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비가 내렸다....깊은 잠이 들었던 터라
새벽녘이 되도록 알지는 못했다.
단, 비가 올 것 이라는 예보가 있었기에 자연스레 눈이 떠진
그러나 아직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상태가 아닌 채로 창밖을 보니 비가 온 흔적이 그득하다.
그 빗결의 흔적을 보고 잠시 갈등이 일면서 아침 산책을 갈까 말까 망서리는 마음을 들여다 보자니
아직도 간사하게 제 좋은 쪽으로 마음을 밀어붙이려는 얄팍한 심사가 한심하기도 하였지만
가다가 비를 만날지라도 일단은 길을 걷자 로 마음 결정을 하고 가볍게 나서는 발걸음...비에 젖은 풀내음이
진하게 코끝으로 들어온다.
천국이 따로 없다...눈만 돌리면 진 초록이 무섭게 달려드는 듯해도
그 녹색의 당당함이 지친 심사를 가라앉혀 주니 이 길을 마다 할 수는 없는 법.
천천히 느긋하게 빗 사이로 산보를 하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억수같은 비가 등 뒤를 떠민다.
그 장대비....불현듯 상추
아, 이 비가 계속되면 상추가 녹겠다 싶어 그 빗속에 우산 쓸 겨를도 없이 텃밭으로 달려가
장마비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다양한 상추와 가지와 오이를 끌어안고 내려오는 모습이 또한 욕심 사납게 보여지긴 해도
이 마저도 건사해 두지 않으면 장마의 계절에는 상추 먹기가 어려 울 터라 있는대로 상추를 거둬 들였다....물론
비닐 하우스가 있다면 그런 걱정 할 필요는 없겠으나 비닐 하우스 상추와 태양 빛을 마구 받은 노지 상추와는
쌉살한 맛과 야들야들한 부드러움에서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인지라 무설재 텃밭은 오로지
땅의 기운과 바람과 햇빛의 소중함으로 길러지는 무농약 야채를 고집하기는 한다.
어쨋든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야채를 껴안고 내려와 정해진 일상을 치뤄내고 차실로 건너가
요즘에 몰입중인 또 다른 해설의 천부경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천부경, 81자에 얽힌 내용이 어쩌면 그리도 다양한 해석과 견해와 풀어냄이 존재하는지.
역자들의 여건과 상황과 직업에 따라 천차 만별의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근본을 알아야 나머지 기타 등등을 알게 되나니 민족의 근간, 얼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할 천부경이긴 하지만
더러더러 아쉬운 부분도 눈에 뜨이고 뭐 그렇긴 해도 나름대로 활자에 흠뻑 취해 천부경 다독 삼매경 중이다 보니
무설재 명견들의 짖어댐이 수상타.
서둘러 뜨락으로 나서보니 예고편 없이 찾아든 최신애 요리 연구가와 그녀의 지인들의 방문이다.
반갑다.
비 오는 날, 혼자여도 좋을 시간이지만 누군가 찾아든다면 더더욱 고마울 일...그녀들 발길이 그러하다.
불쑥 찾아들 이유,
드디어 10번째 요리책, "EBS 최고의 요리비결- 최신애 선생님편"이 나왔다 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기도 어려울 일이나 재주 많고 솜씨 좋은 그녀이고 보면 열권의 요리책이 탄생됨이
그다지 놀라울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건만 받아든 책을 보자니 마치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든 기분이요
너도 나도 간단하고도 쉽게 요리에 도전해 볼 수 있을 만큼 자신감 충만케 하는 속이 충실한 명품 요리책이라면
외부적으로는 연두색으로 단장되어진 표지색깔이 또 마음을 편안케 하니 저절로 눈길, 손길이 자꾸만 책으로 간다.
뿐만 이더냐.
워낙 일상의 코디네이터를 자청하는 그녀이고 보면 푸드 스타일링은 기본이요 뛰어난 감각적 마인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지라
그녀가 꾸려놓은 샌스있는 차림새는 요리연구가로서 근 20년에 가까운 내공이 포함되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게다가 식재료의 특성을 요모조모 살펴 100퍼센트로 충전시킴은 물론 맛을 비롯하여 멋과 건강까지 한번에
잡아주는 센스...탁월하다.
더불어 맛깔스러운 그녀의 입담을 함께 녹아내는 솜씨는 전세계인 - CGN "최신애의 행복한 요리 식탁"을 174개국에 전파중- 을
사로잡을 만큼 출중하니 유쾌 상쾌 재기발랄의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쨋거나 가족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욱 즐겁고 맛있는 식탁의 기억을 심어줄까 고민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음식 전도사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된 그녀이고 보면 그 또한 소소함에서 시작된 일상이
특별함으로 전환된 인생 터닝 포인트 기회를 잘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한다.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뛰어난 유전자, 특출한 DNA가 불쑥 튀쳐나오지 않는 이상 3만 6천 6백개에 이르른다는 한사람의 유전자 중에서
어느 것이 빛을 발할지는 알 수 없는 법....최신애 요리연구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 잠재되어 있는 유전자 중에서 세상 밖으로 튀쳐나오길 원하는 유전자는 또 무엇일런지?
있다고 하면, 살아서 자신의 능력 5프로도 사용하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어느 부분을
더욱 더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깊은 생각이 있었던 하루...그 하루 끝자락에 한 부부가 찾아들었다.
밤이 깊도록 긴 대화가 오갔다.
진지하고도 처연하게....내리는 비만큼이나 가슴이 아려왔다.
그들의 발길이 그래도 가볍게 돌아선다.
12시가 가까워졌다.
잠들지 못하고 케이블 티비 "윤도현의 MUST 밴드의 시대"를 시청한다.
오지 않는 잠.
...............다시 이른 새벽녘.
첫댓글 우연히 든 발걸음 덕분에 저도 덤을 얻은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ㅎㅎㅎ
그러게요...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좋았네요.
보너스도 있고.
나에게 와서 나의 것이 되지 못하는 자료와 매개체는 흘러넘치고...
기냥 매일의 일상의 먹거리들만으로도 호사...
매일의 오이가 잠깐이면 반접이되어
부추와 버무려 소배기담아 퍼주기도하고
기양 소금물 부어 오이장아찌담아 퍼주기도 하고...
몇개씩 얻어먹는 사람들이 꿀맛이라 좋아하니
하던일계속....
마지막 오이가 달릴때까지
저도 새벽녘에 잠깐 문 붙혀도
보통 5시면 눈이 떠지네요~~
알 것 같아요.
저 또한 매일 퍼주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그런 일을 줄였어요.
이젠 먹을 만큼만 하자 라는 것과 그만큼 고된 일이라는 것도 알기에 스스로 놓아버리게도 되고.
암튼 우듬지님 부지런하고 열심이시고 잘 놀아가면서 나누고 베풀며 사시는 것 , 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