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높새바람 04
이연경 지음|이소하 그림
신국판 변형|188쪽 |값 7,800원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 달의 책'
*서울독서연구회 선정 도서
학대받는 아이의 내면세계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는 걸핏하면 엄마한테 매질을 당하는 열한 살짜리 상효의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다. 만날 몸과 마음에 욕설로 상처를 입는 상효는 기도한다. ‘오늘도 무사히!’라고… 놀랍게도 ‘상효’처럼 ‘오늘’을 버티기 위해 기도하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의하면 아동 5명 중 2명이 학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에서. 학대 받는 아이들은 주인공 상효처럼 자기비하에 길들여지고 쉽게 주눅이 들고 타인과 세상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은 학대 받던 어린이가 학대하는 어른이 되는 악순환을 겪기가 십상이다. ‘현재’나아가 ‘미래’에까지 암울할 수 있는 불행한 어린이의 세계를 이 작품의 작가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세심하게 그려 냈다. 따뜻한 햇살보다는 어둠을, 행복보다는 절망을 먼저 알아 버린 상효는 학대 받는 수많은 아이들을 대신한다. 거침없이 드러나는 상효의 일상에 독자들은 고개를 내두르다가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상효’들에 심란한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예방센터에 따르면 해가 거듭할수록 경기 침체, 가정 해체의 영향으로 아동학대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어른들은 이 작품에 기대어 부모로서 제 안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어른들의 손아귀에 휘둘리는 어린 여혼들의 ‘인권’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할 때이다.
동심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 내는 햇살
독자들은 안팎에서 모진 홀대만 받는 상효에 대한 동정심, 무차별적으로 상효를 학대하는 엄마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때, 상효의 상처를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는 송 기사 아저씨의 손길은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긴다.
작품을 읽는 어른이나 ‘상효’에 절절이 공감하는 어린이들은 작가가 송 기사 아저씨를 통해 제시하는 극복과 성장의 지혜를 정직하게 흡수할 것이다.
“아저씨가 없으면 누가 나를 지켜 주나요?”
아저씨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아가야, 전에도 이야기했잖니, 넌 네가 지켜야 하는 거라고.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본문 183p
어른들이 불행한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만 하여도 아이들은 금세 치유가 된다. 상효가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고, 자신을 서서히 친구에게 드러내 보인 것처럼 아이들은 자기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을 스스로 걷어 내는 힘을 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잠꾸러기 해’를 원망하면서 자신의 환경을 탓하고 있을까?
불행한 어린이의 세계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을 펴내면서 우리는 매일매일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어른들, 환경을 탓하지 않고 환경을 이겨 내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작품 내용
하루 종일 햇살이 들지 않는 지하방은 도대체 언제쯤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할 수없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학대만 받는 어린 영혼에게도 햇살은 늘상 잠꾸러기일 뿐이다
컴컴한 지하방에서 엄마, 언니와 사는 열한 살 여자 아이 상효. 아빠가 먼 곳으로 떠난 후 너무나 차가워진 엄마는 걸핏하면 상요에게 매질을 한다. 학교에 가도 상효는 못생기고 말 더듬는 멍청이에 불과하다. 더구나 모든 걸 잘 하는 김보람의 놀림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죽을 맛이다.
‘오늘도 무사히.’ 옆방 송 기사 아저씨네 거울에 매달린 ‘기도하는 소녀’ 인형에 씌어진 글귀를 따라하며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빌어 본다.
여지없이 엄마의 매질에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어느 날. 얼굴이 괜찮냐고 묻지 않고 ‘기분’이 괜찮냐고 묻는 송 기사 아저씨가 있어 상효는 불행하기만 한 삶을 견디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숨기기만 했던 자신의 속마음을 아저씨에게 이야기하고, 난생 처음 엄마에게 선물하고, 미운 김보람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 주는 것에 문득 행복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엄마가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드디어 햇살이 잘 드는 시골로 가게 되지만 상효는 송 기사 아저씨가 없는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넌 네가 지켜야 해!’ 송 기사 아저씨의 되뇌며 항효는 늦게 찾아온 자신의 따뜻한 자신의 햇살을 맞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이연경은 1973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경남 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보름달」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경주 첨성대 부근에서 아이를 키우고 별을 보면서 동화를 쓰고 있다.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는 그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린이 이소하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했다. 2002년 ‘지금, 여기’ 동인전, 2003년 동상이몽 온라인전, ‘작가가 만든 그림책전’ 등에 참여했다. 현재 회화와 사진,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는 그의 첫 번째 일러스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