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지브리코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부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기지개를 폈다.
방의 풍경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엘리제를 확인한 지브리코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파아란 하늘과 그 위의 새하얀 구름.
멀리 보이는 바다와 산.
그리고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것 같았다.
최고의 아침을 맞이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엘리제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줬다.
그런 후, 엘리제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소리없이 방을 나왔다.
다른 여관들이 다 그런 것처럼
이 도시의 여관도 마찬가지 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바와 카운터가 있었다.
그는 층계를 따라 1층으로 내려왔다.
여관의 주인은 다른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었고
바의 한쪽 테이블에선 네쥬와 소네트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안녕히 주무셨나요? 일찍들 일어나셨네요."
"아. 지브리코, 카드게임하는 중인데 너도 낄래?"
지브리코는 소네트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네쥬의 표정을 보기 그가 큰 곤경에 빠진것 같았다.
더욱 놀라운것은 서로 돈 내기를 했다는 것인데
네쥬는 현재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돈을 걸은 모양이었다.
자신만만히 소네트에게 도전한 네쥬가 파국으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한참동안 네쥬와 소네트 사이엔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소네트는 특유의 날카로움과 냉정함으로 카드를 집어들어 패를 완성시키고 있었고
네쥬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자신의 카드를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왜 그러는 거지 네쥬? 날씨가 더워서 그러는 건가?"
소네트가 여유만만하게 물었다.
네쥬는 속이 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제안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다시 둘은 말이 없었고 카드가 이리저리 오고 가는것을 반복한지 몇십분 후.
네쥬가 탄성을 질렀다.
"아!!!"
"?!"
"크크.......크하하하핫!! 소네트! 넌 오늘 아주 잘 걸린거야!!"
그가 자신의 카드패를 자신있게 펼쳐보였다.
지브리코는 그 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틀로열 스트레이트군요...!..그거 나오기 힘든건데."
네쥬가 낄낄거리며 판돈을 긁어 모으려 할 찰나.
소네트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둘 사이엔 다시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고
네쥬는 긴장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네쥬는 침착하게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뭐냐....."
"삼뽕나왔다고 채가는건 말이 안되지. 자, 이걸 봐. 마더포커야. 마.더.포.커. 뭔지는 알고 있잖아...?"
소네트는 천천히 자신의 카드패를 네쥬의 눈 앞으로 가져갔다.
네쥬는 돈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소네트의 강압적인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지브리코는 박수를 치며 그를 칭찬했다.
"정말 놀라운데요..! 소네트 씨는 카드 많이 해본 솜씨로군요."
"아, 로모스트지움에서 병사로 있을 때 제라드 놈의 돈을 긁어가기 위해 몇번 한적이 있었지...."
네쥬는 열받아서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건 몇번 친 솜씨가 아니잖아!!"
"진 녀석이 말은 많군."
"이건 핸디캡이었어!!"
"무,무슨 핸디캡?!"
"난 인간이고 너는 엘프잖아!! 시력도 청력도 미각도 월등히 좋은 네가 이기는건 당연한거지!!"
"그게 카드게임이랑 무슨 상관인데~?!"
둘은 돈을 빼앗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브리코는 여기에 껴봤자 득이 될건 없었고
엘리제를 데리고 다시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냥 피하기로 했다.
소란스러운 바를 뒤로 하고 다시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간 지브리코는 일어나 있는 엘리제를 보았다.
"엘리제 이제 일어났니?"
"응..."
엘리제는 아직 졸린지 눈을 비비고 말했다.
그리고는 팔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가려워?"
"응.....벌레가 기어다니는것 같아..."
"벌레는 무슨...그런건 없는데? 목욕도 했고...알레르기 같은건가? 오늘 병원에 가보면 알겠지. 엘리제 우리 그럼 병원으로 가자."
"알았...어...."
지브리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제를 정성스럽게 씻겨준 뒤,
소네트가 사온 새하얀 드레스와 빨간 구두를 신겨주었다.
"엘리제 정말 이쁘다..! 인형같아!"
"정말?"
엘리제의 큰 눈이 반짝거렸다.
하지만 왠지 수척해 보였다.
"응, 물론이지. 그럼 가자."
지브리코의 손을 꼬옥 잡고 그들은 여관을 나와 시내를 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엘리제의 기침은 계속되었다.
"....기침이 심한가 보네......"
어느덧. 그들은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허름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예상대로 안으로 들어가니 환자같은건 보이지도 않았고
바닥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는 주사기와 술병들이 채일 뿐이었다.
지브리코가 인기척을 알리자 의사가 지하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지하실 계단을 올라와 지하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말했다.
"오셨구만. 잘 했소!...그럼~~...진찰을 시작해 봅시다~!"
술에 취한 의사한테 환자를 맡기는건 불안했지만
그래도 엘리제의 감기가 나으면 바다를 구경시켜줄 거라는 생각에
지브리코는 흐뭇했다.
"꼬마야. 무슨 증세 없니?"
"네....가려워요...온몸이...."
"허허~! 벌써?! 미량인데도 역시 약효는 나타나는군."
"네? 무슨 약효 말씀.."
"아. 감기약 말이오!~"
"네에..."
"흠~! 뭐 그리 심각한 증세 같은건 없구만. 내일 다시 오시오."
"예?!...어제도 그런 소릴 하셨잖아요!"
"그저 내가 시키는 데로 하시오~! 크윽...바빠 죽겠구만..."
그 말을 끝으로 그 의사는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브리코는 어의가 없었다.
하지만 어찌 할 도리도 없었고
할수없이 엘리제를 데리고 가야만 했다.
"엘리제.....그럼 우리 가자...응?"
엘리제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브리코는 엘리제가 화난것이라 생각했다.
"오빠가 사달라는것 사줄게. 오늘은 그냥 가자. 응? 내일이라면 내가 꼭...."
순간 지브리코는 더 이상 미소를 지을수가 없었다.
엘리제가 울먹이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엘리제의 입고 손. 그리고 코에서는 어느새 피가 흥건히 묻어나왔다.
"오....오빠....나.......피나..."
"엘리제!!......뭐야, 이건?!...언제부터?!"
"방금...막......"
엘리제가 울음을 터뜨렸다.
지브리코는 지하실 문을 두들기면서 의사를 불러댔지만
아무런 응답은 없었다.
"그래, 소네트! 그분이라면 많은걸 알고계실거야!"
지브리코는 엘리제를 업고 병원을 나와 여관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엘리제는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그리고 지브리코는 뭔가 이상한것을 느꼈다.
엘리제의 무게가 너무 가벼웠던 것이다.
"훌쩍...훌쩍......오빠아...오빠~~"
"조금만 참아!!"
지브리코가 여관에 도착했을 무렵엔 그는 거의 실신상태였다.
숨이 차서 죽을것만 같았다.
네쥬와 소네트는 바에서 한가롭게 술을 마시다가 지브리코와 엘리제를 보고는
깜짝놀라 달려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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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ξeveryζ [146]#.-아인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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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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