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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터리없다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 실속이 없거나 실제와 어긋나는 것”을 ‘엉터리없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엉터리없다’라고 쓰이기보다는 ‘엉터리다’ ‘엉터리 같다’처럼 ‘없다’가 생략된 채 쓰이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도 더 익숙하다.
‘엉터리’의 본래 의미는 ‘사물이나 일의 대강의 윤곽, 사물의 근거, 터무니’를 뜻하는 말로서 충실한 내용이나 진실된 모습을 나타내는 좋은 말이다. 따라서 ‘엉터리없다’라고 하면 ‘터무니가 없다, 이치에 닿지 않다,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라는 부정적인 뜻이 된다.
그러나 실제 쓰임새를 보면 ‘없다’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엉터리 같은 생각’ ‘엉터리 짓’처럼 ‘없다’의 의미가 ‘엉터리’ 속에 잠입해서 ‘엉터리’만으로도 실속 없는 사람이나 진실되지 못한 행동을 뜻하게 되었다. 즉 ‘엉터리없다’에서 부정어가 생략되고 의미 이동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엉터리’란 말 자체가 ‘엉터리없다’란 뜻을 갖게 되었다.(좀 역설적이죠) 국어사전도 그렇게 풀이하고 있고, 따라서 “이런 엉터리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와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는 표현은 둘 다 가능하다.
엉터리의 어원은 2가지 설이 있는대 하나는 만주어의 ‘옹토리(ongtori)’에서 왔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엉터리’를 ‘엉+터리’로 분석해서 ‘엉’은 ‘엉성하다, 엉뚱하다’의 ‘엉’과 비교해 볼 수 있을 듯하고. 또한 터리는 ‘터무니없다’에서 ‘터무니’와 ‘터리’를 비교하는 설이 있다. 하지만 둘다 엉터리 로만 사용하였을 경우 부정적 어미 이기에 원래 긍정적 의미의 엉터리와는 맞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다
경상도와 전라도 에서는 '얼척없다'라고 사용되며 '어처구니' 자체의 뜻은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다. 엉터리와 마찬가지로 어처구니 또한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어원은 기록된 문헌이 없어서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19세기 말의 “한영자전”(1897)에는 ‘어쳐군이’로 표기되어 나오며,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놀랄 만한 기계’라고 기술되어 있고,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1938)에는 ‘키가 매우 큰 사람의 별칭’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나온 소설류에서는 엄청나게 큰 기계를 ‘어처구니 기계’, 엄청나게 큰 굴뚝을 ‘어쳐군이 굴둑’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리고 어떤 소설에서는 ‘어처구니’가 ‘증기기관’과 같음을 특별히 지적하고 있다.
이로 보면, 20세기 초까지도 ‘어처구니’가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을 지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큰사전”(1957)에서 ‘어처구니’를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이라고 기술한 것이다.
>잘못 알려진 유래 1
어처구니라는 말이 원래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즉, 흔히 난감한 상황에서 쓰는 관용 표현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은, 맷돌의 손잡이가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어이도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며 진짜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는 단어는 맷손이다.
>잘못 알려진 유래 2
또 다른 어원에 대한 설로는 잡상(雜像)의 다른 말이 어처구니라는 것이 있다. 궁궐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세워진 작은 토우(土偶)로, 액운을 막고 악귀나 요괴가 감히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설은 숭례문을 복원하는 시점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설도 맷돌의 손잡이 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잡상과 어처구니는 서로 다른 단어이므로 맞지 않다.
●어이없다.
보통 사람들은 어이와 어처구니는 뜻이 같아 사실 본래의 뜻도 같다고 생각하거나 단순히 축약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헌을 살펴보면 '어이'와 '어처구니'는 그 본뜻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어처구니'의 본래 뜻은 상단에 써져 있듯이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다. 그러나 '어이'는 '방법'이라는 의미인 '어흐'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아직 추측에 불과하나 유래로 짐작되는 '어흐'가 최초로 발견된 곳인 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보낼 길히 업거든 어떤 어흐로 보내리”라 적혀 있었기 때문. 문맥을 파악해 보면 '어흐'는 방법, 수단 등의 표현으로써 쓰인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어이'보단 '어히'가 훨씬 많이 쓰였고 '어이'는 19세기부터 발견되었다. 고로 '어처구니'와 '어이'는 같은 뜻을 가진 표준어라 볼 수는 있어도 준말이나 같은 단어라고 보기 힘들다.
가끔 '얼탱이 없다'라는 말도 있는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학생들 사이에 단어 초성에 '탱이'를 붙이는 식의 은어가 유행할 때 같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말로 담탱이가 있다.
● 터무니없다.
‘터무니’라는 단어는 옛 문헌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사전으로는 19세기 말의 <국한회어(國漢會語,)318>(1895), <한영자전(韓英字典),696>(1897)에 ‘터문이’로 처음 보인다.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864>(1920)에도 ‘터문이’로 나온다. ‘터문이’는 아마도 ‘터무니’에 대한 분철 표기일 것이다. ‘터무니’의 ‘터’는 ‘집이나 건물을 지었거나 지을 자리’의 뜻이 분명하나 ‘무니’의 어원은 잘 알 수 없다.
한진건(1990:187)에서는 ‘무니’를 ‘무어니’와 관련시켜 ‘터무니’를 ‘터니 무어니’가 줄어든 말로 설명한 뒤 ‘근거니 무어니’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박일환(1994:189)에서는 ‘무니’를 ‘무늬’의 변형으로 보고 ‘터무니’를 ‘터를 잡은 자취’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김민수 편(1997:1076)에서는 ‘무니’를 단순히 접미사로 처리하고 ‘터무니’를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무니’는 ‘문’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일 수도 있다. 그러한 근거는 지금 북한에서는 ‘터무니’가 아닌 ‘터문’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의 어원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터무니’의 어원은 아직 미상이다.
현대국어의 ‘터무니’는 ‘터를 잡은 자취’라는 의미로서뿐만 아니라 ‘정당한 근거나 이유’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터무니없다’에 쓰인 ‘터무니’도 그와 같은 것이다. ‘터무니’는 주로 ‘없다’와 결합된 ‘터무니없다’의 구성 요소로 쓰이지만 아직 ‘없다’에 전염되어 부정적 의미를 띠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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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즈음 우리 글을 쓸때에도 받침,
띄어쓰기,같은것이 맞는것인지 의문이
일때도 여러번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우리말 유래
잘 읽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대단하고 유익한 말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