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은 달력을 떼며 새해를 맞이하며
비행기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에 벌어진 참사로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놀란 가슴을 국회의 계엄 해제와 탄핵 결정으로 간신히 진정시켜보려던 찰나, 또다시 커다란 재난이 닥쳐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우리 호남 지역 동지들의 지인들은 무탈하리라 믿습니다.
헌법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내란수괴와 그 동조자들의 광란적 범죄는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을 위한 통치의 책무를 외면한 대행이 또 탄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역사가 계속해서 쓰이고 있네요.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암울하게 만듭니다. 이런 국가적 위기의 연말, 항공기 참사는 우리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국회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입니다.
2024년은 저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일흔 번째 인생을 살아낸 해였기 때문이지요. ‘고희(古稀)’라는 말은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인생 칠십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라네”라는 구절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길어졌지만, 일흔이라는 나이가 적은 세월은 아니기에,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살아온 70년 세월 동안 함께해준 원풍 동지들과의 인연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1975년에 시작된 이 인연은 어느덧 반백 년을 채우며, 제 인생에 크나큰 행복과 의미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전국에서 흩어져 먼 듯 가까운 듯 살고 있으면서도 옳은 일에는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주저함 없이 한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큰 자랑이며 힘입니다. 소통이 부재한 세상살이에서 이보다 더 귀한 만남은 없겠지요. 그저 많이 고맙습니다.
70세의 첫해를 살아보니, 예순아홉 해 동안의 날들과는 다른 감정과 사색이 밀려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끝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점점 더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더군요. 앞으로 맞이할 연말과 새해가 몇 번이나 남았을까,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면 그리 많지 않은 날들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러니 남은 세월 잘 살아내야겠지요.
예년과 같이 민주주의의 일상 속에서 연말을 보낸다면,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인생의 뒤안길을 되돌아보는 애잔함이 더 깊게 스며드는 것이 해넘이의 감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상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12월이었지요. 내란수괴의 끔찍한 범죄 소식과 비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된 2024년의 끝자락은 결코 마음 편히 보낼 수 없는 연말입니다.
모두가 어제 항공기 참사 때문에 놀라고 불편한 마음일 겁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많은 분들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다시 한번 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새해에는 더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없기를, 다가올 날들에는 그저 평온과 기쁨만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한 해도 제가 큰 탈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동지들 덕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별다른 일 없이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2024. 12. 끝자락에서 황선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