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약국에 노인 손님이 찾아와 약사에게 말한다. 숨쉬기가 힘드오. 약사가 말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쉬면 되지 무슨 엄살이오. 약사와 손님은 오랜 구면일 것이다. 위아래 집에 사는지도 모른다. 사실 손님은 꼭 약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폭폭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약사는 그 내력을 안다. 그래서 손님의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약이 있을 것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 소중한 줄 모를 때라고 숨쉬기 힘든 손님은 이야기한다.
<곽재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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