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체한 증상이 있던 K씨는 복통과 구역 증상이 심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워서 쉬려고 해도 등으로 뻗치는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누울 수도 없었다. 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이었다.
췌장은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과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다.
췌장 주변에는 위·간·비장과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간문맥 등 중요한 혈관이 있어 췌장이 손상되면 신체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 외분비 기능이 손상돼 소화 효소가 조기 활성화하면서 생기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과음ㆍ담석ㆍ고중성지방혈증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이 계속 재발하면 만성으로 이어진다.
만성 췌장염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췌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일어나고 내분비·외분비 기능 모두 장애가 발생한다.
섬유화가 계속되면 어떤 치료로도 췌장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
췌장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일으켜 만성 복통, 영양 결핍, 지방 대변, 당뇨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 통증 강도가 커지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몇 시간에서 며칠간 지속된다.
이 밖에 구역ㆍ구토ㆍ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전태주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췌장은 복막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이기에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급성 췌장염은 혈액검사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혈액검사에서 혈청 아밀라아제나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3배 이상 오르고, 복부 CT 검사에서 췌장 주변으로 염증액이 고여 있거나 췌장 괴사
소견이 있으면 이 질환으로 확진한다.
복부 CT 검사는 급성 췌장염 진단 뿐만 아니라 중증도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고, 췌장과 주변 장기 상태, 췌장 괴사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영제를 사용해 조직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급성 췌장염 합병증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
급성 췌장염의 80~90%는 대부분 금식, 수액 요법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괴사성 췌장염이라면 감염이 동반될 수 있고 패혈증과 다장기 부전 등으로 악화하면 중재적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담석성 췌장염이 의심되면 ‘내시경 역행 담췌관조영술(ERCP)’ 같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여 급성 췌장염을 일으킨 담석을 제거해야 한다.
급성 췌장염을 예방하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급성 췌장염에서 완치된 뒤에도 술을 마시면 췌장염이 재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담석성 췌장염이라면 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하는 게 좋다.
회복된 뒤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