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때때로 하는 미친 짓 중의 하나가 드라마에 푹 빠져 보는 것이다.
이게 살짝 중독성이 있는지. 한 번 보게된 드라마는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깻잎이가 너무 좋아해서 같이 보게 된 드라마.. 두둥... 궁.
사실 십대들의 유치찬란한 이야기이고, 드라마들 주인공보면,
어떻게 같이 자식을 낳아도 저런 놈들을 낳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
그 드라마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름다운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완전 재현에 성공한 것 같은 궁중 의상들, 소품 하나하나 같이 신경 쓴 배경,
그리고 제대로 보여주는 가을 색채, 더불어 HD의 고화질의 선명함..
시대에 뒤떨어진 꼬진 우리 집 텔레비전 화면을 한탄할 따름이다.
이 놈의 배경 색깔 때문에 끝까지 본 영화.. “게이샤의 추억”.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날씨 좋은 가을날에 호수에 앉아서,
어느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잔잔하게 듣는 것 같은 영화.
말하는 사람은 애절하지만 듣는 사람은 살짝 지루해서 호수에 떠다니는
오리랑. 나뭇잎이랑 이런 것들에 눈을 돌리게 하는..
슬픈 파란 눈을 가진 신비로운 게이샤의 이야기이다.
예전 우리나라 기생도 그랬지만, 몸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판단다.
사실 성인역의 쟝쯔이 보다는 아역 여자아이의 눈이 더 깊고 슬퍼 보인다.
춤을 추고, 음악을 켜고, 공연 따위의 예술 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게이샤들.
영화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고 했던가.
예전에 할머니들이 우리나라 한복을 입을 때는 고쟁이에 속치마에 겹겹이 껴입지만,
기모노는 속옷을 입지 않는다고 한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일본 여자들인 우리나라 여자들과는 다르게, 남자들이 덮쳐오면 가슴을 못 만지게 손으로 가린다고...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순결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처녀인 게이샤는 매력이 없단다. 순결을 누군가에게 팔고
(은밀하게 경매를 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그제야 진정한 게이샤가 될 수 있다고.
성에 자유로워야만 한다는 것. 스스로 없애고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라!
역시나 결론은 사랑이던가?
10살 때 자신이 넘어졌던 시절에 그녀에게 친절하게 빙수를 사주며,
용기를 주었던 남자와의 사랑이야기. 주변 여건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속인 채 살아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을 확인했으나, 게이샤들에게는 반쪽 부인으로 밖에는
남을 수 없다는 독백과 함께 끝을 맺는다.
밋밋하게 진행되는 사랑이야기.. 그러나 그녀의 눈을 보면 물이 너무 많다고 한 이야기처럼,
그녀는 서서히 강을 건너고, 바위틈을 흘려서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된다. 운명적으로...
영화는 뭔가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모습보다는 운명에 순응하는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맥 빠지게 한다고나 할까.
헐리우드식 전개방식에 너무 길들여진 탓인게야... 쯧쯧..
|
첫댓글 ㅋ...참으로 건전한 중독에 깊이 박힌 숨은 샘의 독서 내지는 영화 감상문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설날이 며칠 지나서 보상차원으로 딸과 함께 조조(게이샤의 추억)를 보러 갔었죠. 우와~ 매진! 사람들 물결에 취해서 돌아서며 얼마나 억울하던지. 감상 잘 했어요..햇볕이 맑죠?...숨은 샘께 드립니다...^^*
누군가 게이샤가 넘 재미 없었다고... 그런데 보고 싶어 졌어요~ /난 귀가 얇은게 ,,, ㅋㅋ
책으로 읽었기에 영화에 대한 상상을 해 보았죠.이런 장면은 어떻게 찍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