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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16 - 도둑까치서곡
#1. 합의부 법정 (D) - 15회
도연 : 현재 피해자는 혼수상태이며 피해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피고인은 살인죄가 되는 것 알고 있지요?
혜성/상덕 : (동시에 발끈 일어나 외친다) 재판장님! 피해자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둘이 서로 보고 머쓱)
공숙 : 네, 검찰측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질문하는 것을 삼가주세요.
도연 : 네. (잠시 갈등하다 질문지를 덮으며) 이상입니다. (들어가고)
혜성/상덕 : (동시에 도연 보며 어라? 왜 저래? 표정)
공숙 : (허무해서) 이게 끝입니까?
도연 : 네.
달중 : (고개를 옆으로 돌려 도연을 본다/E) 힘든거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 가현아..
수하 : (그런 달중의 눈을 읽는다) !!
#2. 합의부 법정 복도 (D)
수하, 밖에 나와있다. 멀리 도연이 또각이며 나가는게 보인다.
굳은 얼굴의 도연은 수하를 보지 못한 채 화장실 쪽으로 간다.
도연 : (E) 아버지.. 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수하 : !!
법정에서 나온 혜성, 쪼르르 수하에게 달려간다.
혜성 : (수하 팔잡고) 야야, 배심원들 봤어? 봤어? 우리편이 몇 명인거 같애?
수하 : (그런 혜성을 보고) 뭐야? 혼자 해내보이겠다며?
혜성 : (머쓱해서) 물론 그런데.. (다시) 기왕 왔으니까 가르쳐줘. 몇 대 몇이야?
수하 : 그거보다, 서도연 검사 말인데..
혜성 : (날이 서서) 걔 얘기도 꺼내지도 마! 니가 하도 사람을 봐달래서 봐줬더니 그거 기계야.
눈도 깜짝 안하고 지 아버지 몰아치는데..
수하 : 그게 아닌거 같애.
혜성 : 뭐?
수하 : 황달중씨도 서도연 검사가 딸인걸 아는거 같고..
혜성 : (놀라서) 진짜? 그걸 어떻게 알았대?
수하 : ..가서 서도연 검사 만나봐.
혜성 : 왜?
수하 : 지금 혼자 두면 안될거 같애. 화장실 쪽으로 갔어.
혜성 : (수하 표정 보니 뭔가 있는거 같다) 알았어. (가는)
#3. 화장실 (D)
혜성, 문을 열면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도연이 보인다.
혜성 : (당혹스럽다) 서도연.. 너 왜..
도연 : (울며) 혜성아.. 나.. 나 죽을거 같애.
혜성 : ...?
도연 : (혜성을 올려다보며)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버지를 구해줘.. 제발..
혜성, 무방비로 무너진 도연을 보며 놀라는데서.
# 타이틀 - 도둑까치서곡
#4. 합의부 법정 복도 (D)
계단 아래 의자 뒤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도연, 눈 화장도 번졌고 엉망이다. 많이 진정이 됐다.
그 앞에 혜성이 서있다.
혜성 : 야. 너 그 꼴로 재판 어떻게 들어가려고 그러냐. (두리번 거리다가 멀리서 혜성을 찾던 상덕과 눈이 마주친다.
얼른 쪼그리고 앉는데)
상덕 : (달려와) 짱변! 여기서 뭐해. 최후변론 정리해야될거 아냐! (하다 도연을 발견하고 놀라) 서검.. 거기서 뭐합니까?
혜성 : (상덕에게 수신호, 손으로 입 나불나불 표시, 가슴을 퍽퍽치는 시늉, 검지 중지로 눈물 쭉 내리는 시늉/E)
아버지를 신문하는게 무지 괴로웠나봐요.
상덕 : (안됐어서 끄덕) ...음..
도연 : (일어난다. 얼굴이 많이 정리됐다. 심호흡하고) 됐어. 이제 괜찮아.
(수습하고 혜성과 상덕에게) 아시죠? 일반 재판이면 절대 면소며 무죄 못받는다는거..
아버지는 지금 형집행정지 중이라 집행유예도 못받아요. 유죄 나오면 무조건 다시 감옥 가셔야해요.
상덕 : 압니다. 그래서 우리도 참여재판을 신청한겁니다.
혜성 : 배심원들이 무죄라고 해주면 재판장도 법리를 거스르지 않겠나.. 싶어서..
도연 : 배심원들을 움직여줄 수 있겠어? 과반수로는 어림 없을거야.
수하, 어느새 의자쪽에 서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혜성 : (도연을 보고) .. 최선을 다해볼게.
도연 : 고맙다. (상덕을 보며) 잘 부탁드립니다.
상덕 : 괜찮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재판에서 빠지는게..
도연 : 아뇨.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혜성 : (그런 도연이 안쓰럽다) ...
상덕 : (혜성에게) 만장일치는 끌어내줘야 승산이 있어.
혜성 : (가는 도연을 보며 결연히) 네. 어떻게든 끌어내봐야죠.
상덕 : (그런 혜성을 보며) 짱변.. 최후변론, 짱변이 맡아줄 수 있겠나?
혜성 : (놀라고) 네?
상덕 : 난 26년 전에 한번 실패한 사람이잖아.
혜성 : 그러니까 더더욱 하셔야죠.
상덕 : 지금 저 친구 보는 짱변 눈을 보니까.. 나보다 더 절박해보여. 그러니까 짱변이 맡아줘.
혜성 : ...
수하 : (듣는 표정) ...
#5. 합의부 법정 복도 (D)
개정 중에 불이 들어온다.
#6. 합의부 법정 (D)
공숙과 좌우배석 자리에 앉아있고 배심원들도 자리에 앉아있다.
방청석에는 수하가 앉아있다.
공숙 : 증거조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검사 측 구형하세요.
현범 : (일어나 중앙으로 나와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배심원을 보며) 피해자 손채옥씨는 26년전
해서는 안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피고인 인생의 반을 감옥에서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상덕, 현범을 째려보는 위로) 그러나 그 범죄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현재 피해자가 저지른 범죄는 신분위조 정도로
법으로 심판한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실형으로는 1년, 그것도 집행유예일 확률이 큽니다.
(혜성, 현범의 변론을 들으며 손바닥에 변론을 적는) 그러나 피고인은 그런 피해자를 찔러 사경을 헤맬 정도로
큰 부상을 입혔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법의 심판보다 훨씬 더 가혹한 형벌입니다.
(달중을 보며) 피고인은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저 역시 검사로서 26년전의 판결이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공숙의 표정 위로) 그러나, 그 판결이 유감스럽다는 이유로, 그 판결을 스스로 되돌려서는 안됩니다.
재심을 통해 바로잡고, 그릇된 판결을 유도한 피해자 손채옥, 아니 전영자씨 역시 법으로! 단죄를 했어야 옳습니다.
(다시 배심원 보며) 그것이 법의 질서이고, 그 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이 세상은 자경단이 설치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 무법천지가 되지 않도록 배심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 들어가는)
수하 : (배심원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
혜성 : (수하를 본다/E) 배심원 중에 우리 쪽이 몇 명이야?
수하 : (손으로 4를 만든다) ...
혜성 : (두렵다/E) 겨우 네 명.. (배심원을 보며) 그럼 나머지는 여섯명...내가 그 여섯명을 설득할 수 있을까?
도연 : (혜성을 본다) ...
공숙 : 다음은 변호인 측, 최후변론 해주시죠.
상덕 : (혜성에게 속닥) 긴장하지 말고 잘해.
혜성 : (어이없다는 듯) 긴장? 내가 지금 긴장한 것처럼 보여요? (머리 찰랑 하고 나간다.
핸드마이크를 드는데 침착한 표정과는 달리 손이 수전증처럼 덜덜 떨려 핸드마이크도 덜덜 떨린다)
존경하는 재판안~(삑사리/행사MC톤)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긴 시간 재판 보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상덕 : (낭패다 싶다. 혼잣말로 작게) 행사 진행 나왔냐..저게 뭐야. 저게..
배심원들 : (키득댄다) ..
혜성, 손이 너무 떨리고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눈을 감는다. 예전 관우와의 일이 떠오른다.
#7. 합의부 법정 복도 (D) - 7회 34씬 전 상황입니다. 의상 연결 부탁드립니다.
관우, 서류를 들고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있다.
혜성, 옆에 앉으면서 이어폰을 빼면서.
혜성 : 뭐들어요?
관우 : 왔어요? (이어폰 빼며) 재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듣는 곡이에요.
왜 박태환선수도 경기하기 전에 음악 듣잖아요. 그런거처럼..
혜성 : (이어폰 꽂으면서) 무슨 노랜데요? (의외고) 올~ 클래식이네.. (차변을 훑으며) 차변~ 좀 있어보이는데요?
관우 : 도둑까치서곡 이라구요. 오페라에 나오는 곡이에요.
혜성 : 이걸 들으면 왜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데요?
관우 : 이 오페라가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거든요.
혜성 : 실화요?
#8. 합의부 법정 (D)
이하, 수하는 계속 배심원을 관찰해 손으로 넘어온 배심원 숫자를 가르쳐주는 설정입니다.
혜성 : (진정되는 손, 눈을 뜬다) 혹시 도둑까치란 오페라를 아십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란데요.
한 소녀가 은그릇을 훔친 죄로 처형을 당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릇을 훔친 범인은 까치였다는 그런 실홥니다.
배심원들 : !
혜성 :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그 소녀 운이 참 드럽게 없다. 망할 놈의 까치는
왜 하필 그걸 훔쳤을까.. 라고 생각하시죠? 아뇨. 소녀는 운이 나빠서 죽은게 아닙니다. 까치도 잘못이 없어요.
그러나 이 사건에는 분명 가해자가 존재합니다. (검사 쪽을 보며)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성급하게
소녀에게 사형이란 어마무시한 판결을 내린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바로 이 사건의 가해잡니다.
현범 : !
혜성 : (리모콘을 켜면 화면에 사진들이 나온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피고인의 고등학교 동창분들 사진입니다.
현재,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회사원으로 살고 계십니다. 26년전 재판이 제대로 판결만 내렸어도,
피고인은 이 사진 속 분들처럼 살았을 것입니다. 소녀의 죽음을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달중을 보며) 피고인의 26년 세월도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상덕 : (자괴감에 고개가 숙여진다) ..
수하 : (배심원들을 관찰하고 있다가 혜성에게 7명 사인을 한다) ..
혜성 : (그 사인을 보고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 배심원들에게) 물론 검사님 말씀대로 피해자를 만났을 때
당연히 법으로 해결했어야 합니다. (달중을 가리키며) 그러나 과연 피고인에게 법이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인생의 반을 무고하게 감옥에서 보내게 만든게 법이었습니다.
(배심원들과 눈 하나하나를 맞추며) 딸을 뺏어간게 법이었고, 직장을 친구를 뺏어간게 법이었습니다.
그런 피고인에게 우리는 또 다시 법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이 피고인이라면 그 법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수하 : (8명 사인)
현범 : (짜증난다는 듯 시계를 본다) ..
혜성 : 피고인은 재심을 통해 26년전 재판을 바로잡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몇 달 후 얘깁니다.
(공숙을 보며) 재심은 상당히 힘들고 복잡한 절차거든요.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잘못을 바로 잡는데 인색합니다.
(달중을 보며) 생이 얼마남지 않은 피고인에게 하루는 천금같이 귀합니다. 아마도 피고인은 재심의 결과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하 : (9명 사인) ..
현범 : (도저히 못참고) 재판장님! 변호인측 최후 변론이 약속된 시간보다 너무 깁니..
상덕 :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우렁차게) 26년을!!
현범 : (겁먹어 움찔) !!
상덕 : (수습하고, 절박하게) 피고인은 이 순간을 26년간 기다려왔습니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조금만 더 귀기울여주십시오.
변호인이 피고인을 위해서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공숙 : 변호인, 계속 하세요.
혜성 : (배심원들을 보며)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그리고 재판장님.. 이 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임과 동시에,
과거 잘못된 재판을 했던 사법부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기도 합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 지금 여기서 피고인에게 재심의 결과를 사법부 대신 내려주십시오.
그리고 피고인에게 국민이 생각하는 법이 무엇인지 평결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수하 : (10명 사인)
혜성 : (주먹 불끈, 감격해) 긴 변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도연 : (눈물이 흐른다) ...
#9. 중환자실 (N)
의식이 없던 영자, 흐릿하게 눈을 뜬다.
#10. 합의부 법정 앞 복도 (N)
충기와 성빈이 달려온다. 수하 의자에 앉아 있는거 발견하고는.
성빈 : (쪼르르 달려가) 수하야. 수하야!! (수하 옆자리 앉는)
수하 : (충기 보고) 니들이 여긴 어쩐일이냐?
충기 : 한참 싸우다 왔다. 이노무 재판 때문에..
수하 : (충기 손톱보고 일그러져서) 너 손톱에 그건 뭐냐?
충기 : (주머니에 양손 얼른 넣으며) 뭐? 뭐? 뭐?
수하 : (기막혀 헛웃음) ...
성빈 : 결과는 나왔어? 그 아저씨 다시 감옥가는거야?
수하 : 아직 몰라. 배심원들하고 판사하고 의견이 갈려서..
성빈 : 배심원들은 뭐라는데?
수하 : 무죄..
충기 : 그럼 판사는?
수하 : 유죄..
충기 : 야~ 그럼 게임 끝났네. 무조건 판사가 이기지! 판사가 힘이 얼마나 쎈데!!
성빈 : (버럭) 그렇게 판사 맘대로 결정할거면 배심원들은 왜 부른건데?
#11. 배심원 평결실 (N)
공숙과 배석들 난감한 표정들이다. 배심원(9명)들의 항의가 거세다.
배심1 : 아니, 그렇게 판사님 판결을 강요할거면 우릴 왜 부른겁니까?
배심2 : 그러게 말입니다! 우린 무죄라고 생각합니다. 10시간 재판 듣고 내린 결론이에요.
공숙 : (난감해서) 네, 압니다. 알아요. 근데 이 나라 법이란게..
배심들 : (아우성친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법입니다! / 상식이 법이지 상식이!! /
불쌍하잖아요. 또 감옥에 가라는건 너무 가혹합니다. / 못되쳐먹었어! 등등..
공숙 : (안되겠다 싶어서 배석들에게) 변호인하고 검사측 합의실로 불러.
배석들 : 네..
#12. 합의실 앞 복도 (N)
# 혜성과 상덕 들어선다.
# 법복입은 도연과 현범 들어선다.
# 판사와 배석들 들어선다.
#13. 합의실 (N)
공숙과 배석들 난감한 얼굴로 앉아있고 양쪽으로 현범, 도연 vs 상덕, 혜성으로 앉아있다.
현범 : (열받아) 뭐가 고민입니까? 배심원 의견은 참고만 하면 됩니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어요!
공숙 : 근데 배심원이 만장일치지 않습니까? 이걸 어떻게 거스릅니까.. 너무 부담이에요.
혜성 : (신나서) 그럼요! 법리보다야 배심원 의견에 일치를 봐야죠. 그쪽이 훨씬 덜 부담스럽죠.
(그때 핸드폰 진동 울린다) 여보세요. 네 유창씨..
현범 : (발끈해서 책상 탕탕치며 큰소리로) 아니죠! 법리를 따르고 배심원하고 불일치를 선택하는게 맞죠!!
혜성 : (한쪽 귀막고 통화하다 자기도 모르게 버럭) 입 닥쳐! 잔디머리!! 안들리잖아!!
모두 : (얼어붙고) ...!
혜성 : 네..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신나서 앉으며) 전영자씨 의식을 찾았답니다!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않나요?
모두 : (일동 혜성을 보며 어리둥절) ...
혜성 : (영문 몰라)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현범에게 평상톤으로) 일단 조검사님만 의견이 갈리는거 같네요. 그쵸?
현범 : (얼떨떨) 전 그래도 불일치가 답이라고 봅니다!
상덕 : 그럼 아마 내일 신문에 꽤 크게 날 것 같은데요. 이럴거면 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나! 라고요.
현범 : (혼자 공격받자 도연을 보고 답답해서) 서검! 넌 왜 말이 없어! 너도 의견을 얘기해봐.
도연 : 공소취소를 하는게 어떨까요?
현범 : (잉?) 야! 너 미쳤어!!!
배석들 : (놀라) 진짜요? / 그래도 되겠어요?
공숙 : (놀라면서) 그게 가능만 하다면 나쁠거 없죠. 우리야 부담이 훨씬 줄죠.
현범 : 안됩니다! 이건 너 혼자 결정하면 안되는거야. 공소취소는 검사장 결재사항이라고!
도연 : (OL) 결재를 받으려면 너무 늦잖아요. 그리고 검찰은 단독제 관청 아닌가요? 원칙대로라면 결재는 필요없죠.
현범 : 너어..
상덕 : (그런 도연을 보고 감동) ..
도연 : (현범에게) 제가 책임질께요. (공숙보고) 공소취소로 결론 내리죠.
혜성 : (그런 도연 보고 미소) ..
#14. 합의부 법정 복도 (N)
개정중에 불이 들어온다.
공숙 : (E) 사건 2013고합1354 황달중 사건의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15. 합의부 법정 (N)
배심원은 9명 앉아있다.
방청석에는 수하, 충기, 성빈이 앉아있다.
공숙 : 피고인은 일어나주세요.
달중 : (일어난다) ...
현범 : (열받아 앞을 본채로 작게) 너 이번건 정말 크게 사고친거야. 경고 정도로 안끝날거다.
도연 : (앞을 본 채로 작게) 알아요.
공숙 :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를 살인한 것으로 잘못 판결했다 해도, 이를 바로 잡는 것은 재심으로 다툴 일이지
다시 살아있는 피해자를 공격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때문이 이 사건을 무죄라고 보기는 사실 법리적으로 어렵습니다.
현범 : ...
공숙 : 그러나 배심원들은 전원 무죄 의견이었습니다. 배심원들은 피고인이 억울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혀
딸과 모든 인생을 잃고 26년이라는 한맺힌 세월을 보낸 점..
도연 : ...
공숙 : 이는 어찌보면 진실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과거 사법부와 검찰의 잘못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인데
다시 법의 이름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는건 합리적 통념에 비춰볼 때 받아들이기 힘든 점..
상덕 : ..
공숙 : 재심을 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금전보상일 뿐 피고인의 26년의 삶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점..
피고인은 현재 시한부인생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양형 기준상 구속이므로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점..
달중 : (눈물이 고인다) ...
공숙 : 특히 피고인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피해자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격분하여
작은 유리조각으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살인죄로 26년간 복역한 피고인을
또다시 같은 사람에 대한 살인미수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점 등을 이유로 합니다.
배심원들 : ...
공숙 : (판결문을 읽지 않고 법정안의 모든 이들을 보며 엄숙히) 국민들이 법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법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한다는 것이 본 재판부의 생각이자, 국민참여재판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심원들을 보며) 그리고 배심원의 평결 결과가 재판부의 의견이나 기존법리와 다르다 해서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혜성 : ...
공숙 : (검사측 보며) 그래서 숙고를 거듭하고 있던 중 검찰 역시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공소를 취소하였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달중을 보며) 공소기각결정을 하는 바입니다.
공숙/배석들 : (달중을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한다. 어쩌면 사과처럼..)
달중 : (그들을 보며 눈물이 흐른다) ...
상덕 : (역시 그런 달중을 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
혜성 : (그런 상덕을 토닥이다 도연을 본다) ..
도연 : (위를 보면서 눈물을 애써 참고 있다) ..
충기 : (이해가 안간다며 절레절레)
성빈 : (좋아서 손 번쩍 들고는 충기 끌어안는)
충기 : (뚱했다가 그런 성빈을 보고 좋다고 마냥 헤벌쭉)
현범 : (열받은 얼굴) ..
혜성 : (수하를 보며 엄지 치켜세우고 미소)
수하 : (역시 엄지를 치켜세워주며 미소)
모두가 꽉차있는 법정.
혜성과 도연만이 남아있는 법정.
혜성은 지친 듯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앉아있다.
혜성 : (고개 뒤로 한 채 눈감고) 너 괜찮겠냐? 징계 받을거 같은데..
도연 : (서류를 정리하며) 각오하고 얘기한거야. (일어나며) 안가?
혜성 : (피곤한 듯) 어. 쫌만 더 있다가려구..
도연 : (나가다 말고 혜성에게) 미안했다.
혜성 : (도연을 보며 의아) 미안? 고맙다가 아니고?
도연 : 11년전.. 거짓말로 너를 범인으로 몬거.. 미안했어.
혜성 : (기막혀) 이제야 내가 범인이 아니란거를 믿는거냐? 11년만에?
도연 : (끄덕, 담담히) 아마 나도 아버지처럼..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나봐.
틀린걸 인정하지 않는게 얼마나 끔찍한 건지.. 오늘 알았어.
혜성 : ..!
도연 : (진심이다) 사과할게. 진심으로..
혜성 : 응.
#16. 합의부 법정 복도 (N)
상덕, 달중 서있다.
상덕 : 내차로 가자. 병원에 데려다 줄게.
달중 : (픽 미소) 아~ 그 거시기한 차요?
상덕 : 16년 무사고라니까!
그때 멀리 2층에 도연이가 가는게 보인다.
달중 : 저 친구가 내 딸 가현이 맞죠?
상덕 : (역시 알고 있었구나) ..어떻게 알았나?
달중 : 어제 면회 왔었거든요.
상덕 : 그랬군.. (달중을 보며) 그럼 얘기 다 알겠네. 서대석 판사가 자네 아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도 눈 감았단 걸..
달중 : (끄덕) 서대석 판사가 가현이를 입양했다는 걸 알고.. 대충 짐작을 했습니다.
수하, 혜성 나오다가 뒤에서 이들을 보게 된다.
상덕 : 화 안나?
달중 : 나죠. 보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납니다. 근데 용서했어요.
상덕 : (이해가 안된다) 용서? 어떻게 그게 용서가 되나? 어떻게 그게 돼?
달중 : (그런 상덕을 보고 미소)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내 남은 인생을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쓰고 싶지 않아요.
죽기 전에 내가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 그렇게 흉한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용서하는 겁니다.
서대석 판사가 이뻐서 용서하는게 아니에요.
혜성 : !! (그 말에 어머니의 유언이 떠오른다.)
#Ins. 7회 56씬
혜성모 : 약속해라. 사람 미워하는데 니 인생을 쓰지마라.. 이말이다.
한번 태어난 인생 이뻐하며 살기도 모자란 세상 아이가.. 으이?
눈물 고인 혜성의 눈을 본 수하, 혜성을 안고 토닥여준다.
수하와 혜성 앞에는 달중의 어깨를 토닥이는 상덕이 있다.
그런 네 명의 모습에서..
#17. 대석집 부엌 (N)
도연모, 설거지 끝난 그릇들을 행주로 닦으며 정리하고 있다.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들리고.
도연모 : (돌아보지 않은 채 그릇 정리하며) 도연이니? 저녁은 먹고 온거야?
도연 : (그때 도연모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
도연모 : 얘가 또 왜 이래. (돌아보면 도연 눈물이 잔뜩 고여있다) 도연아!!
도연 : 엄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 엄마 딸이죠?
도연모 : !! (혹시 입양을 안건가? 겁이 난다) 너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 (눈물 닦아주는)
도연 : (그 손을 두손으로 꼭 잡고 뺨에 계속 대고는) 엄마..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 놀라지 말고 들어줘요.
(슬픈 미소로) 응? 그래줄 수 있지?
도연모 : (겁이 나지만) 어? 그럼.. 얘기해봐. 무슨 일이야?
#18. 수하집 거실 (N)
혜성, 외출복 그대로 녹초가 된 듯 쇼파에 엎어져있다.
탁자에는 수하의 참고서들이 널려있다.
수하 : (씻고 나온 듯 화장실에서 나오며) 아직도 옷 안갈아입었어?
혜성 : 그냥 이러고 잘래. 손끝 하나도 꿈쩍할 기운이 없어..
수하 : (혜성 머리 들어 베개 받쳐주며) 하긴, 오늘 용쓰긴 했어.
혜성 : 용은 무슨.. 니 덕에 무죄 받아낸거야. 고마워. (리모콘 드는)
수하 : (바닥에 앉아 참고서 펴며) 글쎄. 난 별로 한거 없는데..그쪽이 고생했지 뭐.
혜성 : (TV 켜는) 아냐. 너 없으면 나 아무것도 못해냈을거야.
(TV에 시선을 둔 채 한숨) 큰일이다. 자꾸 너한테 의지하면 안되는데..
수하 : (책장 넘기다 신경 쓰이고) 왜 의지하면 안돼?
혜성 : (TV에 시선 둔 채) 왜긴~ 그거야 당연히.. (하다 벌떡 일어나 반색) 오오오오! 나온다. 나온다. (리모컨으로 소리 키우는)
수하 : (놀라서) 뭐가?
# TV 화면 속 뉴스
연주 법원 전경, 디케의 여신 등등 위로, 자막 한줄 ‘귀신살인미수사건’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앵커 : (E) 이른바 귀신살인미수사건으로 기소된 58세 황모씨가 오늘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소기각이 결정되었습니다.
사실상 무죄를 선고 받은것입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하여 법리적으로는 유죄이지만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살리고자 공소기각결정을 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황모씨는 지난 7월 3일 26년전 살인누명을 씌운 아내에 대한 살인미수죄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다음 뉴습니다!
혜성 : (열받아 확 끄면서) 이런 개뿔! (일어나 열받아 다다다) 저게 끝이야? 저게? 아니 어떻게 내 얼굴이 안나올 수가 있어?
(가슴 땅땅치며) 이번 재판에 실질적인 주인공은 난데!! 내 변론 얘긴 왜 안나와! 피고름을 짜가면서 변론한거 너도 봤잖아!
어떻게 저렇게 성의없이 보도를 할 수가 있지? 저게 뉴스야? 어? 어?
수하 : (기막혀) 내 덕이라매?
혜성 : (귓등으로도 안듣고 열받아 이리저리 걸으며) 야!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구!
항의 전화해야 되나? 기자회견 열어달라고 할까?
수하 : (그런 혜성보고 피식) ..
#19. 대석집 전경 (D)
#20. 대석집 거실 (D)
대석 식탁에 앉는데 식사가 1인분만 차려져있다.
대석 : (앉으면서 영문 몰라) 왜 내 것만 차려져있어? 당신 약속 있어?
도연모 : (외출복 차림으로, 수저와 젓가락 놓으며 담담히) 저 도연이랑 당분간 명민동 친정에 가있을께요.
대석 : (수저 들며 대수롭지 않게) 친정에는 왜?
도연모 : 도연이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황달중씨 얘기까지 다..
대석 : !!
도연모 : (담담히) 30년을 넘게 같이 살면서 몰랐어요. 당신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인 줄..
(컵에 물 따르며) 아마 무서워서 당분간은.. 아니 꽤 오랫동안 나, 당신 얼굴 못볼거 같아요. 가볼께요.
(컵을 옆에 놔주고 나간다)
대석, 식탁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있다.
대석, 흐트러짐 없이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대석 : (주문걸 듯)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물 마시고) 난 잘못한게 없어.
(물컵을 냅다 벽에 던져 깨트리며 격분) 난 잘못한게 없다고!!
카메라 빠지면 커다란 집안, 대석 철저하게 혼자다.
#21.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혜성, 관우와 함께 재잘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혜성 : (완전 신나서 재잘대는) 최종변론을 하겠다고 섰는데 세상에 손이 막 (손을 덜덜 떨면서) 이러는거에요.
관우 : (신나서 맞장구) 나 그 기분 알거같애. 수전증 걸린거처럼 막 떨리죠.
혜성 : 네!! 머리 속은 뇌가 다림질 된거처럼 아무 생각도 안나는거에요.
관우 : (흥미진진) 그래서요?
혜성 : (손가락 튀기며) 그때 차변이 말했던 그 마인드 컨트롤이 딱 생각난거 있죠!
관우 : 설마 도둑까치?
혜성 : 빙고~ (들어가는)
#22.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과 관우 재잘대며 들어가는, 상덕은 테이블 앉아서 서류 보고 있다.
혜성 : 일단 도둑까치 얘기로 포문을 딱 연 다음에 동창들 사진을 화면에 딱 띄우니까 배심원 몇 명이 눈빛이 막 흔들리는거에요.
딱 느낌이 온거지..(하다 상덕 발견하고 탁자에 앉으며) 신변호사님! 신변호사님이 제 최후변론이 어땠는지
얘기 좀 해주세요. 내 입으론 잘난 척하는거 같아서 못하겠어요.
상덕 : 잘했어. 짱변 정말 최고였지.
관우 : (앉으며) 올~ 신변호사님이 칭찬하실 정도면 진짜 대단했나보네.
혜성 : 들었죠? 들었죠? (복사하는 유창에게) 유창씨! 복사 그만하고 일루 와서 얘기 좀 들어봐요.
이 다음부터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상덕 : (땡깡이 아닌 진심으로) 잘했어. 아마 짱변 말고 내가 최후변론을 했으면,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우리편을 들어주진 않았을거다. 잘해야 반 정도 설득했겠지.
관우 : ?!
혜성 : (속도 없이 손사래 치면서) 반은 너무 오바시다. 합의실 얘기 좀 해주세요.
(의자까지 땡겨주고) 유창씨 일루 앉아봐요! (유창 앉고)
상덕 : (진지하게) 26년전에 난 왜 짱변처럼 못했을까 많이 반성했다. 내가 그동안 니들 앞에서 경력만 믿고
잘난 척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입바른 소리한다고 꼰대 흉내나 내고.. 많이 미안하더라구.
관우 : (상덕의 심각함을 읽었다) ...!
혜성 : (전혀 상덕의 심각함을 못 읽고) 에이~ 괜찮아요. 다 잊었어요!
그런 얘기 말고 제가 어제 어떻게 했는지를 얘기해달라니까요.
관우 : (상덕이 심상치 않아서 혜성 제지하면서) 저기 짱변, 짱변 얘기는 내가 따로 시간내서 신변호사님한테 들을께요.
혜성 : (영문 몰라) 왜요? 지금 듣죠? 나 있을 때..
관우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접견이 있는 걸 깜빡 했어요. 꼭 들을께요.
혜성 : (김새서) 알았어요. 들을 때 유창씨도 꼭 같이 들어요.
유창 : (그런 혜성이 좀 한심해서) 네! 꼭 듣겠습니다~!
혜성 : (일어나며) 나중에 내가 확인할거에요. 제대로 들었나.. (나가며) 나 커피사러 가는데 뭐 마실 분 있어요?
유창 : 없습니다~
혜성 : 없으면 땡큐죠! (흥얼 거리고 나가는) ...
유창 : (그런 혜성을 보며 혀끌끌) 정말 장변호사님, 사람이 참 한없이 가볍네요. 눈치도 없고..
관우 : (상덕을 살피며 애써 밝게) 신변호사님, 괜찮으신거죠?
상덕 : (웃어 보이며) 그럼 괜찮지.. (서류 보는)
#23. 병실 (D)
달중, 캐비넷 위에 칫솔을 꺼내려는데 손이 잘 안닿는다.
누군가 칫솔을 꺼내준다. 돌아보면 도연이다.
달중 : (놀라) 서검사님..
도연 : (다정한 톤 아니고 평소톤으로) 키가 많이 작으시네요. 내 친아버지란게 안믿겨질 정도로..
달중 : !!
도연 : (쇼핑백 건네고) 구속 당시에 가지고 계셨던 소지품들이에요.
달중 : (받고) 어? 네.. (하고 보는데 크레파스가 없다. 당황해서) 여기 크레파스 못봤습니까?
도연 : (자기 가방에서 꺼내며) 이거 저 줄려고 샀던거 아니에요?
달중 : 어?
도연 : (의자에 앉으면서) 침대에 앉아보세요. (가방에서 스케치북 꺼내는)
달중 : 나.. 그려주게요?
도연 : (무심히 스케치북 꺼내고 크레파스 세팅하며) 네..
달중 : (민망해서 머리 매만지고) 지금.. 아침이라 얼굴이 많이 부었을텐데..
도연 : (그리기 시작하며 건조하게) 어제 저녁이랑 똑같은데요?
달중 : (머쓱하고) 그래요?
도연 : (그리면서) 앞으로, 매일 틈나는대로 들러서 그려드릴께요. 아버지..
달중 : (좋고) 네..(뒤늦게 아버지 소리에 놀라) 네??
도연 : (그리며) 틈나는대로 들러서 그려드린다구요.
달중 : 아니.. 그 다음에..
도연 : (달중 보며) 아버지..
달중 : !!
도연 : (다시 그리며) 움직이지 마요. 그림 망쳐요.
달중 : 어.. 그래..
#24. 포장마차 근처 거리 (N)
관우, 지나가다가 포장마차에 상덕이 눈에 걸린다.
상덕, 홀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25. 포장마차 (N)
꼬막 무침을 안주로 술 마시는 상덕.
상덕, 자작을 하려는데 얼른 낚아채는 관우.
관우 : 자작하면 3년간 재수 없대요. (술잔에 따르는)
상덕 : 왔나? (마시고 술잔에 따라주는)
관우 : 재판 잘 끝내시고 왜 이러세요. 신변호사님 답지 않게.. (마시고)
상덕 : 26년 전에, 황달중이가 나 말고 다른 변호사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관우 : 네? (다시 잔 채우며)
상덕 : (자조적으로) 나 말고 너나 짱변 같은 변호사를 만났으면, 저렇게 억울하게 살진 않았을텐데.. 그치?
관우 : !!
상덕 : (한숨 푹 쉬고) ..
관우 : 저기.. 신변호사님. 혹시 7년 전 쯤에 누가 변호사님 차에 똥 뿌린 적 있죠.
상덕 : (놀라) 어.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어?
관우 : (슬쩍 일어나며 도망칠 준비) 그거 제가 그랬거든요. (멀찌감치 떨어지는)
상덕 : (놀라서 벌떡) 뭐어? 니가 왜? 그땐 너 나 몰랐잖아.
관우 : 몰라서 그랬습니다. 정말 몰라서..
상덕 : (열받아 벌떡 일어나) 야.. 너! 너 이 자식! 내가 너 때문에 그 똥 닦으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잡으려고 하면) 대체 왜 그랬어! 왜!
관우 : (테이블 사이에 두고 대치) 안 때리시면 얘기할께요.
상덕 : (역시 대치 중) 들어보고 때릴지 말지 결정할테니까 얘기해봐.
관우 : (상덕 잡고) 월제동 빨간양말 기억하시죠. 여고생 강간살인으로 기소됐던..
상덕 : 알지! 그걸 내가 어떻게 잊나? 내가 변호했는데..
관우 : 그 놈을 잡은 게 저였어요.
상덕 : (놀라는) 뭐어?
#26. 거리 (D) - 7년전 관우의 경찰시절
지저분한 관우와 하명, 잠복하다가
쭈쭈바 먹으면서 걸어오던 빨간양말(20대초/남자)를 쫓아가 격투로 제압하고 체포하는 모습 위로.
관우 : (E) 제가 경찰 시절에 열흘 동안 잠도 못자고 팬티도 못 갈아입으면서 잠복해서 잡은 범인이었어요.
#27. 공원의 으슥한 화장실 (D)
증거를 채취하는 경찰들, 머리카락을 채취하고, 족적을 찍는.
휴지통에서 발견한 휴지를 담는 경찰.
관우 : (E) 그놈 머리카락에 족적에, 증거는 차고 넘쳤어요.
그 중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휴지에 그놈 정액이 묻어있었게 가장 결정적인 증거였죠.
#28. 경찰서 취조실 (D)
빨간 양말을 취조하는 관우의 모습.
책상을 땅땅 치면서 윽박지르는 관우.
관우 : (E) 그놈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버텼어요. 전 사흘 밤을 새가면서 취조해서 결국 자백을 받아냈죠.
#29. 경찰서 (D)
피해자 어머니 관우를 끌어안고 운다.
인사를 연신 하고, 관우 역시 눈물이 고였다.
관우 : (E) 피해자 어머니는 절 붙잡고 고맙다고 통곡을 했어요.
#30. 포장마차 (N)
관우와 상덕, 여전히 대치중이다.
주위에 손님들 이들의 대화를 흥미진진한 듯 듣고 있다.
관우 : 그렇게 간신히 잡아넣은 놈을 한 국선전담변호사가 재판에서 무죄로 풀어줬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는 사유로 배척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들면서 무죄를 받아냈어요.
상덕 : (더 열받아) 그 국선전담변호사가 나다!! 그래서 내 차에 똥을 뿌린거냐?
관우 : 네! 그랬습니다! 어떻게 잡은 범인인데.. 그걸 꼴랑 말 몇마디로 놔주냐 싶어서 분해서 그랬습니다.
상덕 : (관우를 쫓아가며 테이블을 뱅글뱅글 도는) 니놈이었구만. (꼬막 껍질 던지며) 그렇게 무식하게 강압수사를 한게..
빨간양말은 무죄였어.
관우 : (꼬막 피하면서) 압니다. 반년 후에 진범이 잡혔으니까요!
상덕 : (멈춰서서) 뭐? 진범이 잡혔어?
관우 : 네. 진범이 잡혔습니다. 그 놈 집에서 피해자 유류품들과 흉기가 나왔고, 범죄사실 일체를 자백을 했어요.
손님 : (너무 궁금해서) 근데 그 피 묻은 휴지는 뭡니까? 빨간양말 정액이 묻어있었다면서요.
관우 : 빨간 양말이 쓰고 버린 휴지에 피해자 피가 튄거였어요. 전 그걸 생각 못했었죠.
상덕 : 거봐! 내가 맞았잖아!!
손님 : 이햐~ 큰일날 뻔 했네. 휴지 한번 잘못 버렸다가 몇십년을 썩을 뻔 한거 아냐.
관우 : (일어선 채로) 네, 신변호사님은 두 사람을 구하셨어요. 억울하게 감옥갈 뻔한 빨간양말을 구하셨고,
억울하게 사람을 골로 보낼 뻔한 경찰 하나를 구하셨어요. 그래서 저 그날로 경찰 그만두고 사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변호사님 같은 국선전담변호사가 되려구요.
상덕 : (감동 받는) ...
관우 : 신변호사님은 제 시작이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자책하지 마시고, 계속 그 자리에 계셔주세요.
잔소리하면서 호통도 치면서 계속 그렇게..
상덕 : (감동 받은 듯 팔 벌린다) ..
관우 : (울컥해서 같이 팔 벌리고 다가간다) 신변호사님..
상덕 : (관우가 다가오자 머리카락을 잡고 뜯으며) 야 이 자식아! 내가 그때 그 차 닦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그 똥냄새가 3년을 가드라! 3년을 어!!
관우 : 아아아아~~
#31. 수하 아파트 (D) - 몽환적인 꿈처럼 화사하게
수하, 소파에서 참고서를 보다 잠이 들어있다.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목걸이, 하얀 목선이 드러나는 올림머리의 혜성이 수하에게 귓속말을 한다.
혜성 : 일어나. 아침이야.
수하 : (눈을 부스스 뜨다 혜성의 눈부신 모습에 놀란다. 얼떨떨해서) 뭐야? 쌩뚱맞게 집에서 왜 그런걸 입구 있어?
(두리번거리다) 이거 설마 꿈이야?
혜성 : (열받아 허리춤에 양손 올리며) 그럼 이게 꿈이지 생시겠니?
넌 꿈도 참~ 유치찬란하다. (드레스 펄럭이며) 컨셉이 이게 뭐니 이게?
수하 : (좋고) 왜? 이쁜데..
혜성 : 됐고 빨랑 꿈 깨. 이 옷 너무 불편해. (하고 일어나려는데)
수하 : (혜성을 당겨 안으며 좋아서) 싫어. (꼭 안으면서) 내 꿈이야. 내가 깨고 싶을 때 깰거야.
수하, 혜성의 이마에, 뺨에 키스를 하고는 꼭 안는다.
한참을 그렇게 수하 꼭 안고 있는데, 혜성의 손이 축 늘어진다.
수하, 느낌이 이상해서 한손을 보면 피가 잔뜩 묻어나온다.
수하 : (놀라) 이게 뭐야!!
보면 혜성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과거 자신이 찔렀던 옆구리에 피가 흥건하다.
수하 : 어.. 어.. (하얀 드레스 위로 번지는 피, 놀라서 막는데 계속 흘러나오고) 안돼. 이러면 안돼. 일어나..정신차려!!
(혜성을 꼭 안고) 안돼! 제발..정신차려.
#32. 수하 아파트 (N)
수하, 땀을 흘리며 같은 쇼파에 누워 안돼.. 아냐.. 이러면 안돼. 신음을 한다.
평상복 차림의 혜성, 방에서 나와서 수하를 깨운다.
혜성 : (걱정스레) 수하야! 수하야!! (흔들며) 일어나봐!! 야!! 일어나!
수하 : (눈을 번쩍 뜬다) !!
혜성 : 세상에.. 땀 좀 봐. 무슨 꿈을 꿨길래.. 뭐 가위에 눌린거야?
수하 : (혜성을 와락 안고) 다행이다. 무사해서..
혜성 : (당황해 밀치며) 야. 너 왜 이래.
수하 : (더 꽉 안고) ...
혜성 : (뭔가 이상해서) 무슨 꿈이길래. 그래?
수하 : (불안함에 계속 안으며) ..아냐. 아무것도..
혜성 : (그런 수하를 토닥이는)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데?
수하 : (혜성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
#33. 허름한 철물점 (N)
바구니에 은색 넓은 테이프가 떨어진다. 누군가의 발, 바구니를 민다.
바구니에 밧줄이 떨어진다. 다시 밀려지는 바구니에 스패너가 떨어진다.
그 발을 따라 올라가면 한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한손으로 물건을 고르고있는 굳은 표정의 준국이다.
#34. 법조타워 로비 (D)
관우, 들어가다가 우편함을 들른다.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변호사들과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 인사 우편물을 챙기는 관우.
역시 관우와 혜성에게 온 편지가 있다. 표정 굳는 관우.
두 개의 편지를 챙겨 올라가는 관우.
#35. 국선전담 사무실 (D)
아무도 없는 사무실, 관우 자리에 와 앉는다.
그리고 편지를 꺼내는 관우. 이번에는 박주혁의 기사가 아닌 다른 기사다.
관우 : 이번에는 박주혁 기자 기사가 아니네? (읽어보는) 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민모씨.. 이게 민준국인가?
(혜성 기사를 펼쳐보면 다른 기사다) 치매 노인.. 아사? 이건 뭐지?
(메모를 한다) ...며느리는 심장병으로 사망.. 아들은 구속? (놀라고) 설마..
그때, 유창이 들어선다.
화들짝 놀라 기사를 가리는 관우.
유창 : 좋은 아침입니다. (관우보고)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관우 : (둘러대는) 아. 오늘 재판에 미리 준비할게 많아서요. (표정 안좋다) ..
유창 : (자리에 앉으면서) 뭐 보고 있었어요?
관우 : (서랍에 넣으며 둘러대는) 탄원서들이요.
유창 : (갸우뚱) ?
#36. 쇼핑몰 혹은 백화점 앞 (D)
혜성과 수하,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잠복형사들 멀리 따라가고 있고..
혜성 : 너 얼굴 아직도 허얘. 무슨 꿈인지 진짜 얘기 안해줄 거야?
수하 : 어..
혜성 : (삐죽) 이건 뭔가 불공평해. 난 맨날 속을 다 들키는데, 지는 맨날 꽁꽁 감추고..
수하 :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그래.
혜성 : (그러자 수하 힐끔거리며/E) 설마.. 야한 꿈인가? 하긴 얘도 남잔데..
수하 : (버럭) 아냐! 그런거.
혜성 : (짓궂게) 왜 이렇게 오바해? 진짠가부네.
수하 : (혜성을 헤드락 하면서) 아냐! 아냐! 아니라구!
혜성 : (웃으면서) 알았어. 알았어. 아닌걸로 쳐.
수하 : (헤드락 풀며) 치는게 아니라 진짜 아냐.
혜성 : (픽 웃으면서) 알았다. 수하 너 먼저 가. 나 노트북 A/S 좀 맡기고 갈게.
수하 : 같이 갔다가.
혜성 : 이거 시간 꽤 걸린단 말이야. 같이 가면 너 학원 늦어. 먼저가. (들어가고)
수하 : (잠시 보다가 걱정되서 따라가는)
#37. 쇼핑몰 안 (D)
혜성, 가다가 문득 쥬얼리샵에 멈춰선다.
수하, 한참 뒤에서 따라가다가 멈칫 멈춰선다.
혜성, 허리를 굽히며 쇼윈도에 있는 목걸이 하나에 시선이 박힌다.
혜성 : (E) 이쁘다. 근데 가격이 좀 쎄네. (털어버리 듯 허리 세우며/E) 저 돈이면 소세지 100개도 넘게 사겠다. (가고)
수하 : (얼른 뛰어가 혜성이 본 귀걸이를 본다. 가격 보고) 쬐끄만게 되게 비싸네. 그때 그 등산화를 사는게 아닌데..
(계속 보며) 고모부가 돈 부치셨을려나..
#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강형사와 하명, 막대사탕 빨면서..
강형사 : 좋~을때다.
하명 : (건조한 형사말투로 시선은 수하를 보며) 팀장님. 저 연애하고 싶습니다.
강형사 : (역시 무심한 말투로 시선은 멀리 가는 혜성에 둔 채) 미친놈. 너 이러는거 니 와이프도 아냐?
하명 : (형사 말투) 알면 죽겠죠.
수하, 귀걸이를 보고 있는데 안에 있던 점원이 진열된 귀걸이를 가지고 간다.
보고 있던 수하 놀란다. 어라..
점원, 여자 손님(긴머리 셋팅파마 한, 20대초)에게 보여준다.
손님 : (손가락으로 한쪽 머리를 돌돌 말며) 진열된거 말고, 새거는 없어여?
점원 : 이게 라스트 원이라서요.
수하 : (놀라) 어.. 안되는데..
손님 : 진짜여? (망설여지고/E) 진열된거는 싫은데.. 그래도 살까? 어쩌지?
수하 : (안되겠다 싶어 맹렬히 어디론가 달려간다) ...
#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강형사와 하명.
하명 : 팀장님! 박수하가 뛰는데요?
강형사 : (사탕 빨며 무심히) 뭐해. 얼른 따라가.
하명 : 아씨.. (뛰는)
#38. ATM 기기 앞 (D)
수하, 얼른 카드를 넣고 입금출금을 누른다. 초조함에 손으로 계속 타타타탁 두드린다.
잔고에 돈이 들어와있다. 103만원.
수하, 예쓰! 주먹을 쥐고 얼른 출금을 한다.
저 멀리서 이를 보고 숨 몰아쉬는 하명.
수하, 돈 빼서 뛰면.
하명 : (죽겠고) 또 뛰어? (따라 뛰는)
#39. 쇼핑몰 (D)
다시 쥬얼리샵을 향해 뛰어가는 수하. 한참 뒤에서 또 따라 뛰는 하명.
#40. 쥬얼리샵 (D)
여자 손님 아직도 갈등 중이다.
점원 짜증이 슬슬 밀려온다.
손님 : (한손가락으로 머리 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진열된거잖아여. 2만원 빼주면 안되여?
점원 : (짜증 누르며) 손님.. 요즘은 동대문도 정찰제에요. 깎는 건 정말 안돼요.
손님 : (머리 계속 말며) 그럼여~ 요삔을 서비스로 주시면 안돼여? 아니면 저 머리띠 서비스로 주시면 안돼여?
점원 : (이 악물며) 손님 그 삔 3만원짜리거든요. 머리띠는 3만 3천원이구요.
수하 : (달려와 숨 몰아쉬며 돈 탁 놓으며) 그 귀걸이.. 저 주세요. 저 살께요.
점원 : (속이 시원하다는 듯 수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우렁차게) 네!~ 손님!
#41. 쥬얼리샵 앞 (D)
수하, 기분이 좋은 듯 예쁘게 포장된 귀걸이를 본다. 가방에 넣고, 학원을 향해 간다.
숨에서 쇳소리 나며 지친 하명 따라간다.
#42. 병실 (D)
도연, 크레파스로 달중을 그리고 있다.
달중, 흐뭇한 얼굴로 도연을 본다.
달중 : (오른쪽으로 얼굴 돌리며) 난 이쪽 얼굴이 더 잘생겼다고 그러던데..
도연 : (그리며 냉정히) 움직이지 마요. 제가 보기엔 똑같네요.
달중 : (다시 돌리며) 어? 어.. 그래. (그러면서 도연을 흐뭇하게 본다) 내가 널 키웠어도 이렇게 이쁘고 잘나게 컸을까?
도연 : (멈칫하다가 도도함으로) 당연하죠. 어디서 크던 전 예쁘고 잘났을 거에요.
달중 : (미소) 그럼 다행이고..
도연 : (그림 보여주며) 어때요? 똑같죠?
달중 : 그래. 잘 그렸네. (그림 보면서 미소로 돌직구) 근데, 넌 미술 접고 검사하길 잘한거 같애.
도연 : (일그러져서) 네?
달중 : 너 그 핸드폰으로 셀카라는거 찍어줄 수 있냐? 같이 찍자.
도연 : (일그러져서) 네에?
달중 : 그거 찍어서 신변호사님하고 장변호사님한테 보내줘.
도연 : (더 일그러져서) 네에?
#43. 합의부 법정 복도 (D)
상덕, 서류 들고 걸어가는데 딩동 문자가 온다. 핸드폰을 열어보고는 못볼 걸 본 모양으로 흠칫.
상덕 : (일그러져서) 이게 뭐야?
#44.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골무를 끼고 서류를 넘기며 보고 있는데 문자가 띵동 온다.
열어보고 혜성, 흠칫 놀라 못볼 것 본 모양으로 엄마나~ 하며 몸서리치며 핸드폰을 엎어버린다.
유창 : (보드에 스케줄 고치고 있다가) 왜요?
혜성 : (끔찍한 걸레를 만지는 듯 핸드폰을 돌리며 절레절레) 뭘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끔찍한 걸 봤어요.
(손가락으로 걸레 만지듯 핸드폰을 다시 보는)
핸드폰 안에 도연, 초상화를 든 달중의 투샷. 두사람 깜찍하게 볼바람까지 넣었다.
혜성 : (역시 역하다 눈 질끈 감고) 으엑~ (핸드폰 다시 엎고 격하게 서류 넘기는데 골무 찢어졌다)
유창씨. 혹시 골무 새거 없어요?
유창 : (보드 지우며) 전 없는데요. 차변호사님 책상 뒤져보세요. 항상 몇 개 여유로 갖고 있더라구요.
혜성 : (관우, 책상으로 가며) 차변은 언제 와요?
유창 : (스케줄 보며) 거의 올 때 다 됐어요. 오후에 재판 없거든요.
혜성, 책상 뒤지는데 서류들 틈 사이로 편지들이 눈에 띈다.
관우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으로 온 편지들이다.
혜성 : 어라? 이건 나한테 온건데?
유창 : (보며) 어 그거 진짜 뭐에요? 저번에 보니까 나 몰래 보는거 같던데..
혜성 : 유창씨 몰래요?
유창 : 네, 내가 들어오니까 막 숨겼어요.
혜성 : 내 편지를 왜 차변이..(갸우뚱, 자기에게 온 편지를 꺼내본다. 기사들이다.)
유창 : 어? 차변호사님 오셨어요?
혜성 : (보면) ?
관우 : (얼굴이 사색이 돼서 굳어있다) 짱변.. (달려들어 뺏으려고 하는데)
혜성 : (손으로 막으며) 나한테 온 편지를 왜 차변이 갖고 있죠?
관우 : (난감하고) 그.. 그게..
#45. 학원 앞 (D)
수하, 기분 좋아 걸어오는데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탄 남자(20대 초/남)가 나타나 수하의 가방을 낚아챈다.
수하 : (놀라) 야! 거기서!! (뛰어가고)
하명 수하를 뒤따라오다가 오토바이 보며 가로막는데,
오토바이남, 달리면서 수하 가방을 휘둘러 하명을 쓰러트린다.
하명, 쓰러진 채로 기민하게 번호판 본다.
하명 : 연주23에 4885..
수하 : (달려오다 강형사 부축해 일으키고) 괜찮으세요?
하명 : (일어나 툭툭털며) 저 새끼 뭐야. 대낮부터..
수하 : (답답해서 한 손으로 머리 헝클며) 아씨! 저 가방 꼭 찾아야되는데..
하명 : (전화 걸며) 걱정마라. 저 새끼 우리가 아는 놈이니까.
(전화) 어 난데.. 4885 그 자식 또 사고쳤다. 아지트에 먼저 진치고 있다가 잡아와!
수하 : (안심되는) 하아..
#46. 국선전담 사무실 (D)
유창, 면담실 앞에서 긴장한 채 듣고 있다.
그때, 상덕, 사건기록 보자기 들고 들어오다 유창을 발견하고.
상덕 : (자리로 가며) 유창이 너 거기서 뭐하냐?
유창 : (쉿! 조용히 하라는 시늉)
상덕 : (두리번) 차변이랑 짱변은?
유창 : (열심히 수신호, 안에 있다는 시늉, 손 입에 대고 말하는 시늉, 검지를 이마에 대고 찡그리는 시늉)
상덕 : (다 알아듣고) 둘이 뭔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심각한데?
유창 : (귀 가리켰다가 손 내젓는)
상덕 : 그것까진 잘 안들려?
#47. 면담실 (D)
책상 위에 놓인 다섯 개의 봉투, 혜성 관우를 노려보고 있다.
관우, 고개는 그대로 두고 소심하게 시선을 피하면
혜성 손가락 딱딱 튀기면서.
혜성 : 차변!! 나 봐요. 얼른요!!
관우 : (얼굴은 혜성 보는데 시선은 옆으로) 보고 있습니다.
혜성 : (편지들 치면서 심문하는 톤) 설명해봐요. 이게 뭐에요?
박주혁 기자는 누구고 이 아사한 치매 할머니와 손자는 누구에요?
관우 : (시선 옆으로) 말 못합니다.
혜성 : (버럭) 차변!!
관우 : (OL/혜성 보면서) 절대 못해요! (누그러졌지만 단호히) 미안합니다.
혜성 : ..!
관우 : (단호히) 나 짱변한테 거짓말하기 싫어요. 그러니까 더는 묻지 말아요.
혜성 : (그런 관우를 보며) 분명 날 위해서겠죠. 차변은 그럴 사람이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에요.
관우 : ...
혜성 : 둘 중 하나겠죠. 알면 내가 상처받거나, 누군가가 상처받거나..
관우 : ...
혜성 : (일어나) 그게 나라면, 정말 실망이네요. 내가 차변한테 이런 것도 감당 못할만큼 한심한 인간으로 보였다는게..
관우 : (흔들린다) ..
혜성 : (편지를 챙기며) 좋아요. 내가 직접 알아볼께요. (일어나는)
관우 : (굳은 표정으로 시선은 책상으로) 박주혁 기자는 박수하 아버집니다.
혜성 : (나가다 멈칫) !
관우 : (담담히 시선은 책상으로) 아사한 치매 할머니와 손자는.. 민준국의 어머니와 아들이고..
혜성 : (돌아본다) !!
관우 : (혜성을 보며) 이 편지를 짱변한테 보낸건.. 민준국이에요.
혜성 : (얼굴 굳는다) !!
#48. 학원 로비 (D)
시계보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하.
그때, 하명이 가방을 가지고 들어온다.
수하 벌떡 일어나 반색해 달려간다.
수하 : 진짜 찾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명 : 어. 뭐 없어진거 없나 찾아봐.
수하 : (가방 뒤지며 선물 찾으며 안도) 아! 있다!
하명 : 딴거는? 지갑이랑 핸드폰 다 있어?
수하 : (안을 보며) 지갑은 있고.. 돈도 그대로고.. (뒤지는데) 핸드폰이 없는거 같은데요? (계속 뒤지며) 어.. 정말 없네?
하명 : 아~ 짜식. 그새 빼돌린거야? 걱정마라. 것도 찾아보라고 할게.
수하 : 핸드폰은 천천히 찾아도 됩니다. (선물 보며) 일단 이거 찾았으니까 됐어요. (달려가며) 감사합니다.
하명 : 얌마! 뛰지 좀 마! (죽을 맛이고) 아씨~ 내가 장변호사 담당할걸.. (따라가는)
#49. 국선전담 사무실 (D)
유창과 상덕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상덕 : 유창아. 이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
유창 : 예에? 이걸 배경화면으로 하시게요? 비위도 좋습니다~
수하, 조심스레 들어온다.
유창 : 어? 왔냐?
수하 : 네. 장변호사님은 안계십니까?
상덕 : 오늘 2시 재판이라 법원 갔는데.. 차변이랑 같이 나갔어.
수하 : 아, 그래요? (인사 꾸벅하고) 감사합니다!~ (나가고)
#50. 합의부 법정 (D)
수하, 문 조심스레 열고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수하, 이상해서 갸우뚱? 경위 하나만 있다.
수하 : 오늘 재판 끝난거에요?
경위 : 아니. 시작도 못했는데?
수하 : 왜요?
경위 : 변호사님이 안왔어. 2시 재판인데 30분이 지나도록 안와서 일단 기일을 연기했어.
수하 : (의아) 왜 안왔답니까?
경위 : 모르지. 판사님이 전화 한참 했는데 통 연락이 안되나봐.
수하 : (불안하다) ...
#51. 합의부 법정 앞 복도 (D)
수하, 나오는데 2층에서 내려오던 관우와 마주친다.
관우 : (수하 발견하고) 어? 박수하.
수하 : (달려가) 혹시 짱변 어디갔는지 알아요?
관우 : 짱변? 지금 재판 하고 있지 않아? 2시 재판이라고 그랬는데?
수하 : 없어요. 연락이 안된대요.
관우 : (핸드폰 꺼내며) 그럴 리가.. (전화거는) 전화는 해봤어?
수하 : (걱정된다) 아뇨. 저 소매치기를 당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관우 : (전화 받는 소리) 여보세요. 짱변.. (뚝 끊긴다) 어? 끊어졌네? (다시 거는) 내가 여기까지 바래다줬는데..
(하다/E) 설마..그 기사 때문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수하 : (놀라 관우를 잡고) 혹시.. 짱변한테 우리 아버지 얘기했습니까?
관우 : 어? 어.. 짱변이 내 서랍을 뒤지다가 민준국이 보내온 기사를 발견했어.
수하 : (충격 받아 뒷걸음질) !!!
관우 :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어.
수하 : 다.. 알았습니까?
관우 : 어. 거의..
수하 : (결국 이런 날이 왔구나) ...그래서.. 그래서 사라진거군요.
관우 : 아냐. 그걸 안거랑 이건 별개야. 분명 이거는..
수하 : (원망스레) 당신이 뭘 알아! (잦아들며) 대체 왜 얘기했어요. 왜! (가버리는)
관우 : 박수하!! (따라가는)
#52. 법원 주차장, 잠복차 안 (D)
강형사와 하명 앉아서 법원 입구 쪽을 보고 있다.
멀리 수하 큰걸음으로 나오는거 보고는.
하명 : (힘들어서) 팀장님, 지금부터 우리 담당 바꿉시다. 내가 장변호사 맡고, 팀장님이 박수하 맡고.. 네?
강형사 : 싫다. 한번 맡으면 끝까지 가야지.
하명 : 저 자식 따라다니다 옆구리 터져 죽을거 같아서 그래요.
강형사 : 빨랑 따라가봐. 놓치겠다.
하명 : (한숨 쉬고 나가서 뛰어가며) 저 자식이 너무 빠르다구요!
강형사 : (다시 법원 입구 보는데 관우가 다가온다) 어? 저 사람은?
관우 : (강형사에게 와서) 혹시 짱변 못보셨어요?
강형사 : 봤죠. 아까 같이 법원으로 들어갔잖아요.
관우 : 나오는건 못봤단거죠?
강형사 : 네, 못봤는데요. 왜요?
관우 : 짱변이 없어졌어요. 법정에도 안들어오고..
강형사 : (놀라 차에서 나오며) 그럴 리가 없습니다. 내가 여기서 화장실도 안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일부러 몰래 담을 타고 나간게 아니고서야 못봤을 리가 없습니다.
관우 : (답답해서) 전화도 안받고 대체 어디로 간거야..
#53. 거리 + 공중전화 박스 안 (D)
수하, 혼란스럽고 걱정이고 미치겠다. 걸어가며 머리도 감싸고 어쩔 줄 모르겠다.
답답한 듯 계단같은 곳에 걸터앉는다.
#Ins. 12회 낚시터 (N)
준국 :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니 아버지야!!
#Ins. 14회 14씬 수하집 현관 앞 (D)
혜성 : 혹시 나한테 말 안한게 또 있니? 속이고 있는거 더는 없는거야?
복잡한 표정의 수하, 앞을 보면 공중전화 박스가 있다.
수하, 공중전화 박스로 간다. 가서 수화기를 드는데 많이 망설여진다.
수하 : (두렵다/E) 어떻게 얘기해야되나? 어떤 변명도 안통할텐데.. 내 목소리 듣고 끊으면 어떡하지?
이게 영영 끝이면.. 난 살 수 있을까.. (번호를 누르려다가 망설여진다. 다시 결심하고 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간다. 받는다.
얼른 절박하게) 여보세요. 나 수하야. 제발 끊지 말고 들어줘. 차변한테 얘기 다 들었어. 당신이 우리 아버..
준국 : (도발하는 투 아닌 담담한/E) 니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수하..
수하 :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다) !!!!
준국 : (담담한/E) 장혜성이를 찾고 있나?
수하 : (너무 놀라 굳는) ...!!
이하, 카메라는 길 건너(혹은 멀리서)에서 공중전화 박스를 보여준다.
그 안에 수하, 무언가 전화로 얘기를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수하, 간간히 격하게 소리치고, 공중전화 박스 벽을 치는..
버스와 차들이 지나가고 그 너머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 안 수하, 수화기를 든 채 주저앉는다. 그 모습 위로..
수하 : (E) 2013년 7월 8일 오후 3시 10분.. 그녀가 민준국에게 납치됐다.
그로부터 2시간 후.. 우리의 11년간의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 왜 저러나 힐끔거리거나, 모여들고..
멀리 길 건너 공중전화 박스 안 절망으로 주저앉아 울부짖는 수하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