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잘 안되는 이유가 1000가지 혹은 10.000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상하게 안된다'입니다.
마라톤 대회 전에도 아쉬운 점들이 1000가지, 10.000가지도 넘지만,
그래도 골프 보다 냉정한 것이 '이~상하게 안된다'는 것은 없습니다.
안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직업 선수가 아닌 이상 항상 좋은 상태에서 뛸 수는 없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 부상 없고 훈련 잘하고 나갔던 대회는
딱 한 번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놈의 인기로 주위에서 나를 그냥 놔주지 못하기때문에
이번에도 여러가지 사정들이 있었고 대회에 나갈지 말지
이틀 전까지 고민을 했었습니다만,
그 모든 사정을 냉철하게 모아 보면
'연!습!부!족!'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25일 아침.
여유있게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에 나섰지만,
사무실에 잠시 들리고 차를 예년에 세웠던 대회장 가까운 곳에 세우지 못하고
멀리 세우고 걸어온다고 시간을 많이 허비했습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화장실에서 긴 줄을 기다리면서
그냥 출발할까 갈등을 했지만,
긴 시간을 기다린 만큼 '큰 목적'을 이루어내고
몸 무게를 조금이라도 가쁜하게 만들어서 기뻤습니다.
몸을 풀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 보다 3분 늦게 물대포님의 환송을 받으며 출발!
처음에는 몸을 풀겸 천천히 뛰었습니다.
곧 앞에서 걷고있는 호박장군님을 보고 완주하시겠나 싶었는데....
여수에서 오신 레이스 패트롤 이건영 철인 선생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5키로 지점에서 역시 레이스 패트롤 하시는 건국대 생리학 교실 조승일 선생님과
약 2키로를 같이 뛰다가, 말하면서 뛰는 게 힘들어 조금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급수대 마다 물을 조금씩 마셨고, 10키로 지점에서 처음으로 에너지 젤을 하나 먹었습니다.
대관교를 건너고 반환점을 향해가면서 몸 여기저기에서 비명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리는 묵직하고 질질 끌리는 것이 고무다리 같았습니다.
벌써 반환점을 지나 총알같이 가볍게 달려가는 농부님이 부러웠지만
철인이 고무다리로 뛰는 게 일상다반사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연습을 많이 하고 몸상태가 좋을 때는 이런 dead point를 35키로, 혹은 30키로에서
느끼고 나머지는 평소 연습량이나 정신력으로 잠시 극복하면 되는데,
앞으로 갈 길이 반도 더 남았는데, 갈 길이 얼마나 먼데 벌써 힘들어지니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급기야 23키로 지점에서는 나도 모르게 스위치가 pause로 되면서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걸어보니 뛸만해서 뛰다가 힘들면 걷고를 되풀이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비록 늦기는 하지만 거리는 줄어들었습니다.
12킬로 남겨 놓고 무릎이 아파 앉아 있는 송사리님을 뒤로하고 달렸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와 찬세미 동반주할 때 말고는 4시간 안에 들어와 본 적이 없어서
되도록이면 4시간 안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8키로 남겨놓고 4시간 페이스 메이커도
뒤에서 오던 조승일 선생님도 앞으로 보내드리고 나니 허탈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옆에서 뛰는 사람이 있으면,
철인도 힘들어서 걷나 생각할까봐 뛰고,
옆에 사람이 없으면 끙끙거리며 뛰었습니다.
풀코스 마라톤을 20번도 넘게 뛰었지만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이엇습니다.
힘들고 고무다리지만 걷고 뛰는 사이에 국방부 시계도 돌고, 마라톤 시계도 돌고
어쨌든 끝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골인! 고통 끝!
강진수 7015 4:07:14.08 10:03:34.95 풀 11:58:21.23 14:10:49.03 레이스패트롤
첫댓글 와~~~엄청 고생하셨구나...그냥뛰니 그려려니 했는데... 우리모두 열심히 훈련하여 주로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진철 힘!!!
ㅋㅋㅋ 목욜 연습주할때 천천히 가는 데도 호흡소리 큰거하며, 어지 들어올때 인상하고는 쯧쯧...그래도 연습도 열씨미 하는데....암튼 완주 추카협니다....
고생하셨습니다....그렇게 고생을 해보셔야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훈련 꼭 참여하십시요~~ㅋㅋ
완주 해싱께 다행이다 그래도 내사마 2킬로미터도 몬가서 주저앉고 안하더나 그래가 데것떠나 오데 그상태로 뒤다가 걷다가 앉았다가 섯다가 우찌우찌 반환점은 돌았는데 25킬로쯤 오니까 버스 아저씨가 유혹을 하데 " 그리 걸어가끼몬 고마 차 타소!!" 차지마라 캐도 타낀데 그래 산께는 한번은 강한 의지의 눈빛을 보내면서 버팅기다가 " 아~!!! 뭐하요~!! 그리 걸어가나 차타나 똑같지뭐~!! 타이소 빨리~!!" 얼렁, 냉큼, 마음 바귀어서 똥짜마리 매연만 남기고 가기전에 올라탓다 의자에 앉으니 삭신이 녹아 내린다 창밖에 창봉이 보고 물좀 도라켓더만은 큰놈으로 한통준다 벌컥~!! 벌컥~~!! 꿀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