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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도 이 정도는 돼야 뉴스가 된다. 울트라마라토너 안병식(37)씨는 얼마 전 1,150km를 달리는 프랑스 횡단에 이어, 1,200km 독일 횡단 레이스 완주에 성공했다.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연달아 열리는 이 두 개의 유럽 횡단 레이스를 한 해에 모두 완주한 사람은 안씨가 최초다. 그는 35일 동안 총 2,350km를 달려 인간 한계의 끝을 시험했다.
지난 8월 11일부터 28일까지 18일 동안, 그는 프랑스 북쪽 끝인 로스코프에서 남쪽 끝 그루이산까지 하루 평균 6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완주에 성공했다. 2001년부터 열린 프랑스 횡단 레이스는 1,000km 이상을 달리는 횡단 레이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1개국 60여 명이 참가해 44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프랑스 대회 일주일 뒤, 그는 곧바로 총 1,200km를 달리는 독일 횡단 레이스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독일 서북쪽 끝 카프 아르코나에서 출발해 독일 남쪽 끝인 뢰라히까지 하루 평균 70km를 달리는 레이스다. 이번 독일 횡단 레이스는 하루 85~93km를 달리는 ‘롱데이’ 구간이 여러 번 포함되어 있고, 알프스 산악 지대를 넘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에서 열렸다. 올해 레이스에는 34명이 참가해 16명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사실 이번 프랑스와 독일 횡단 레이스에 출전하기 전에 바쁜 일이 많아 훈련을 충분히 못 했어요. 그래서 정말 고생을 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회 때 무릎인대를 다쳤는데, 치료와 휴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주일 후 바로 독일 대회에 참가했어요. 독일 횡단 내내 무릎 때문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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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100마일 울트라 레이스 도중 포즈를 취한 안병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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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고비사막 마라톤 우승
안병식은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로 예술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던 젊은이였다.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익스트림 마라토너로 더 유명하다. 2007년엔 고비·사하라·아타카마사막 대회에 나가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해 남극 130km 대회에 출전해 3위를 기록했고, 다음해 북극점 마라톤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5km 건강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하프 마라톤으로 풀코스로 조금씩 거리를 늘렸습니다. 달리기가 재미가 있더라고요.”
2001년 봄에 서울에서 열린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이 그의 첫 번째 마라톤 완주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서울에서 울트라마라톤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라는 것을 알고, 무조건 나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몰라 마구잡이로 뛰면서 혼자서 훈련했습니다. 완주에는 성공했지만 무릎이 아파서 80km부터는 거의 걸어서 갔어요. 1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울트라마라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부상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그 대회를 통해 극한에 도전하는 경기인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출전했고, 우연히 사막마라톤을 알게 되어 사하라사막을 달리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06년 6월 중국의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제가 남들보다 특별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고비사막을 가기 위해 6개월 동안 열심히 훈련했는데 운도 따랐는지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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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횡단 1,200km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안병식씨. / 사우스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 익스트림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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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식은 스스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림이나 달리기처럼 혼자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달리기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사람들이 물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좋아서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달리는 자체가 좋았다.
“오지 레이스는 많은 시간과 돈, 체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문제될 게 없었어요. 처음엔 개인 경비로 참가했는데, 계속 달리다 보니 스폰서도 생겼어요. 지금은 노스페이스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오지레이스는 말 그대로 오지에서 펼치는 레이스다. 사막, 정글, 남극, 북극, 울트라 등 오지를 포함한 ‘극한의 레이스’에 도전하는 것을 ‘익스트림 레이스’라 한다. 그는 자신이 출전한 많은 익스트림 레이스 가운데 북극점 마라톤과 칠레의 아타카마사막 대회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북극점 대회 때 기온이 영하 30도였습니다. 그렇게 추운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달리다 보면 얼굴에 땀이 나는데, 땀이 바로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믿기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은 신비로운 곳입니다. 소금 사막, 달의 계곡 등 환상적인 곳들이 많아요.
그리고 코스가 힘들다 보니 대회 내내 선두그룹 5명이 함께 레이스를 했습니다. 결승선에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도착했는데 눈물이 날 뻔 했지요.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서로 격려하며 함께 레이스를 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 친구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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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라톤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는 북극점 마라톤. / 제주의 오름에서 훈련 중인 안병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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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거리를 달리는 익스트림 마라토너는 부상의 위험이 높다. 특히 이번 독일 경기 때처럼 무릎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이 필수다. 대회를 앞두고 어느 정도의 훈련을 소화하는지 궁금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근육을 보강해 줘야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습니다. 레이스 중에는 쉬는 날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프기 시작하면 조금씩 악화되어 고통이 심합니다. 보통 100km 울트라마라톤은 한 번에 50~70km까지 뛰는 연습을 몇 번해야 무리가 없습니다.
한 달에 300km 정도는 뛰어야 준비가 됩니다. 하지만 1,000km 이상의 장거리 레이스는 훨씬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 달에 500km 이상의 운동량을 소화해야 고생을 안 합니다.”
등산 마니아들도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무릎 부상을 당하면 얼음찜질과 수영을 통해 회복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독일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물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을 예방하려면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완주가 가능합니다. 가끔은 저녁에 친구들과 소주 한 잔하고 싶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이 모두 훈련입니다. 몸 관리가 가장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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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 / 고비사막 레이스 대회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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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미국 횡단 5,100km에 도전
안씨는 내년에 LA에서 뉴욕까지 미국을 횡단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울트라 레이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총 5,100km를 2개월 동안 달리는 장거리 레이스로, 하루에 70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달려야 한다. 그는 이에 대비해 대회 전 2~3달 동안 한 달에 최소 1,000km 이상을 뛸 계획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6시간 이상을 달리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의 인생을 모두 달리기에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학원에서 일해 오전 시간에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쪼개서 뛰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고 훈련에 매진해야 될 것 같아요.”
그는 미국 횡단 레이스 외에도 사하라사막과 칠레 아타카마사막 레이스에서 우승해서 세계 3대 사막 마라톤을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극점 횡단 1,100km에도 도전해서 세계 기록(33일)을 깨는 것도 목표다.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극한 달리기의 세계는 듣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대한민국의 ‘포레스트 검프’ 안병식씨. 그의 선전을 기원한다.
안병식(37)씨 프로필
2001년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서양화 전공) 졸업
1998년 제주대학교 5km 건강마라톤대회 참가하며 운동 시작
2003년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2005, 2006년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250km
2006년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250km(우승),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250km,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250km(3위)
2007년 고비사막, 사하라사막,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대회 미디어 팀 카메라맨, 남극 130km(3위) - 사막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2008년 베트남 정글, 산악 마라톤 235km, 북극점 마라톤 우승(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남극과 북극점에서 마라톤 완주),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 300km,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250km 참가
2009년 8월 카미노 산티아고 800km(15일 동안), 8월 프랑스 몽블랑 울트라 트레일런 166km, 9월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런 240km, 10월 사우스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 익스트림 마라톤 240km, 10월 인도 히말라야 100마일(166km) 런.
2010년 오스트레일리아 레이스 250km
2010년 8월 프랑스 횡단 1,150km, 9월 독일 횡단 1,200km 완주
글 김기환 사진 안병식
첫댓글 타는 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