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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정교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시스템 덕분에 경쟁이 치열한 가전업계에서 성공을 거두어. 삼성전자 경영진은 SCM 시스템과 혁신적인 디자인, 부품의 표준화 덕분에 삼성이 소니ㆍ마쓰시타ㆍ파나소닉ㆍ샤프와 같은 일본 경쟁사를 앞설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7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삼성 SCM센터 이춘재 부서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전 세계 11개국에 위치한 20여개 삼성공장에 새로운 생산지침을 전달해. 삼성전자의 SCM 시스템은 전 주의 판매ㆍ생산ㆍ공급ㆍ제품개발 관련 데이터에 기초해 주ㆍ월ㆍ분기별 판매량을 예측해. 이춘재, “(판매량을 예측하는 일은)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아. SCM은 삼성전자의 전 세계 생산라인이 조화로운 화음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해”
과거에는 일본 업체들이 세계 TV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2년 연속 세계 TV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해. 시장리서치기관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삼성TV의 세계시장점유율(13.6%)은 세계 1위이며 LG전자(11.4%)는 2위, 그 뒤를 필립스(7.4%), 소니(6.6%)가 뒤가고 있어. 평면TV부문에서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17.2%로 소니(10.6%), 필립스(10.2%), LG(9.7%),샤프(8.9%)를 크게 앞서고 있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윤부근 부사장, “SCM은 삼성을 경쟁업체와 차별화해. SCM 시스템은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후 도입되기 시작됐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마침내 지난 3년 동안 삼성의 경쟁우위를 높이기 시작했음. 중요한 것은 전 생산단계에 걸쳐 급변하는 수요와 공급을 분석할 수 있는 노하우와 능력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TV산업에서 낮은 재고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재고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신모델의 시장출시 속도임.
특히나 TV제조업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베스트바이(Best Buy)나 써킷시티(Circuit City)와 같은 대형유통업체들이 TV가격이 떨어질 경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TV 재고분의 가격차를 제조업체가 보상해주길 요구한다는 것. 때문에 낮은 재고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지난해 삼성전자의 재고기간은 15일로 2004년 21일에 비해 크게 줄어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보다 2배 정도 자주 신제품을 출시해. 윤부근 부사장, “삼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품라인 전체를 세계시장에 동시에 내놓을 수 있어”. 간헐적으로 신모델을 출시할 경우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뿐더러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에도 비효율적임. 하지만 신제품의 전 라인(사이즈별, 기능별)을 동시에 출시할 경우, 판매대 한쪽 전체에 상품을 진열할 수 있으므로 지나가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가 더 쉬워
또 다른 중대한 성공요인은 서로 다른 모델의 공유 부품을 표준화한 것임.
예컨대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32인치 LCD TV와 미국에서 판매하는 60인치 PDP TV에 모두 동일한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고 있어. 내년부터 모든 삼성 TV는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될 것
이런 노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모델 생산에 소요되는 최소기간이 2005년 16주에서 현재는 4주로 크게 줄었음.
부품 표준화를 통해 수급문제를 겪는 유럽공장은 아시아 공장으로부터 부족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삼성전자 경영진은, HDTV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삼성전자 IR 담당 부사장 주우식, “삼성은 전체 TV산업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데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부문 매출액은 2004년의 33억달러에서 2007년에는 186억달러로 급증했음. 삼성전자는 매출 목표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주요 사업인 LCD TV에서의 목표량을 지난해의 1,300만대에서 증가한 1,800만~2,000만대로 잡고 있어
CJ투자증권에 따르면, LCD 패널과 휴대폰 사업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46% 증가한 90억달러, 매출액은 19% 증가한 780억달러에 달할 것. 올해 코스피지수가 15% 가량 떨어진 가운데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음.
물론 경쟁이 치열한 TV산업에서의 수익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과거 2년간 한자리수 중 후반대의 이익을 내면서 TV산업에서 최고 실적을 유지해 왔음. 주우식 부사장,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도 5% 대의 마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삼성의 이런 낙관은 아시아, 미국, 유럽에 위치한 6개 디자인 센터에서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디자인에 일부 기인해
삼성의 미니멀한 TV 디자인은 최근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향과 맞아 떨어져.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상무 강윤제, “TV가 대형화되면서 거실의 중요 가구로 자리매김 함에 따라 TV 디자인에 장인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야”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보르도’ 모델임. 깨끗하고 심플한 외형을 위해 스피커를 전면에서 제거하였으며,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거실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후면을 고광택 소재로 마감했음. 보르도TV는 200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총 8백만대 이상 판매되었는데, 이는 초기 목표보다 1백만대 이상 더 판매된 것임. 삼성전자는 이 달 보르도 모델 이상의 선전을 기대하며 크리스탈을 연상시키는 베젤을 사용한 새 미니멀 TV 판매를 시작했음.
만약 계획대로라면, 삼성전자의 TV 부문에서의 성공은 디지털미디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일조할 것
주우식 부사장, “TV시장에서 쌓은 명성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기를 기대해. TV는 삼성전자 프린터와 노트북 컴퓨터를 판촉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어”
하지만 모두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님. 템피스캐피탈운용 IT전문가 마이클 민, “삼성은 향후 TV 시장의 강자로 머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춰. 하지만 (소비자들의)디지털TV와 HDTV로의 이동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TV산업 전체에서의 선두 차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동종업계의 상위주자인 소니와 샤프, 신생기업인 비지오(Vizio) 역시 삼성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어. “TV가 프린터와 노트북 컴퓨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경쟁이 극심한 TV산업에서 선두를 차지한다 해도 (다른 시장에서의)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아”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평면패널에 있어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참패시켰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TV 부문에서 소니나 샤프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음. 삼성의 다음 주력품인 프린터와 노트북 컴퓨터의 경쟁사인 델, 도시바, 휴렛팩커드는 조심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