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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스크랩 신영이
김삼진 추천 0 조회 380 09.09.10 12:29 댓글 14
게시글 본문내용

 

8월 초에 깜찍해 보이는 여자 고시생이 하나 왔다. 그 아이는 이리 저리 둘러보더니 대단히 만족해 했다. 아주 명랑 쾌활했으며 귀엽고 날씬했다. 말도 어찌나 맛깔스럽게 하던지 '아저씨가 계속 계실 거죠?, 묻더니 방 하나를 예약했다. 그 말은 나를 대단히 들뜨게 했다. 그런데 입실 예정일자가 한 달도 더 넘는다. '그 동안 이 방을 지켜 달라고? 라며 난감해 했더니 미안하지만 꼭 꼭 이 방을 지켜달라며 어리광이다. 자리가 너무 맘에 든다는 것이다. 입실원서를 받아보니 I 대 영문과 출신으로 순차통역을 공부했다 한다.

그 아이는 중간에도 가끔 전화를 해서는 방이 잘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그 방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 오고 싶었는지 일정을 반이나 앞당겨 입실을 했다.

 

금요일 저녁에는 당진 연구소에 있는 둘째 놈이 올라 와서 이틀을 지내고 월요일 새벽에 귀사를 한다. 둘째가 올라오는 날엔 가끔 총무실을 지켜주기 때문에 잠도 좀 일찍 잘 수가 있다.  어느 금요일 바로 그런 날이어서 총무실을 둘째놈에게 맡기고 일찍 잠에 들었다.

사흘 후 월요일 아침이었나? 신영이가 총무실을 노크했다. 신영이는 입출고반필면(入出告返必面)이라도 하듯 고시원을 나갈 때나 들어 올 때 꼭 몇 마디씩은 하면서 인사를 차렸다. 그런데 이날은 눈을 반짝이며 '아저씨, 가끔 여기 아저씨 대신 앉아있는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은 누구에요?" 라며 물었다. "아, 그 아이? 우리 둘째야. 왜?"

" 아 그렇구나, 잘 생겼어요. 고등학생이에요?"

"떽! 고등학생이라니, 서른이 넘었는데."

"어머머. 되게 어려 보이던데"

이 이야기를 그 후에 온 둘째놈에게 전해주었더니 녀석이 공연히 얼굴이 빨개져서는 어쩌구 저쩌구 뜻모를 말을 지껄인다. 우리는 녀석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며 놀려댔다. 우리도 티없이 밝게 자란 신영이에게 많이 끌리고 있었다. 

 

어제, 열한시 넘어 컴퓨터 앞에서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저씨, 피곤하신가보다." 라는 소리에 깨었다. 신영이가 총무실 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창으로 휙 보였다. '에이 들러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지' 라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순간 문이 열리더니 신영이가 들어섰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싫증이나서 좀 일찍 돌아오는 길이라 했다. ?은 반바지의 신영이는 자기를 며느리감으로 욕심을 내고있는 내 앞에서 허연 허벅지를 들어내고 앉아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앞으로 얼굴을 쑤욱 들이밀며 '아저씨, 우리 맥주 한 잔 할래요? 제가 요 앞의 마트에서 사올께요.  햐아. 이게 웬 ... "좋오치. 가긴 어딜 가?  여기 가만 있어. 내가 금방 집에 가서 가지고 올께." 나는 얼른 일어나 집에 가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 두개를 가지고 왔다. 와보니 집사람이 어느새 와서 신영이 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라? 총무가 고시생하고 술 마시고? 자알 한다." 우리 셋은 깔깔대고 웃었다. 집사람은 고깔콘과 한치포를 구어다가 가져다 주었다. 

 신영이의 재잘거림을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어느새 한시가 다 되었던 것이다. 신영이는 피곤하시겠다며 어깨며 머리까지 지압을 해주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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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10 14:09

    첫댓글 저는 이번 학기만 근무하고 명예퇴직 신청한 다음 삼진이형님 고시원 부총무로 취직할겁니다. 말리지 마세요.봉급은 안 받아도 됩니다.

  • 작성자 09.09.10 14:52

    하하하하하 어서 옵쇼!

  • 09.09.13 11:38

    지켜보겠습니다.

  • 09.09.10 14:28

    이쁜 신영이^&^

  • 작성자 09.09.10 14:54

    요즘 그 아이 보는 맛에 삽니다.

  • 09.09.10 21:04

    선생님! 말씀에 동감이 갑니다. 자식을 둔 부모님의 심정은 다 이렇구나! 느끼며 앞으로 신영양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 09.09.10 21:39

    잘 되었으면 좋으련만... 저는 딸이 없어서 더 그런가봐요.

  • 09.09.10 22:06

    아들보다 아버지가 더 열을 올리는거 아닌가요? 김선생님 오래간만이에요.바쁘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김선생님 파이팅!

  • 작성자 09.09.10 22:38

    하하하 멋쟁이선생님! 감사합니다. 좀 더 있으면 디카로 직접 찍으신 사진도 볼날이 오겠군요. 기대하겠습니다.

  • 09.09.11 09:56

    며느리감으로 미리 찜하신것 같습니다. 신영이... 좋은 며느리감인것 같습니다. 아드님에게 미리 귀뜸이라도... ㅎㅎㅎ... 그리고 당부말씀... 항상 건강 각별히 조심 하시길 빕니다.

  • 09.09.11 10:01

    빨리 날 잡으세요

  • 09.09.11 11:08

    언제는 고시원 생활이 답답하다더니 이런 즐거운 일도 있네요. ㅎㅎㅎ 좋은 일이네요.

  • 09.09.11 12:00

    신영이라고해서 저는 또 우리 뚱돼지 개그우먼 김신영인줄 알고...ㅋㅋ...그 신영이도 이쁘거든요..나름...

  • 09.09.12 15:19

    벌써 아드님이 낸 숙제를 거반 다 해치우셨군요. 내 이럴 줄 알았어요. 신영아, 사랑해! 우리 모두 에세이스트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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