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 1차리그 최종일 경기에서 스위스의 바젤이 클럽사에 기록될 명승부를 치른 끝에 역시 클럽사에 오래도록 남을만한 성과를 올렸다. 96-97 시즌 그라스호퍼 이후 처음으로 이 대회 본선리그에 나와있는 스위스 클럽인 바젤은 현재 프리미어쉽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유럽챔피언 4회 경력을 지닌 전통의 리버풀과 극적인 3-3 무승부를 엮어내며 당당히 2차리그에 올랐다
1차리그 이전에 치러진 최종 예선에서 전통적 명문인 스코틀랜드의 셀틱을 누르고 본선 행을 이루었을 때부터 바젤의 기세는 심상치 않았지만 발렌시아, 리버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 한 조를 구성했을 당시만 해도 바젤의 행보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당초 1차리그에 참여한 32개 클럽들의 시드 구분에서 바젤이 받았던 순위는 바로 32위. 상대적으로 유럽 무대 경험이 만만치 않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20위였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혼신의 힘을 다했던 바젤은 결국 리버풀을 UEFA컵으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어쩌면 리버풀의 입장에선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무승부를 기록했던 지난 앤필드 홈경기가 아쉬울 것이나, 바젤의 홈 St 자콥에서 벌어진 최종일 경기에서 바젤은 자신들이 2차리그에 올라갈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리버풀보다 승점 1점이 앞섰던 바젤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무승부 이상, 반면 리버풀에겐 승리가 필요했다. 이러한 두 팀의 운명을 '사실상' 갈라놓았던 것은 초반 30분. 전반전 30분이 채 안되어 바젤은 전광석화같은 결정력을 발휘하며 놀라운 3-0의 스코어를 만들어 버린 것. 상대적으로 리버풀의 수비는 허술함 그 자체였다.
바젤의 스위스 미드필더 하칸 야킨이 영웅이었다. 전반전 시작한지 불과 약 1분 30초만에 안토니오 에스포지토와 훌륭하게 연결된 야킨이 리버풀 진영 왼쪽에서 쏘아준 크로스에 힘입어 훌리오 로시가 선취 득점을 올렸다. 이 벼락같은 선제골은 승리가 필요한 리버풀에게 분명 '최악의 스타트'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리버풀의 수비진은 '무인지경'과도 같았다
그로부터 8분도 되지 않아 야킨이 또다시 일을 저지른다. 이번에도 25야드 프리킥. 예르지 두덱은 야킨의 킥을 멋지게 막아냈으나 리바운드에 성공한 선수는 바젤의 수비수 티모시 아투바였다. 어쩌면 이 골은 리버풀의 제라르 훌리에 감독이 그래도 가장 이해할 수 있을 법한 것이었다. 스코어는 3-0. 승리는 커녕 리버풀에겐 경기는 사실상 이것으로써 끝나보였다.
그러나 이 경기는 '명승부'가 될 운명이었고 리버풀은 분명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전통의 명문답게 리버풀의 선수들은 최후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마저 상실하지는 않았던 것. 부진했던 스티븐 제라드를 살리프 디아오로 교체했던 후반전의 선수 기용도 효과가 있었다.
후반전 한결 정돈된 모습으로 총공세에 나섰던 리버풀은 61분 경부터 대니 머피, 블라디미르 스미체르의 골, 그리고 마이클 오웬이 튀어나온 페널티킥을 재차 처리에 성공하며 불과 20여분 동안 연속 3득점, 85분 경에 이르러 '기적같은' 동점까지 따라붙었다. 만약 이 경기가 리버풀에게 반드시 승리가 요구되는 조건에서 치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그 자체로 명승부였고 어쩌면 0-3을 딛고 되튀어오른 리버풀의 정신력은 칭찬받을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리버풀의 2차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부족했다. 그들에겐 초반 3실점이 너무 컸다. 결국 '명승부'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남은 팀은 바젤이었다.
메스타야에서는 이미 B조 1위를 확정지었던 발렌시아가 마지막 스타르타크 모스크바 전을 후안 산체스의 두골 포함 3-0으로 여유있게 장식했다. 최하위가 확정되어 있었던 스파르타크는 6전 전패를 기록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한편 2차리그 진출 팀들이 모두 확정된 상태에서 최종일 경기를 치렀던 A조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PSV 아인트호벤이 전반전 아스날의 콜로 투레의 퇴장으로 인한 숫적 우세를 살리지 못하고 하이버리에서 0-0 무승부에 그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1-0으로 꺾은 프랑스의 오세르에게 조 3위에게 주어지는 UEFA컵 티켓을 내주었다. 아스날과 도르트문트는 두 팀간 상대전적(골득실)에 따라 각각 1, 2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