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아 용산 선인상가, 나진상가를 돌던 시절이 있었다. 일단 어느 매장을 찾아 들어가 처음 가격을 물어보고, 그리고 다음 매장, 다음 매장. 오전에 용산을 찾으면 점심식사 즈음 되어야 대충 가격이나 견적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견적서나 매장 명함등을 뒤적거리며 어디가 가장 저렴한지를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흥정'이 오고갔다. 사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는 재미의 8~90%는 '흥정'에 있었다. 나이어린 중고생들이 흥정을 요구하면 그래도 과자값이나 하라며 몇 푼은 더 빼주던 시절이다.
"조금 더 깎아주시면 안돼요?"
요즘 이렇게 물어보면 인터넷 최저가이니 안된다는 말부터 돌아온다. 인터넷 최저가라는 말이 언제부터 유행했을까. 가격비교 사이트의 최저가 매장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으로 바뀐지도 벌써 한참 됐다. 택배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보통 오후 4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이면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행여 택배가 하루라도 늦어지게 되면 '배송이 늦는다'며 구매자들은 짜증을 내는 것이다.
인터넷 만능주의
가 비로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오전에 책을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굳이 서점까지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아침에 주문하면 오프라인 책방보다 싼 값으로 새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넘어 이제는 인터넷 만능주의가 대한민국에 만연하고 있다. 인터넷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 목아프게 용산 전자상가 매장 주인들이나 알바들하고 '흥정'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서 해야 할 가장 번거로운 일은 매장에 전화해서 '재고 있느냐'고 묻는 일이 전부다.
가장 큰 피해자는
용산 전자상가다. 북적거렸던 선인상가는 이제 몇몇 규모가 큰 매장들만이 살아남아있다. 셔터가 내려진 매장도 여럿 보인다. 이제는 굳이 인건비나 유지비등을 써가며 매장을 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창고를 겸하는 작은 사무실 하나만 있으면 끝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총판에 연락해서 물건을 가져오고, 그것을 제 시간에 배송만 하면 된다. 판매자도 편한 일이다.
반면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들은 이러한 시스템(온라인 매장)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 판매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혹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며 용산을 찾는 사람들, 혹은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터넷 최저가 보다 약간 웃돈을 얹어 파는 방법 밖에는 없다.
과거의 '용팔이'와 지금의 '용팔이'는
이제 달라졌다. '흥정'이라는 단어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싸늘해졌다. 이미 인터넷 최저가를 다 알고 왔으면서 가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간을 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창고형 사무실 하나로 운영하는 타 경쟁매장들 때문에 이들도 제 살을 깎아먹어가며 인터넷 최저가로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최저가 업체를 알고 용산을 찾는 사람들(택배의 배송기간 하루를 못견뎌서, 혹은 급해서)도 굳이 흥정을 하려하지 않는다. 이미 최저가를 알아보고 찾아갔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마냥 좋기만한가
사실, 온라인 쇼핑이 만연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일단 그 자리에서 제품을 확인 할 수 있다. 한때 디지털 카메라 액정에도 '불량화소'라는 것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불량화소 테스트를 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들이 그렇다. 제대로 작동은 하는지, 새제품인지, 정품인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어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은 그렇지 않다. 최저가 상품을 구매했을 때 얻는 이익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최저가로 희생해야 하는 것도 있다. 주문해보니 병행상품(정품은 맞으나 아닌 해외에서 들여온 상품들. 보통 무상 AS가 되지 않는다.)이거나 중고품인 경우도 있다. 주문을 하고보니 재고가 없다고 주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는 업체도 있다. 가짜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업체도 있다.
카메라의 경우는 더 심하다. 분명 최저가라 해서 해당 판매자 홈페이지로 가보면 색상별로 가격이 틀리거나 필수 옵션이라 해서 뭔가를 더 추가해야지만 구매를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이 있다. 예컨대 카메라 바디만 구입하고자 해서 해당 최저가 업체 홈페이지를 가면 '필수옵션'에 렌즈를 꼭 끼워넣어야 구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오프라인에서 발품을 팔며 알아보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는 업체도 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택배로 배송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그 시간이 거의 일주일은 잡아먹는다. 주문하고, 택배를 받고, 물건을 확인하고 불량이 생기면 다시 반품하고, 새로운 제품을 받는 그 과정은 때로는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한다.
'온라인 용팔이'의 탄생
바야흐로 '온라인 용팔이'가 등장한 것이다. 과거 용산 전자상가에서 볼 수 있었던 용팔이들은 그래도 정이 있었다. 매장을 찾아가면 최소한 총판에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시간 동안 커피라도 한 잔 타 주는 정이 있었다. '용팔이'라는 용어는 그들을 비하하는 말로 전락했지만, 실제로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전자상가 내에서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친근한 용어였다. 이제 '용팔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친근하지 않다. 오프라인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대로, 온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대로 불만과 불신만 가득하다. 집에 갈 때 차비라도 하라며 몇 천원 빼주던 시절은 이제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편리함과 저렴함 대신에 인간성을 희생한 것이다. 당연히 인간관계도 편리하고 저렴해졌다.
지극히 기계적이고, 디지털 적인 상거래가 오고가며, 우리의 삶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의 몰락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는 한국의 아키하바라라고 불리웠던 용산에 셔터가 내려진 업체들이 하나 둘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흥정'을 통한 단골가게, 단골손님의 생성, 그리고 그로 인해 찾아오는 인간적인 관계는 용산 전자상가의 닫혀진 셔터만큼이나 폐쇄적으로 변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다. 온라인 최저가보다 다소 비쌀지라도,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그 제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포장을 뜯어보는 그 과정을 아직도 즐기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매장을 찾는다. 단골매장도 없고, 딱히 살 것도 없지만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선인상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면 옛날 생각에 잠기게 되고, 뭐라도 하나 사가지고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 상가도 전부 사라지고, 온통 온라인 주문만 받는 창고형 사무실만 가득하겠지, 라고. 그 장면을 상상해보니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21세기 디지털 사회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사라져, 우리가 뭔가를 구입해야 할 때 온라인만 이용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은 매트릭스 속의 세상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슬플까.
첫댓글 요즘은 용산사람들도 매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터넷 옥션이나 기타 상거래 사이트 온라인으로 물건을 팝니다 몇가지 실험을 위해 옥션에서 파는 똑같은 모델을 용산에서
사려고 15-20% 이상이 비싸더이다 32기가 sandisk 였는데 관광터미널쪽은 32000원 선인상가쪽은 29000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27000원 사실 옥션에서는 20000원에 파는물건 이였는데 가격차이가 상당하더군요 다른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물건을 직접보고 사는장점은 있지만 온라인 보다 비싸더군요 요즘은 전자제품 컴터 이런거 전부
옥션 인터파크에서 샀는데 아무이상없이 잘쓰고 저렴하게 삽니다
원래 용팔이넘들이 손님 눈탱이 씌우는건 유명한데 그래서가 아니고
제가 아는 핸드폰 매장이 여러군데 있습니다..그런데 아무리 아는 매장이라도 온라인보다 싸진 않아요
그 이유인즉 물건값에 매장관리비가 포함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대부분이 창고매장에서 똑같은 물건 똑같은 롯트물건을 파는사람이 따로있고 보내준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파는 사람은 매장 없이도 창고 전체 물건이 제것인량 파는것이고 지자제 통신판매 허가만 있으면 안방에서도 매장관리비 없이 상거래를 할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싼것입니다.
그렇군요 점점 더 이런현상으로가겠지요
울아들도 인터넷에서 컴에관한건 구입을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