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게
연애를 하려거든 조선 남자를 만나라
아버지, 우리 마을엔 조선 남자가 없어요
맞아서 터진 볼보다 그 말이 더, 억울해요
일본 남자는 내게
조선인 피가 섞인 너랑은 이제 끝이야
연애의 결말은 공식처럼 똑 같아서
그들의 이별 통보는 토씨 하나 안 틀렸네
아이는 내게
마사꼬, 고마야 진짜 이름은 뭐야 엄마?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몰라도, 모르면 좋을 일 별 아래서 알린다
일본 친구는 내게
뭘 고민해, 왜 고민해, 귀화해 그럼 쉬워
아이를 생각하면 귀화 동화 스치고
직업도 얻을 수 있지만 멸망하지 나는
조선은 내게
아버지 고향집에 핀 도라지 복숭아꽃
처음 입은 노랑 저고리 겉도는 마음처럼
엄마의 치마폭 뒤에서 훔쳐보는 낯선 손님
단카는 내게
중학교 국어시간 첫 만남의 순간부터
멎지 않는 딸꾹질처럼 나를 자꾸 불러
피범벅 모래알을 삼키던 그날을 견디게 했어
이정자는 내게
교집합 하나 없는 책 속의 재일 여인
자꾸만 말을 걸어 단수 아닌 복수로
그녀의 혼잣말 노래가 합창 같아 자꾸만
* 재일 조선인 2세. 조선인의 회한과 슬픔을 일본의 전통시가 형식인 단가로 노래했다
《시조시학》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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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자*를 노래함/ 김종연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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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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