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자극, 심각한 우려” 견제
洪 “어렵게 형성된 훼손 안돼야”
전문가 “공약이 집값안정 방법”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정부가 여야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집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집값을 더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억지로 묶어둔 집값이 오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강력한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집값이 잠시 하향세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을 정부는 마치 집값이 안정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몇 달째 계속 같은 진단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집값 안정화 흐름을 훼손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도 있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특이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은 여야 그리고 현정부, 차기정부를 떠나 추구해야 할 공통의 지향점”이라며 “어렵게 형성된 안정화 흐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 방안을 각각 내놨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으로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사전에 차단하려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곧 이번 대선이 이른바 ‘부동산 민심’에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라 주요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규제 완화 등 공약을 내놓는 것에 정부가 우려를 표하며 일종의 경고나 제동을 걸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 노원구를 찾아 “재개발·재건축은 도심 내 중요한 주택 공급 수단”이라면서 ‘재개발·재건축 신속협의제’ 도입과 용적률을 500%까지 높일 수 있는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윤 후보는 12일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기존에 추진 중인 GTX A·C 노선을 경기도 평택까지 확장하고 D·E·F 노선은 신설해서 수도권을 ‘30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교통망 확충에 따른 수혜지역은 경기도 김포와 수원, 하남, 인천 등 사실상 수도권 전체다.
두 후보가 발언한 공약은 일시적으로는 잠시 집값이 오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시킬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의 공약은 서울권에 재개발·재건축을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며, 윤 후보의 공약은 서울권에 집중된 인구분포를 수도권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효과를 주므로 역시 공급과 수요에 도움을 주게 돼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두 공약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집값 안정에 방해가 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공급을 더 늘려 확고한 안정세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17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는 소리가 다시는 안 나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대선후보의 공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국토부 장관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더 늘리겠다고 말해 부처 간에도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두 후보 모두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게 왜 집값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도 안되고 근거도 없는 전혀 엉뚱한 발언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대출규제로 돈줄을 죄니 시장 매수세가 줄면서 증가세가 꺾인 것이지, 마치 집값이 잡혀 있는데 방해된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현 부동산 시장에서 문제의 본질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실패한 이유가 재건축을 묶어두면서 공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을 허용하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이 되므로 집값이 안정되는 것이 이치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정말 잘못 짚은 발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집값은 공급이 된다는 신호만 보내줘도 안정이 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까봐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한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잠깐 맞춤식의 부동산공약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주게 되므로 일관성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42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