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특별 관광 열차: DMZ 평화 트레인
한반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금단의 구역’이었다. 이달 초 이곳을 관광할 수 있는 '평화열차 DMZ트레인'이 개통됐다. 개통한 지 한 달이 채 못돼 미지의 땅을
경험하겠다며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DMZ열차는 서울과 경기도 파주를 연결하는 경의선 철로를 이용한다. 경의선은 한국의 분단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매개체 가운데 하나다. 1906년 개통되어 서울을 출발, 개성,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약 500km에 이르며 서울에서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과 연결되어 한반도를 동남에서 서북으로 종단했다. 분단이전에는 시베리아철도에 연결돼 유럽까지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갈라진 이후 1951년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의선 복원 사업이 이뤄졌으며 2002년 문산에서 끊겼던
철로를 민통선 내에 신설한 도라산역까지 연결했다. 최북단에 있는 이 역이 DMZ 평화열차의 종착역이다.
▲ 이 달 초 개통된 DMZ 평화열차는 서울을 출발해 도라산역까지 운행한다. (사진:
전한)
총 3칸으로 나누어진 DMZ 열차는 알록달록한 디자인 속에 각기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1호차 평화실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상징하는 녹슨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했고, 2호차 화합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는 빨강과 파랑의 사람
캐릭터를 담았으며 3호차 사랑실은 동서양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맞잡은 손을 테마로 잡았다. 각각의 좌석에는 평화의 상징인 바람개비가 그려져 있고
천장에는 휴전선 너머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풍선이 그려져 있다. 벽면 곳곳에는 전쟁, 열차, DMZ의 생태 등 다양한 테마의 DMZ 사진이 붙어
있다.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0여 분쯤. 복잡한 도심 속, 수많은
빌딩을 뒤로 하고 달리다 보면 차창 밖으로 서서히 푸르른 녹음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능곡역, 문산역을 지나 임진강 역에 도착하면,
열차의 모든 승객은 잠시 내려 신분 확인 절차를 걸쳐 인적 사항을 기록한 표찰을 달아야 한다. 민통선 내부는 출입 제한이 엄격한 곳인 만큼
지정된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민통선을 통과하기 위한 출입 절차를 마치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임진강역을 빠져 나온 열차가 북쪽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양 옆 높은 민통선 철조망에
가로막힌 좁은 철길을 따라 달리는데 갑자기 열차가 멈추어 선다. 객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새끼 고라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열차의 등장에
놀랐는지 철로를 가운데 두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폴짝폴짝 뛰며 갈피를 못 잡는다. 운전사는 잠시 열차를 멈추어 고라니가 천천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 DMZ 평화 열차가 지나가는 철도 옆으로 뛰어가는 새끼 고라니 (사진:
전한)
▲ 임진강 철교를 진입하는 DMZ 평화 열차 (사진: 전한)
잠시 후 '철컹' 소리와 함께 열차는 임진강 철교로 진입한다. 많은 실향민들은 이 순간 남과
북의 분단된 길이 뚫리는 것만 같아 울컥한다고 한다. 때마침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잔잔하며 애틋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곧이어 열차가 최종 도착지인 도라산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도라산역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도라산역은 북으로 향하는 마지막 역이자, 북으로 갈 수 있는 첫 번째 역입니다." 열차 역 가운데 유일하게 '국제선'이란
명칭을 쓰고 있는 도라산역은 남과 북을 관통해 러시아, 중국, 유럽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적 개통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 임진각에는 개성 22km, 서울 53km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사진:
전한)
도라산역에 내리면 걸어서 도라산역 주변의 평화공원과 도라전망대를 둘러보거나, 별도의
관광이용권을 구매해 제3 땅굴을 방문할 수 있다. 2008년 완공, 개방된 도라산평화공원은 통일을 테마로 한 숲, 한반도 모형을 본따 형성한
연못,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은 조각품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책로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이와 함께, 도라전망대는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로, 망원경을 통해 개성 시가지 일부와 개성공단, 김일성 동상 등이 보인다.
관광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면 제3땅굴에 도착한다.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일반전초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총 4개의 땅굴 가운데 하나로, 북한군이 남침을 위해 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땅굴은 1978년 한국군에 의해
발견됐으며 폭 2m, 높이 2m, 총 길이는 1,635m이다. 지상으로부터 약 74m, 아파트 10층 높이만큼을 지하로 내려간다. 관람객은
내려가기 전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이전에는 도보로만 이동했으나 2002년부터 셔틀 승강기가 설치되어 노약자들의 이용이 수월해졌다.
터널 속으로 깊숙이 이동할수록 차갑고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관광객은 일렬로 우측통행을 하며 곳곳에 위치한 조명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터널의 끝에 다다르면 철조망과 함께 3단계로 단단하게 형성된 콘크리트 벽이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곳에서 남방한계선까지의 거리는
435m 남짓. 경계지역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도라산역 관광을 마치면, 출입 인원 수 확인을 위해 타고 들어갔던 DMZ 열차를 그대로 타고
나와야 한다. 도라산역만 빠져 나오면 다음 역인 임진강역부터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서울로 그대로 돌아가도 되지만 임진강 근방 역시 곳곳에
볼거리가 다양해, 대부분 이 곳에서 관광을 이어간다.
▲ 한국전쟁 중 폭격을 맞아 탈선한 증기기관차 (사진: 전한)
임진강역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남북 분단 전 신의주까지 실제로 운행했던 열차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보는 것이다.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폭격을 맞아 탈선된 이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60년이 넘는 시간을 지켜왔다. 당시
기관차를 운행했던 한준기 기관사의 증언에 따르면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황해도 평산군 한포역에서
후진했고 장단역 (현재 파주)에 도착했을 때 파괴되었다고 한다. 기관차에는 1,000여 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으며 바퀴는 휘어져 있다.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 본래 상하행으로 운행하던 임진철교. 오른쪽 철교는 한국전쟁 중 폭탄을 맞아 파괴됐다. (사진:
전한)
▲ 자유의 다리를 걷고 있는 관광객들 (사진: 전한)
이 기관차의 직선 거리에는 앙상한 철교 교각이 남아 있다. DMZ 열차를 타고 지나온 임진강
철교의 2개 교각 가운데 다른 하나이다. 본래 복선으로 운행했던 임진강철교는 상·하행 2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었으나 이 철교는 전쟁 중
파괴되었다. 폭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낡은 철교 교각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철교를 개조해 도로교로 탈바꿈한 '자유의 다리'도 보인다. 임진강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휴전 협정이 조인된 후 1953년 포로 12,773명이 이 다리를 건너 귀환했다.
이 밖에도 임진강역 부근에는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이 모여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한 헤이리예술마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에 있는 프로방스라는 지역을 테마로 형성한 프로방스
마을, 책을 테마로 한 파주출판도시 등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난 편안함과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서울부터 도라산역까지 경의선 구간을 운행하는 DMZ 열차는 올 하반기부터 반대 방향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2차 코스도 개통할 예정이다. 나머지 절반은 청량리부터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경원선 구간이다.
▲ DMZ 평화열차는 월요일 제외, 매일 2회씩 운행한다. (사진:
전한)
청정한 자연의 싱그러움과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DMZ. 그 신비의 땅으로 향하는 평화열차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회씩 오전 8시 반, 오후 1시 4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가격은 주말 8,900원, 주중
8,7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확인.
(http://info.korail.com/2007/eng/ene/ene01000/w_ene01100.jsp?
programid=12&boardid=909&lang=eng&category=null
)
첫댓글 이곳을 가본 곳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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