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의 당신께 / 김인숙
그거 알아요 당신?
시간은 식물성과 광물성으로 나뉜다는 거
당신의 정원엔 온통 식물과
오지의 품종들이 가득하군요
계곡의 물소리를 이어폰인 양 귀에 꽂고
찔레꽃 향기는 오월의 이마로 번지고
기다림은 찔레순처럼 자랐지
당신은 시간 밖에서
바람과 머리카락 세는 놀이를 하며
강아지의 송곳니와
풀벌레 울음소리를 모아
볶고 무치고 튀겨 밥상을 차리지
정원의 아침이슬도
계절을 열고 나온 것들의
뾰족한 입술도 보지 못한
당신은 하루가 짧다고 투정하지만
그건 시간 밖에 있기 때문이지
바람 부는 날
정원의 꽃잎들이 서로 입술을 비비듯
거대하게 입을 벌린 시간에
기다림을 파종해요 당신
식물성의 시간엔
온갖 울음들이 붙어 있어요
⸺ 계간 《시산맥》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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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시인
강원 강릉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동대학원 일문학 석사
2012년 《현대시학》 시 등단. 2017년 《시와 세계》 평론 등단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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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사랑
시간 밖의 당신께 / 김인숙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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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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