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빵”은 히브리어로 레헴(לחם)이다. “전쟁”은 밀하마(מלחםה)이고, “싸움”은 레히라헴(להלחם)이다. 세 단어에는 공통적으로 레헴(לחם 빵)이라는 자음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전쟁”과 “싸움”은 “빵”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고대의 대부분 전쟁과 싸움은 빵(땅) 문제 때문에 일어났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이렇게 일어났다. 전체 인구의 2%밖에 되지 않은 가톨릭 성직자와 귀족들이 전국 농지의 40%를 소유했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평민들이 짊어져야 할 세금이 얼마나 무거웠겠는가?
루이 16세는 국가 재정이 악화되자 제1신분인 성직자, 제2신분인 귀족, 제3신분인 평민 대표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평민 대표들은 왕의 뜻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국민의회를 구성했고 이에 격분한 왕은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그러나 그 진압은 평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말았다. 시민혁명으로 폭발한 것이다. 혁명세력은 의회를 구성하고 법을 제정하였는데 인권선언 제1조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
얼마나 감동적인 선언인가! 그러나 문제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공존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자유를 허락하면 평등이 사라지고, 평등을 유지하려면 자유를 제한시켜야 한다. 이렇게 두 가치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혁명세력은 이런 달콤한 말로 어리숙한 민중을 속였다.
혁명에 성공한 주체세력들은 “가난한 민중은 무식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선거권은 교양이 있고 일정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왕당파에 맞서 함께 피 흘리며 싸웠던 가난한 평민들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통치자들은 항상 美辭麗句로 대중을 현혹하고 이용해왔다. 결국,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대중이 깨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