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참외와 시
장병훈
병훈아, 시집 부칫다민서,
니도 주소 쫌 찍어보거래이
내가 농사 진 참외 쬐끔 부치 주꾸마
어이쿠, 영태야
더운 날, 비닐하우스서 애지중지한
전국에서 가장 돈 된다는
금싸라기 성주참외를 거저 얻어 묵어서 우짜노
(그것도 돈 안 되는 시집 한 권, 달랑 받고서는)
아이다. 친구야
니도 뼈를 녹하 가지고 맹글은 시집인데,
참외 농사나 글 농사나
잠 못 자고 맹글은 거는 똑같은기라
그래, 그래 얘기 해 주니 고맙데이
전국에서 제일도 맛있다는 성주 참외
그것도 영태 니가 특별히 보내준
금싸라기 참외 묵고,
내 글밭에도 금싸라기 시어들로 가득 채워 보꾸마
영태야 그리고 니한테도
농사 일이 힘들 때 마
니가 맹글은 참외보다는
밉게 생기고 맛이 덜한 시편들이나마
위로가 되는 말씀들이 숨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와 이리 신경이 자꾸 가는지 모르겠는기라
―『불교문예』 2013년 가을호
* 이 시의 시인이기도 하고 주인공이기도 병훈은 아마도 시골 출신인 듯하다.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영태라는 친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이들 두 친구 사이에 시집과 참외를 매개로 주고받는 시업과 농업의 의미를 견주고 있다. 농부인 영태가 먼저 시인인 병훈한테 말한다. 시집을 받게 된 만큼 그에 값하는 참외를 부쳐주겠다고 말이다. 시인인 병훈은 겸손하게도 자신의 시집이 참외와 견줄만한 것이 못된다고 말한다. 그가 “전국에서 가장 돈 된다는/금싸라기 성주참외를 거저 얻어 묵어서 우짜노”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영태는 병훈이 자신의 참외를 거저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태는 “뼈를 녹하 가지고 맹글은 시집”이니 만큼 “참외 농사나 글 농사나/잠 못 자고 맹글은 거는 똑같”다고 말한다. 그런 얘기를 듣자 병훈은 고맙다고 말하며 “금싸라기 참외 묵고,/내 글밭에도 금싸라기 시어들로 가득 채워 보꾸마” 하고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그러면서 병훈은 “농사 일이 힘들 때” 자신의 시에 “위로가 되는 말씀들이 숨어 있으면,/참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훈은 실제의 삶에서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태의 말에 병훈의 “신경이 자꾸 가는”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