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寒蟬)의 노래
칠월 하순 무렵 산을 찾았다. 풀벌레 소리가 애잔하다.
들여다 봤더니 쓰르라미다.
쓰르라미는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사전은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쓰르라미 :
저녁매미. 蜩螓(조진). 寒蟬(한선) : 가을 매미 , 울지않은 매미
蜩(조) : 매미 螓(진) : 씽씽매미. 큰 파리 寒(한) : 차다. 蟬(선) : 매미
매미를 한자로 蟬(선)이라 한다.
일반 매미보다 몸집이 작은 것을 한선(寒蟬) 곧 쓰르라미라 부른다.
그런데 눈여겨볼 만한 것이 하나 있다.
쓰르라미를 「저녁매미, 가을매미, 울지 않은 매미」라고 풀이한 것이다.
저녁에 잘 울어대고 가을이 되면 바짝 울다가 울음을 그치는 매미가 쓰르라미다.
울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에 없어저버리는 것이다.
쓰르라미는 찬바람이 일면 살지 못하니
이를 일러 한선(寒蟬)이라 부른다.
매미가 울어대는 것은 신선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족 본능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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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蟬)
朝陽綠樹上蟟蟬 조양녹수상요선
아침 햇살 받고 푸른 나무에 오르는 참매미들
蟟(료) : 참매미 斷續歌聲到耳鮮 단속가성도이선
끊겼다 이어지는 노래들 귀에 들리니 신선하구나 .
會配爲孫生七日 회배위손생칠일
배필 만나 후손을 낳는 생애가 단 칠일
遊人不識謂閒仙 유인불식위한선
사람들은 우는 내력을 모르고 한가로운 신선이라고 하네.
매미가 우는 것은
짝을 찾는 구애라고 한다. 일생을 7일만 살다 간다니
종족 본능이 어느 동물보다 강하다. 그래서
기를 쓰고 소리를 내어 짝을 찾는다. 사람들은
이를 일러 신선 놀음이나 한다고 비아냥 한다. 당사자들은
어처구니 없을 것이다.
그토록 울어대다가도 찬바람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그처버린다.
이런 현상을 선인들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噤若寒蟬 금약한선
噤자는 입에(口)에 재갈(禁)을 물리고 있다.
입을 못벌리게 하는 글자이다. 噤(금) : 입다물다.
「쓰르라미와 같이 입을 다물다」
「찬 바람 맞은 매미와 같이 입을 다문다.」
언로가 막히다 할 때 사용되는 고사 성어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을 하게 되면 반대 진영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햐여 입을 봉쇄하려 든다.
고사 내력을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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噤若寒蟬
금약한선
찬바람 맞은 매미처럼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한다
유사어 :한선장마(寒蟬杖馬)
후한(後漢) 시대 두밀(杜密)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청렴한 관리로서 나라를 잘 다스렸다.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나랏일을 챙겼다.
이 무렵 유승(劉勝)이라는 사람이
촉군(蜀郡)의 태수를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유승은 두밀과 달리 나랏 일은 일체 참견하지 않았다.
어느날 고향 태수인 왕욱(王昱)이 찾아 왔다.
태수는 유승을 칭찬하면서 당신도 그렇게 해달란 것이었다.
퇴물이 된 주제에 이렇궁 저렇쿵 하지 말란 언사였다.
이에 두밀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 했다.
「劉勝位為大夫 見禮上賓 而知善不薦 聞惡無言 隱情惜己 自同寒蟬 此罪人也」 후한서(後漢書)> 열전(列傳) >제57 두밀전(杜密傳)
劉勝位爲大夫 유승(劉勝)은 대부(大夫) 지위까지 올라
見禮上賓 聞惡無言 악행(惡行)을 듣고도 꾸짖지를 않으니
自同寒蟬 가을 매미처럼 함구(緘口)하고 있기 때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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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到肇秋門檻外 내도조추문함외
가을이 문턱에 와 있네
門檻(문함) : 문턱
음력 칠월을 가을이라 한다.
그래서 칠월을 이렇게 부른다.
맹추(孟秋), 수추(首秋), 초추(初秋), 상추(上秋), 조추(肇秋), 난추(蘭秋), 양월(凉月) 등
『여씨춘추(呂氏春秋)』란 책이 있다.
진시황제 시대 막강한 세도가였던
여불위(呂不韋)가 편찬한 백과사전이다.
여불위는 진시황제의 친부(親父)로 불리는 사람이다.
여불위는 조희(趙姬)란 애첩이 있었다.
그녀가 임신중이었는데 장양왕(莊襄王)에게 헌납했다.
조희가 아들을 낳았다.
그가 바로 진시황제가 된 것이다.
진시황제도 여불위를 중부(仲父)로 불렀다.
중국 역사도 참 그렇다.
남여 문제란 하늘도 모를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성인군자로 추앙받던
정치가 한 분이 자질하신 것을 보면...
말하다보니 이야기가 딴 길로 샜다.
여씨춘추 「맹추기(孟秋紀)」에 있는 말이다.
「凉風至 白露降 寒蟬鳴」
양풍 지하니 백로 강하고 한선 명이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찬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우는구나.」
엣사람들은 같은 매미소리라도
쓰르라미 울음 소리를 애절하게 느끼었다.
寒蟬凄切 한선처절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다.
宋 · 柳永 雨霖铃
송나라 유영의 「우림영」이란 시 한 구절이다.
쓰르라미 시 한 수를 보면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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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到肇秋門檻外
夏陰曝曬䬉不盡 하음포쇄획부진 林間蜩螓不息鳴 임간조진불식명 漫步進入森林中 만보진입삼림중 葉間肇秋微緖映 엽간조추미서영
「가을이 문턱에 와 있네」 구름 낀여름에 햇볕을 피해봐도
뜨거운 바람이 그치지 않은데 수풀 속 쓰르라미는
쉬지 않고 울어대네. 흐느적 흐느적
숲속으로 들어가니 잎사이로
초가을 기운이 서리네.
夏陰(하음) : 여름 그늘. 사원한 곳.
曝曬(포쇄) : 물기가 있는 것을 바람에 쐬고 볕에 말림 曝(포) : 사납다. 曬(쇄) : 쬐다. 䬉(획) : 뜨거운 바람. 영풍(熱風) 肇秋(조추) : 초가을 肇(조) : 비롯하다. 처음. 緖(서) : 실마리. 징조. 映(영) : 비치다.
금년은 전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머지 않아 寒蟬의 울음도 그치고
서늘한 가을 바람이이 옷깃을 적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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