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2015년형으로 등장한 쉐보레(Chevrolet)의 풀 사이즈(full size) SUV 서버번(Suburban)은 미국식 초대형 SUV들의 전형(典型)을보여주고 있다. 차체의 크기를 살펴보면 길이가 무려 5.650mm(222.4인치)에 전고는 1,51mm(76.8인치)에 차체 폭이 2,010mm(79.1인치)에 이르는 정말로 거대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차체 치수로 본다면 흔히 마을 버스로 쓰이는 25인승 버스보다는 70센티정도 짧고 낮은 정도의 거대한 크기이다.
2015 년형 쉐보레 서버번(Suburban)
게다가 엔진은 8기통 5,300cc 가솔린 엔진이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 에쿠스 리무진보다도 큰 배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식 연비도 시내 주행이 리터당 6.3km(갤런당 15마일), 고속도로 주행이 리터 당8.8km(갤런당 21마일)로 나와 있다. 아마도 실 연비는 더 낮을 것이다. 그것도 가솔린으로 말이다. 사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싸다고 하더라도, 근래에는 1갤런(약3.8리터) 당 4달러 이상이므로, 국내의 LPG 가격과 비슷하지만, 덩치 큰 차체로 인한 낮은 연비를 생각하면 사실 적은 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캐딜락의 풀 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Escalade)
그런데 미국의 SUV들은 왜 이리도 큰 걸까?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시보레의 서버번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풀 사이즈 SUV들은 우리 기준에서 보면 정말로 질리도록 큰 차인데, 미국의 도로 위에서 보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워낙 땅이 넓고 큰 차들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착시현상인지도 모른다.
1935 년형 서버번(Suburban)
출처 www.cartype.com
1946 년형 서버번(Suburban)
출처 www.cartype.com
1957 년형 서버번(Suburban)
출처 boldbridge.com
서버번(Suburban) 이라는 모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5년이었는데, 사실 이 때는 SUV의 개념도 없었고, 모든 승용차들이 별도로 만들어진 샤시(chassis) 위에 차체를 따로 만들어 얹는, 말하자면 오늘날의 트럭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1935년형 서버번 모델을 보면 전형적인 1930년대의 클래식 승용차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1966 년형 서버번(Suburban)
출처 bolgs.trucktrend.com
1992 년형 서버번
트럭과 같이 프레임 위에 차체가 조립된 서버번
그러한 구조로 승용차가 만들어지다가 1950년대부터 프레임의 아래쪽으로 플로어(floor)를 내리는 구조가 나오면서 승용차들이 차체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일체구조식 차체가 나오면서 프레임이 없는 구조를 가진 승용차(car)와, 여전히 프레임을 가진 구조의 트럭(truck)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1936 년형에 비해 오히려 낮은 2008 년형 서버번
결국 오늘날의 미국의 대형 SUV들은 1930년대의 승용차와 똑같은 구조와 크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1936년형과 오늘날의 서버번을 비교한 사진을 보면 오늘날의 차가 오히려 더 낮은 차체를 가지고 있다. 결국 오늘날 미국의 풀 사이즈 SUV는 1930년대 미국의 일상적인 승용차의 크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를 이동의 도구로써 보다는 생활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가진 미국인들에게는 활용도가 좋은 SUV란 저 정도쯤의 크기는 돼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자동차란 그냥 앉아서 타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 공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 구상의 자동차 구상
2015년 쉐보레 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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