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친구가 매달 보내어 주는 Seoul Sports에 “서울의 길을 걷다.” 란 코너에 이번 9월호에 소개된 곳이
“광진교에서 가래여울마을까지”란 제호 하에 부제로 “한강, 숲과 바람 그리고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쓴 글을 보고
좀이 쑤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연휴 마지막 날 평소와 같이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하늘은 구름이 끼어 있고 일기예보도 구름, 따라서 모자도 선글라스도 없이 단지 트래킹화만 신고 디카와 휴대폰,
그리고 지갑이 전부인 가벼운 행장.
바쁠 것 하나도 없는 날,
03번 동네마을버스를 타고 논현역에 내려 걷다보니까 “고히비토”란 프리 마케트가 보인다.
고히비토! 일본 교과서에도 오른 국민가요가 아닌가? 아마도 일본 상품을 취급하는가 보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한강을 지나 뚝섬유원지에 정차한다.
뚝섬이라, 동대문에서 뚝섬이 종점인 전차가 다녔었지.
60년대에 경마장에도 여러 번 갔었고, 유원지에서 보트도 타 보았고,
야외미팅에서 황포 돗대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 봉은사에도 가보았는데. 하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 해본다.
군자역에서 내려, 다시 5호선으로 바꾸어 타고 쓰인 글대로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왔다.
이 시간대, 휴일에 대중교통을 타면 깨끗이 청소된 차량에 붐비지 않고 편안히 앉아서 이동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랜만에 만난 위압감이 느껴지지않는 자그마한 교회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람찬 건물이 광진구 문화센터,
요즈음 무슨 유행처럼 이런 지방자치단체의 건물들을 호화판으로 짓는데 과연 누구 돈인가 생각하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광진교로 들어선다.
아니 웬 이런 표지가 있나.
내가 살던 대구에는 으쓱하고 소변보기 좋은 곳에는
섬유 염색단지인 그곳에는 "염색해 뿌린다."
이건 약과이다.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가위가 그려져 있고 "잘라 버린다."
서울에서도 이런 곳이 많아 택시기사들이 차를 붙여 놓고 일을 본다.
냄새 잘맡는 사람을 고용하여 이런 장소를 찾아 간이화장실을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번 입후보하는 서울시장 공약에 넣도록.

앉으면 불이 들어오고 무슨 소리가 나는 모양인데 낌깜 무소식

뒤돌아 본 인도.
음수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전망을 볼 수 있게도 해 놓았다.
그러나 쓰레기 통마다 쓰레기가 넘치는 것이 보기에 불편.

한강 하류의 왼쪽.

오른쪽.
인도쪽에는 아가씨 둘이 번갈아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 내가 둘이 같이 서서 찍어 주겠다고 하니 중국인이다.
영어로 말해 알아듣던 말던 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같이 사진을 찍어 주니 "Thank you" 해서 나 역시 사진을 부탁한다.

이곳에서 아이리스를 촬영한 모양.
길을 건너 “리버뷰 8번가”를 찾았더니 문이 닫혀있고 개관은 오전 10시부터이다.
평일에는 10시부터 문을 열더라도 오늘 같은 휴일에는 좀 일찍 열면 안되나? 하고 혀를 찬다.
토론토의 CN Tower를 상기하면서 왔는데.


자전거 공원으로 내려가기 전 인라인 스케이트장.
젊은 남녀 한쌍이 호젓이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였다.

자전거 공원에 대여해 줄 여러 자전거들.
****** 한시간에 3천원, 그후 15분마다 5백원씩.
2인승 자전거는 더블로.

여러 사람들이 여러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고 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모형비행기들의 활주로.
내리 꽃히는 듯이 조종하는 베테랑부터 조심스레이 운전하는 초보자들 비행기까지.
한참을 구경하다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보행자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서로가 안전하다.

생태보전지역에는 버드나무 등 여러 색물들이 자연스레이 자라고 있고.
지난 홍수 때 물에 잠긴 흔적들, 비닐과 쓰레기들을 덮어 쓰고 있는 풀들이 가련해 보인다.


나팔꽃도 피어 있네.





한강쪽으로 가까이 가면 만나는 강 속의 섬들.



외로이 핀 나리과 꽃 한송이.

중턱 가운데가 유명한 Aston House.

가다 보면 약간의 언덕길도 만나고.

여러 종류의 야생화도 구경을 하며 걷다가 갑자기 참새떼가 숲속에서 날아 오른다.

이건 엉컹퀴?

해를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가 만나는 암사대교.
아침 집을 나설 때는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모자도 선글라스도 두고 파라솔크림도 바르지 않았더니
낮에 점심먹으러 식당에 내려가니 나의 붉은 얼굴을 보고"술 한잔 하셨어요? 한다.
상판아래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갖고간 홍삼캔디 하나를 문다.

아하! 암사동의 유래는 그렇구나.
암사취수장 넘어 가는 고갯길은 약간 힘이 든다.
그러나 내려가고 나면 그래도 시원한 그늘을 만난다.


경사도 8.3%라 표시가 되어있는 길을 젊은 여자들 둘이 페달을 밟아 경사로를 올라가서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넘어 가버리는데 조금 더 올라가니까
나와 동년배의 사내가 딱하게도 자전거를 끌고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다.
나이 탓이 겠지.
암사취수장을 지나 여기서부터는 고덕수변생태복원지이다.
일전에 가 보았던 북해도 동해안의 원생공원이 생각난다.





작은 웅덩이에는 부들이 꽃을 피우고.


한강 고덕 수변 생태 복원지 안내판


여기서 탐조를 하라고 하니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이런 언덕길을 올라가면

작은 동물들을 위한 서식처가 마련되어 있고
떨어져 뒹구는 박새집에 무엇이 꼼지락대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까 말벌이 집을 지었다.
놀래서 살금살금 빠져 나오니 갑자기 푸드득하고 장끼가 날아간다.
좁은 길에서 두 번이나 거미줄에 얼굴이 걸려 다니는 사람이 없나 보다.

돌아서 나와 그곳을 찍어 본다.

기막힌 구도의 거미줄과 가운데있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미를 찍으려니
“아뿔사”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신호.
이 때부터 아까는 보이질 않은 예쁜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웬 심술.
여기서 부터는 사진이 없어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네요.
고덕수변생태복원지의 텅 빈 관리소와 빛바랜 표지판과 내 지도가 없어 길을 헤매기 쉽다.
왜 이렇게 관리가 부실할까?
흐르는 강물따라 부는 바람, 풀벌레소리 들으며,
숲속에는 새들, 벌과 나비, 풀에 앉아 있는 메뚜기도 보고,
가을 꽃들 사이로 걷는 재미, 무엇과 견 줄수 있으랴!
갈대 은물 결치는 가을에 다시 와보아야 겠다.
주의사항은 그늘이 없다. 자판기도 없다. 그러니 간단한 물 등은 가지고 가는 게 좋다.
안내 글에는 고덕천에서 자전거도로로 나와 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왼쪽에 있다.
그러나 아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가래여울 마을은 가래나무가 많았던 여울이었으나 한강의 공사로 여울은 없어지고
이름만 남았다. 동네 안의 민물고기 매운탕 집도 여울에서 많이 잡혔던 고기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을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탄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암사역까지는 출발 후 30분이 걸린다고.
마을버스는 거대한 아파트 군 속으로 요리조리 헤쳐나가서 암사역에 내려 준다.
커피 한잔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12시까지는 집에 들어간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암사역에서 8호선을 타서 잠실역에서 2호선으로 바꾸어 타고
교대역에서 기다리던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오니 딱 12시.
얼른 냉장고에 가서 넣어둔 시원한 맥주 한캔을 마신다.
첫댓글 그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행기를 쓴다면, 유교수가 언급이 되겠네요.... 서울 곳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은 그런 곳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만 알 것 같습니다. 시골 사는 우리는 저녁에 원주천 따라서 걷는 것만 하는데....., 허긴, 한시간 거리에 알펜시아가 있고, 40분 거리에 오크밸리가 있으니, 가끔, 집사람하고 "우리는 좋은 곳에 산다" 고 말하면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