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집의 설날
내가 어릴 때의 우리 집 설날을 회상해본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설 명절를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었다. 그 이유는 설빔을 입고, 떡국을 먹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께서는 그 많은 식구들의 설빔과 차례상 준비 등 얼마나 고된 명절이셨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그때는 길게 자란 나의 머리는 끝에 숙부께서 머리 깎는 기계로 꽉 눌러 깎으니 몹시 아팠다. 겁이 나서 아프다고 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혼이 났던 옛 생각이 난다. 다음은 우리 집의 설 이야기를 해본다.
1.제수 준비
제수는 주로 자급자족하였다. 그러나 생선은 영천시장에서 사 왔다. 설날 며칠 전부터 떡국의 재료인 떡가래를 만들어 굳어지면 설날 쓸 만큼 칼로 잘라 둔다. 철없는 나는 떡가래를 끊어서 먹었다. 때로는 문성외가에서 여러 가지 절찬을 보내오기도 했다. 짐을 지고 온 하인이 우리 일가란 말을 들었다. 못살면 남의 종노릇을 하는구나 하는 어린 마음에도 좋지 않았다.
그믐날이 되면 끝에 숙모께서 오셔서 어머니와 같이 제수를 장만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우리와 같이 밤을 까고 치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 명절 며칠 전에 제기를 기와가루로 빛이 나게 닦는 일에는 나도 힘을 보탰다.
2.설빔 준비
식구가 많아서 우리 집 형편에 새옷을 사서 입기는 어렵고 어린 우리들은 형들의 옷과 양말을 주려서 입고 신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3.제야의 모습
접시에 기름을 부어 솜으로 심을 만들어 불을 부쳐 부엌과 대청에 놓았다. 조왕님과 성주님께 집안의 안녕을 비는 것이다.
그믐날 일찍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해서 자지 않으려고 애썼던 추억이 생각난다. 잠을 안 자려고 애쓰다 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나의 분을 눈썹에 하얗게 발라 놓아 놀리기도 하였다.
4.세배 하기
1)구세배
설 전날에는 아버지 형제분께서는 집안 어른께 구세배를 다니셨다
2)설날 세배
어머니께서 세벽 일찍이 떡국을 끓여 상을 차려 할머니께 드리고 문밖에서 세배를 하시던 모습이 지급도 눈에 선하다. 우리들도 일어나 세수를 하고 설빔을 입고 할머니와 아버지께 세배를 하였다.
5.차사 지내기
숙부께서 주동이 되셔 형님들과 같이 제수를 제기에 괘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 사랑방에서 차사를 지냈기에. 큰방에서 사랑방까지는 떨어져 있어 바람이 불고 하면 힘이 들었다. 그 일은 형님들이 하였다. 삼 대소가의 차사 순서는 우리 집이 제일 먼저 지내고 다음은 현고댁 다음이 큰집인 거여댁에서 지냈다. 그 이유는 큰집이 못살아 우리 집에서 오금이 할배(휘 치선)의 제사를 지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6.선조 차사 지내기
삼 대소가의 차사가 끝나면 추모당에서 온 마을 자손들이 선조 차사를 지내려고 추모당에 모여들었다. 그 시절은 4대 봉사를 하기 때문에 농와공과 자언공의 차사를 자손들이 모여 지낸 것이다.
7.세배 다니기
추모당의 차사가 끝나면 동내 어른분들을 찾아 세배를 다녔다. 가는 집마다 음식을 내놓았다. 세배 돈은 없었다. 멀리 일견마을 정동댁, 도동댁에 까지 세배를 다녔다.
8.설 놀이
1)윷놀이
밤이 되면 또래끼리 모여서 윷놀이를 하였다. 윷판 없이 기억으로 말을 썼다. 그래서 다툼이 벌어져 판이 깨어지기도 했다.
2)널뛰기
우리 집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집을 지을 때 남은 널판이 될만한 송판이 마루 밑에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채전밭에 갖어다 널뛰기를 하였다. 누님 또래가 와서 긴댕기를 휘날리며 뛰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도 재법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