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접한 나라치고 서로 갈등과 마찰을 빚지 않은 나라가 없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부딪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옆나라에 속국이 되었던 경우에 그 정도가 특히 매우 심합니다. 양국이 서로 점령하고 점령당하고 하는 관계라면 그다지 대단한 갈등국으로 전개되지 않지만 한나라가 옆나라에 일방적인 침략만 받았을 경우 그 갈등관계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과 되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사이에는 쌓인 원한과 감정이 너무 높고 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일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들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한국은 인구소멸로 인해, 일본은 자연재해로 인해 사라진다는 경고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이제는 그런 상황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서로 욕하면서 삿대질하면서 그 운명이 비슷해지는 참으로 고약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뭐 그리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 일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너무도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 자연재해때문에 일본은 오래전부터 대륙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그 지긋지긋한 자연재해를 피해 대륙에 넓은 땅을 점령하고 자국민들을 이주하려는 그런 심적 부담감이 지금껏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대륙으로 진출할 탈출구로 한반도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옛부터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1900년대 한때 한반도를 비롯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수중에 넣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욕심을 내서 세계 최강으로 부상하려던 미국에까지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원폭 두개를 얻어 맞은 끝에 대륙을 향한 그들의 야욕을 접어야 했습니다.
일본이 2차대전후 폭망했지만 한국전쟁이 구제해 주었고 그 여세를 몰아 미국의 경제까지 넘보는 상황이 되자 미국은 일본이 제2의 태평양전쟁을 획책한다면서 그 유명한 프라자합의로 뭉개버렸고 그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40년을 맞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금 나라 전체가 하락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고 국민정서적 분위기가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화산폭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난카이 해곡이라는 거대 해협에서 대지진의 징후가 이미 포착돼 일본은 경계태세에 들어간지 오래됐습니다. 일본인들은 지진이 덜 한 지역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하거나 주변국들에 사는 지인들에게 SOS를 쳐놓은 상황입니다. 여름에는 태풍으로 심한 피해를 입고 겨울에는 폭설로 나라가 멈춰서기도 합니다. 어느 작가가 만든 2025년 7월 일본이 무너진다는 예언서가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일본인들 사이에 공포심은 더욱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위기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진원지는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에는 그야말로 으뜸국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습니다. 저출산보다는 고령화가 일본의 골치거리입니다. 일본 재정의 상당부분이 고령층에 쏠리다보니 나라 운영이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일본의 세대갈등은 대단합니다.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노령층을 폄하하거나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일제 일상화됐습니다. 나라의 재정을 좀먹는 늙은층을 사라지게 해야 일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어떤 교수의 지적에 일본 젊은이들이 대단한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에서 75세 이상에 대해 이른바 고려장을 도입하거나 안락사를 법제화해서 노인 인구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영화 <플랜 75>는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노인 안락사를 다룬 영화입니다. 일본은 이래저래 30~40년이내 자연재해로 멸망하거나 초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사라진다는 지적이 이제는 뉴스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의 초저출산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은 앞으로 30~40년안에 소멸되는 지구상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전세계적으로 정설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얼마전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에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실태와 대응 방안을 담은 책자까지 발간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초저출산에 대한 보고서가 발간됐지만 정식 책자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초저출산이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때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어느날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대변신을 하고 선진국대열에도 끼더니 왠지 아이를 낳지 않는 출산혐오증에 빠져 결국은 나라가 없어지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경고하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OECD는 한국의 초저출산의 원인과 그로 인한 한국내의 세대갈등, 남녀갈등이 극에 달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OECD는 이런 저런 대책을 제시했지만 이미 한국내에서 수차례 거론된 그런 수준입니다. 한국의 초저출산은 한국 정부뿐 아니라 세계의 유수한 단체들도 해법을 강구해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북아에서 가장 긴장관계가 높았던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은 이제 비슷한 미래로 가야하는 숙명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자연재해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상황인데 반해 한국은 인간관계에서 이뤄지는 출산률이기에 해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아주 희박한 희망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해결못할 자연재해이기에 일본인들은 극한 상황에 뭉쳐 집단 이주 등의 방법을 도출해 낼 수도 있지만 한국은 사회적 갈등과 빈부격차 그리고 양극화사이에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섥힌 사안이니만큼 더 해결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가능합니다. 현해탄을 사이에 이런 저런 사안으로 얽혀있는 한일 양국이 그들에게 놓여진 국가소멸이라는 결정적 파국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5년 3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