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담배 좀 끊자
노병철
매너와 에티켓의 차이는 알고 살아야 욕을 덜 먹는다. 매너는 ‘있다.’ ‘없다.’로 구분한다. 술집에서 아가씨 허벅지 만지면 매너가 있을까? 없을까? 만져야 ‘매너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만져줘야 아가씨가 떳떳하게 팁을 받으니깐 말이다. 안 만지고 팁 안주고 나가면 뒤에서 욕하며 침 뱉는다. 그래서 팁 줄 돈 없으면 그런 델 가질 말아야 하는 것이다. 에티켓은 ‘지킨다.’ ‘안 지킨다.’로 구분하면 된다. 따라서 ‘법’이다. 담배 피우지 말라면 안 피워야 되는데 피우면 에티켓이 없는 것이다. 옆 사람이 옷에 묻는 담배 냄새에 헛구역질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있다면 그런 사람을 매너 없다는 소리보다는 에티켓을 안 지킨다고 하는 것이다.
애들은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기차에서 아니 시내버스에서도 담배 피워도 되는 세상에서 우린 살아왔다. 영화 보다가 중간에 필름 갈 때도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웠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갈 땐 워낙 긴 시간 비행을 했기에 비행기 안에서 담배 한 갑을 다 피운 적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매너도 에티켓도 없는 인간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며 걷는 사람들, 입원실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차창 밖으로 담뱃불 튀기고 가래침 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은 엄청난 바람둥이에다가 담배를 피우고 의치를 한 탓에 입에 냄새가 많이 난 모양이다.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가 그와의 키스 장면을 끝내고 나면 기절할 것 같다며 비명을 질렀다고 하니깐. 나이 들어 한라산을 단숨에 오르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몸에서 나는 냄새부터 관리해야 한단다. 자기 자신은 맡을 수 없지만 주위 사람들은 역겨운 냄새에 곤욕을 치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내뿜는 입 냄새는 견디기 힘들 정도이다. 몇 년 전 수능이 끝난 뒤 무료한 고3 학생들에게 금연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남녀 공학이라 그런지 벌써 짝이 되어 붙어 앉아 있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 껌 좀 씹거나 운동화 구겨 신는 애들인 듯 싶다. 그런 여학생들에게 눈을 맞추면서 말해주었다.
“담배 피우는 남자들과 키스하는 것은 누런 가래 뱉어 놓은 재떨이를 핥는 행위와 같다.”
그 여학생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옆 남학생 얼굴을 쳐다본다. 대가리 피도 안 마른 놈들이 할 건 다한 모양이다. 일단 이 한마디로 강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4천 종류의 독극물이 있다는 의학적 이야기로는 이 애들에게 잘 먹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 옛날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신 적이 있었다. 둘째 놈이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아버지 ‘돗대’ 담배를 빼 간 것이다. 매너 없는 둘째 놈 때문에 아버지에게 치도곤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학교 뒷담에 모여 돌려가면서 피운 ‘빠끔’담배의 맛도 생각이 난다. 특히 신혼 첫날밤 성스러운 의식이 끝난 뒤 침대 위에서 바로 피워 문 담배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그땐 집사람도 담배 냄새보다 더한 것에 취해 뭐라 이야기도 하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담배는 그저 추억거리일 뿐이다.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담배는 이제 버려야 할 때이다. 난 술, 담배, 여자를 다 끊었다. 분명 내가 죽으면 ‘사리’가 나올 것이다. 힘주어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절대 ‘다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