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닭장을 지어봤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도 직접 마련하고 인생2막에서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이것저것을 만들어 보고, 이일저일에 부닥쳐 봅니다
내가 가진 능력과 적성이 과연 어느 부분에 적합한지 보고싶었습니다
주말에만 짓고, 중간에 잘못된 것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 수정 재작업을 하고,
처음 시작부터 나중에 폐기를 했을 때를 예상하여 전과정에 친환경을 목표로 하며
더위와 장마 때문에 중단도 돼 처음 예상 1개월보다 긴 3개월 하고 16일이 걸렸습니다(6/1~9/16)
그깟 닭장 하나 짓는데 뭐가 그리 피곤하게 친환경이니 계획이니 하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거의 모든 걸 생각도 없이 남의 힘으로 이뤄진 걸 사용만 했을 뿐 입니다
이제는 그냥 저의 힘으로 만들어 보고 건강한 환경도 고려하고 싶을 따름이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계획서를 작성했고
중간 중간 다시 보고 내용을 수정도 하고 했네요
하고자 하는 목적과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동물 복지 추구(동물의 건강한 생리와 자연적인 환경을 조성)
무항생제 및 무소독제
자연발효로 양계 냄새가 최소화되고, 청소 횟수도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 제작 및 향후 폐기 시 재활용이나 잔여물 처리 방안까지 고려
친환경 자재 이용(목재와 금속을 이용하고 가능한 플라스틱, 비닐 및 페인트는 배제)
양지 바르고 북쪽이 언덕 등으로 가려진 곳
지형적인 통풍으로 상시 시원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아주 약간의 경사지)
비, 바람, 햇볕을 적절히 가려줄 수 있을 것(자연적인 나무 그늘이 최고)
유해동물의 완전한 차단(침입 차단 제작 및 주변 서식 가능지를 제거)
사료와 물 오염 방지(비용 최소화 및 수인성 질병 예방)
폐기 목재 활용(주변 폐기 빠렛트 등 ☜ 새 목재를 사면 나무를 베고 가공할 일이 생긴다)
조립식으로 수리 가능토록 설계(부식 발생 시 모든 구조물을 교환 가능하도록 제작)
자재 가공의 최소화(에너지 절약 및 자재 활용도 UP)
무동력으로 건축(단, 전기충전드릴만 사용)
주변에서 구입가능한 시장 물품을 그대로 사용(주문 제작은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2.제작 시 준수 사항
바닥은 흙바닥에(모래+황토) 낙엽 등으로 자연과 가깝게 조성
사방으로 수로를 먼저 만들고
바닥을 주변보다 15㎝ 이상 높게하여 장마철 폭우 유입 방지
보도블럭이나 벽돌을 닭장 테두리(나무 기둥과 벽) 밑에 깔아서 목재가 썩는 것을 방지
성토한 바닥은 두꺼운 철판과 망치를 이용해서 다지기 시행
닭장 주변 1m 이내는 자갈이나 작은 돌을 깔아 잡초 발생 억지 및 유해동물 침입 저지
야외방사장 출입과 닭장 바닥 습기제거를 위해 바닥 쪽으로 닭 전용 출입문 설치
사료와 물의 오염을 방지키 위해 닭들이 먹이나 물통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구조로 제작
3.작업 순서
위치 선정(그늘과 바람 방향 등 고려)
수로 만들기
바닥 성토 및 다지기(장마철 폭우 대비)
보도블럭 또는 벽돌을 닭장 테두리 기초로 사용(가운데는 그냥 흙바닥)
닭장 골조(FRAME) 제작
지붕 올리기(빗물이 고이지 않게 지붕에 기울기를 주거나 또는 평지붕은 가운데를 3cm 볼록하게
만들기/골판 종류는 3cm 정도의 휨을 주는게 가능함)
닭장 상단은 나무 FRAME과 철망으로(양계망+구갑망) 구성
하단은 70~80cm 높이로 사방 모두에 나무판을 부착(개나 유해동물이 내부를 넘볼 수 없게)
일부분 비막이 설치(산란장 및 횟대 부근)
닭장 바닥 및 주변 생석회로 소독
횟대(부러진 나뭇가지 이용) 및 산란방 설치
먹이통 및 물통 제작
깨끗한 황토로 바닥 준비
잠금장치 등 마무리
닭장 규격은 바닥 면적 2(평)에 크기는 3632x1890x1870(LxWxH) 로 되었습니다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이 가능한 습식구조목의 규격을(3632x50x40) 최대한 그대로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다른 자재도 가능한 그런 2차 가공을 최소화하며 사용을 했습니다
마침 텃밭의 일부가 계획한 자연 조건과도 많이 맞는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배수로를 파고, 파낸 흙을 옮겨 기초로 성토하고, 철판과 망치로 다지고 비를 맞혀 굳히는데 3주가 걸렸습니다
장비를 동원하면 빠르고 덜 힘들겠지만 유류에너지를 쓰면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싶어 인력으로 했습니다
3주가 걸린 닭장이 들어설 자리입니다
직장 다니는 아들과 같이 주말에 둘이서 골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짓다보니 그제서야 처음 예상했던 설계와 다른 잘못된 것이 보이고 부족함이 느껴지더군요
예를들면 구조적으로 잘못돼 조립이 안되거나 표준재료를 사용할 수 없다거나 구조강도가 약하거나 등 입니다
지붕은 렉산골판을 이용했습니다. 수명이 10년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이부분이 고민이 있었습니다. 렉산골판이 과연 친환경인가?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지인에게서 얻어 온 합판을 천정 구조물로 사용해서 모양이 특이한데, 모양이 무슨 상관인가 싶어 그냥 썼습니다^^
잘못된 구조를 손보고, 옆공장 외국인의 도움을 받아 지붕을 올린 모습입니다
제 친구들이 보고는 사람이 살아도 되겠다는 농담을 합니다
조립공차는 1~3mm 입니다
하단에는 폐기보도블럭을 구해서 빙둘러 기초로 이용했습니다
보도블럭 공사를 하면서 잘라 쓰고 남는 짜투리를 이용하다보니 모양과 두께가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보도블럭이 벽돌보다 단단해서 좋더군요
장마철이 되어서 많은 비가 오니 잘못된 설계로 인한 부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천정의 구조가 약해서 렉산골판에 물이 고이니까 천정 가운데가 아랬쪽으로 주저앉고 거기서 물이 샙니다
해결책을 고민고민하여 장마가 끝나고 수리해서 해결했습니다(천정 구조목을 추가하고 바닥 가운데에 기둥을 세웠습니다)
인터넷에서 얻은 선배님들의 노하우인 닭망과 구갑망을 2중으로 했습니다. 닭망이 좀 더 강하고 구갑망은 치밀합니다
굵은 철망을 이용해보고 싶었는데, 가격도 비싸고 철망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도 힘들어서
약해 보이지만 닭망과 구갑망의 조합을 사용했습니다. 나중에 동물 침입을 방지하는 창살을 추가 하려고 합니다
벽면을 하나하나 붙여 갑니다. 구매한 미송합판 한 장을 제외하고는 폐기 빠렛트를 이용했습니다
폐기 빠렛트의 못을 빼고 판재를 뜯어 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습니다
아마 모두 새 목재를 구입해서 만들었다면 완공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과 뒤의 큰 망창은 통째로 만들어 봤습니다
부착할 때 혼자서 할 수 없을만큼 무거웠지만 제작 시간은 3조각으로 하는 것보다 단축되고 훨씬 튼튼합니다
다음에 또 만들 때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겉모습이 거의 다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닭장의 이동이나 전도를 방지할 목적으로 철근말뚝도 모두 8개를 박았습니다
그 덕인지 강한 바람이 불었던 태풍 링링에도 아무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물론 천정을 평지붕으로 해서 바람이 받쳐 올리지 못하게 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아랫 쪽에 닭들의 방사장 출입과 내부 환기 목적으로 미송합판으로 문을 2개 달았는 아주 좋습니다
빗물로 바닥이 젖더라도 문을 개방하면 환기가 되면서 반나절이면 바닥이 다 마릅니다
나중에 방사장을 만들면 닭들이 거기로 출입도 할 겁니다
적정량의 사료가 내려오는 모이통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횟대는 자연목이 좋다고 하셔서 산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찾으려 했는데
태풍 링링이 그 수고를 덜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