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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3월호와 산자고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50 10.03.12 04: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詩’ 3월호가 평소보다 늦게 어제야 도착했다. 권두시론 신현락의 ‘변화와 소통에 관한 단상’, 이달의 ‘우리詩’(초대시)로 임보 ‘깜깜한 세상’, 양채영 ‘갈대’, 조창환 ‘현존에서 영원으로’, 이영춘 ‘방의 이중법’, 이혜선 ‘빈 둥지’, 장순금 ‘누구나 벽을 가졌다’, 공광규 ‘문풍지’, 박승미 ‘일송정一松亭’, 조성국 ‘벌충’, 박영원 ‘경칩’, 주경림 ‘우거지’, 허금주 ‘소리 지르는 남자’, 한이나 ‘불꽃 잎새’, 김금용 ‘오랑캐꽃’, 박정원 ‘팥배나무에게 딴죽 걸다’외 각 1편씩 실었다.


 ‘이詩, 나는 이렇게 썼다’는 김선호의 ‘핸드폰은 희망을 담고 있다’,와 권순자 ‘어머니의 새벽’, 이달의 ‘우리 時調’ 12인 특집에는 윤금초 ‘디오게네스 소라게’, 한분순 ‘마음 한 뼘 늪에 묻다’, 이우걸 ‘감정’, 백이운 ‘그만’, 박기섭 ‘하학종이 놓친 길’, 정일근 ‘인연’, 김광순 ‘허공 속의 붓’, 하순희 ‘아버지’, 김강호 ‘야구공’, 정경화 ‘겨울바람’, 황성진 ‘3월’, 이석구 ‘무하마드’ 각외 1편을 올렸다.


 소시집은 이가영 ‘태전동의 밤’, 소시집 방인자 ‘봄을 마시다’외 5편씩, 알기 쉬운 詩창작 교실은 연재 13회로 ‘2000년대 등단시인 신작특집’은 김인 ‘부조리’, 여태천 ‘지구를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독서’, 한옥순 ‘첫사랑’, 길상호 ‘울화’, 송태옥 ‘깍두기’, 정하해 ‘석모도’, 김세형 ‘몸부림 한 마리’, 김연성 ‘바퀴들에게’, 김정숙 ‘은행의 부등식’, 최성훈 ‘버짐나무’, 한병준 ‘침묵이 도사리고 있다’, 강가람 ‘완두콩’, 김경숙 ‘설야’, 문지숙 ‘허공으로 난 길’, 박현웅 ‘오래된 오늘’, 정수경 ‘시클라멘’, 최일걸 ‘바람 들다’, 이동훈 ‘민들레의 푸념’, 이화영 ‘컴 온 바이러스(Come on virus)을 실었다.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詩(연재 35회)는 고성만 시인의 추천으로 김경주, 김민정, 염창권, 김충규, 나병춘, 송경동의 시를 우리詩 월평은 박해림의 ‘내게서 빠져나간 시간들’, 한시 읽기로 진경환의 ‘시어와 평어’, 영미시 산책은 백정국 역으로 웬델 베리의 ‘선언 : 성난 농부 해방 전선’이 실렸다. 시 다섯 편을 골라 오랜만에 햇볕이 나서 별도봉에 가서 찍은 산자고와 같이 올린다.



 

♧ 서정(抒情) - 전봉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이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젖은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 어머니의 새벽 - 권순자


죽천 바닷가

어머니의 새벽은 싱싱하다

밤새 파도가 토해놓은 미역, 곤피

여명에 건져 올리는 손,

울컥대는 갯내음을 달게 마시며

탱탱해지는 어머니의 가슴은

새벽안개에 젖은 꿈으로 붉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깡마른 몸이 지게차처럼 함지박을 옮긴다 


나날을 조이는 삶의 그물을

날렵하게 빠져 나오는 새벽마다

어머니 발걸음은 생선 지느러미보다 활기 차다

한 꾸러미 옭아매던 근심들이 달아난다

짠 내와 비린내가 어머니의 속 깊은 물결에 밀려난다


아직 기울지 않고 조각달 희미하게 떠 있는

읍내로 나가는 길목

해산물 냄새 퍼트리며 


소리 없이 밝은 아침이 되시는 어머니



 

♧ 냇물이 얼 때 - 이가영


 한 이불 덮는 소리라 했다. 한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부부로 산다는 거, 당신이 내게 말했지, 일주일에 세 번 만나도 부족해 한 이불 덮고 살자고, 담요처럼 포근하게 들리는 한 이불이란, 물빛이 많은 방에서 온전히 하나가 된다는 것, 콧김을 품으며 누구 가슴이 더 따뜻한지 체온을 재어 보는 일, 한 이불을 덮다보면 오래 덮다보면 물속 깊이를 알듯, 천년을 산 것처럼 서로 마음이 깊어진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겨울, 물고기들도 가슴 콩닥거리며 부끄러워하다가 신혼 첫날 밤, 비늘무늬 속옷을 입고 한 이불을 덮는다는 거, 새우잠 들었을 때, 살그머니 목까지 이불 덮어주는 당신,



 

♧ 하루를 먹다 - 방인자


오늘 하루를 또 녹여 먹었습니다

안개에 담긴 단풍을 조반으로 시작하여

피아노 연주곡을 커피대신 마셨습니다

마른 오징어처럼 납작하게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앞뒤로 구우면 나도 맛있는 사람이 될까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났습니다

홍시 같은 오전이 씹을 사이도 없이 꿀꺽 넘어갑니다

 


소풍을 키핑 해 놓은 오후는 쌉싸름해서 얼른 삼키고 싶었지만

마음끝자락의 달콤함을 느끼다

쓴맛은 단맛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를 다 녹여먹은 지금 에스프레소 같은 어둠이 내일을 포장해

시계의 분 바늘에 걸어놓으면

잠에서 솜사탕 같은 대여섯 시간을 먹고

상큼하게 입술을 닦으며 일어나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머그컵에 담겠지요?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 수 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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