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쓴 글인데 문득 생각이 났다. 그저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싶어 올린다. 요즘 떠났다고 생각한 교만의 일들이 자꾸 들고 터지는지라. 떠났다고 생각했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의 이야기다. 다시 반복된다고 해도 절망하지 않을 것 같다. 덩어리가 빠져나갔다고 해도 잔상이 남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덩어리가 있을 수도 있고 새로이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 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인가가 나로 하여금 알아차리게 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5월의 어느 아침 꿈 이야기다.
꿈 속은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경험과 나도 모르는 순간의 마음 등 여러 존재의 나툼으로 복잡했다.
전쟁터인 듯 총을 집어 들고 적과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옆사람에게 이야기했다. 피해서 잠복할 뿐, 총을 쏘지 않았다.
이어서 피난소의 모습인 듯 여러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었다. 한쪽에는 싱크대가 놓여 있고 여러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었다. 누워있던 나는 어느새 앉아있었고 내 손에는 작은 사과가 하나 들려 있었다(배고프지 않아서인지 나눠먹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앞에 앉아있던 모녀가 자기 땅에서 수확했다는 사과와 다른 과일을 여러 개 앞에 펼쳐놓았다.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커다랗고 좋은 품종인 듯 먹음직스러웠다. 좋은 과일이라고 칭찬하며 앉아있었다.
피난소에는 불자도 기독교 신자도 있었다. 방을 나오는데 통로에 앉아있던 여자(기독교 신자)가 나에게 '너는 왜 설겆이를 안하냐'고 비난했다. 나는 '먹은 것이 없으니 설겆이를 안한 것이고, 이것은 마치 잘 생각이 없는 사람이 이불을 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변명인듯 설교인듯 좋지 않은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 순간 어떤 불자가 방에서 어떤 설명을 하면서 다라니를 읖조렸다. 다시 예의 그 기독교 여인은 나에게 불자가 배우는 방식에 대해 약간은 비하하는 듯한 태도로 말했고 나는 '당신의 말대로라면 불자가 1+1=2를 배우면 그것만 알아야 한다. 하지만 1+3=4, 이런 식으로 그 원리를 배우게 된다'며 경전을 읽으면서 배우게 되는 변화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려고 폼을 잡던 중 통로의 저편에 있는 말벌을 보게 되었다. 어른 손가락보다 큰 말법은 보기에도 위협적이었다.
그때 말벌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몸을 구부려 엎드렸다. 드러난 내 목덜미를 말벌이 윙윙거리며 꽁지 부분으로 툭툭 친다.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순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염불이 터져나왔다. 아미타불 염불을 주로 하는 나인데 그냥 그렇게 나왔다. '제발 쏘지 않기를, 제발 쏘지 않기를'. 윙윙거리는 소리와 툭툭 건드리는 느낌은 너무도 선명했다. 두려웠다.한편으로는 기독교 여인도 옆에 있는데 불자로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하니 참으로 모습이 우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창피했다. 말벌은 나를 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을 깼다.
잠시 그냥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내가 먹지 않아서 설겆이를 안했다고? 거기에 이부자리 타령까지? 왜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현실의 나는 늘 타인을 배려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의식의 나는 여전히 나만을 생각하고, 아상에, 교만함에 빠져있었다. 근래 들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다. 많이 변화되었다고 스스로 믿었으니까. 스스로를 완벽하게 속여왔나보다.
말벌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면 무의식에 퍼져있는 교만함과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말벌과 기독교여인은 나를 가르친 선지식이다. 어느 스님의 말처럼 오늘 꿈에서 불보살의 자비를 보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