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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12 - 기억의 습작
#1. 혜성집 거실 (N)
혜성, 담담하게 와서는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커피 물 올리고, 머리 편하게 묶는 거실에 앉아 가지고 온 사건기록 서류를 펼치는데 빗소리가 난다.
혜성, 창밖을 보고 애써 무시하듯 사건기록을 본다.
그러다 수하가 한 말이 떠오른다.
# Ins. 11회 44씬
수하 : (가려는 혜성의 손 잡고)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혜성 : ?!
수하 : 내가 싫어도, 피곤할 정도로 싫어도.. 그냥 있어주면 안돼요?
혜성 : (수하의 시선을 외면하고) 놔.
수하 : (계속 잡은 채) 나 지금 세상하고 연결된 끈이 다 끊어진 느낌이에요.
혜성, 도저히 안되겠다. 사건기록 탁 덮고 우산 챙겨 나가는..
#2. 택시안 (N)
혜성, 내가 뭐하는 짓인가 자책하는 얼굴이다.
혜성 : (E) 내가 정말 말도 안되게도.. 정말 어이없게도요..
#3. 카페 앞 거리 (N)
혜성, 택시에서 내리며 우산을 편다.
멀리 수하 비를 온전히 맞으며 그대로 앉아있다.
혜성, 속상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혜성 : (E) ..그 애가 자꾸 신경 쓰여요.
혜성, 수하 곁으로 온다.
수하, 놀라 혜성을 본다.
혜성 : (답답해서) 진짜 미치겠다.
혜성 : (E) 정말 말도 안되게도..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봐요.
혜성, 답답하고 짜증나 쭈그리고 앉는다. 우산은 옆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수하, 그런 혜성을 보고 있다. 기쁘고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수하.
혜성 : (그런 수하를 보며 화가 난다.) 널 어떡하면 좋으니..
혜성 : (E) 그래서 빨리 정리 하려구요. 정리해야 하구요. 할 수 있어요.
답답한 듯 머리 감싼 채 쪼그리고 앉은 혜성 앞에 수하, 함께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춘다.
혜성 옆에 떨어진 우산을 들어 팔을 쭉 뻗어 혜성을 씌워주는 수하.
그런 수하를 짜증과 혼란스러움으로 보는 혜성..
수하, 기쁨과 고마움으로 혜성을 본다.
그런 혜성을 보며 비를 맞으며 미소 짓는 수하의 모습에서.
# 타이틀 - 기억의 습작
#4. 혜성집 거실 (N)
쫄딱 젖은 수하에게 수건 던져주는 혜성. 혜성 역시 수건으로 젖은 머리 턴다.
수하, 수건을 받은 채 주위를 둘러본다. 단정하고 깔끔한 집안.
수하 : (수건 받은 채 둘러보는) 내가 변호사님을 지저분해서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혜성 : (수건 목에 건 채 냉장고로 가서 물 꺼내며 건조하게) 어. 하도 니가 잔소리해서 치운거야. (컵에 물 따르고)
수하 : (둘러보며) 기억은 안나는데 뭔가 내 집 보다 익숙하네요.
혜성 : (자르듯이) 기억이 날 때 까지만이야. 기억 다 찾으면 더 이상 여기 오지마. 날 찾지도 말고.. (물 마시고)
수하 : (대답 못하겠다) ...
혜성 : 대답해. 얼른.
수하 : (할 수 없이) 네..
혜성 : (컵 가지고 개수대에 가서 씻으며) 조금 있으면 너 항소심 재판 받는거 알지?
수하 : ...
혜성 : 이번에는 내가 니 변호를 못해. 2심은 연주시가 아니라 서울 고등법원에서 하니까..
무죄가 날 수 있을지 확신도 못하겠고..
수하 : ...네..
혜성 : (마른 행주로 닦아 컵 놓는 자리에 단정히 놓는) 그러니까 어떻게든 기억을 찾도록 노력해봐.
기억나는 것들 모아서 퍼즐인지 뭔지 맞춰보라구. (소파 쪽으로 가는)
수하 : (따라가는) 네, 그럴께요.
혜성 : (순하게 대답하는 수하가 안됐고) 너 눈은 왜 그렇게 뻘개? 눈병 났어?
수하 : (소파에 앉으며) 재판 이후로 잠을 통 못잤어요. 불면증인가봐요.
혜성 : (탁자에 놓인 서류 정리하며) 그래? 너 원래 잠은 머슴잠 잤었는데 왜 불면증일까? 뭐 스트레스 받는거 있어?
(보면 수하 이미 소파에 기대 잠이 들었다) 야.. 너 자냐?
수하 : (잠이 깊게 든) ...
혜성 : (기막혀) 불면증이라매.. (발로 툭툭 수하 다리 쪽을 치며) 야! 방에 들어가서 자.
수하 : (곯아 떨어졌다) ...
혜성, 안되겠다 싶어서 수하의 다리를 올려 소파에 뉘어준다.
낑낑 거리면서 잘 수 있게 자세 잡아주는 혜성, 담요를 덮어준다.
쪼그리고 앉아 수하를 물끄러미 보는 혜성. 수하의 젖은 채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 맘을 다잡듯 손을 거둔다.
#5. 혜성방 (N)
혜성, 다 씻고 들어온 듯 머리에 수건 두른 채 침대에 앉는다.
혜성 : 그나저나 2심은 어떤 변호사가 붙을려나. (하다) 차변이 이제 사선이니까 차변이 해주면 제일 좋은데.. 부탁해볼까?
(하다 양 뺨 짝짝 때리며) 미쳤어 미쳤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장혜성 대박 재수없어. 완전 쉣!
(하다 뺨 어루만지며 침대에 쓰러지는) 아파.. (생각이 많다) .. 그래도 해야 하나..
#6. 혜성집 전경 (D)
#7. 혜성집 거실 (D)
시계는 이미 11시가 다 되가고 있다.
수하, 이제야 눈이 간신히 떠진다. 수하, 시계 보고는 힉! 놀라 일어난다.
수하 : 얼마나 잔거야?
일어나 보면 집은 비어있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이빨 포스트잇 ‘냉장고에 카레 있어. 데워 먹어’
수하, 그 포스트잇을 떼어내며 미소로 본다. 그리고는 탁자에 놓여있는 바구니에 가득 놓인 이빨 포스트잇을 본다.
혜성 : (E) 그러니까 어떻게든 기억을 찾도록 노력해봐. 기억나는 것들 모아서 퍼즐인지 뭔지 맞춰보라구.
수하, 포스트잇을 한 움큼 들고 옷방 쪽으로 간다.
#8. 옷방 (D)
수하, 바닥에는 일기장이 놓여있고 포스트잇과 펜을 든 채 문 앞에 눈을 감고 서있다.
# Ins. 실내 낚시터 안 (N) - 아주 짧게
야비한 미소로 눈물을 흘리는 준국과 마주한 수하의 뒷모습.
수하 : (눈을 뜨고 포스트잇에 적으며/E) 민준국과 낚시터. (문 중간 아래쯤 붙이는)
# Ins. 시골 뚝방길 (N)
수하, 눈물을 흘리며 넋이 나가 뭔가로부터 도망치듯 걸어간다.
수하, 도망치듯 뚝방에서 튀어나오다가 트럭에 치이고 나동그라진다.
수하 : (포스트잇에 적으며/E) 뚝방길 교통사고. (문 아래쪽에 붙이고)
#Ins. 8회 엔딩 - 아주 짧게
수족관을 보던 혜성의 모습.
수하 : (포스트잇에 적으며/E) 장변호사님과 수족관. (문 중간쯤에 붙이는)
그렇게 수하, 기억의 조각들을 포스트잇에 써서 문에 붙인다.
간간히 일기장 보면서 그 내용을 포스트잇에 써서 순서를 맞춰본다. (일기장을 보면서 맞추는 것은 1년보다 더 이전의 기억들)
11년전 아버지와의 교통사고로부터 현재까지 지도처럼 기억의 퍼즐을 만들어가는 수하.
최근 1년 전 사건의 시점들은 서로 뒤섞여있다.
비어있는 곳들이 이빠진 것처럼 듬성듬성 보인다. (한 40여개 붙이는 걸로)
#9.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차관우 법률 사무소’ 간판이 걸려있는 사무실 앞.
혜성, 관우의 사무실 앞에서 문을 열까 말까 고민 중이다.
혜성 : (고개 젓고 혼잣말) 아냐. 이건 진짜 염치없는 짓이야. (다시 국선전담사무실로 향하다가)
그래도 차변이 제일 안심이 되는데.. (하고 발길 돌리다가) 아냐. 사람이면 진짜 이러면 안되는거야.
(하고 다시 국선전담 사무실 쪽으로 가다) 그러다 수하한테 이상한 변호사가 붙으면 어떡해. (다시 발길 돌리는)
그때, 혜성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사진 메시지다.
클릭하면 방금 전 관우의 사무실 앞에서 망설이는 혜성의 사진이고 그 위로 관우의 목소리.
관우 : (속닥/E) 지금 뭐하는 거에요?
혜성 : (너무 놀라) 어머낫!!! (하고 보면 관우 복도 끝에서 핸드폰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다) 차변...
관우 : (다가와)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혜성 : (막상 관우를 보니 말을 못하겠어서) 아뇨. 없는데요. (하고 가려는데)
관우 : (팔을 탁 잡고) 얘기 해요.
혜성 : 아뇨. 못해요.
관우 : (그런 혜성을 보고) 박수하.. 변호 부탁하러 온거죠?
혜성 : !!
관우 : (표정 보고 맞구나, 팔 놔주고 씁쓸히 미소) 맞나보네..
혜성 : 아니에요. 잠깐 그 생각 했었는데 접었어요. 나도 염치가 있지. 미안해서 부탁 못해요. 안해요. (가려는데)
관우 : 내가 할께요. 박수하 변호..
혜성 : (놀라 돌아보며) 네?
관우 : (진지하게) 내가 변호할꺼라구요. 그래서 나, 짱변 미안하게 만들거에요. 부담스럽게 만들겁니다.
그러면 지금 짱변의 그 말도 안되는 마음..
혜성 : ...!
관우 : ..정리하기 쉬울거에요. 그쵸?
혜성 : 차변.. 난..
관우 : (씩씩하게) 나 죽어라 열심히 변호할께요!~ 짱변이 부담 팍팍 되게!!
혜성 : ..
관우 : 이제부터 내 사건이니까 짱변은 신경 끊어요. 알았죠?
혜성 : 네? 네..
관우 : (들어가며) 아자아자 파이팅!!
혜성 :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다) ...
#10. 관우 사무실 (D)
관우, 씩씩하게 들어와서는 힘이 빠지는 듯 의자에 앉는다.
관우 : (의자에 몸을 깊게 묻으며 눈감고 한숨 내쉬는) 아.. 죽을거 같다...
그러다 책상 위 11년전 민준국 사건기록이 눈에 걸린다. 그걸 다시 꺼내 읽어보는.
(현재의 관우는 컬러로, 11년전 상황은 흑백으로 구분해서 처리)
관우 사무실의 풍경이 11년전 법정으로 (1회 45씬의 풍경)
관우가 앉은 자리는 방청석으로 변한다.
관우, 방청석에 있는 수하를 본다.
변호사 : (의기양양해서) 보셨죠? 박수하군은 마음을 읽는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검사를 보며) 이런 박수하군의 진술을 과연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수하 : (미치겠다) 아..아...(말이 안나온다)
대석 : (검사에게) 다른 증거는 없습니까? 혹시 목격자는 없습니까?
수하 : (그런 준국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일어난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오열을 한다.) 으... 으으... 으... 아.... 아...
그런 수하를 말리는 간호사.
그때 누군가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다. 혜성이다.
관우, 그런 혜성을 보는..
대석 : (수습하고) 무슨 일입니까?
혜성 : (당혹스럽다) 네? 저.. 저는.. (손이 벌벌 떨린다. 뒷걸음질 치다 방청석에 있는 수하와 눈이 마주친다)...!
수하 : (혜성을 알아본다.) ...!!
혜성 : (간신히 추스르고) 전,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 장혜성이라고 합니다!
혜성을 보는 수하.
법정의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수하와 혜성 그리고 이들을 목도하는 현재의 관우만 남는다.
어린 수하와 혜성의 모습에서 어제 창밖에서 봤던 카페의 수하와 혜성의 모습이 겹친다. (구도를 비슷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둘 사이에 낄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관우.
관우, 답답한 듯 넥타이를 헐겁게 푼다.
관우 : (혼잣말처럼) 이길 수 있을까.. 이 싸움..
#11. 연주 교도소 앞 (D)
달중, 손에 쇼핑백 같은 걸 들고 허름한 차림으로 나선다.
상덕도 함께 달중과 나온다.
달중 : 감사합니다. 오늘 신변호사님 없었으면 인수증 써줄 사람도 없을 뻔 했어요.
상덕 : 내가 차 갖고 왔거든. 데려다 줄게.. (하며 차 쪽으로 가는)
달중 : (차 보고) 와~ 차가.. 참...거시기 하네요.
상덕 : 나같은 사람은 스포츠카랑 안어울린다는 거..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돼.
달중 : 그게 아니라.. 이거 가긴 가는거죠?
상덕 : 그럼 (호기롭게 탕탕 치며) 16년째 무사곤데.. (갑자기 조수석 창문이 텅! 하고 아래로 내려간다)
상덕/달중 : (흠칫 놀라는) !!
#12. 차 안 (D)
달리는 차안, 달중, 도시의 풍경을 낯선 눈으로 본다.
고층빌딩들, 낯선 신차들, 스마트폰을 하는 거리의 젊은이들 모든 풍경이 낯설고 새롭다.
달중 : 세상이 많이 변했네요.
상덕 : 걱정마. 얼마 안있어 바로 따라잡을 수 있어.
달중 : (자조적으로) 글쎄요. 저한테 따라잡을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상덕 : (마음 안좋고) ...
달중 : 딸래미를 한번이라도 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는데..
상덕 : (달중의 손에 들린 크레파스를 본다) 그게 뭐야?
달중 : (쓰다듬으며) 26년전 체포될 때 가방에 있던거에요. 가현이 선물이요.
상덕 : ...미안해.
달중 : 뭐가요?
상덕 : 그냥.. 다..
달중 : 무슨 소리세요. 제가 고맙죠. 신변호사님은 날 믿어준 유일한 분이세요.
상덕 : (달중의 인생이 안쓰러워 눈물이 날 것 같다) ..
#13. 도연의 사무실 (D)
현범, 똑똑 두드리고 들어서면 양계장과 실무관만 있다.
현범 : 서검 안에 있습니까?
양계장 : 아뇨. 지금 가평에 조사 나가셨는데요.
현범 : 조사? 무슨 조사요?
양계장 : 민준국 관련 조사요.
현범 : 민준국? 왜 서검은 쌩뚱맞게 죽은 사람을 조사한답니까?
양계장 : 그러게요. 쌩뚱맞게 안죽었다고 생각하시는거 같아요.
현범 : (어이없어서) 예에?
#14. 국도변 과일가게 (N)
도연, 다시 성남 앞에 사진들을 쫙 놔준다. 준국을 포함한 준국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 사진 4장.
성남 : (난감해서) 없다니까요. 이 중엔 없어요.
도연 : 그래요? (다시 다른 남자들 사진 4장 놓으며) 그럼 이 중에는요?
성남 : (미치겠고) 없어요. 검사님.. 이 짓을 언제까지 하실거에요?
도연 : (다시 사진 넣으며) 그 사람 찾을 때까지 해야죠. 그 사람이 박수하를 직접 신고 안한 이유가 있을거 아니에요.
(다시 사진 놓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근데 그 사람 말이에요. 손은 어떻든가요?
성남 : (당황) 네?
도연 : (성남 보며) 손 말이에요. 손. 어땠어요?
성남 : (당황하지만 애써 내색 않고) 머.. 멀쩡했어요.
도연 : (의아) 멀쩡..했어요?
성남 : 네, 손 멀쩡하지 뭐.. 어떻겠어요. 하하..
도연 : (그런 성남을 날카롭게 본다) ...
#15. 혜성집 거실 (N)
혜성, 들어서면 수하 나온다.
수하 : 많이 늦었네요. 밥은 먹었어요? 안먹었으면 같이..
혜성 : (건조하게 자르는) 먹고 왔어. (가방에서 관우 명함 꺼내며) 내일 너 차변호사 만나봐. 2심때 니 변호 맡아줄거야.
(명함 주며) 이건 차변호사 연락처..
수하 : (받고 명함 보는) ...
혜성 : (가방 내려놓으며) 돈은 걱정 안해도 돼. 공짜로 수임해준댔으니까..(들어가려는데)
수하 : (팔 잡고 눈 마주치려 돌려세우는데) 혹시 장변호사님이 부탁한거에요?
혜성 : (수하팔 잡아 내리며) 그게 중요해?
수하 : 네, 중요해요.
혜성 : 그래. 부탁했다. 너도 봤으면 알거 아냐. 차변 말고 더 잘할 사람 있을거 같애?
수하 : (없다. 그러나 싫다) ..
혜성 : 나도 미안하고 부담돼. 그치만 이제 난 니 사건 완전 손 떼야돼. 그 사람 말곤 대안이 없다구. 알아?
수하 : ..알았어요. 내일 만나볼께요.
혜성 : (들어가며) 잘 얘기하고 와. 공손하게 굴고..
수하 : (들어가는 혜성을 본다. 좀 서운하다) ...
#16. 혜성방 (N)
혜성, 들어서자마자 긴장이 풀린 듯 그대로 침대에 엎어진다.
혜성 : 아.. 신경쓰여. 왜 이러는거야. 진짜.. (하다 배 만지며) 아, 배고파.. 씨..
#17. 혜성집 외경 (N)
#18. 옷방 (N) + 주방 (N)
수하, 이불에 누워 관우의 명함을 보고 있다.
# Ins. 11회 44, 45씬
자기 눈앞에서 혜성을 낚아채가던 관우.
택시를 타고 가던 혜성과 관우.
수하, 그런 관우와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참 싫다.
명함 성의없이 던지고 자려고 하는데 문 밖에서 작은 소음이 들린다. 비닐 소리같은 아주 작은 소음..
수하, 그 소리가 신경쓰여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연다.
수하, 눈 앞에 냉장고 문을 연 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소시지(천하장사류)를 먹고 있는 츄리닝 차림의 혜성, 놀라 얼어붙는다.
입에 한가득 소시지를 물고, 한손에는 소시지, 다른 한손에는 케찹을 들었다.
혜성 옆에는 다 먹은 소시지 비닐이 대여섯개가 있다.
수하 이 어이없는 풍경에 얼어붙었다.
혜성 역시 수하를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 얼어붙었다.
두 사람 모두 뭘 어떻게 대응할지 머리가 마비가 됐다.
수하, 혜성을 위해 조용히 문을 닫아준다.
혜성, 죽을 만큼 쪽팔리다. 무릎에 머리 박는 혜성.
#19. 커피전문점 (D)
관우 음료 마시고 있는데, 넥타이까지 매고 양복입은 수하 들어오자.
관우 : (손들고) 어! 여기~ (수하 오면 지갑 꺼내며) 뭐 마실래?
수하 : (카운터로 가며) 제건 제가 살께요.
관우 : (엉거주춤) 어? 그래..
<컷 튀면>
둘 사건기록을 놓고 마주앉아있다. (관우는 마지막 순간 전까지는 평소 모습 그대로 사람 좋은 미소로 수하를 대합니다.)
관우 : (기록 보면서) 그 사이에 뭐 기억이 더 나거나 한거는 있냐?
수하 : 네. 일단 낚시터에서 민준국을 만난 기억이 나긴 하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관우 : 싸우거나 한건 아니고?
수하 : (고개 저으며) 네, 거기까진..
관우 : (적으면서) 일단 2심에 유리한 기억 같지는 않네. 또 뭐 없어.
수하 : 민준국과 만나고 제가 교통사고를 당한거 같아요. 무슨 뚝방길 같은데 였는데.. 파란색 트럭에 치였던 것 같아요.
관우 : (적으며) 파란색 트럭? 1톤짜리?
수하 : 네. 그쯤 되는거 같아요.
관우 : (적으며) 이건 좀 알아볼 필요가 있네. 번호판 같은 건 기억나고?
수하 : (고개 젓고) ..
관우 : (적으면서) 그러면 경찰서 쪽에 사고기록을 뒤져봐야겠다. 병원기록도..
수하 : (그런 관우를 보며) 고맙습니다. 이번 사건을 맡아주셔서..
관우 : (계속 쓰면서) 고마워할거 없다. 짱변 때문에 맡은거니까..
수하 : (짱변 소리에 거슬리고) 수임료가 얼맙니까? 국선 아니고 사선으로 맡은거니까 수임료 필요하죠?
관우 : (애 타이르듯) 마! 내가 국선으론 공짜였지만 사선으론 엄청 비싼 변호사야. 공짜로 해준다고 할 때 말 들어.
기억을 찾는데나 신경쓰고.
수하 : (정색하고) 애 취급하지 마시죠. 수임료 낼테니까 일로 해주세요. 장변호사님 얘긴 빼고..
관우 : (수하 보며) !?
수하 : 저, 아버지가 남겨주신 집도 있고 보험금도 있어요. 수임료 내겠습니다. 그러니까..
관우 : ..
수하 : (선전포고다) 이 건으로 장변호사님한테 어떤 부담도 주지 마세요.
관우 : ! (천천히 서류 덮고 서류 위로 두 손 깍지 끼고 수하 보며) 짱변한테 부담을 주는건 니쪽 아닌가?
수하 : !!
관우 : (허허실실을 지우고 정색, 단호히) 수하 너, 어른 흉내를 내지 말고 진짜 어른답게 굴어봐.
양복만 입는다고 어른이 되는건 아니잖아.
수하 : (관우의 허를 찌르는 말에 얼굴 확 붉어진다) !!
관우 : 지금 넌 고등학교 중퇴에, 살인 용의자에 기억도 없고, 미래도 없어. 그래서 짱변이 널 거둬주고 있는거야.
그걸 다른 걸로 착각하지마라. 그리고..
#20. 거리 (D)
분한 수하 성큼성큼 걷는다.
관우 : (E) 1년 전엔 어리다고 봐줬지만 이젠 아냐. 기억 찾고, 무죄 받으면, 짱변한테 부담 주지 말고 그 집에서 나와.
니 말대로 이제 너, 애 아니잖아.
수하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걸어간다.
#21. 커피전문점 (D)
홀로 남은 관우 역시 자신의 바닥을 보인 것 같아 괴롭다.
관우 : (자조적으로) 나도 별 수 없네. 초조하니까 바닥을 다 드러내는구나..
#22.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사건기록을 보고 있고, 유창은 칠판에 재판 일정을 수정하고 있다.
혜성 : (서류를 보며) 신변호사님, 이 심월도 사건이요. 남편한테 폭행당했다는 이유로 칼로 찌른거잖아요.
이거 정당방위 주장해볼만한건가요?
상덕 : ...
유창 : (혜성 쪽으로 온다)
혜성 : (고개 들어) 신변호사님? (보면 상덕 엎어져있다) 주무세요?
유창 : (혜성에게 속닥) 그냥 패스 하세요. 요즘 계속 저러세요.
혜성 : 왜? 갱년기도 한참 지나신거 같은데..
상덕 : (엎어진 채로) 다 들려~
혜성 : 들리면 얘기해주세요. 이 케이스, 정당방위로 무죄 받을 수 있어요?
상덕 : (엎어진 채로) 그 경우, 실무적으로 정당방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 차라리 인정하고 감경 쪽으로 변호하는게 나아.
혜성 : 근데 피고인은 자기가 책임질테니 무조건 무죄주장을 해달래요.
상덕 : (엎어진 채로) 어떻게든 설득해. 그게 변호사야.
혜성 : (한숨 쉬다 할 수 없다는 듯) 알겠습니다~
#23.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모니터에 수하의 쓰다만 항소 이유서를 띄워놓고 생각이 많다.
#Ins. 14씬 국도변 과일가게
도연 : 근데 그 사람 말이에요. 손은 어떻든가요?
<컷>
성남 : (당황하지만 애써 내색 않고) 머.. 멀쩡했어요.
도연 : (의아) 멀쩡..했어요?
도연 : (손톱으로 책상을 톡톡 치면서 곱씹듯) 멀쩡하다. 멀쩡..하다. (뭔가 결심한 듯 일어나 나간다)
#24. 도연의 사무실 (D)
양계장과 실무관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도연,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도연 : 양계장님! 물어볼게 있는데요. 보희씨 손이 어떤거 같아요?
양계장 : (의아) 손이요? (실무관 보며) 하얗고, 곱죠. 왜요?
도연 : (실무관에게) 보희씨는 양계장님 손 어떤거 같아요?
실무관 : (쌩뚱맞은 질문이지만 일단 대답) 좀 두툼하고 투박한 편이시죠.
그때 현범 들어오면서.
현범 : 어이!~ 서검! 박수하 항소 이유서 다 작성했어?
도연 : 조선배. (뒷짐 지고) 혹시 내 손 어때요?
현범 : (뜬금없어서) 니 손? 글쎄. 손가락이 길고 마른 편 아니었던가?
도연 : 그쵸? 손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보통은 희다 곱다 투박하다 거칠다.. 그렇게 대답하잖아요.
근데 손이 멀쩡하다란 대답은 좀 이상하죠?
현범 : (의아) 멀쩡하다? 그런 대답을 한 사람이 있어?
도연 : 네, 박수하를 모른 채 신고한 사람 있잖아요. 문성남씨.. 그 사람한테 박수하를 제보한 사람 손이 어떠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멀쩡하다고 대답했어요. 이상하지 않아요?
현범 : (뭐지 싶다가 뭔가 걸린다 !) 설마... 민준국?
도연 : 만일 박수하쪽 주장대로 민준국의 왼손이 없다면..
현범 : 그리고, 그 민준국을 그 신고자가 감춰주려고 한다면..
도연 : (빙긋) 손이 멀쩡하다라고 대답하겠죠?
현범 : (놀랍고) 대박.. (하다) 에이~아냐. 살아있었으면 그동안 어디서든 흔적이 튀어나왔겠지.
도연 :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안찾았으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찾아봐야죠.
(양계장에게) 양계장님! 문성남씨한테 참고인 소환장 발송해주세요.
양계장 : 넵!
#25. 관우 사무실 (D) + 연주시 경찰서 (D)
관우, 서류 잔뜩 놓고 검토하면서 하명(40대초/남/형사)과 전화를 하고 있다.
관우 : (애교 피우며) 혀어어어엉~ 우리가 그런 사이야? 기록만 한번 잠깐 들춰보면 되는거잖아.
경찰시절에 내가 형 교대 얼마나 해줬는데.. 혀어어엉~
하명 : (버럭) 그놈의 콧소리 좀 그만해! 뭐 뭐 뭐?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건데?
관우 : (반짝해서 펜 들며) 작년 7월 22일 23일경에 거기 관할에서 교통사고 발생보고 된 거 없어?
물피사건이든 인피사건이든 다 대줘봐.
하명 : (컴퓨터 뒤지며) 작년 7월 22일 23일? 인피 두건, 물피 세건 나오네.
관우 : 그 중에 혹시 파란색 트럭 사고도 있어? 1톤짜리?
하명 : 어.. 하나 있다. 물피사건, 뚝방길 가로수 들이받은 사건 하나.
관우 : (놀라) 그 트럭 차주가 누구야?
하명 : 김기호.. 라는데?
관우 : (!!) 김기호?!!
하명 : 어. 주소지는..
관우 : (누군지 알겠다) 강화도지?
하명 : (신기해서) 어 맞아. 너 어떻게 그걸 알았냐?
관우 : (신나서) 고마워! 형! 다음에 형 송사 일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내가 무료 상담 해줄께!
#26. 학원 앞 (D)
수하, 벽에 붙은 2014년 경찰대 입시요강 포스터를 보고 있다.
그때 충기와 성빈이 함께 나타난다.
성빈 : 수하야! 앞으로 얘랑 나 셋트로 부르지 좀 마. 불쾌해.
충기 : 야! 나도 불쾌하그든! 몹시!! (하는데 좋아서 씩 웃는)
성빈 : (수하에게) 오늘은 왜 불렀는데? 기억이 좀 돌아왔어?
수하 : 아니. 그래서 니들한테 도움 좀 받을려구.
충기 :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수하 : (각종 대학 안내문 중에 경찰대 안내문 집어서 보며) 닥치는대로 다 얘기해 줘. 나나 장변호사님에 대해..
충기 : (슬쩍 보며) 뭐냐. 너 경찰대 관심있냐?
수하 : 아니 그냥 한번 보는거야.
충기 : 마! 그건 그냥 보지도 마. 거기 들어가기 열라 힘들어. 그리고 너 아직 재판 안끝난거라며.
유죄 나오면 여기 죽었다 깨나도 못들..(성빈이가 정강이를 대차게 찬다) 악!!!
수하 : (안내문 다시 내려놓으며 포기하듯 자조적으로 픽) 그런가?
성빈 : (수하에게) 아냐!~ 수하 넌 할 수 있어. 너 고등학교 때 공부 되게 잘했거든.
수하 : (가면서) 그래? 의외네.
성빈 : (손 모으며 설레서 따라가는) 수하 너 경찰대 가면 진짜 멋있겠다. 나 유니폼 입은 남자 완전 좋아하는데..
충기 : (비웃으며) 차.. 우리 카센타도 유니폼 입거든. (하다 경찰대 입시요강 슬쩍 챙겨서 따라가는)
#27. 법조타워 로비 (N) → 거리 (N)
가방 메고 나오는 혜성, 나오면서 한숨.
혜성 : 수하랑 밥먹는거 불편한데.. 혼자라도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멀리 누군가 회전문 안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다. 보면 고민 많은 얼굴의 상덕이다.
혜성 : (어이없어서) 저거 내건데.. (달려가 회전문 들어가) 뭐하세요?
상덕 : 어? 왔나? (나가는)
상덕 어지러워 휘청하면 혜성 얼른 부축하고.
상덕 : (걸어가며) 대체 짱변은 이 짓을 왜 하는거야? 정신만 사납고 어지럽구만..
혜성 : (걸어가며 재잘대는) 그래요? 전 거기 들어가면 생각이 정리 되든데.. 나이 들어선 하지 말아겠네요.
상덕 : (투덜) 나이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혜성 :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사춘기도 아니고 왜 그러신대요? (코 삼키고)
상덕 : (짜증나지만 참고) 사춘기 때만 고민이 있어야 하나? (하다 멀리 포장마차를 발견하는)
혜성 : 어라? 포장마차가 생겼네? 웬일이래? (하는데 상덕 간다. 얼른 따라가) 포장마차 가시게요?
상덕 : (짜증 점점 오르고) 어.
혜성 : (놀라 따라가며) 신변호사님 와인 빼고는 술 취급 안하시잖아요.
상덕 : (확 터져서) 짱변은 가던 길 가! 그놈의 입 좀 다물고!! (가고)
혜성 : 같이 가요~ (따라가는)
#28. 포장마차 (N)
상덕과 혜성, 들어서면 공숙과 배석들, 그리고 도연이 술을 마시고 있다.
혜성, 도연의 얼굴을 보자 얼굴이 확 일그러진다.
도연 역시 얼굴 굳는다.
공숙 : (살짝 취기 올라) 어라? 오늘 날잡았나부네요? 아까 법원 앞에서 서검 만나서 왔더니
이번에는 신변호사님이랑 장변호사님까지 오셨네. (의자 권하며) 여기 앉으세요~
상덕 : 그럴까요? (혜성에게) 여 와 앉아.
혜성 : (도연 보고 떨떠름해서) 네..
공숙 : 이햐~ 서검 술이 대단합니다. 벌써 소주 두병 반을 깠는데도 말짱해요.
혜성 : (지기 싫어 손들고) 사장님~ 여기 소주 세병주세요~
상덕 : 세병? 그걸 혼자 다 마시게?
혜성 : (여유롭게 머리 탁 넘기며) 아시잖아요, 제가 술 좀 하는거.
상덕 : (어이없고) 술을 좀 해?
<컷튀면>
혜성 앞에 소주병 세 개 놓여지고,
테이블에 고개 박은 채 있다가 벌떡 고개들면 이마에 깻잎 붙인 채 눈 부릅뜨고 공숙을 노려보며.
혜성 : (말투는 말짱하다) 봤죠! 말짱하죠? (하며 눈 부릅뜬 채 고목나무처럼 상덕 쪽으로 넘어가면)
상덕 : (이력이 난 듯 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밀어 세운다) 그래. 말짱하다. (깻잎 떼주며)
우배석 : (불안한 듯 도연을 보며) 서검도 괜찮은 거죠?
도연 : (말짱한 말투로) 네, 괜찮습니다. 다만 좀.. 덥네요. (하며 도도하게 상추로 부채질을 한다)
좌배석 : (둘을 보며 기막힌) 깻잎에 상추까지.. 아주 가관입니다.
공숙 : (술 따르며) 근데 짱변, 내 짱변만 보면 궁금한게 하나 있었는데..
혜성 : (결연히) 물어보세요~!
공숙 : 왜 전에 국선전담변호사 면접볼 때 말입니다. 법정문을 열고 들어가서 증언한 걸 후회한다고 했었죠?
도연 : (후회를 한다고? 좀 놀랍다) ?!!
혜성 : 네, 후회합니다.
공숙 : 왜 후회한다고 했습니까?
혜성 : 사실 내가 증언을 하기로 한건요. (도연을 노려보며 고목나무처럼 옆으로 천천히 넘어가며 말짱히 말하는)
그저 그 재수없는 기집애랑 그 애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상덕 손가락으로 밀어 세우고) 내가 맞았고, 그 기집애가 틀렸다는걸..
#Ins. 1회 43씬
어린 혜성과 도연 서로 노려보다가 혜성,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혜성 : (E) 그래서 그 문을 열고 들어간거에요.
혜성 : 근데 얻은게 하나도 없는거에요.
공숙 : 왜 얻은게 없습니까? 증언을 해서 범인을 잡고 정의를 실현했잖아요.
혜성 : (비웃고) 저어엉의? 개뿔~ 그놈의 핸드폰..
공숙 : 핸드폰?
#29. 법정 안 (D) - 1회 49씬
변호사 : (지지않고 흥분해서 판사에게) 박수하군의 증언은 이미 신빙성이 없습니다! 아까 남의 맘을 읽을 줄 아네 어쩌네
헛소리하는 거 못들었습니까! 지금도 거짓말로 피고인을 유죄로 만들려고 기를 쓰는겁니다.
우배석판사 : (대석에게 작게 속닥) 증인채택은 어렵겠는데요?
대석 : ...
수하 : (안타까움에 혜성을 본다) ...
준국 : (회심의 미소) ...
혜성 : (그런 수하를 보고, 준국을 본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본다. 만지작거리다가 결심한 듯 결연히)
여기에 사진 있어요!
준국 : (충격을 받는다) !!!?
혜성 : (핸드폰 들어올리며) 저 사람이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것도 증거가 안되나요?
#30. 포장마차 (N)
혜성 : 근데 그놈의 핸드폰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됐죠. (소주 입안에 털고)
공숙 : 말짱 도루묵이 돼요? 왜요?
도연 : (역시 궁금하다) ...?
#31. 법정 앞 (D) - 11년 전
대석, 어린 혜성에게 다가온다.
대석 : 무서웠을텐데, 증언 잘해줬다. (혜성의 핸드폰 건네며) 너 아니었으면 이 사건.. 그냥 교통사고로 묻혔을거야.
혜성 : (핸드폰 받으면서 열어보는) 보셨어요? 사진?
대석 : ....봤다. 아무 것도 안찍혔더구나..
혜성 : (핸드폰에 그냥 까만 사진, 대석 올려보며) 거짓말한건데.. 괜찮은건가요?
대석 : 그럼. 잘했다. 눈 앞에 뻔히 범인이 빠져나가는데, 손놓고 있으면 안돼지. 공포탄을 쏴서라도 잡아야되지 않겠냐.
혜성 : (핸드폰을 보며 혼잣말처럼) 공포탄...
대석 : 오늘 고생했다. 나중에 판결나오면 알려주마. (가는)
혜성 : 그거 아세요? 이 사건의 목격자가 하나 더 있다는거?
대석 : (멈칫 서고는 돌아본다) 누군데..?
혜성 : (대석을 보며) 도연이요.
대석 : (놀라) 뭐.. 도연이?
혜성 : 사건 나던 날, 저랑 같이 있었어요.
대석 : ...!
혜성 : (의기양양해서) 그래서 오늘 여기도 같이 오기로 했는데..(대석을 보며) ..도망치더라구요.
대석 : (할 말이 없다) ..
혜성 : (당당하게) 도연인 거짓말쟁이에요. 오늘도 그렇고, 폭죽을 제가 쐈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에요.
대석 : (잠시 혜성을 보다) 안다. 도연이가 거짓말 한거..
혜성 : !!!
대석 : 하지만, 그 덕분에 니가 범인이란 걸 알 수 있었어.
혜성 : (발끈해서) 아저씨! 그건..
대석 : (막듯이) 난 말이다 그런걸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해. (단호히) 도연이가 한 것도, 아까 법정에서 니가 한 것도..
혜성 : 거짓말이 아니면 그게 뭐에요!
대석 : ..공포탄이다. 범인을 잡는 공포탄..
혜성 : (충격이다) ...!!
#32. 법원 정원 앞 (D) - 11년 전
벤치에 앉아 어린 혜성 서럽게 울고 있는 위로.
혜성 : (혀 살짝 꼬여/E) 저엉말.. 억울했어요. 명분을 얻자고,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목숨을 걸고 증언을 했는데..
얻은건 하나도 없었죠.
#33. 포장마차 (N)
혜성 : 그저.. (소주를 털어넣으며) 인생에 철천지 원수만 하나 보탰을 뿐이었죠.
도연 : ...
혜성 : (도연보며 자조적으로) 어때? 후회할만 하지?
도연 : (살짝 혀가 꼬여 비웃듯) 후회? 나만큼 했을까 니가?
공숙 :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
도연 : (가슴 탕탕치며) 나도 후회하고 있어. 11년 동안, 그 문을 못열고 들어간걸..
상덕 : (놀라 도연을 보며) 설마.. 서검이 재수 없다는.. (하다 말삼키는데)
공숙 : (받듯이) ..그 기집애?
도연 : 내가 널 왜 그렇게 싫어하는 줄 알아?
혜성 : ...!?
#34. 법정 앞 (D) - 11년 전
문을 못 연 채 도망치듯 달려가는 어린 도연 돌아보면 혜성 쪽 문은 열려있고 혜성은 들어갔다.
도연 : (E) 넌 내 인생에 가장 비겁한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니까.. 너를 볼 때마다 그 빌어먹을 순간이 떠오르니까...
#35. 법원 앞 버스정류장 (D) - 11년 전
어린 도연, 계속 앉은 채 멍하니 시선을 멀리 둔다. 그러다 뭔가를 보고 눈이 커진다.
도연 : (E) 내가 그 순간을 얼마나 후회하는 줄 알아?
시선 따라가보면 도로에 대석이 탄 차가 신호에 걸려 서있다. 열린 창문으로 뒷자리에 대석이 서류를 보고 있는게 보인다.
어린 도연,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고, 대석도 도연을 보게 된다.
어린 도연, 차 쪽으로 가려는데 대석,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창문을 올린다.
도연 : (E) 다시 돌아가서 증언을 할 걸.. 매순간 아직까지도 후회해.
올려진 창문으로 당혹스런 도연의 얼굴이 비친다.
대석의 차 출발하고, 어린 도연, 망연자실 서있다.
도연 : (E) 그 순간을 변명하고 싶었어. 어떻게든..
#36. 포장마차 (N)
도연, 혜성을 노려보며.
도연 : 그날로 나, 미술도 포기하고, 친구도 다 끊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검사가 됐어.
(울컥한다) 너랑 아버지한테 보여주고 싶었거든. 그 순간 난 내가 아니었다고.. 실수였다고..
그렇게 난 11년을 기를 쓰고 변명해온거야. 알아? 11년을 말이야.
혜성 : ...!
도연 : (눈물 나려하자 얼른) 저 이만 일어나볼께요. (바로 일어나 가는)
공숙 : (당혹스러워) 서검~ 서검~! 이러구 가면..
상덕 : (혜성을 본다) ..
혜성 : (일어나) 저도 이만.. (휘청)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공숙 : 짱변.. 아니 제일 많이 마신 사람들이 그냥 가면 어떡합니까.. 계산은..
상덕 : (그 둘을 보며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Ins. 3회 33씬
혜성 : 여기서 널 만났을 때 궁금하드라. 잘나가는 검사가 된 널, 왜 하필 한낱. 국선이 돼서 만난걸까?
신은 왜 너하고 날 이렇게 얄궂게 셋팅을 했을까..
저 멀리 상덕, 혜성과 도연의 대화를 보고 있었다.
상덕 : (술 털어넣으며) 재밌는 친구 사이였네요. 저 두사람..
우배석 :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역사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좌배석 : 야, 근데 여기서 검사와 변호사로 다시 만나다니..
공숙 : 그러게. 참 대단한 우연이네. (상덕의 잔을 채우며) 그쵸?
상덕 : (술 받으며) 왜 우연은 신의 뜻이라잖습니까..
#37. 병원복도 (N)
아무도 없는 병원 복도.
달중, 링거대를 잡고 환자복을 입고 걸어가고 있는데
복도 입원실에서 한 간병인(전영자/달중의 처/50대초)이 소변통을 들고 나온다.
상덕 : (E) 신이 저 둘을 다시 만나게 했다면..
달중, 그 여자를 보고 눈이 커진다.
여자 역시 달중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자의 왼손을 보면 장갑을 끼고 있다.
상덕 : (E) 저 둘을 꼭 만나게 해야할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
쓰러지는 링거대, 깨지는 링거병.
#38. 옷방 (N)
수하, 문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보고 있다. 후반부 몇군데가 듬성듬성 비어있다.
관우가 한 말이 떠오른다.
관우 : (E) 지금 넌 고등학교 중퇴에, 살인 용의자에 기억도 없고, 미래도 없어. 그래서 짱변이 널 거둬주고 있는거야.
그걸 다른 걸로 착각하지마라.
수하 답답한 듯 문 열고 나가는.
#39. 혜성집 옥탑방 마당 (N)
수하, 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러다 시선 계단 쪽으로 돌리면 혜성의 구두가 단정히 놓여있다.
수하 : (어리둥절해서) 어? 구두가 저기 왜? (하고 보면 자켓이 계단 난간에 다소곳이 걸려있다) 어라? 이건 장변호사님 옷인데..
수하, 어떻게 된일인가 돌아보면 평상에 미라처럼 얌전한 자세로 바로 누워서 자고 있는 혜성, 술냄새가 난다.
수하, 기막혀 헛웃음이 나오고, 그러다 쪼그리고 앉아 혜성을 지긋이 본다.
관우 : (E) 짱변한테 부담을 주는건 니 쪽 아닌가?
수하 그 말이 상처가 된다. 혜성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는데
혜성, 잠결에 수하 쪽으로 몸을 돌려 수하의 손을 잡아당겨 베개처럼 베며 잠꼬대를 한다.
혜성 : 서도연 이 나쁜 년...
수하, 자기 손바닥을 베고 잠든 혜성을 잠시 보다가 안고 들어간다.
#40. 혜성방 (N)
수하, 혜성을 침대에 뉘어주는데 혜성의 블라우스가 올라가 옆구리 흉터를 보게 된다. 꽤 큰 흉터다.
수하 : 무슨 흉터지?
수하, 잠시 보다가 블라우스를 내려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41. 혜성집 전경 (D)
#42. 혜성집 거실 (D)
혜성, 출근차림으로 나서는데 수하, 식탁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다.
맞은편에는 혜성의 밥이 차려져 있다. 콩나물국이 놓여있고..
수하 : 어제 술 많이 마신거 같은데 괜찮아요?
혜성 : (창가 평상 쪽으로 가며 건조하게) 어. 괜찮아.
수하 : 술 안마시면 안되요? 술에 약한거 같던데..
혜성 : (서류 가방에 챙기며) 나 술버릇 깔끔한 걸로 유명하거든. 필름이 끊겨도 집에 꼬박꼬박 들어왔고, 사고친 적도 없어.
그러니까 니가 신경쓸 필요 없어.
수하 : (픽 웃음 나오고) 오늘도 밥 안먹고 나갈거에요? 콩나물국 끓였는데..
혜성 : 어, 접견 때문에 일찍 가야되서..
수하 : (먹으며) 나 피하는건 아니구요?
혜성 : (멈칫 했다가) 아냐. 그런거.. (나가는)
수하, 홀로 먹다가 혜성의 밥과 국을 본다. 안되겠다 싶어서 뛰어 나가는.
#43. 혜성집 옥탑 마당 (D)
혜성, 계단 내려가고 있는데, 수하 뛰어나와 혜성을 앞질러 계단 아래서 가로 막는다.
혜성 놀라는.
혜성 : 뭐야? 너?
수하 : (양 난간을 잡고 막으며 혜성과 시선 맞추는) 물어볼게 있어요.
혜성 : (당혹스러워 시선 피하며) 뭔데?
수하 : (난간 잡은 손 내리며) 허리 쪽에 흉터가 있는거 같던데 그거 뭐에요?
혜성 : ! (수하를 보며/E) 그걸 알면 힘들어할거 같은데.. (둘러대는/ON) 그걸 어떻게 봤대! 그냥 맹장수술 자국이야.
수하 : (아닌거 같은데) ..맹장수술?
혜성 : 어. 맹장수술. 됐지? (가려는데)
수하 : (다시 팔로 난간 잡아 막으며) 한가지 더..
혜성 : !
수하 : 나 어떻게든 2심에서 무죄 받을거에요. 무죄 받으면 대학도 가고, 친구들도 사귀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바쁘게 살게요.
장변호사님 걱정 안시키고, 부담 안되게, 열심히 살거에요.
혜성 :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수하 : 잔소리 안하고, 훈계도 안하고, 같잖게 굴지도 않을게요.
혜성 : 것도 반가운 소리고..
수하 : 그러니까 나 피하지 마요. 나 피한다고 늦게 들어오지 말고, 밥 굶지도 말고.. (호흡 줬다가) 나 싫어하지도 말고..
혜성 : !!
수하, 팔 내리고 옆으로 서서 길을 터준다.
혜성, 내려간다.
#44. 혜성집 앞 (D)
걸어가는 혜성, 머리 속이 복잡하다. 수하를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을까..
혜성, 돌아보면 수하, 옥탑방에서 여전히 혜성을 보고 있다.
수하, 미소를 지어보이고 혜성 그런 수하를 막막함으로 올려다본다.
#45. 법원 로비 (D)
혜성,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혜성과 같은 가방을 든 여자가 옆에 선다.
짜증이 확 밀려오는 혜성.
혜성 : (E) 아! 가방 쪽났네. 누구야. 짜증나게.. (하고 보면 도연이다)
도연 역시 불쾌한 듯 가방을 다른 쪽으로 맨다.
혜성, 어제 술마신 순간이 떠오른다.
#Ins. 28씬 포장마차
혜성 : (비웃고) 저어엉의? 개뿔~ 그놈의 핸드폰..
혜성 : (옆으로 고개 돌려 눈 질끈 감고/E) 이런 젠장 젠장 젠장~
도연 역시 어제의 술주정이 떠오른다.
#Ins. 33씬 포장마차
도연 : (가슴 탕탕치며) 나도 후회하고 있어. 11년 동안, 그 문을 못열고 들어간걸..
도연 : (역시 옆으로 고개 돌려/E) 이런~~씨!
엘리베이터 문이 땡 하고 열리면 두 사람 말없이 들어선다.
혜성 : (외면한 채) 혹시 어제 술마신거 기억나?
도연 : (외면한 채) 아니. 전혀. 너는?
혜성 : (외면한 채) 나도 기억 안나. 전혀!
엘리베이터문 닫히는 사이로 혜성과 도연 서로 새침하게 외면하는데서..
#46. 국도변 과일가게 (N)
성남, 과일박스 엎어놓고 누군가와 오징어 놓고 막걸리를 대작하고 있다.
성남 :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보면서) 결국 그 여검사가 날 참고인으로 불렀어. 어유.. 진짜 징하다. 징해..
(하다 앞에 누군가에게) 걱정마. 가서도 내가 니 얘기 입두 뻥긋 안할테니까..
준국 : (술 따라주며) 검찰에는 언제 오래요?
성남 : 내일. 에이~ 장사 하루 날리게 생겼다. (마시고, 봉투 챙겨주며) 아참, 요기 복숭아 몇 개 챙겨놨으니까 가져가라.
준국 : 고맙습니다. 사장님. (복숭아가 담긴 봉지를 보니 혜성모가 떠오른다)
# Ins. 6회 33씬
준국 : (받으며) 이게 뭡니까?
혜성모 : 이력서 보니까 오늘이 길동이 니 생일이드라. 미역국하고 반찬 쫌 싸봤다. 집에 가 챙겨 무라.
# Ins. 7회 56씬
준국 : 내가 뭘할건지 다 알잖아 이제. 안 무서워?
혜성모 : 안 무섭다. 그냥 니 인생이 못났고.. 참 가엽다. <컷> 평생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살아온거 아이가..
그 인생이 을매나 지옥이었을꼬..
성남 : 무슨 생각하냐?
준국 : 그냥..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에요. 여기서 멈출까.. 아니면 끝까지 가볼까..
성남 : (대수롭지 않게 오징어를 뜯으며) 어디 여행 중인거야?
준국 : ..여행? 네.. 여행 중이죠. 근데 가다보니까 여기도 나쁘지 않아서요. 그냥 이쯤에서 그만두고 머물까.. 고민 중입니다.
(성남의 대접에 술 따르는)
성남 : (별 생각없이) 그래도 여행이면 끝까지 가봐야하는거 아녀? (술 마시는)
준국 : (그런가? 미소 짓는) 그런가요? 사장님 생각에도 그래요?
성남 : 그럼. 끝을 봐야 여행이지.
준국 : (술 따르며 미소) 그쵸. 끝을 봐야죠. 제 생각에도 그래요.
#47. 농가 (D) - 수하가 머물렀던 곳
관우,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한켠에 있는 하얀 트럭으로 간다.
트럭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가방에서 집열쇠를 꺼낸다. 그리고는 열쇠로 범퍼를 작게 긁어 색을 벗겨본다.
하얀색 칠이 벗겨지며 그 안에 나타나는 파란색.
수하 : (E) 민준국과 만나고 제가 교통사고를 당한거 같아요. 무슨 뚝방길 같은데 였는데.. 파란색 트럭에 치였던 것 같아요.
관우 : (빙긋 미소로) 빙고!
기호 : (off) 거기 누구쇼?
관우 : (돌아보면 기호, 밀짚모자로 부채질을 하면서 서있다. 관우 사람 좋은 미소로) 어르신, 뭐 좀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기호 : ?
#48. 농가 툇마루 (D)
툇마루에 걸터앉아 커다란 사발에 담긴 냉커피를 들이키는 관우.
관우 : 아.. 달달하니 맛있네요.
기호 : (좀 불안한 눈으로) 물어볼게 뭐요?
관우 : 박수하 아시죠? 아니다. 이순욱이라고 해야 아시려나?
기호 : 왜 또 이러나? 저번 재판 때 경찰이랑 검사가 와서 한참 조사해갔구만..
관우 : 그때는 몰랐던 사실이 하나 튀어나왔거든요.
기호 : (불안해서) 뭔데? 그게..
관우 : 어르신, 혹시 저 트럭으로 1년전, 박수하 아니 이순욱을 친 적 있습니까?
기호 : (놀라서) 누가 그래? 순욱이가 그래? 생각이 났대?
관우 : (!!) 네,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을 다 얘기해주세요. 왜 교통사고를 내고 숨긴겁니까?
기호 : (말 못하겠고) ...
관우 : 사람을 쳤는데 물피사고라고 허위신고까지 하셨던데요?
기호 : (당혹스러워 변명) 난 신고하고 죄값 치를려고 했었어. 진짜야.
(포기하듯) 근데 그 사람이.. 그러지 말라고 했어. 어차피 그 애 기억이 없으니까 묻으라고..
관우 : (!!) 그 사람? 누구요?
#49.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컴퓨터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전화 울린다.
도연 : 여보세요.
양계장 : (E) 검사님! 큰일 났습니다. 참고인으로 소환한 과일가게 문성남씨 말입니다.
도연 : 네..
양계장 : (E) 어제밤에 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도연 : (놀라) 네에?
#50. 시골길 다리가 있는 곳 (D)
굳은 표정의 도연 차에서 내리면 현장에 있던 양계장 얼른 도연에게 달려가 안내를 한다.
이미 경찰차들이 와있고 경찰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다리 아래 4륜구동 오토바이가 쳐박혀 부숴져 있다. 핏자국들이 나있다. 이미 시체는 수습되어 없다.
도연, 얼른 주위를 살핀다. 멀리 보안 CCTV가 보인다.
도연 : 어떻게 된거에요?
양계장 : (작은 수첩과 펜을 든 채) 음주운전이었대요. 저쪽에서 오다가 이 다리 밑으로 떨어져 목뼈가 부러져 즉사.
도연 : (어이없고) 이 대낮에 음주운전을 했다구요?
양계장 : (수첩보며) 네. 혈중 알코올 농도 0.19%.. 만취상태였습니다.
도연 : 저 CCTV는 확인해봤어요?
양계장 : 네, 근데 고장이랍니다. 그것도 사건 1시간 전에..
도연 : 민준국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장이 날라오자마자 음주운전으로 사망.. 거기다 CCTV가 사건직전 고장이 났다?
이게 다 우연일까요?
양계장 : (확신에 차서) 우연 아니죠. 절대..
도연 : (결연히) 지금부터 민준국이 살아있는 걸로 인지합니다. 민준국, 지명수배 해주세요.
#51. 옷방 (D)
수하, 민소매티 입고 그 위에 셔츠를 입으려다 거울에 비친 어깨에 흉터를 보게 된다. 잠시 멈칫 하고는 흉터를 본다.
#Ins. 혜성의 옆구리 흉터 자신의 흉터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수하 : (어깨 흉터를 만지며) 비슷하네.. 그 흉터랑..
그때 펑 떠오르는 기억.
#Ins. 9회 37씬 지하 주차장
수하, 준국을 보고 얼른 혜성을 안고 감싼다.
준국의 칼이 혜성 대신 수하의 왼쪽 어깨 쪽을 찌른다.
수하, 떠오르는 기억이 놀랍다. 그리고 연이어 떠오르는 기억..
#Ins. 9회 37씬 지하 주차장
수하, 너무나 놀라 내려다보면 혜성의 옆구리 쪽 하얀 블라우스 위로 피가 번진다.
수하의 칼이 바닥에 쨍그랑 떨어진다.
수하, 놀라움에 눈이 커진다. 그제야 떠오른 그날의 악몽같은 기억 주저앉는 수하.
수하 : (당혹스러움에) 어.. 이게 뭐야.. 이거는 아냐.. 당신이 왜...
#Ins. 9회 37씬 지하 주차장
수하 : (피가 묻은 손이 덜덜 떨린다. 낮은 탄성처럼)... 왜.. 당신이.. 왜..
혜성 : (힘겹게) 이 밥통아. 내가 그랬지. 저 인간을 죽이면 넌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고.. 살인자가 된다고..
<컷> (E) 아무한테도 얘기하지마. 절대.. 이건 니가 찌른게 아냐. <컷> 허튼소리하면.. 앞으로 다신 너.. 안봐..
수하, 문에 붙은 포스트잇들이 혼란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위로 완성되는 수많은 기억들이 쏟아지듯 떠오른다.
수하의 지난 기억들이 짧고 긴박하게 편집이 된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는 빠르게..컷컷컷.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빠르게 전환)
교통사고, 스마일, 먹물 먹은 등신들, 목격자 장혜성, 내가 지켜줄게, 납골당의 고모부, 놀이동산의 풍선,
아프다구요! 울던 어린수하 등등 긴박하게 시간순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수하의 과거.
수하 : (머리를 감싸며) 윽...
혜성 위촉기사 보는 수하, 달려가는 수하, 버스 안 혜성, 지하철 성빈 구하는 수하, 혜성을 들쳐 업던 수하,
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법정에서 사인주는 수하,
혜성집문 박차고 들어서는 수하, 민준국 패는 수하, 수갑찬 수하, 빗속에 수하, 멱살 잡히는 수하, 정장입고 하이파이브,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혜성, 민준국과의 격투, 혜성을 찌른 수하, 수술실,
준국에게 전화받는 수하, 달려가는 수하, 컴컴한 낚시터 앞에 서는 수하,
(플래시컷 길이가 길어지는) 낚시터 안에 들어서는 수하 컷. 그 앞에 준국 컷 준국 눈물을 흘리고 있다.
#Ins. 낚시터 (N)
준국 : (눈물 흘리며 비릿한 미소) 넌 니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수하, 충격에 얼어붙는다.
수하, 혼란스러움에 셔츠를 들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52. 혜성 집 앞 (D)
뛰어 나오는 수하. (거리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자꾸 튀어나오는 준국의 기억.
Ins. 낚시터 (N)
준국 : (눈물 흘리며) 나도 처음은 사람처럼 살았어. 날 짐승으로 만든건.. 니 아버지야.
수하, 귀를 막고 달려간다.
#53. 거리 (D)
수하, 떠오르는 기억을 막고 싶다는 듯 달리는데 결국 떠오르는 기억, 멈춰선다.
#Ins. 낚시터 (N)
준국 : (눈물을 흘리며 조소로) 내가 니 아버지를 죽였듯이.. 니 아버지는 내 아내를 죽였어.
거리의 인파 속에 수하, 홀로 서서.
수하 : (혼잣말로) 아냐. 그럴 리가 없어.
#Ins. 낚시터 (N)
수하와 준국 대치중이다.
수하 : (혼란스러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준국 : (눈물 흘리며 비릿한 미소) 넌 니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수하 : (준국 멱살을 잡고 분노로 처절하게 외치는) 시끄러!! 닥쳐! 거짓말하지마!!
준국 : (노려보며 눈물) 넌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는걸 알거 아냐.
수하 : (손 풀고 뒷걸음질 치는) 그만해.. 제발..
준국 : (다가오며) 니 아버지가 그 간사한 혓바닥으로 내 아내를 죽였어!
수하 : (뒷걸음질 치는) ...
준국 : (수하를 향해 소리치는)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니 아버지야!!
수하 : (왼손으로 준국의 목을 조르며 버럭) 닥쳐!
준국 : 지금 넌 날 죽이고 싶을거야. 그치? (비웃듯 칼을 수하 오른손에 쥐어주며 자신의 가슴을 향해 겨누게 해주며)
그래 죽여. 죽여봐!! 지금 니가 11년전 나랑 다를게 뭐야!!
수하, 이를 악물고 죽이려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손으로는 준국의 목을 조르고 한손은 칼로 찌르려는 순간 그러다 떠오르는 혜성과의 약속.
# Ins. 9회 병원씬
수하 :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 안할거야. 이 약속 꼭 지킬테니까.. 날 믿어줘.
수하 : !! (손에서 힘을 빼며) 난 달라. 난 당신처럼 짐승으로 살지 않을거야. 절대.. (칼을 놓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다) ..
준국 : (그런 수하의 선택에 더 열이 오른다) 거기서!
# 어두운 시골길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망치듯 달리는 1년전의 수하 (N)
수하 : (E) 아버지..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 도망치듯 달리는 지금의 수하 (D)
수하 : (목이 메여/E) 아버지.. 아버지..
# 어두운 뚝방길을 향해 달리는 1년전의 수하 (N)
# 거리를 달리는 지금의 수하 (D)
# 뚝방길에 올라 가로지르려다 기호가 모는 파란 1톤 트럭에 치는 수하 (N)
#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수하 (D)
끼익 선 오토바이, 수하 멍하니 서있고 눈물 범벅이 된다.
오토바이 : 얌마!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해!!
수하 : (오토바이를 보면) ...
오토바이 : (눈 굴리며/E) 가만 있으면 인도라서 내가 불리해. 무조건 쎄게 나가야 돼! 쎄게!!
(ON) 너 임마 죽고 싶어 환장했어? 경찰서 갈까? 어!!
그렇게 시작되는 소음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이 다 들리기 시작한다.
사람들 : (소음이 뒤섞여 점점 커지는걸로/E) 왜 저래? 오토바이 과실인거 같은데? / 여긴 인돈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
왜 울지? 다쳤나? /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그러다 엮이면 귀찮은데.. / 와~ 대박 잘 생겼다! / 일단 폰으로 찍어놓을까?
뭔데 이렇게 모여있는거야? (등등 사람의 속마음 소리는 웅성거림으로 점점 커져 수하에게 거대한 소음이 된다)
그때 수하 발밑으로 뚝 떨어지는 핏방울.
귀를 막고 있는 수하,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수하, 그대로 기절하고 몇몇 사람들 놀라 달려들어 수하를 부축한다.
#54.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관우, 달려 들어온다.
#55. 국선전담 사무실 (D)
관우 뛰어들어오며.
관우 : (걱정스런) 짱변!! 짱변!! 민준국이 살아있어요!!!
그제야 보면 혜성 곁에 이미 도연이 와있다. 상덕과 유창도 걱정스런 얼굴이다.
혜성 : (담담히) 네, 지금 들었어요.
관우 : (어떻게 된일인가 영문 몰라) 서검사님이 여긴 웬일입니까?
도연 : 저도 인지했습니다. 민준국 살아있는거..
상덕 : 넌 어떻게 안거냐?
관우 : 박수하를 1년간 보호한 할아버지요. 1년 전 사건 당일 음주운전으로 박수하를 친거였어요.
유창 : 그래서 데리고 있었던거에요? 그 음주운전 사고를 감출려고?
관우 : 원래는 자수하려고 했는데 그걸 막은 사람이 있대요. 박수하가 기억이 없으니까 그냥 묻으라고..
상덕 : 그게 설마..
관우 : 민준국이에요. 그때 이미 왼손이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유창 : (놀라) 세상에.. 진짜 이게 다 민준국 자작극이었던거에요?
상덕 : (도연에게) 민준국은 어디 있는겁니까?
도연 : 아직 몰라요. 일단 수배 내려놨습니다. (혜성에게) 일단 지구대쪽에 순찰강화 하라고 얘기해놨어.
그리고 보복범죄방지 프로그램도 알아보고 있으니까 너무 겁먹지는 말고..
혜성 : (OL) 그러면 수하는? 수하 2심은 어떻게 되는거야?
도연 : 뭐?
관우 : !!!
혜성 : 민준국이 살아있으면 수하 건은 항소취하 해야 되는거 아냐?
도연 : (답답해서) 야! 이 상황에서 항소 얘기가 먼저니?
혜성 : (답을 받아내고 싶다) 어! 먼저야. 항소취하 할거지?
도연 : (할 수 없다는 듯) 그래. 할거야.
혜성 : (미소) 고맙다. 저 좀 나갔다 올께요.
관우 : (잡고) 어디가요?
혜성 : 수하한테 알려줘야죠!!
관우 : (맥이 탁 빠진다) ...!
#56. 법조 타워 앞 거리 (D)
수하, 막막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손에는 코피가 묻은 휴지, 마지막으로 코피를 닦고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준국의 외침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준국 : (E)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니 아버지야!!
수하 : (담담히) 이거였구나. 내가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이.. (자조적으로) 지운다고 없어지는게 아닌데..
멀리 혜성이 빠른 걸음으로 핸드폰을 꺼내며 나오는게 보인다.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E)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사실을 알면 날 더 원망하겠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 또 얼마나 두려워할까.. (혜성을 막연히 보는데 혜성의 마음이 읽힌다)
혜성 : (벅찬 기쁨으로 핸드폰을 찍는/E) 민준국이 살아있었어. 수하가 죽인게 아니었어. 역시 그 자식이 내 약속을 지킨거였어.
수하 : (의외다. 그런 반응일 줄 몰랐다) !!
수하, 그런 혜성의 마음이 읽히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그때 수하 핸드폰에 ‘장변호사님’이 뜬다.
수하 : (혜성을 보며 받는) 여보세요. (일어난다)
혜성 : (걸어가며 벅차올라/E) 어 난데.. 너 지금 어디야? 집이야?
수하 : (혜성을 따라가며) 아뇨. 밖에 나와 있어요.
혜성 : (멈춰서서/E) 민준국이 살아있어. 서도연이랑 차변이 알아냈어.
수하 :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따라가며) ..네..
혜성 : (기쁨으로/E) 반응이 왜 이래. 민준국이 살아있다니까! 넌 이제 완벽하게 무죄야! 2심 안가도 돼!!
수하 : (혜성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 사람이 살아있으면, 당신이 위험하단 뜻이잖아.
혜성 : (핸드폰에 대고 버럭) 야 이 밥통아! 그거야 나중 문제고! 서도연이 니 재판, 항소취하 할거래. 내가 지금 막 들었어.
그러니까 넌 이제 더 이상 피고인이 아니라..
수하, 혜성을 뒤에서 안는다. 놀란 혜성 돌아보면 수하다.
혜성 : 야.. 너.. (빠져나오려 하면)
수하 : (더 꼭 안고 눈물 흘린다) 당신이야 말로 밥통이야. 당신 목숨이 다시 위험해졌는데.. 어떻게 내 무죄가 먼저야.
어떻게 그래.. (혜성을 안은 채 혜성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혜성 : (당혹스러워하다가 수하의 울음에 누그러지고 안도의 미소로)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수하의 손(혹은 머리)을 쓰다듬어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