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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집] 클로에 다 폰티나(Cloe da Pontina)- Chapter 0. Femme Fatale
클로에 다 폰티나 : ....
(...그 일이 일어난 지 겨우 한두 해 지났을 뿐인데도, 꼭 몇 세대 전의 일인 것처럼 아득하구나.)
세티리아 :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세티리아 : 공작님께서 부르십니다. 이쪽으로.....
클로에 다 폰티나 : 알았어.
....
(...이상한 일이다.)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세티리아는 누구보다도 밝고, 때로는 지나칠 만큼 천진난만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인데. 분명 그랬는데.)
(그런데 지금은...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느 틈에, 어떤 순간에 세티리아가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을 바꾸는 데는 하루도 길어. 한 달이면 넉넉하고 한 해라면 왕국마저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길지. 세티리아는 그 날부터 천천히 바뀌어 간 게 틀림 없어.)
(...그 날부터 세티리아는 표정을 잃어가고, 말이 없어지고.. 빛이 바래 버렸어. 마치 감정을 바쳐 생명을 이어간 것처럼 변해 버린 거야.)
(내게는 책임이 있어. 세티리아는 그 날 내 일에 휘말렸으니까.)
(...아랫사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윗사람은 될 수 없어. 한 순간의 실수였지만 내가 만회해야만 해.)
세티리아 : 아가씨?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신지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니야. 지금 갈게.
(...내가 해야 해. 되돌려 주어야 해. 세티리아에게...예전 모습을....)
클로에 다 폰티나 : ....
...연회라,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 날에 맞춰 돌아오지요.
안토니오 다 폰티나 : 네가 해야 할 일과, 네 지위를 잊지 않는다면 나도 관여할 생각이 없다만.... 나르비크에 다니러 간다지?
공작가의 영애(令愛)가 혼자서 나르비크 나들이를 간다...? 흐음.... 소꿉놀이치고는 과하지 않으냐? 나르비크에는 귀여운 장신구도 색다른 꽃밭도 없어.
클로에 다 폰티나 : ....
안토니오 다 폰티나 : 클로에. 폰티나 공작가 아가씨가 괜히 아랫사람을 괴롭히면서 허영을 부리고 다닌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넌 영리한 아이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지 않으냐?
클로에 다 폰티나 : ...괴롭히다뇨. 저는 정당한 권리로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아버지. 폰티나라는 이름에는 그만한 힘이 있지요.
안토니오 다 폰티나 : 허, 결국 넌 내게 아무 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그렇지. 네 말대로 그 이름에는 그만한 권력이 있지.
네게는 그걸 누릴 권리가 있고.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클로에 다 폰티나 : 너그러우신 말씀 감사합니다. 아버지.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아버진 왜 나르비크에 가는지 묻고 싶으신 모양이야. 하지만 허영이니, 아랫사람을 괴롭힌다느니, 떠보는 말씀만 하시지. 어째서 무슨 이유냐고 똑바로 묻지 않으시는 거지?
세티리아 : ...모르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야. ...아, 아냐. 관계도 없는데 네게 화를 냈어.
세티리아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
(...내게는 책임이 있어. 내가 폰티나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 두 손에 공작 영애로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세티리아를....)
(....)
(세티리아를 다치게 하고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어.)
...자, 세티리아. 준비 해. 나르비크로 가자.
세티리아 : 저도 갑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래. 에쉴트 백작가로 가는 거야. 아마 쉽게 찾을 수 있겠지.
세티리아 : ...현재 팔렌시아 해안 입구까지 온 것 같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구나. 돌아갈 때는 다른 길을 찾아 보는 게 좋겠다.
세티리아 : 텔레포트 서비스를 가능한 한 이용하기는 했지만...아가씨께서 왕실 마법사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아무래도....
클로에 다 폰티나 : 개인적인 용무야. 왕실 마법사들은 우리 집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세티리아 : 네.
....
...아가씨, 굳이 아가씨께서 이런 곳까지 오시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이유가 있어서 가는 거야.
세티리아 : 하지만....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가 이유가 있다고 말한 걸로 부족하니? 더 이상 어떤 친절을 베풀어 달라는 건지 모르겠구나.
세티리아 : 죄송합니다. 주제 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클로에 다 폰티나 : 무슨 일이지?
클로에 다 폰티나 : 누구지?
파크 : 대, 대장... 아무래도 엄청 부잣집 여자애인 거 같아. 어떡하지?
휘스커 : 시, 시, 시끄러!! 우린 강하다구!!
파크 : 그...그렇지? 휘스커 대장은 강하니까~!!
세티리아 : ....
아가씨, 물러 서십시오.
병사 : 세티리아 님이 나서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주제 파악을 못하는 녀석들은 저희가 단숨에....
파크 : 히익~~대장!! 우릴 단숨에 어떻게 한대!
휘스커 : 호들갑 떨지 마~! 단숨에 어떻게 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아니잖아! 우린 단숨에 저 녀석들을 혼내주면 돼. 흐흐.
파크 : 그렇구나! 대장은 천재야~! 단숨에 혼내준다니 멋져~!
클로에 다 폰티나 : 겁을 주어서 원하는 걸 얻어낼 생각이라면, 자네들이 누굴 상대하고 있는지부터 아는 게 우선일텐데.
휘스커 : 누구긴 누구야? 너잖아!! 너!! 거기 있는 너~!
얘가 우릴 바보로 아네?
파크 : 우릴 바보로 알아~! 혼내줄 거야!
병사 : 닥쳐라!!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이분은...!
클로에 다 폰티나 : 잠깐.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친히 상대해 주도록 하지.
감사하도록. 내 여행에 피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아서 자비를 베푸는 거니까.
세티리아 : 아가씨께서 왜 ...!
클로에 다 폰티나 : 자네들이 얼마나 용감한지 똑똑히 보아 주겠네. 날 놀라게 한다면 상을 내리지.
휘스커 : 상을 준대~!
파크 : 상을 준대~! 쟤 정말 바보 아냐?
휘스커 : 자기가 여왕님인 줄 아나봐~ 히히. 혼내 주자!
파크 : 혼내 줘!!
휘스커 : 꺄아악~!!
파크 : 으악~!!
휘스커 : 도, 도망가자~!! 무서운 여자야~!
파크 : 도망가자~! 마녀야~!!
클로에 다 폰티나 : ....
세티리아 :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신지요?
클로에 다 폰티나 : 괜찮아.
시간을 허비했군. 어서 나르비크로 가자.
세티리아 : 네,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럼, 출발하게.
에쉴트 백작가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걸리겠지.
파크 : 흑흑. 아파~ 정말 잔인한 여자애야~!
휘스커 : 인형 같이 생긴 주제에... 막 마법을 정신 없이 쓰고!!
파크 : 그래그래~!! 겉보기에는 공주님 같았는데 알고 보니 마녀였어~!
휘스커 : 요즘 애들은 귀엽지가 않아. 애들은 애들 다워야지~ 그치?
파크 : 맞아, 대장. 이건 우리들 잘못이 아니라 애들이 애들 답지 않은 게 문제였던 거라구!
휘스커 : 오오! 파크 너 대단하다! 과연 내 부하로 오래 있더니 머리가 좋아 졌구나?
파크 : 흐흐흐. 고마워~ 대장! 내가 생각해도 방금 난 너무 훌륭한 말을 한 거 같아.
그나저나 휘스커 대장... 나 배 고파 죽겠어. 흑흑.
휘스커 : 울지 마! 그까짓 것 가지고....
파크 : 원랜 아까 그 여자애한테 먹을 걸 얻어 내려고 했던 건데, 이제 어떡하지? 흑흑흑. 이대로 오늘 하루 쫄쫄 굶는 거야?
휘스커 : 윽. 네 녀석이 자꾸 배고프다고 말하니까 나도 배가 더 고픈 거 같다.... 흑....
정체불명의 여행자 : 후후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죠?
휘스커, 파크 : 응?
휘스커 : 대체 뭔 소리야 그건?
파크 : 뭐지?
정체불명의 여행자 : 여러분의 주린 배를 채워 줄 좋은 기회가 있다는 말씀!
휘스커 : 아앙? 정말?
파크 : 저엉말??
정체불명의 여행자 : 하하, 글쎄 나라에서 닭 한 마리에 커다란 상금을 걸었다지 뭡니까...
휘스커, 파크 : 닭 한 마리에?
정체불명의 여행자 : 그런데 그게 보통 닭이 아니라지요, 아마?
젤리킹이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닭인데, 잡기만 하면 큰 돈벌이가 된다네요~
휘스커 : 우와!! 그래서 그래서?! 그 엄청나게 큰 닭이 어디 있는데?
정체불명의 여행자 : 이건 비밀인데, 아마도 크라이덴 평원 (4)에 있지 않을까요? 우후훗. 게다가 '젤리킹'을 잡을 때 나오는 '젤리킹의 상징'을 가져다 주기만 하면 나라에서 큰 상금까지 준다죠?
휘스커 : 이야~! 좋은 걸 알려 줘서 정말 고마워!!!
파크 : 고마워!
정체불명의 여행자 : 후후후...뭘 이 정도 가지고요. 그럼 전 볼 일이 있어서 이만....
휘스커 : 으응! 잘가아~
파크 : 조심해서 가아~
휘스커 : 파크야...
들었지?
파크 : 응!
휘스커 : 흐흐흐흐. '젤리킹'인가 뭔가 그거 잡기만 하면 이제 배고플 필요도 없는 거야!
우리도 잡으러 가자!
파크 : 잡자!
그런데 대장... 이상하네~? 방금 전 그 이야기 말야~ 이상하게도 전에도 들어본 거 같아!!
휘스커 : 그것 참 이상하네~? 실은 나도 이 이야기를 꼭 꿈에서 들었던 거 같아.
....
파크 : 아! 우리가 너무 똑똑해져서 예언력이 생긴 거 아닐까?! 오늘 일을 우린 꿈에서 봤던 거야!!
휘스커 : 오오!! 파크 너 정말 대단한데 아까 그 마녀한테 맞은 게 잘못 돼서 머리가 좋아 졌나봐!
파크 : 그...그런가?
그럼 그 여자애는 마녀가 아니라 사실은 좋은 애였던 건가?
휘스커 : 모, 몰라! 아무튼!! 그 괴물 닭을 잡으러 가자고!!
파크 : 가자고!!
클로에 다 폰티나 : (인생을 사건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모든 사건들은 당사자에게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사건은 필연적인 것.)
(결국은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생의 원인... 그것을 숙명이라고 부른다.)
(원인은 행위, 행위는 선택으로부터 비롯하는 것....)
(그러니 누군가 말해 주기를 바란다. 네 스스로 택하라고. 진정으로 내 몫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숙명.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삶을 택하라고.)
클로에 다 폰티나 : ...곧장 들어가 봐도 괜찮겠지?
병사 : 물, 물론입니다. 하지만 아직 위험한 것이 있을 지도 모르고 하니 호위병을 데려가시는 편이....
클로에 다 폰티나 : 호의는 고맙지만 거절하겠네.
병사 : 하, 하지만.... 연약한 숙녀분들만 들어가셨다가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클로에 다 폰티나 : 괜찮네. 세티리아가 있으니까. 이 애의 검은 보기보다 매섭거든.
내가 자네들의 조언에 따라야만 할 필요가 있던가?
병사 : 아, 아닙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다녀 오십시오!!
클로에 다 폰티나 : 가자, 세티리아.
세티리아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
이게 전부가 아닐 거야. 정말 귀한 걸 이렇게 드러내놓고 보관할 리 없지.
이런 시골에서 감히 켈티카를 노릴 정도였다면 틀림없이 좀 더 대단한 것을 숨겨 두고 있을 거야.
세티리아 : 뭔가 찾는 게 있으십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냐.
(과연! 이런 곳에 통로가 있다니, 어서 오라고 손짓 하는 건가?)
세티리아 : 아가씨, 위험합니다. 물러 서세요.
클로에 다 폰티나 : (...틀림없이 여기 뭔가가 있을 거야.)
세티리아 : 아가씨!
클로에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흐음... 정말 잘 꾸며 놨잖아? 대단한걸? 일개 시골 귀족주제에 재미있는 걸 많이 가지고 있네....
이런 것도 있네? 그리고....아...이건 양피지도 좋은 걸 썼어. 어머, 마나 정제용으로 이런 거사지? 호호. 사치스러비도 해라.
...이렇게 주제를 모르니 영락할 수 밖에.
....
세티리아 : 아가씨!!
아가씨, 혼자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이것 좀 봐.
세티리아 : 아가씨, 듣고 계십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이걸 봐, 세티리아.
세티리아 : ...백지...입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백지야. 지금은 말이지.
세티리아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조금 전에 내가 펼쳤을 때엔 여기에 문자가 쓰여 있었어. 서신 같았지만...자세히 들여다 보니, 휘갈겨 옮겨 쓴 사본이었지.
인페이즈 페노미논에 관한 기록은 이것이 전부다. 가나폴리의 영광된 기록이 재앙으로 변했을 때, 그것 역시 비탄에 찬 날숨에 섞여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본디 기억이란 왜곡이며 진실은 신화의 더께를 쓰고 빛 비래 가는 것.... 인간의 모든 역사가 그러하지 않았던가?
소실된 문자의 나열은 결국 잿더미와 같은 것. 아쉬움을 버리고 눈을 밝게 뜨라. 그 문이 다시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소리도 없이, 한 시대가 종지부를 찍는 날이....
후후...우리 집 서재에도 있는 책이어서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그건 아주 흥미로운 전설이니까.
세티리아 : 전...설...?
클로에 다 폰티나 : 의아하다는 표정이로구나. 후후. 하지만 됐어. 여기까지 온 소득은 이런 현상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눈 앞에서 문자들이 휘발하고 백지만이 남았어. 양초 장난 같은 건 결코 아냐. 정말로 사라진 거야.
세티리아 : 문자가 사라진다니... 죄송하지만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어서 이 수상한 곳에서 나가셔야 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알았어, 어차피 더 볼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
이만 여기에서 나가자.
병사 : ...라는군. 정말 별 일이 다 일어난 다니까?
내 말이~ 요즘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원....세상에 젤리킹이 또 등장하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람?
상급병사 : 거기!! 뭐 그렇게 수군거리고 있는 건가!! 군기가 빠져 가지고....
클로에 다 폰티나 : (...젤리킹? 흠... 아노마라드 남부 지역에 젤리킹이 출몰해 문제가 됐던 건 예전 일 아니었나?)
(왜 이제와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이미 토벌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세티리아 :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
상급병사 : 앗, 나오셨습니까! 폰티나 공작 영애님.
클로에 다 폰티나 : 젤리킹 토벌이라는 게 무슨 이야기지? 젤리킹 출몰은 이미 끝난 일 아니었나?
병사 : 그랬습니다만 이번에 또 젤리킹이 나타나서, 또 토벌령이....
상급병사 : 쉿!! 쓸데 없는 말로 아가씨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마라!!
클로에 다 폰티나 : 내 말에 답하지 않는 쪽이 더 불쾌하니 그냥 두게.
상급병사 : ...네, 공작 영애님.
클로에 다 폰티나 : 젤리킹이 또 나타났다니 그건 무슨 이야기지?
병사 : 저희도 잘은.... 하지만 젤리킹 토벌령에 관해서는 길드에 가면 자세히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거든요.
세티리아 : 잠깐! 감히 아가씨께 그런 일에 참가하라고 권유하는 건가?
병사 : 그...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질문에 답을....
클로에 다 폰티나 : ....
(...길드라면 액시피터 이야기인가? 섀도우&애쉬에 찾아가는 게 더 재미있겠지만 아무래도 뒷소문이 무성해 지겠지.)
세티리아 : 그럼, 아가씨. 이제 본가로 돌아....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이거 뭔가 관계가 있다는 느낌 안 들어? 흥미가 생겼어.
세티리아 :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액시피터에 가 보겠어. 백지를 들여다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니까. 틀림없이 뭔가 다른 정보가 있을 거야.
세티리아 : 도대체 아가씨께서 어떤 정보를 찾고 계시는 건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몰라도 돼. 나도 잘 모르니까.
세티리아 : 하지만 굳이 이런 곳의 액시피터 지부에 직접 들르실 필요는....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럼... 모두들 수고 많았네.
상급병사 : 폰티나 공작 영애님께서 귀가 하신다! 엄호!
세티리아 : 클로에 아가씨!! 액시피터에 굳이 가시는 건 절대로 안...아가씨!!
세티리아 : 아가씨,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곳에 오실 필요는....
클로에 다 폰티나 : 다시 말하지만 너는 참견이 너무 심해.
알렌 : 그... 어째서 이런 곳까지 행차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클로에 다 폰티나 : 어머, 자네는 제법 똑똑해 보이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여기에 왔을 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잖나?
젤리킹 토벌에 관심이 있다고 말야.
세티리아 : 아가씨! 당치 않은 말씀 마십시오. 대체 왜 아가씨가 그런 일에....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난 그 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야. 참가한다는 말도 아직 안 했지. 내가 알고 싶은 일에 관해 묻는 게 안 된다니... 누가 너한테 그럴 권리를 주었지?
세티리아 : ...죄송합니다.
알렌 : 무슨 목적으로 젤리킹 토벌에 관해 알고 싶어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아는 대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몬스터, 그러니까 젤리킹의 갑작스러운 출몰로 모두가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왕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젤리킹 토벌을 지원하기로 했지요.
아마 잘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젤리킹은 젤리삐의 모체로서 젤리삐를 계속 생산해내는 몬스터입니다. 그 위력은 젤리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하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아, 그리고 젤리킹은 일반 몬스터와는 달리 마물의 나침반이라는 특별한 도구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길드를 통해서 출전하면 1000SEED로 좀 더 싸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흠... 지난 번에 출몰했을 때랑 조금도 달라진 게 없군. 그럼 그때 젤리킹을 토벌한 사람은 누구지? 그 사람에게 부탁하면 훨씬 능률적으로 토벌할 수 있을 텐데.
알렌 : 그, 그게....
...분명 기록해 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서요. 이상한 일입니다. 틀림없이 액시피터에서 토벌에 성공해서, 보상금을 지급한 기록이 있는데....
정작 누구였는지는 그 어느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
어느 기록에도 없다...?
알렌 : 폰티나 님?
클로에 다 폰티나 :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게 생각하네. 그럼....
알렌 : 살펴 가십시오, 폰티나 님.
휴우...깜짝 놀랐네.
그렇잖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폰티나 가의 영애께서 이런 곳까지 행차 하시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 그럼 나는 다시 일을....
아차!! 으아... 이게 웬 일이야? 정신이 없다고 해도 이런 걸 실수 하다니....
모처럼 돈 내고도 뵐 수 없다는 폰티나 가의 영애를 앞에 두고도 슈왈터 지부장님을 잘 부탁한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다니!
난 정말 바보야. 잘만 했으면 지부장님 구명 정도는 쉽게 했을 텐데....하아....
클로에 다 폰티나 : ....
(기록이 사라졌다...? 흥미로운 이야기야. 갑자기 있던 기록이 사라지는 일....)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야. 이게 몇 번째더라...? 아, 알고 싶어.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일이 몇 번씩 일어나는지.)
(누군가가 내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게 틀림 없어. 그게 특정한 개인이든... 그렇지 않으면 세계든. 심지어 내 운명이라고 해도, 난 알고 싶어.)
(사실 이런 불친절한 경고는 모르는 척 해 버리는 게 기품있는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행동이겠지만. 후후.... 날 움직이게 할 만한 일인가 어떤가 확인 정도는 몸소 해 주기로 할까?)
세티리아 : 그럼, 아가씨. 켈티카로 귀환하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아, 잠깐만. 세티리아.
세티리아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네?가 아니잖아.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어.
일정을 바꾸어서, 오늘은 이곳에서 묵겠어. 떠나는 건 내일로 미루도록 해.
세티리아 : 그... 하, 하지만... 숙소가.... 저, 외람되오나 미처 머무실 만한 곳을 수배하지 못했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숙소야 아무려면 어때? 이 곳에도 여관 정도는 있을 테지. 안 그래?
세티리아 :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래도 그런 누추한 곳에는...차마....
클로에 다 폰티나 : 괜찮으니까 그쪽으로 가도록 해. 난 잠자리 투정이나 하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세티리아 : 아,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이 근방에 있는 여관이라면 바다 속으로라는 곳, 맞지? 자, 출발하도록 해.
세티리아 :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가씨.
그린즈 : 이... 이... 이게 대체 무슨 일.... 딸꾹!!
플레르 : 자, 잠자리는 이층... 아니, 일층인가? 아니... 아닌가? 어... 어... 저기....
하녀 : 아가씨, 송구합니다만 많이 불편하실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곳을 알아 보는 편이....
클로에 다 폰티나 : 잠자리 투정이나 하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말 했을 텐데? 난 여러 번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하녀 : 하지만....
병사 : 아가씨, 송구합니다만.... 여관이 좁아서 호위병이 더 들어올 수 없습니다. 경비에 차질이....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가 있으니까 괜찮아.
병사 : 그, 그렇지만... 그래도 공작님께서 아시면 크게 경을 칠 텐데....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자, 그럼 더 이상은 듣지 않겠어.
하녀 : 세티리아 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고귀한 영애님께서 이런 변변찮은 곳에서 쉬실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세티리아 : .... 아가씨께서 그러기로 결정하신 것이니 우리들은 그 분의 뜻에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하세요.
주인장. 모쪼록 오늘 일은 입 밖에 내지 않도록 주의 하세요.
괜한 구설수에 오른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린즈 :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요~ 그럼요~!!
세티리아 : ...아가씨, 실례하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난 조금 전에 이 방에 들어와서, 정말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는 걸 깨달았어.
저렇게 가까운 곳에 벽이 있다니... 믿을 수 없어. 거기다 저 이상한 천이 커튼인 모양이야. 이해가 되니?
...난 저 문을 열면 진짜 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건 잠긴 문이었어. 안 쓰는 문이라는 거지.
세티리아 : 송구합니다만 보통 여관방이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생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죄송합니다만 저 문은 일종의 벽이라고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그걸 몰라서 말한 게 아니야.
세티리아 : 죄송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너한테 죄송하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는데. 세티리아 네가 이 여관을 설계하기라도 했어?
세티리아 : 아닙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아... 소파도 없잖아. 도대체 어디에 앉는 거지?
세티리아 : 이쪽의 의자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침대를 겸용으로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의 저것이 일종의 의자가 아닐까요?
견식이 짧아 죄송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아, 그러니까 일부 지역의 전통 양식이라는 좌식(坐式) 말인가? 흐음....
세티리아 :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호위를 위해 밤 새 문 앞에 머무를 예정이오니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세티리아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너, 예전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던 거 정말 기억 안 나? 몇 년... 아니, 겨우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넌 이렇지 않았어.
세티리아 :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습니다만, 송구하옵게도 그 날 일이라면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그 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날... 그 방에서....
클로에 다 폰티나 : (오래지 않은 일이다. 겨우 한두 해 전.)
(...언제나 그랬지만 그 시절에도 아노마라드 공작가의 영애(令愛)에게 있어, 세상은 밝고 경쾌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찬 곳이었다. 내게 감히 칼을 들이대는 사람은 없었고 내게 험한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 시절, 나는 내 집의 정원에 핀 꽃 말고 다른 꽃을 바랄 필요조차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모조리 폰티나 가(家)에 피어 있었으니까.)
어린 하녀 : 아가씨~! 이거 보세요, 이거~!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시끄럽구나, 세티리아. 지난 번에도 네 발소리 때문에 어머님이 언짢아 하셨잖니?
세티리아 : 아... 죄송해요. 전 왜 자꾸 잊어버리나 몰라요. 헤헤.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아! 아무튼 말씀하셨던 대로 서고 열쇠를 훔쳐 왔어요.
클로에 다 폰티나 : ....
훔쳐 오는 게 아니라 가지고 온 거라고 해야지. 이건 우리 집 물건이고, 난 이 집 딸이니까.
세티리아 : 맞아요, 맞아. 헤헤헤. 아가씨는 뭐든지 가질 자격이 있으시니까요. 헤헤.
클로에 다 폰티나 : ....
세티리아 : 그런데 아가씨. 서고 열쇠는 무엇에 쓰시려구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열쇠는 문을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야. 그럼 답은 한 가지 밖에 없겠지? 왜 당연한 걸 묻는 거니?
세티리아 : ...하지만... 아가씨가 서고에 들어가고 싶으시면, 공작님께 말씀 드리고 하인들한테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왜 굳이 공작님이 출타 중이실 때, 열쇠까지 훔쳐서... 아니, 가지고 오셔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귀한 아가씨께서 그런 일을 하실 필요가... ...어, 어어? 아가씨~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넌 따라오지 않아도 돼. 어디까지 오려는 거니?
세티리아 : 그, 그래도... 그래도 전... 저는....
클로에 다 폰티나 : 남들 눈에 띄기 전에 돌아가.
세티리아 : 아가씨!!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
세티리아 : 아이 참, 아가씨~! 저, 저도 갈 거예요. 전 아가씨 샤프롱이 될 거니까... 아가씨, 그래도 되는 거죠? 네? 네? 열쇠를 훔쳐... 아니, 가져다 드린 것도 저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샤프롱이 되고 싶다면 무도회장에 갈 때 따라 나서도록 해. 여긴 서고야. 캐캐묵은 책 밖엔 없어.
세티리아 : ...그치만....
클로에 다 폰티나 : ....
세티리아 : 아가씨... 안 돼요? 네?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
...휴우. 정말 말을 안 듣는 아이로구나. 이럴 땐 정말이지 너와 내가 동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
심부름을 너한테 시킨 게 잘못이었어.
세티리아 : 그치만 전 작은 다람쥐처럼 재빠르다고, 아가씨가 그러셨잖아요. 이 집에서 저처럼 소리 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그렇게 칭찬해 주셔서 얼마나 기뻤는데....
클로에 다 폰티나 : ....
(그때 나는 관대한 것은 뭐든지 쉽게 허락하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어렸기 때문이다. 나는 세티리아에게 더없이 관대했다. 그 애가 달라고 하는 건 아끼지 않고 내줄 정도로.)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 내가 가진 권력만으로 세상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러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때의 나는 몰랐다. '폰티나 가의 영애'라는 이름으로 못할 건 없을 줄 알았다. 책임질 수 없는 건 허락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내가 세티리아 대신 뭐든 다 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어린 하녀 : 훌쩍....
훌쩍....
클로에 다 폰티나 : 휴우....
좋아,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게.
세티리아 : 와아~! 저, 정말이죠? 꺄아~ 아가씨, 고마워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치맛자락이 구겨지니까 그렇게 조심성 없이 껴안지 마. 넌 대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니?
어린 하녀 :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클로에 다 폰티나 : ...됐으니까 조용히 있도록 해. 내가 정말 화를 내기 전에 말야.
어린 하녀 : 네! 아가씨, 세티리아는 얌전히 있을 게요! 인형처럼 얌전히 있을 테니까, 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책을 읽으세요! 헤헤.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가 책을 읽으러 여기까지 들어온 줄 아는 모양이군. 그런 거라면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자... 분명히 있을 텐데, 비밀의 문이....)
(책 사이에 어딘가 숨겨져 있을 거야. 책을 읽으면서 찾아 보도록 하자.)
클로에 다 폰티나 : ....
(...여기로군. 비밀 통로....)
세티리아 : ...아가씨, 그런데 뭐 하세요? 그쪽엔 책 밖에 없는데... 어?
와아~!! ...비밀... 문이에요? 신기해라. 옛날 이야기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클로에 다 폰티나 : 노파심에 말해 두는데, 세티리아. 넌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이야기하고 다닐 만큼 조심성없는 아이가 아니겠지?
세티리아 : 무, 물론이죠! 아가씨, 저한테 이름을 지어 주신 것도 아가씨였잖아요. 전 바깥에 나가서는 아가씨에 대해 절대로 한 마디도, 아무 말도, 안 해요! 정말로요! 헤헤.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때의 나는, 내심 세티리아에 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세티리아는 무척이나 입이 가벼운 편이었으니까.)
(오랫동안 준비한 '의식'을 그 애가 망쳐 놓지나 않을까... 그런 걱정도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감추어진 '방'으로 가는 어둡고 습한 층계보다도 음습한 집념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을까.)
클로에 다 폰티나 : (마나는 생명을 뜻하고, 코어와 그 안의 패턴은 그 존재의 영혼과도 같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코어를 가지고 있다.)
(그 마나의 흐름을 패턴화 펄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현대의 마법은 유니크론 독해법(Unicrone Grammar)을 기본으로 한다.)
(유니크론 독해법은 시엔 전승자 아트레우스의 딸이었던 마법사, 엘렉트라에 의해 제창된 시엔 해석법이다. 현대 언어 엘트(ELT)로 고대 언어 시엔(Xien)을 해석하고 발음하는 방식을 만든 것으로, '언어'만으로써 마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유니크론 독해법의 결과로 제창된 마법어가 바로 유니크론 엘트(Unicrone Elt)다.)
(본디의 언어, 언어의 기원, 그리고 또한 '마법 그 자체'이기도 한 시엔(Xien)에 비해 엘트(ELT)로 표현된 현대의 마법어는 불완전하다. 이 언어는 시엔에 비해 위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마법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는 시전자의 능력 부조인 경우도 있지만 언어 자체의결함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진짜가 아니니까. '유니크론 엘트'는 시엔, 즉 '순수한 마법어'를 흉내낸 것에 불과하니까.)
세티리아 : 와아~ 아가씨~! 이런 곳이 있었네요? 신기해라. 여긴 어디예요?
클로에 다 폰티나 : ....
쉿. 조용히 해, 세티리아.
세티리아 : 앗... 네, 아가씨. 전 입 꼭 다물고 한 마디도 안 할게요. 헤헤헤.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노마라드 왕립 도서관에는 아켈로스 왕국 시절의 것으로 전해지는 고서가 제법 남아 있었다. 나는 가문의 이름에 의지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마법어에 관해 알게 되었다.)
(...시엔(Xien)....진정한 언어. 진정하기에 위험하기 그지 없다는 고대 언어. 잊혀진 언어....)
(...나는 강한 힘을 원한다. 불완전한 언어가 아닌 진정한 언어를 원한다.)
(완성된 것... 순전한 것... 결함이 없는 것.... 진짜 마법을 원한다. 그것이 비록 지극한 위험을 담보로 하는 도박이라 할지라도.)
세티리아 : 아...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게는...힘이 필요해....
세티리아 : 아가씨... 저기, 전 절대 말 안 하려고 했지만...그치만....
클로에 다 폰티나 : ....
세티리아 : 꺄악!
클로에 다 폰티나 : (시엔 전승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고, 마지막 시엔 전승자로 알려진 이웨리드는 모호한 상징으로 가득한 예언서만 남긴 채 죽어 버렸다. 그 예언서는 이웨리드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전해지던 것을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도 이제는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아켈로스 왕국이 자연스럽게 잊혀져 간 것처럼, 예언서 역시 서서히 소실되어 버렸다. 마치... 문자들이 제각기 살아 숨쉬는 벌레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벌레들이 빼곡하게 책장 위에 앉아 있다가 때가 되니 온 하늘로 뿔뿔이 흩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세티리아 : 꺄...꺄아악! 아가...아가씨!! 아가씨, 어서 거기에서 물러나시지 않으시면 위험...꺄악!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겐 힘이 필요해. 진짜 마법이 필요해. 어서 나와. 마법! 어서... 내게 보이란 말이다!)
(이 주문은 불확실한 것이지만... 모험해 볼 가치는 있...어....큭...점점 버티기 힘들...크윽!)
(분명 여기 있을 거야... 틀림없이 이 방에...시엔(Xien)의 흔적이 남아 있을텐데... 마법의 빛 아래에서만 읽을 수 있다는 그 시엔이... 분명...!)
세티리아 :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큭.... 안, 안... 돼.... 더 버티지 않으면 힘을....)
(...윽!)
꺄악!
세티리아 : ...위험해요,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큭!
세티리아 : ....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 리아...?
세티리아 : ....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세티... 리아....!! 세티리아!!
세티리아를...죽게 둘 수 없어....살려야...하는데.... 나는 치유 마법 따위 모르는데....
...........................................
...뭐지? 세티리아의 핏자국... 꼭 문자 같이....
우연인가? 우연히 그렇게 보이는 건가...?
...........................................
읽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뭐지, 이 친숙한 느낌은? 본디부터 아는 언어인 것 같은...느낌.
...........................................
클로에 다 폰티나 : 이웨리드...?
이웨리드 드 롤란드...? 이건... 오래된 기억...?
빛... 빛이 보여.... 모든 걸 태워버릴 태양이....
목소리 : ...를 말하는 자가 누구인가?
클로에 다 폰티나 : 누... 구?
목소리 : 전승자인가?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니, 나는 전승자가 아니다.
목소리 : ...피로 문자를 쓰는 법을 알고 있는데, 전승자가 아니라고?
클로에 다 폰티나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자네는 누군가? 누군데 내게 그렇게 건방진 목소리로 말하는 거지?
목소리 : 호오... 오만한 목소리로군. 그래... 그대는 나를 볼 자격이 있는 사람이겠지?
그대는 나를 만나기 위해 저 인간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는가?
클로에 다 폰티나 : 제물? 제... 물이라니...! 말도 안 돼. 난 사적인 목적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그런 질 나쁜 인간이 아니야! 불쾌하군.
목소리 : 예언을 듣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해.
클로에 다 폰티나 : ....
난 예언 따위에는 관심 없어. 앞으로 일어날 일에 연연할 만큼 나약한 인간이 아니니까.
내가 필요로 하는 건 진정한 언어다.
목소리 : 진정한 언어?
클로에 다 폰티나 : 시엔(Xien).
목소리 : .... 시엔이라.... 그런가, 그대는 아직 전승하지 못했는가?
...애초에 나를 낳은 것도 시엔(Xien)이었지. 하지만 나는 말할 뿐 창조하지는 못해.
클로에 다 폰티나 : 자네에게 뭘 창조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말하는 일 뿐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말 하도록 해. 나는 기꺼이 들어 주겠다.
목소리 : 아주 오래 전, 시엔이 잊혀진 언어가 아니고 그들이 아직 살아 있던 때... 그 시절에 그들이 왜 언어 사용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는가?
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존재의 의지, 그리고 사념은 너무나 두려운 힘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그들조차도, 감당하기 벅찬 힘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너희 인간들은 진정한 언어를 흉내내며 말하는 데 불과하지.
...시엔은 진정한 언어다. 흉내낸 마법 언어가 아니라, 마법이 순수하게 힘 자체로 존재하던 시절의 언어.
시엔이 가진 중의성과 마력은 발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 시엔은 발언자에게 그 말을 되돌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 아느냐?
클로에 다 폰티나 : ...남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그 힘으로써 살해 당할 각오부터 다져야 하지.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칼을 드는 자는 칼로써 죽을 각오. 권력을 지닌 자는 권려으로써 죽을 각오.
그런 각오라면 두 다리로 걸을 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내겐 시엔을 가질 자격이 있다.
목소리 : 시엔은... 발언자로 하여금 자신의 발언을 온전히 책임지게 만드는 언어.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게는 책임질 자격이 있어.
목소리 : ...끝내 의무라는 말은 하지 않는군.
클로에 다 폰티나 : ....
하지 않아. 절대로 안 해... 의무라는 말 같은 거. 해야만 한다는 말 같은 거.
설령 괴로운 일을 겪는다고 해도, 그건 내가 그 길을 택할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선택하는 건 그 어떤 순간에건 나 자신이니까.
목소리 : 과연... 그들의 후계답군....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들?
목소리 : 그들의 후계자인 그대....
그대는 모든 마법의 축복을 받겠지만 대신....
.............의 버림을 받게 되겠지.
진정한 언어의 숙명은 책임. 검으로 일어선 자는 검으로써 피를 흘리는 법이며 말한 자는 행위로써 말을 짊어지는 법.
그대는 미래를 소모하여 오늘을 살게 될테지. ...그것이 그대에게 시엔이 머무는 대가.
두렵지 않은가...? 그대는....
클로에 다 폰티나 : ....
두렵지 않아. 대가 없이 받아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그 대가가 설령 내 인생의 절반이라고 해도 ... 각오하고 있다.
어차피 내 인생의 절반은 내 몫이 아니었으니, 그게 시엔(Xien)의 몫이 되든 운명의 몫이 되든 내게는 다르지 않은 일.
목소리 : ...두렵지 않은가, 그대는?
그대의 두 손이 피로 물들어, 다시는 씻을 수 없게 된다 해도....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추측하건대, 기절해 버린 나를 세티리아가 데리고 나온 게 아닐까...? 그러면 세티리아는 생각보다는 많이 다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방 바깥으로 나왔다.)
세티리아! 세티.... 세티리아!
어린 하녀 : 어... 어어...? 어, 저기... 클로에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세티리아, 괜찮아? 다치지 않은 거야?
어린 하녀 : ...아가씨, 괜찮으신지요? 사흘 간이나 깨어나지 못하셔서 공작님도 공작부인께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난 네가 괜찮냐고 묻고 있는 거야! 내가 아니라 너!
어린 하녀 : 물론...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께서 괜찮으시다면요.
그보다 어서 공작님께 알려 드려야 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그 목소리를 들은 것도... 비밀 서재에서 겪은 일도 전부 거짓말 같아.... 거기다 세티리아는 왜 갑자기 딱딱한 말투를 쓰는 거지? 지금까지는 아무리 주의를 줘도 어린애처럼 산만했으면서.)
세티리아 : 클로에 아가씨, 공작님께서 저쪽에 계십니다. 이쪽으로....
클로에 다 폰티나 : 아... 그래. 알았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지.... 힘에 대한 책임. 말에 대한 책임.)
(서재에서 들은 그 기이한 목소리가 예언이었든 아니든, 결국 그 매개가 된 건 내 힘이 아니라 세티리아였어.)
(세티리아의 혈흔이 문장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나는 그걸 읽을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의도 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나는 세티리아를 제물로 이용한 셈이지.)
세티리아 : ...클로에 아가씨?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습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니, 괜찮아.
세티리아 : 하지만 찬 바람을 쐰 것처럼 창백해 보입니다. 역시 아직 다 낫지 않으신 탓 아닙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니야. 아무 것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세티리아 : ...송구스럽지만 아가씨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게는 자격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책임도 지지 않으면 안 돼.)
(세티리아가 갑자기 변한 것이 아까 그 이상한 목소리가 말한 대로 대가라면... 책임은 내게 있어.)
자... 이만 가자. 세티리아. 아버님께 단단히 야단을 맞을 게 뻔하지만.
세티리아 : 네.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이것이 한두 해 전에 있었던 사건이다. 나는 바라던 대로 특별한 힘을 손에 넣었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힘. 아무리 대단한 권력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는 법칙이 있다는 것도....)
세티리아 : ....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런 일이 있었지. 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세티리아 : 죄송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또, 죄송하다고 하는 구나. 넌 항상 그런 식이야.
사과하는 건 좋지 못한 버릇이야. 무언가 사과한다는 건, 잘못을 저질렀다는 뜻이 되니까.
일이 벌어진 다음에 후회하고 잘못을 곱씹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알았니?
세티리아 : 명심하겠습니다. 아가씨.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무튼 이야기 해도 소용이 없다니까.... 알았으니까 나가 보도록 해.
세티리아 : 네. 그럼....
클로에 다 폰티나 : ....
정말... 그 날부터 사람이 바뀐 것 같아. 겉만 세티리아고 안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 앉기라도 한 것처럼, 어쩌면 저렇게 변할 수 있지?
... 그나저나 어디에서 어떻게 자면 되는 거지? 설마, 정말로 저게 침대란 말야?
의자가 아니고?
클로에 다 폰티나 : (흐음... 세티리아가 자리를 비우면 몰래 액시피터로 가려고 했더니.... 정말 빈틈 없는 애라니까.)
(잠깐 시선을 뺏는다고 해도, 금방 뒤를 쫓아 오겠지? ... 임시방편이지만 별 수 없겠어. 이 방법이라도 쓰는 수밖에는.)
세티리아 : 아가씨?
아가씨,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아, 잠깐만 세티리아.
세티리아 : 왜 그러십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마차 안에서 기다릴 테니까 가서 두기 포션을 종류별로 사다 줄래?
세티리아 : ...네? 두기 포션... 아가씨, 그런 걸 왜....
클로에 다 폰티나 : 모르니? 후후. 사전 조사가 미흡하구나. 이곳에 있는 로슈의 잡화점에서 파는 특산품이야. 자, 알았으면 어서 사 와.
세티리아 : 저... 아가씨, 죄송합니다만 마나 포션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좋은 게 있습니다. 굳이 그런 걸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요?
클로에 다 폰티나 : 내가 가지고 싶어.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세티리아 : ....
아뇨. 다른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럼....
클로에 다 폰티나 : 자, 그럼... 세티리아를 따돌렸으니까 나는 액시피터로 다시 가 볼까?
병사 : 저, 저... 하지만, 아가씨. 세티리아 님이....
클로에 다 폰티나 : 어머, 자네들에게는 세티리아의 명령이 내 명령보다 우선인가?
병사 :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럼, 여기서 해산! 나 혼자 움직일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둬.
(자, 알렌을 다시 만나 보도록 할까?)
알렌 : 앗... 폰티나 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아니. 그 마물의 나침반이라는 걸 사러 온 걸세.
알렌 : ...네?
클로에 다 폰티나 : 다시 말해 줘야 하나?
알렌 :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폰티나 님께서 왜 그런 걸....
클로에 다 폰티나 :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잖나? 젤리킹 토벌 말일세.
알렌 : 그건 그렇지만... 그게....
클로에 다 폰티나 :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타당한 이유 없이 그러면 곤란하네.
알렌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여기.
처음 한 개는 특별히 공짜로 제공 됩니다. 길드를 통해 참가하는 걸로 돼 있으니까요. 아, 물론 기절해 버리면 나침반은 없어지니까 그 때부터는 돈을 지불하셔야 해요.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럼... 이걸 가지고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알렌 : 장소는 크라이덴 평원 (4)입니다. 그리고 특이할 만한 사실은 젤리킹은 문양이 각인된 특별한 상징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가지고 와야만 임무를 완료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그걸 가지고 오는 것이 임무의 완전한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멋지게 젤리킹을 해치웠다 하더라도, 상징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젤리킹을 토벌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해치우는 것보다 그 증명을 무사히 가져 오기까지가 더 힘이 들지도 모르죠. 섀도우&애쉬 같은 다른 길드들도 참여하고, 그쪽에는 정식 길드원이 아닌 떠돌이 용병들도 얼마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들은 기사도를 몰라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정식 길드원이 아닌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상황은 같다고 보면 되겠군.
알렌 : 어... 하지만 폰티나 님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흉포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하시지 않으면....
클로에 다 폰티나 : 후후. 나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니 안심하게.
알렌 : ...그렇게 말씀하셔도....
클로에 다 폰티나 : 물론, 내가 뭐라고 말하든 자네 눈에는 순진무구한 공작가 영애로 보이겠지만.
그럼.
알렌 : 부디 몸 조심하세요! 부디... 제발...!
클로에 다 폰티나 : (...여러 사람을 바늘 방석에 앉힌 꼴이 됐네? 후훗. 세티리아가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출발하는 게 좋겠어.)
(정리해 보자면... 일단 크라이덴 평원(4)로 가서, 이 마물의 나침반을 사용해 보면 젤리킹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젤리킹을 토벌한 후, 젤리킹의 상징을 가지고 와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출발해 볼까?)
클로에 다 폰티나 : 깜짝 놀랐잖아! 정말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로군?
롱소드 굿나이트 : 아, 죄송합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장사꾼 주제에 고객을 놀라게 하다니 자세가 글러 먹었어!
롱소드 굿나이트 : 네...에?
클로에 다 폰티나 : 저쪽으로 가서 다시 걸어 나오도록 하게.
롱소드 굿나이트 : ...네?
저, 저기... 클로에 님?
클로에 다 폰티나 : 두 번 말하게 할 셈이야?
자네는 정말 안될 사람이군. 이 내가 친히 자네에게 올바른 장사꾼이 가져야 할 자세를 무료로 가르쳐 주고 있는데, 순순히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롱소드 굿나이트 : 그, 그거 참 죄송합니다. 아하하하. 말씀대로 따르지요, 뭐.
클로에 다 폰티나 : 좋아. 훨씬 그럴듯하군. 치하하도록 하지.
롱소드 굿나이트 : 그거 참 하혜와 같은 은혜에 감읍하옵니다. 하아~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럼 용건을 들어 보기로 할까? 이번에는 뭘 팔러 온 건가? 상인 나리.
롱소드 굿나이트 : 아니~ 이번에는 뭘 팔러 나온 게 아닙니다. 하하. 클로에 님께 숙명의 홀을 팔아 버린 덕분에 제 숙명이 꽤나 가벼워졌거든요. 아주 가뿐하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호오... 그거 축하할 일이로군.
롱소드 굿나이트 : 클로에 님은 어떠신지요? 그 숙명이 무겁지 않으십니까?
클로에 다 폰티나 : 고객의 감상이라도 듣고 싶은 모양이군. 유감이지만 자네에게 그런 걸 말할 생각은 없네.
롱소드 굿나이트 : 질문이 틀렸나... 음.... 어렵네.
그럼 말이죠, 저쪽 묘비들을 쭉 읽어본 감상이라도 들어 보기로 할까요?
클로에 다 폰티나 : 감상? ...별로 할 말이 없는데.
롱소드 굿나이트 : 그들은 모두 그들 자신과 싸웠던 거예요. 뭐, 좀 다른 감상은 없으신가요?
클로에 다 폰티나 : ....
...역시 없는데. 난 도플갱어 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
롱소드 굿나이트 : 도플갱어라.... 또 다른 자신이라든가, 자기 자신과 싸운 거라든가, 뭐 그런 생각은 안 하시는 거예요?
클로에 다 폰티나 : 도플갱어야. 아무리 생각해도 또 한 명의 자신 같은 건 생각할 수 없어.
나는 어떤 경우에도 유일할 수 밖에 없지. 복수가 된다면 나라곤 할 수 없잖아? 그러니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나와 어떤 속성을 공유하고 있거나 유사하게 닮아있으면서 결국은 내가 아니니까... 결론은 하나지.
도플갱어. 그렇게 밖에는 말할 수 없어.
롱소드 굿나이트 : 과연 훌륭하시군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어떤 의미로?
롱소드 굿나이트 : 어떤 의미든지요. 하하.
클로에 다 폰티나 : 답이 미진했다면,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나는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만큼 유약한 인간이 아니네.
자기 자신을 책임질 자신이 없는 사람이나 그런 걸로 두려워하는 걸세. 자기 이미지 하나 감당할 수 없는 사람 말이지.
롱소드 굿나이트 :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냉정한 말씀이네요. 하긴 그런 면이 클로에 님의 자랑이겠지만.
클로에 다 폰티나 : ...비꼬는 걸로 들리는데.
롱소드 굿나이트 : 설~마요! 착각이시겠죠~! 저 같은 일개 장사꾼이 어떻게 클로에 님을 비꼴 수 있겠어요? 하하핫.
클로에 다 폰티나 : 그러면... 이번에는 자네가 답할 차례군.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롱소드 굿나이트 : 아무 것도요. 단지 아름다운 클로에 님을 다시 뵙고 싶어서... 라고 할까요?
하하. 농담입니다. 저같이 위대한 베테랑 여행자에게는 농담이야말로 아주 귀중한 활력소지요. 클로에 님은 어떠신가요? 클로에 님의 그 고귀한 숙명에는 어떤 것이 기꺼이 길을 걷게 해 주는 요소이려나...?
클로에 다 폰티나 : ....
자네에게 답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는가?
롱소드 굿나이트 : 아뇨. 제게 대답하실 필요는 없죠. 하지만... 언젠가는 대답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거예요.
저기 누워 있는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자신과 맞닥뜨려 거리낌없이 상대를 벨 수 밖에 없었듯이.... 클로에 님께서도 예상하지 못한 숙명 앞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리시겠죠.
클로에 다 폰티나 : 후후. 겨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그 수고에 경의를 표해야 겠군.
롱소드 굿나이트 : 그거 영광입니다. 하지만 베테랑 여행자가 수고로운 걸 걱정해서야 안 될 일이죠. 대륙 곳곳에서 제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그럼 클로에 님. 한가하신 시간에 다시 찾아 뵙기로 하겠습니다. 행운이 깃들기를....
클로에 다 폰티나 : ....
상인이라기엔 기억력이 나쁘군. 여행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기억력이 나빠. 아무래도 자네는 예절 교육을 다시 받아야 겠네.
롱소드 굿나이트 : 이거이거... 죄송합니다. 편한 것에 길들여지다 보니.... 아하하.
클로에 다 폰티나 : 선물이라고 보기에는 재미 없는데. 정말 안될 사람이로군.
클로에 다 폰티나 : ...흠. 하잘것 없고, 더하여 재미도 없는 환상이로군.
말 했을 텐데, 나는 또 하나의 자신 같은 환상에는 동요하지 않는다고.
무례한....
자, 환상이여. 네 정체가 본시 무엇이든, 여기에서 고귀한 여성의 손에 죽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클로에 다 폰티나 : 세티리아! 위험...!
세티... 세티리아!
너...! 감히 똑같은 외견으로 지은 그 중죄, 용서 받을 수 있을 줄 아는가?
세, 세티...?
롱소드 굿나이트 : ...정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클로에 다 폰티나 님. 정말로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책임질 수 있다고 믿으시는 거예요?
클로에 다 폰티나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롱소드 굿나이트 : 아뇨, 말 그대로예요. 후후. 저는 아주아주 정직한 여행자라서, 본심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거든요.
말에 가시를 숨기는 일은 할 줄 모른답니다.
그보다, 정말 클로에 님은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하아....
대단해요. 감탄이 나오는 걸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어떤 행동을 하든 그 결과에는 스스로 책임지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한, 자신이 행한 일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해.
롱소드 굿나이트 : 지당하신 말씀.
야아~ 역시 패기만만한 젊은이들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애석하군요.
클로에 다 폰티나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조롱하는 거라면 용서하지 않겠네.
나는 관대한 편이지만 언제까지고 무례를 허용할 수는 없으니까 말일세.
롱소드 굿나이트 : 아차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저쪽에 주인공도 등장 하셨고 말이에요.
클로에 다 폰티나 : ....
롱소드 굿나이트 : 얼른 저쪽 필드로 가 보세요. 기다리다 지쳐 마중까지 나오셨잖아요?
저는 이만 물러나기로 하지요~!
클로에 다 폰티나 : ...또 예의 없이 사라지는군.
저쪽... 인가.
나는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아. 어떤 무서운 결과가 오든, 난 내가 행한 일에 책임을 질 거야.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할 수 없어....
※ 젤리킹 잡은 직후 딜레이로 인해 이 부분의 대사집은 누락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_ㅠ
이 부분은 클로에가 혼자서 젤리킹을 잡으러 간 걸 알고 세티리아가 쫓아와 합류하는 부분입니다.
알렌 : 휴우우~ 무사히 돌아오셔서 겨우 안심이 됩니다.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클로에 다 폰티나 : 호오... 그렇게나 내가 미덥지 못했다니, 이거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알렌 :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세티리아 : 아가씨, 시간이 없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알았어.
알렌 : 저... 정말로 폰티나 님께서? 이야~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정말....
어지간히 뼈가 굵은 모험가들도 줄줄이 두 손 들고 돌아왔었는데.
클로에 다 폰티나 : ...과도한 공치사를 늘어 놓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내가 미덥지 못했던 모양이로군. 불행한 일이네.
알렌 : 네? ...아, 아하하.... 그... 그럴... 리가요... 하하핫!
흠흠.
아무튼 이건 약속했던 포상이니까 받아 주세요.
클로에 다 폰티나 : 잠깐.
대가를 바라서 행한 일이 아니니, 그런 건 필요 없네. 어차피 내게는 몇푼 안 되는 돈일텐데, 이런 시골 지부에서 돈을 받아서야 자네들이 가엾지 않은가?
다른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쓰도록 하게.
자, 가자. 세티리아.
세티리아 : ...네, 아가씨.
클로에 다 폰티나 : ...?
무슨 일 있어?
세티리아 : 이걸 받아 왔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이런 건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나한테 이런 돈은 필요 없어.
세티리아 : 하지만 그게 원칙입니다.
받으십시오.
클로에 다 폰티나 : 받았어, 받았다구. 분명히 받았으니까, 이제 됐니?
하여간... 세티리아는 가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원리원칙주의라니까.
세티리아 : 아... 아까 그 알렌이라는 사람이 슈왈터 지부장을 잘 부탁한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일단 전해드리기는 합니다만, 아가씨께서 그런 청탁에 일일이 신경을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슈왈터 지부장을 왜 내게 부탁하지? 그 사람이 지금 켈티카에 있다는 건 들었지만... 단순히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온 거 아니었어?
세티리아 : 송구스럽지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제 일이 아니니까요.
클로에 다 폰티나 : 하긴. 네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세티리아 : 네.
상급병사 :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클로에 다 폰티나 : 수고했어.
(이 인생에서 절반은 내 몫. 그 사실만 확실하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
(내 몫이 아닌 인생에 관해서는... 관심 없어.)
(어떤 숙명이 기다리고 있든... 그게 내 몫이라면 기꺼이 움켜 쥐겠어. 절대로 놓치지 않아....)
????? : ...어서 오시게. 휴우... 비바람이 어지간하군.
????? : ........................................................
????? : 하, 그렇게 심술궂은 표정 짓지 마. 이거이거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로군. 하지만 할말이 있다고 한 건 너였잖아.
난 그쪽으로 움직일 여유가 없었어. 너도 알겠지만....
...아, 하지만 하필이면 약속한 날에 날씨가 이렇게나 사나워질 줄은 나도 몰랐다고.
자, 따뜻한 차를 내오게 할 테니 이걸로 봐 주게.
굉장한 날씨야... 정말. 몇 번을 감탄해도 모자랄 정도로. 이만한 폭풍이라면 앞으로 삼 년은 인구에 회자되겠어.
폭풍이 물러가고 나면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 지겠지.
????? : 또 여러 사람이 죽겠지만.
????? : .... 오늘은 화를 내기 위해 날 찾아온 거도 되나? 표정이 굳었어. 나로선 폭풍우보다 자네 쪽이 더 두렵다네.
????? : 시시한 소릴 하기 위해 온 게 아니야.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아니, 일어났어.
폰티나 가문 아가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어. 내가 아는 한, 제대로 된 귀부인은 이유 없이는 티스푼조차 손에 쥐지 않는 사람들인데 말야.
????? : 흠... 뭐, 부잣집 아가씨 특유의 호기심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어제 장미 무늬 드레스를 주문해 놓고 정작 날이 밝자 꼭 사파이어 빛깔 드레스가 필요하다고 조르는, 그런 정도의 충동일 지도 모르고 말야.
흔한 일이잖아? 폰티나 가문의, 그것도 하나 밖에 없는 따님 정도 되면.
????? : 나르비크에는 정교한 세공이 된 다이아몬드도 없고, 수를 놓아 재봉한 드레스도 없어.
폰티나의 공주님께서 아무 것도 없는 남부 도시 따위에 호기심 씩이나 품을 이유가 뭐가 있지?
...우습게 보지 마. 봄 한찰 날아다니다 사라져 버릴 나비인줄로만 알았는데 날카로운 이를 감춘 사자일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 흠.
....
????? : ...켈티카에 갈 예정이지?
????? : 킥. 이제서야 나를 만나러 온 목적을 말해 줄 마음이 든 거야? 자, 들어볼까? 현명한 조언자께서 폭풍우를 뚫고 날 찾아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너는 조만간 켈티카에 갈 예정이지? 그리고 연회에 참가할 수 있는 게 초대 받은 귀족들 뿐만은 아니라는 걸, 난 알고 있어.
????? : ...! 그, 말은.... 이봐, 너!
....
....
하아... 뭐, 좋아. 그렇게나 네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 아가씨를 먼 발치에서라도 한 번 봐 두는 게 낫겠지.
하지만 너같은 샤프롱(chaperon)이라니, 오늘부턴 부담스러워서 잠이 안 오겠군. 누가 누굴 시중 드는 건지 원.
후후.
★ 에피소드 2 챕터들의 경우 인페이즈 페노미논이다 뭐다 해서 노랗게 설명해주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매직위버의 배경색깔 상 노란색으로 글씨를 칠했다간 눈알이 밖으로 나오실지도 모르는 저를 포함한 시력이 안 좋으신 회원분들을 위해 다른 잘 보이는 이쁜 색깔로 바꿔봤습니다. 프롤로그에서의 노란 글씨들은 몇 개 없는 관계로 그냥 안 수정...ㅠ_ㅠ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 누락된 부분이 있습니다. 메테오 너 이자식.
★ 작은 글상자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지간해선 넣지 않으려 합니다만 , 대부분 캐릭터의 챕터 0쯤엔 저렇게 ????? 두 명의 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장면이라기엔 대사뿐이지만) 넣기로 했습니다. 또한 젤리킹 존과 같이 퍼즐에 대해 설명해주고 캐릭터가 주절주절 하는 장면은 역시 포함시키진 않았습니다. 쉽게 가요 우리 ㅠ_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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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수고하셧습니다 ^^
빠르시네여 ㄷㄷㄷㄷㄷㄷ
우와 쩐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화이팅!
ㅜㅜ 왜 알렌한테 말이안걸어질까요ㅕ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