으로 받은 빛을 보낸다. 이슬방울에 아직 잠이 덜 깬 내가 보인다.
길은 작은 오솔길이다. 왼편으로는 해안가와 바다가 보이고 오른편엔 밭과 숲이다. 길은 구불구불 이어졌고 오르막인가 싶으면 어느새 평지고 어느새 내리막길이다.
고사포 해수욕장 쪽에서 송포 항으로 한참을 걷는데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을 감춘다.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와!~~도대체 이 꽃이 무슨 꽃이지?’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샤스타데이지’ 꽃이라고 한다. 검색창에 사진을 찍어 클릭하면 꽃 이름과 꽃의 유래까지 설명해주니 휴대폰이야말로 움직이는 식물도감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덕담을 주고받을 때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말한다.
‘바로 그 꽃길이 여기로구나…….’
꽃은 길을 덮고 능선을 덮는다. 가만히 바라보는 나의 눈이 시원하다. 미소가 절로 번진다. 가슴이 너무 벅차 더는 참을 수 없어 카메라를 꺼낸다. 작은 사각 창에 이 넓은 흥분을 담기엔 휴대폰 카메라가 초라하다. 몇 장 찍고선 이내 카메라를 닫았다. 그리고 걸었다. 샤스타데이지 꽃이 내 무릎을 건드린다.
그러지 말라고 나는 손으로 꽃잎을 밀친다.
나는 밀치고 꽃은 다가오고, 나는 쓰다듬고 꽃은 안기고…….
꽃이 나를 희롱하는 것인지 내가 꽃을 희롱하는 것인지 무아지경의 이 길에선 둘 다 치안일 수밖에 없다. 순간 너무 행복해서 다음 쓸 말을 잊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