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인간 성격의 유형과 캐릭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테오플러스토스는 철학의 계승과 확장을 담당한 중요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그는 그의 저서 『캐릭터』에서 인간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30가지 유형, 가식꾼, 아첨꾼, 겁쟁이, 공연히 참견하는 사람, 눈치 없는 사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낭설꾼, 구두쇠, 멍청이, 퉁명스러운 사람,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의심 많은 사람, 불쾌한 사람, 허영심 많은 사람, 수다쟁이 등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연극 중 등장인물을 통해 ”모든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고 모든 남녀는 그저 배우일 뿐. 등장과 퇴장이 있고 각자 자기 인생에서 다양한 역을 연기한다. “라고 말했듯이 소설이나 연극, 만화 등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 유형을 등장시켜 그 성격에 맞는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나 관객들에게 공감을 유발한다.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고 그 성격에 맞는 유형의 행동을 잘 묘사하는 작가가 유능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캐릭터를 잘 만들수록 작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캐릭터의 성격이 확고할수록 어느 상황에 던져놔도 스스로 적절하게 대응하여 말이 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캐릭터는 인간의 성격을 유형으로 분류하여 작품의 인물로 등장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똑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심리학자들이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개발한 MBTI가 있다. 이는 칼 융의 성격 이론을 바탕으로, 이사벨 마이어스와 캐서린 브릭스 모녀가 개발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 검사다.
MBTI는 인간의 내적 과정을 주의 초점(에너지의 방향), 인식 기능(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 판단 기능(판단의 근거), 생활양식(삶을 선호하는 패턴) 4가지 선호 경향으로 분류했는데, 주의 초점(에너지의 방향)으로 하나는 자기 외부에 주의 집중. 다른 누군가에게 발상, 지식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외향, 다른 하나는 자기 내부에 주의 집중. 발상, 지식이나 감정에 대한 자각의 깊이를 늘려감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내향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인식 기능(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은 오감 및 경험에 의존하는 현실주의적인 유형인 감각형과 직관 및 영감에 의존하는 이상주의적인 유형인 직관형으로 나누었고, 판단 기능(판단의 근거)은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고 논평하기를 좋아하는 업무 중심 유형의 사고형, 그리고 이성보단 감정에 치우치며 의미, 영향, 도덕성을 중시한다. 우호적인 협조, 공감하기를 좋아하는 인간관계 중심 유형인 감정형으로 나누었다.
생활양식(삶을 선호하는 패턴)은 분명한 목적과 방향 선호.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며 기한을 엄수하는 판단형, 그리고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 선호. 자율적이고 체계는 없지만 재량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인식형으로 나누고 조합하여 인간의 성격 유형에 대한 심리검사를 만들었다. 인간의 성격 유형에 관한 심리학자들은 꾸준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동양에서는 사람의 생년, 월, 일, 시의 네 가지로 이루어진 사주에 음양오행의 원리를 적용하여 운명을 해석하는 사주 명리학이 있다.
이러한 성격 유형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곳은 드라마나 연극, 영화 등에서다. 작가가 대본에서 성격 유형에 걸맞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극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우리가 날마다 시청하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전통적으로 착한 주인공과 나쁜 악역이라는 이분법적 단순한 대립 구도의 스토리에서 다층적인 캐릭터로 바뀌어졌다.
드라마에 한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한국 TV드라마 『질투』가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뒤를 이어서 1993년 『연인』, 1994년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등이 중국에 진출해 방영되었고, 1997년 『별은 내 가슴에』가 홍콩의 위성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뒤 2002년 『겨울연가』가 대만, 홍콩,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류 드라마 바람이 거세졌다.
특히 『겨울연가』의 일본 내 인기는 열광적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 『대장금』이 중국과 일본을 넘어 이란에서 70% 이상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셈이었다. 『대장금』은 91개국에 방영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 드라마의 흥행과 더불어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과 관광으로 이어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텔레비전 방송으로 송출되는 드라마가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 방법이 전환되면서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방영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소품이 중국 현지에 판매되기 시작했고, 드라마 속 전지현이 먹었던 치킨과 맥주는 일명 치맥 붐이 일면서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케이블이나 위성 기반 공급자를 거치지 않고 공개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디지털 배포 서비스로 드라마가 송출되는 OTT 드라마는 현재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재 한류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TV시청 세대에서 인터넷 시청 세대로, 뒤이어 OTT세대로 한류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OTT는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 시청할 수 있는 포맷이기 때문에 방송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확산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는 드라마 송출 방법이다.
한류 드라마 성공 요인으로 대체로 배우의 매력적인 외모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 복합적인 갈등 구조, 다층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소재 또는 소재의 다양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한국 문화만의 독특함이 녹아있다는 점이 한류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류바람이 지구촌을 휩쓸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류바람은 드라마로 인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공간과 등장인물인 배우의 옷차림, 장신구, 선호하는 음식 등 드라마와 관련된 문화상품에 대해 구매 충동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드라마 속 주인공 배우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소비 욕구를 유발하여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며, 판타지는 이상적 상태로 소비자의 이상 자아를 자극하고 활성화한다고 한다. 따라서 드라마를 본 시청자는 드라마 속의 관련 문화상품을 자신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판타지를 경험하고 싶어 하게 되며, 이것이 실제 소비 행위에도 영향을 주어 결국 우리의 상품이 세계 각국으로 팔리게 되는 등 경제적인 소득을 창출하게 된다.
현대는 선악의 대립적인 캐릭털 대별되는 인물이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남에 따라 다층적인 캐릭터들이 드라마 속에서 흥미를 끌기 마련이다.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문화의 종주국으로서 걸맞는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