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 세계지식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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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지식포럼 마지막날인 11일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퍼펙트 스톰은 오는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
"내년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 그림자가 하나둘씩 엄습하고 있다. 하나라도 삐끗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제13회 세계지식포럼 마지막 날인 11일 특별연설에서 '닥터 둠'이라는 별명답게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 붕괴 △미국 경제 불황 심화 △중국 경착륙 △이머징마켓 경기 침체 △이스라엘ㆍ이란 무력 충돌 등을 불안요인으로 꼽으며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심화된다면 도미노 현상이 벌어져 세계 경제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해 총알이 떨어진 상태로, 상황이 잘못되면 당시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화폐전쟁과 무역전쟁이 벌어져 보호무역이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는 "최악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철저한 리더십과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로존만 하더라도 17개국이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약 3500명이 참석한 이번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서는 루비니 교수가 불안 요인으로 지목한 미국 중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경제 미래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전망이 이어져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위기 한복판에 있는 유로존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유럽 정상들 간 토론에도 참석자들 이목이 집중됐다.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유로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희망에만 부풀어 두 번째 결혼을 한 것과 같다"며 각국이 개혁에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는 "유럽이 생각하는 복지국가 정의를 바꾸고 개혁에 나서야 복지시스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 브루턴 전 아일랜드 총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진통제는 고령화 등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한국도 20년 후에는 복용하게 될 것"이라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유럽 정상들은 "유로존은 어려움에도 결국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미국 경제학자들은 비관적인 견해를 거두지 않았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이 해체될 확률은 10% 정도지만 향후 고통스러운 10년을 경험할 확률은 80%나 된다"고 내다봤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석학들은 글로벌 경기 악화와 내부 가계부채 문제 등 복병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나름대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존 체임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의장은 "한국은 낮은 정부 부채와 넉넉한 외환보유액을 토대로 당면한 침체 리스크에 대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의장은 다만 "세계 경제가 위기 시나리오보다 더 나빠진다면 한국 신용 상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이야말로 지식경제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나라"라며 "혁신과 인적 자원 등 미래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있는 한국은 '중진국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형규 기자 / 한예경 기자 / 박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