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 병원 출입구 봉쇄하고 환자 보호자 출입도 통제지난 13일 부천 세종병원에서는 도무지 병원이라고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일단 병원의 모든 출입구가 통제됐다. 응급실 출입구는 대형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놔 쥐 한마리도 드나들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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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출입구를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놨다. ⓒ민중의소리 |
병원 정문 출입구는 대형버스와 봉고, 승합차 등을 이용해 막아 놓았다. 그 옆을 용역경비와 병원 관리직원들이 지키며 환자와 보호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병원 관리직원들은 입원 환자들의 명단을 들고 보호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보호자들을 병원 안으로 들여보냈다.
병원측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이날 전국에서 상경한
보건의료노조 간부 500여 명의 집중투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세종병원측에 성실교섭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삼일동안 병원 로비에서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면 둘 : 물대포 쏘고 소화기 분사하고, 여기 병원 맞아?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은 힘으로 차량과 컨테이너박스를 밀어내고 병원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용역경비들은 소화기를 분사하고 소화전을 이용해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조합원들은 영하의 날씨에 물벼락을 맞아 추위에 떨었고, 소화기 분말가루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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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밀어내고 응급실 출입구로 진입하려 하자 용역경비들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 |
결국 조합원들은 응급실 출입구쪽에서 용역경비들을 밀어내고 병원 진입에 성공했다. 소화기 분말가루로 뿌연 병원로비는 마치 전쟁터 같았고, 용역경비와 조합원들의 충돌은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날 부상자도 속출했다.
한양대 병원 신용우 조합원은 각막이 파열되고, 세종병원 윤은진 조합원은 소화기 분말가루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위세척을 받았다.
KBS, SBS, YTN 등의 방송사들은 이날의 장면을 용역경비의 '폭력'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심장수술 1위 세종병원, 노사관계는 0점"사실 용역경비와 조합원들의 충돌은 이날 뿐이 아니었다. 세종병원 노조가 병원 로비에서 파업농성에 돌입한 후 지난 50여일간 피말리는 대치는 계속돼 왔다.
노사대치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노동계에서는 하나같이 병원측의 노조말살 의도를 손꼽는다.
병원측의 그간의 태도는 이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종병원 노사는 작년 6월 22일 임금단체협상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가졌다. 노동조합은 5% 임금인상,
주5일제 실시, 병동시설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노조전임자 축소 등의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병원측은 단 세 차례 교섭만인 7월 말 기존의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동법에 따르면, 사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후, 6개월이 경과해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기존 단체협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이에따라 세종병원 노사는 노조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지난 2월 1일 무단협 상태를 맞게 됐다. 이후 병원측은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유급전임자의 부서복귀를 요구하고 파업중인 조합원 30명에 대해 직장폐쇄를 하며 퇴거를 요구했다.
세종병원 노조는 15일로 파업 56일을 맞았다. 그동안 제대로 된 교섭 한 번 진행되지 않았다. 병원측은 병원 로비의 농성장 철수 및 세종병원 노조원과 상급단체 교섭대표 3명만 남기고 모두 병원에서 떠날 것을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병원의 행태에 대해서는 부천지방노동사무소의 핵심관계자조차도 "병원측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할 정도다.
현재 세종병원 사태는 노사간 자율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노동부 등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단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노총은 장기투쟁사업장 해결을 위한 노동부와의 정례 실무협의에서 세종병원 문제를 적극 다룰 예정이다. 용역경비와 노조원의 잦은 충돌로 전쟁터가 따로 없는 세종병원 노사갈등의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정웅재 기자
첫댓글 병원 사측 웃긴다! 완전 폭력 용역을 고용해서 조합원들을 힘으로 눌러버리려고 하다니..저런 무식한 짓이 어딨냐!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이 말도 안되는 짓이 어딨냐! 노조 파이팅!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