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아이콘' 박지성 대해부
1. 脫 그리고 通… 정신력·체력 '아시아 한계' 탈피… 기술력으로 세계축구와 통해
2. "나보다 팀"… "유럽 선수는 이렇게 다뤄라" 이기적 스타와 달리 동료 챙겨
3. 조용한 리더십… 철저한 자기관리·깨끗한 품행… 사회가 기다렸던 스타의 모습
그리스전 후반 7분. 그리스전의 승부에 쐐기를 박은 박지성의 골은 세계를 향한 한국 축구의 선언과도 같았다.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빙빙 돌리며 포효하는 박지성의 골 세러모니는 '한국 축구를 더는 아시아의 틀 안에 가두지 말라'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박지성이 그리스 장신 수비수 2명을 뒤에 달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골 그물을 뒤흔들었을 때, 이를 지켜보던 전 국민의 심장은 쿵쾅거렸다.박지성은 누가 뭐래도 한국 축구의 중심이다. 90분 내내 맹렬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의 플레이는 한국 축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심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똘똘 뭉친 정신력과 로봇 같은 체력으로 월드컵 무대를 두드렸다. 이마가 찢기고 머리가 터지는 태극전사들을 국민은 '투사(鬪士)'인양 대우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16강 진출 실패였다.
- ▲ (사진 왼쪽)2002년 한·일월드컵 때 앳된 외모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사진 오른쪽)상처투성이 지성의 발… 박지성의 발은 굳은살과 상처투성이다. /오디북스제공·조선일보
그렇기 때문에 한국 축구는 '박지성 이전'과 '박지성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선수가 기술로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바로 이날 박지성의 골이었다. 박지성이 노란색 주장 완장을 차고부터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29세의 박지성이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팀을 리드하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이다.
그리스전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박지성은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이 이긴 것이 더욱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나보다 팀"이란 말을 달고 다닌다. 이 말이 더욱 돋보이는 까닭은 실제로 박지성이 자신의 기량 발전에만 몰두하는 이기적 스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부터 세계 최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진 자신의 경험을 동료에게 전파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박지성은 그리스전을 앞두고 동료에게 체격 조건이 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전파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 6학년 박지성의 일기장엔… 박지성이 세류초등학교 6학년 때 썼던 일기. 어린이 박지성은 일기장에 훈련 내용 을 그림으로 일일이 그렸을 정도로 축구에 푹 빠져 있었다.“ 아파도 참아야 한다” “다른 사람 두 배로 노력하겠다”는 등 어른스러운 내용도 많았다. /랜덤하우스 제공
이런 박지성의 조용한 리더십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리더의 자질인지도 모른다. 서울대 임현진 교수(사회과학대 학장)는 "박지성 선수는 성실함과 매너, 겸손함과 열정, 스캔들 없는 깨끗한 품행 등 한국 사회가 원하는 '스타'의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을 보는 한국팬들은 지금 '박지성 신드롬'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