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어미(母)의 철학
대구에 냇가를 사이에 두고 서쪽은 부유촌, 동쪽은 빈촌이다.
서쪽의 골목대장은 이병철 선생의 장남인 이맹희였고 동쪽 빈촌의 보스는 전두환이었다.
우두머리는 서로 상대를 알아본다고 이맹희와 전두환은 자기 조직원들보다 더 친하게 지냈다.
집을 방문한다면 좀 더 있는 집으로 가기 마련이다.
전두환은 이맹희 집을 자주 방문하여 빈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을 수가 있어
자주 방문을 했다.
하루는 항상 사업에 바빠 집에 계시지 않던 맹희의 아버지 이병철 선생이 계셨다.
전두환은 친구의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면서 예의를 다 하였다.
이병철 선생은 전두환이 돌아가자 아들에게 허스름한 옷을 걸친 전두환을 어떻게 사귄 친구이냐고 물어
보았다.
이맹희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말투로 전두환을 자랑한다.
"냇가 건너 빈촌에 사는 애인데 공부도 잘하면서 왈패들을 모두 휘어잡고 대장 노릇을 하는 친구입니다"
라고 답변했다.
이맹희 회고록에 의하면 이때 아버지는 자기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계시다가,
"그놈 야무지게 생겼다고 하시면서, 빈촌에 사는 애들 하고는 가까이 지내지 말라"라고 하셨다.
이때 이맹희는 두환이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고 공부도 잘한다면서 아버지를 설득하여 전두환이 집에
오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뒤에 전두환이 자주 방문하여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큰절을 올리고 담소도 잘하였다고 회고했다.
둘의 관계는 전두환이 대통령 되기 전까지 유지 됐다.
이맹희가 어느 날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경제인들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전두환과 악수를 하는데,
자기 아버지가 허리를 45도 구부리고 악수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때부터 이맹희는 전두환을 비방하고 다녔다. 친구 아버지에게 과분한 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전두환의 비방에 하루는 보안사 요원들이 들이닥쳐 이맹희를 끌고 갔다.
이맹희는 각서를 써주고 풀려났다. "다시는 전두환 대통령을 욕하지 않을 것이며 친구라고 하지도 않겠다"
이맹희의 주된 비방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늘 목마르지 않다 하여 우물에 돌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오늘 필요하지 않다 하여 친구를 팔꿈치로 떠밀지 않아야 한다.
오늘 배신하면 내일은 배신당한다.
사람의 우수한 지능은 개구리 지능과 동률을 이룰 때가 많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까맣게 잊듯 사람들도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도움 주었던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까맣게 잊고 있던 그를 찾아가 낯 뜨거운 도움을 청한다.
개구리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비 올 때만 이용하는 우산처럼 사람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배신해 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물물을 언제고 먹기 위해서는 먹지 않은 동안에도 깨끗이 관리해 놓아야 하듯이, 필요할 때 언제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동안에도 인맥을 유지시켜 놓아야 한다.
지금 당장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고 해서 무관심하고 배신하면 그가 진정으로 필요하게 되었을 때,
그의 앞에 나타날 수가 없게 된다.
포도 알맹이 빼먹듯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고 배신해 버리면, 상대방도 그와 똑같은 태도로 맞선다.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간직하여 오래도록 필요한 사람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내가 등을 돌리면 상대방은 마음을 돌려 버리고, 내가 은혜를 저버리면 상대방은 관심을 저버리며,
내가 배신하면 상대방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맞서 버린다.
만남의 인연은 소중하게 만남은 소중해야 하고 인연은 아름다워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여지를 남겨 놓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인생(人生)을 마칠 때 남겨야 할 것들!
삶을 끝낼 때 후회나 미련이 적을수록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삶을 반추해
어떤 잔고(殘高)가 얼마나 남았는지 돌아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생의 잔고 중에는 남길수록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떠나기 전에 깨끗이 비워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중에 남겨야 할 것 3가지와 반드시 비워야 할 것 3가지를 합해 이것듵을 "人生의 6대 잔고(殘高ㅣ"라
한다는 데 다음과 같습니다.
남겨야 할 것
첫째: 가족에게는 그리움을 남겨야 한답니다.
그리움은 곧, 보고 싶은 마음을 말하므로 생전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일 것입니다. 즉, 나에 대한 그리움이 클수록 잘 살았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둘째: 친구에게는 웃음을 남겨야 한답니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나를 떠올릴 때 항상 즐거울 수 있다면, 나는 죽어서도 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세상에는 감동(感動)을 남겨야 한답니다.
죽어서도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죽은 후에 자신이 그것을 본다면 그만큼
비참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았던 세상살이를 마치면서 감동(感動) 하나쯤 남기고 떠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워야 할 것
첫째: 마음의 빚은 없어야 합니다.
나로 인해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용서를 구해 마음의 빚을 깨끗이 비우고 떠나야 한답니다.
그래야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둘째: 마음의 응어리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 중에는 죽을 때까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저 세상까지 그 응어리를
가지고 간다면 가는 길이 편할 리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마음에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갈 때는 마음에 쌓아둔 응어리의 나머지를 모두 비우고 마음을 가볍게 해야 여정이 즐거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情)도 비워야 할 것입니다.
친구에게는 우정(友情)의 잔고, 반쪽에겐 애정(愛情)의 잔고를 남김없이 주고, 세상에겐 인정의 잔고를 바닥까지
긁어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서야 죽을 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습니다.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잔고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오늘도 차분한 즐거움으로 인생의 잔고를 채우고 또는 비우면서
즐겁고 멋들어진 11월을 누리시기를 기대합니다.
<받은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