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사촌동생 기환과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약속이 잡혔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해가 저물어 어둡기도 하고 공기도 사늘한데 동네를 한바퀴 돌아 중문 하나로마트까지 조깅모드로 달려간다.
이따 8시에 기환네 새집에서 만나기로 했던 터라 술은 모르겠지만 일단 안주라도 사다놔야겠다는 마음에서인데...
차들이 씽씽 달리는 1132번 지방도를 지나는 동안엔 위태위태 하지만 그나마 자전거길이 구분되어 있어서 덕을 봤는데 지방도와 갈라진 뒤 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에선 가로등도 없고 찻길과 붙어있는 노견으로만 달리려니 아찔!
게다가 이런 와중에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달리는 겁나는 승용차도 불쑥 나타난다.
도대체 전조등을 켜지 않는 저 심뽀는 뭐라니?
하나로 마트에서 부시리회 떠놓은 것과 참소라를 사서 한손에 들고 경로를 되집어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온다.
주문전화 같으면 그나마 좋겠는데 배송이 언제쯤 되는지 확인해 달라던지 송장번호를 알려달라는 류인데 가던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해당 민원(?)을 들어주다보니 몸도 식어서 이중고를 치룬다.
아무튼 곡절끝에 어둠속을 달려 기환네 집 현관에다 안주꺼리를 놔두고 작은집에 돌아오니 총 이동거리가 8Km가 나온다.
몇년전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왔던 금산 마라톤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방송 내용중에서 시장에 장보러 간 대목이 나오는데 수박을 들고 달려서 돌아오는 광경이 현재의 내모습과 그대로 겹쳐진것.
그나저나 작은어머니가 호텔에서 가져온 아식스마라톤화가 아주 착화감이 좋다.
그간 탄천을 달릴때 신어왔던 아디다스 아디오스가 왠지 딱딱하고 불편했다면(아마 짜가라서 그랬겠지만) 이것은 발굴림이 좋아착지때부터 추진력이 생길때까지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은어머니가 근무하는 호텔에 미국인 트라이슬론 선수들이 장기간 머물다 떠나면서 여러가지 짐들을 버렸다는데 그 중에 이 260mm아식스 마라톤화가 내 손까지 넘어온 것.
여전히 족저근막염 때문에 착지시마다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 신발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듯하다.
그나마 다행.
샤워하고 밥 한술을 뜬 다음 8시에 맞춰 기환네로 넘어가 둘이서 술을 마시다보니 소주 3병이 순식간에 비워졌고 푸짐한 안주에 비해선 좀 아쉽다는 생가도 들지만 내일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