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영성
도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관상기도』
구원의 마리헬레나 지음
합일(일치)의 기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자매들이여 (뜻을 바치는) 이 선물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까? 결심을 가지고 아낌없이 바치기만 하면, 전능하신 분을 끌어당겨 미천한 우리와 하나가 되게 할 수 있고, 또한 우리는 당신과 결합되어 창조주와 피조물이 합일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여러분은 얼마나 흐뭇한 갚음을 받습니까?”(완덕의 길 32,11)
주님의 뜻은 하느님과 하나 되는 합일의 은혜를 인간에게 베푸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된 것은 내 생각, 내 계획 즉 내 뜻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한 것이다.
주님 뜻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내 뜻대로 따먹고 하느님과 떨어지게 된 것임을 기억하면 내 뜻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악의 유혹에 딱 걸려들기 좋은 마음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원조가 했던 것을 기워 갚고 하느님과 멀어졌던 인간을 데리고 다시 아버지께로 가는 길에 모범을 보이시며 걸어가셨다. 그 발자취를 따르면 예수님과 하나 되어 예수님의 영광을 함께 보게 될 것인데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다.
우리가 거역해도 아버지의 뜻은 이루어지니 뜻을 따름으로 덕을 닦으라 권고한다.
“또 한 번 설명하겠으니 자매들은 똑똑히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원하든 말든, 하늘과 땅에서 채워져야 하고 채워지는 만큼 내가 타이르는 이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 마땅히 이루어지는 당신의 뜻을 채움으로써 덕을 닦도록 하십시오.”(완덕의 길 32.4)
시련과 병고, 박해는 나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내 뜻을 없게 하거나 적어도 내 뜻이 줄어들고 하느님 뜻에 유연하게 해준다.
소화 데레사는 이를 ‘작은 자’, ‘어린이의 길’, ‘모래알’로 표현하고 있다. 만일 내 뜻이 없다면 욥처럼 “주께서 주셨던 것 주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다만 주를 찬미할지라” 하게 될 것이다.
내 뜻을 완전히 바칠 때 관상의 은혜가 주어진다.
(“이 임금님은 자기를 통째로 바치지 않는 자에게 당신을 주시지 않는 것입니다.”(완 16.4);
“온통 우리를 당신께 바치기 전에는 온통 당신을 우리에게 주시지 않습니다.”(완 28.12))
내 뜻이 없는 것을 “나비가 되기 위해 누에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라고 표현한다.
“내가 (지금까지) 이 책에서 여러분에게 말한 것들은 다음의 몇 가지를 위한 것입니다.
즉 우리를 하느님께 온전히 바치는 것, 당신 뜻에 우리의 뜻을 두는(합치는) 것, 그리고 피조물을 이탈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준비함으로써 어느덧 나그네 길을 끝내고 이미 말한 바 있는 그 생명수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뜻을 온전히 주님께 맡겨서 매사에 당신 뜻대로 하시게 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결단코 그 생명수를 마시지 못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부탁한 완전한 관상입니다.”
(성녀는 초자연적 은혜로 주어지는 합일과 하느님의 뜻에 내 뜻을 합치는 합일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초자연적인 은혜를 주님께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희망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합일이란, 우리가 오직 하느님의 뜻을 좇는 데에 마음을 두고, 그렇게만 힘써 나아가면, 주님이 도우시어서 거뜬히 얻어지는 것입니다.” - 『영혼의 성』 바오로딸, 예수의 데레사 지음, 최민순 옮김, 2007년, 5궁방 3,3 p125. )
성녀처럼 관상기도를 하고 싶어 하는 딸들에게 쓴 “관상기도”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인 내 안에서도 이루어지소서.”를 기도하며 내 뜻을 잘 바칠 때 주어진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결심을 가지고 「내 뜻을」 아낌없이 바치기만 하면 전능하신 분과 하나가 되어 창조주와 피조물이 합일을 이루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에 이른다.
『영혼의 성』 5궁방에서는 합일(일치)의 기도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주님은 한 영혼이 당신과 결합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비로소 그와 기쁨을 나누고 비밀을 열어 보이십니다. 영혼 밖에 있는 기능을 잃게 하시어 아무것도 영혼을 귀찮게 구는 것이 없도록 하시면, 그것이 바로 ‘홀림’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주님은 영혼과 지극한 사이가 되시어 당신께 바쳤던 의지를 돌려주실 뿐 아니라 당신의 의지를 주시며 바꿈질을 하십니다.”(완 32,12)
이를 통해 영혼과 하느님과의 사귐은 깊어져감에 따라 주님은 성녀 데레사에게 “내가 너의 일을 돌볼 터이니 너는 내 일에만 관심을 쏟아라.” 하시며 맞바꿈질 하신다.
성녀는 하느님 뜻이 자신 안에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랬고 이 바람은 기도로 타오른다.
“주여, 당신의 뜻이 내 안에 채워지소서. 주님이 원하시는 그대로 다 이루어지소서. 고생을 시키시는 것이 주님의 뜻이시면 고생과 힘을 아울러 내게 주소서. 박해와 병고와 망신과 가난을 주시는 것이 당신의 뜻이시면 여기 대령했나이다. 얼굴을 돌리지 않으리이다. 이미 당신 아드님이 전 인류의 이름으로 '내 뜻'을 당신께 온전히 바쳤사온대 내 탓으로 그 말씀이 헛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내게 은혜를 내리시어 당신의 나라를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드님이 나를 위하여 바친 대로 당신 뜻을 채우게 하여 주소서. 나를 당신 것처럼 당신 뜻대로 다루어 주소서.”(완 32,10)
우리에게도 ‘주님의 뜻’인 관상기도의 은혜를 주시도록 성녀와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성녀가 드린 이 기도를 바친다면 우리도 머지않아 주님의 뜻을 채워 드리는(관상 기도하는) 자가 될 것이다. 남은 것은 줄곧 받으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온갖 선은 이 끈덕짐에 있는 것”이라고 한 성녀의 말씀을 지침 삼아 끈덕지게, 생명수를 주시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시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힘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오이다.
“여기서 한가지 부탁하겠는데, 여러분의 노력과 근면으로 여기에 도달하려고 생각지 마십시오. 그것은 헛수고일 따름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에 있던 열심도 식어버릴 것입니다.”(완 32,13)
이것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주님의 기도」를 정신 바짝 차리고 온 정성을 쏟아 마음 다해 바쳐야 할 것이다.
「주님의 기도」 전반부인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와 ‘아버지의 뜻(좁은 의미에서 생수 주시는 것)이 이루어지소서!’가 앉으나 서나 매일의 화살기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자녀들이 쏘아대는 열성과 사랑이 담긴 화살을 맞으시고 사랑의 성령을 넘치도록 쏟아주시리라.
이렇게 하여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를 거룩히 빛낼 수 있게 되고 우리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의 맨 첫 부분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를 이 세상에서 실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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