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산사투리를 쓰면 너무 좋아해
부산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나.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내가 아는 한국말은 '배부로(배불러), 까까주세요(깍아주세요),
이르본사람이무니다(일본사람입니다) 정도였다.
그래서 먼저 부산대 어학당에서 '가나다라, 아야어여'부터 배우는 왕초보코스로 들어가기로 했다.
몇 달이 지나고 책에 나오는 말을 말하고 선생님의 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지만
왠일인지 교실밖에서 한국사람들의 한국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냥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알았는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부산사투리ㅋ
어학당에서는 '밥 먹을래?' 로 배웠는데 밖에 나가면 '밥물래?'
그리고 '형' 은 '햄', '무엇을 하고 있니?' 는 '머하노?', '어디 가니?' 는 '어데가노?',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 은 '임마, 점마, 금마' 등등......
한국어 사전을 찾아도 잘 나오지도 않고 햄은 찾았는데 돼지고기로 만든 '햄'만 나올뿐이었다.
나이 많은 윗사람을 왜 돼지고기요리명으로 부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동안 순수하게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해 온 나는 꽤 충격에 빠져버렸다ㅠㅠ
'말을 배우는데 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
나는 고민끝에 서울말이랑 같이 부산사투리도 공부하기로 결심을 했고 가까운 부산친구에게
'교과서 본문의 서울말을 부산사투리로 번역을 해줘' 라는 조금 이상한 부탁을 했다.
그렇게 알게 된 부산사투리는 내 스타일에 맞았는지 입에 착!착! 붙어나갔다.
근데근데... 대학졸업 후 표준어의 천국, 서울로 왔다ㅠㅠ
'아~~~ 돌아삐겠네.. 아! 맞다.. 서울말 써야지.. 에--또... 아! 돌! 아! 버! 리! 겠! 네!
어색해... 어색해... 아~~ 우짜지... 아! 서울말ㅠㅠ 에--또... 아! 어! 떻! 게! 하! 지!'
신경을 써도 가끔 무의식적으로 툭툭 튀어나오시는 나의 부산사투리님!
근데 나 스스로는 스트레스이지만 서울사람들은 귀엽고 재미있는가보다.
서울 사람들은 일본사람인 내가 한국말을 하는 것도 신기해하지만 부산사투리가
가끔 튀어나오면 완전 빵빵 터진다ㅋㅋ
그럼 이쯤하고 어쩔 수 없는 나의 부산사투리 시리즈 소개!
'얼라가 이제 몇 개월 됐어요?'
<아기를 낳은 한국친구집에 가서 친구의 와이프에게>
'단디 입어~ 밖에 추워~'
<갑자기 추워진 날에 한국친구와 외출할 때>
'널찔라~조심해~'
<우리집에 놀러와 장식을 만지는 한국친구에게>
'이거 정구지 맞아요?'
<정구지 같이 생겼는데 부추라고 써있어서 마트 아줌마에게>
'와~ 쌔가 빠지겠네~'
<건물 엘리베이터 점검날에 계단을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방 뜨시지?'
<놀러 온 친구에게 온돌을 틀어주고 나서>
뭐라 쳐씨부리쌌노?
<개그콘서트에서 신봉선씨가 말했는데 서울친구들은 빵빵 터지는데 나만
웃음의 포인트를 못 찾고 담담하게 이해하고 있을 때>
처음에는 부산사투리가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한국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귀여움을 받게 해주는 부산사투리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앞으로도 자주 써야지ㅋ
근데 이러다가 '여자 로버트할리'라는 소리 듣는거 아이가ㅋ
아무튼 모두 글 읽느라 욕봤씸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