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특집 ]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①도움 기다리는 아기와 부모들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어떤 느낌이셨을까?
소년이던 예수님이 성전에서 선생들과 대화할 때 듣는 자들이 그 지혜와 대답에 놀랐던 것처럼 아기 예수님도 남달랐을까?
예수님의 출생을 그린 영화 '위대한 탄생(The Nativity Story)'에는 "내가 과연 아버지로서 이 아이에게 가르칠 것이 있을까"라며 웃는 요셉의 모습이 나온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께 인간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겠냐'는 재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예수님께도 부모의 도움은 필요했다. 성경은 '요셉이 예수님의 목숨을 노리는 헤롯을 피해 애굽으로 떠났고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었다'고 기록한다.
요셉과 마리아처럼 모든 부모는 아기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부모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본보는 지난 2011년 '아름다운세상' 코너에서 주사랑공동체(대표:이종락)의 '베이비박스'를 소개한 바 있다. 베이비박스가 실치된 지 2년이 안 된 시점이었다. 2009년 성탄절 무렵 설치된 베이비박스는 지난 10여 년 동안 2000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 사이 아기를 돌보는 시스템과 시설이 개선되고 후원자도 늘었지만, 도움을 받는 아기와 부모들의 상황은 그대로다.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센터에 따르면 올해 9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이용했다.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매월 8명, 한 주에 2명의 아기가 들어온 셈이다. 96명의 아기 중 28명의 아기가 부모상담을 통해 원가정으로 돌아갔고, 10명이 입양됐으며, 58명이 시설로 보내졌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은 대부분 상담에 응했는데, 올해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67.7%가 미혼이었으며, 63.5%가 10~20대였고, 10.4%가 병원 외 장소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주사랑공동체 양승원 사무국장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베이비박스를 이용이 감소한 것을 근거로 "유기되는 아기가 늘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매년 10명대를 유지하던 장애 아기 수도 2020년부터 5명 이하로 떨어졌다. 어떤 아기의 생명이든 지켜져야 하고 그 일을 맡을 부모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공동체의 신념이다. 대표 이종락 목사는 그 동안 9명의 장애 아기를 입양했다. 이 목사는 부모가 있다면 당하지 않을 어려움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기들을 만나며 입양을 시작했다고 한다.
막 태어난 아기들은 주사랑공동체에서 백일을 맞는다. 여느 아기들처럼 "태어나줘서 고맙고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아주 많이 사랑해"라는 축복의 인사를 받는다. 어른들보다 우선적으로 필요를 공급받으며, 아프면 바로 치료도 받는다. 하지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는 자신이 받아야 할 사랑과 누려야 할 권리를 얻지 못한다. 사람들이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기를 대할 때와 자신을 대할 때 차이가 난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장애아로 태어난 이종락 목사의 아들은 33년의 삶을 마치고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 목사는 "그날 아들이 제게 '나는 괜찮아요. 그 동안 감사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한다. 2022년 성탄절에도 병원이 아닌 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태어나는 아기가 있다. 또 그 아기를 지키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 부모도 있다. 과연 교회는 그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눌 수 있겠는가?
차유진 기자
출처 : 한국기독공보
원문 :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9621078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