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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옥련암 원문보기 글쓴이: 산빛노을(원광)
어떻게 성자들을 알아볼 것인가
칫탈라 언덕 위에 사원에, 번뇌를 벗어난 한 성자가 살고 있었다. 꽤 나이 먹어 계를 받은 한 사미승이 그를 시봉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 나이 많은 사미가 장로를 모시고 탁발을 나갔다. 장로의 발우와 가사를 들고 그 뒤를 따라 오다가 늙은 사미는 장로에게 여쭈었다.
`성자란 분들의 외양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보입니까? 우리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장로가 대답했다.
"성자의 발우와 가사를 들고 가는 한 나이 먹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성자의 온갖 시중을 들며 같이 다니면서도 성자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벗이여, 성자는 그렇게 알아보기가 어렵다네!"
그렇게까지 말해 주어도 그 늙은 사미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욕정은 시들 때도 서서히 시든다
"욕정은 서서히 시들어 가는 것이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옛 스승들은 이를 부연하여, 욕정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그을음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욕정은 심지어는 두 세 생애를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는 수도 있다. 여기에 그 실례가 되는 얘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형수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던 모양이다. 그 여자에게는 남편보다는 시동생이 더 소중했다. 여자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 관계가 드러나면 얼마나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겠어요. 그러니 당신 형을 죽이세요."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닥쳐, 이 마녀 같으니라고.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마시오."
여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며칠이 지난 후 여자가 다시 그 말을 꺼냈다. 그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여자가 그 말을 하자 남자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러자 여자가 방법을 일러주었다.
"제가 말하는 대로하세요. 어디 어디엘 가면 속이 빈 큰 나무가 있고, 그 곁에는 세수하는 곳이 있어요. 예리한 도끼를 가지고 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려요."
남자는 그 말대로 했다.
형이 숲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여자는 다정한 척 하면서 말했다.
"여보, 이리 와요. 머리를 보아 드릴께요."
머리를 들여다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당신 머리는 때 투성이예요."
그리고는 미로발란 주27 을 짓이겨 반죽한 덩어리를 주고 등을 밀어내며 말했다.
"어디 어디에 가서 머리를 감고 오세요."
그는 여자가 일러준대로 세수터로 갔다. 미로발란 덩어리로 머리를 문지르고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그때 나무 구멍에서 동생이 나와 도끼로 형의 등을 쳐서 죽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죽은 사내는 아내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그 집에 쥐잡이 뱀 주28 이 되어 환생했다.
여자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는 뱀은 천장에서 그녀의 몸 위로 떨어지곤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그 남자의 환생일거야."
그렇게 생각한 여자는 사람들을 시켜 뱀을 죽이게 했다.
그래도 여자에 대한 집요한 애정 때문에 그는 다시 같은 집에 개가 되어 환생했다. 여자가 어디로 나서기만 하면 번개같이 쫓아와서 뒤를 따라 나서는 것이었다. 숲 속에 가면 숲 속에 따라갔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여자를 조롱했다.
"사냥꾼이 개를 데리고 나서시는군!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그래서 여자는 다시 그 개를 죽여 버렸다.
다시 그는 같은 집에 송아지가 되어 환생했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녔다. 사람들이 여자를 조롱하여 말했다.
"암소떼가 외출하시는군. 저 암소들이 어디를 쏘다니는 거지?"
여자는 또다시 송아지를 죽여 버렸다.
그래도 그 사내는 여자에 대한 애정을 끓지 못하여 이번에는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로 그녀의 태 속으로 들어가 아들로 환생했다.
드디어 그 자신의 지난 네 번의 생이 줄곧 그 여자 손에 죽임을 당한 것을 알아차리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원수의 자궁 안에 다시 몸을 받게 되었다니!"
그 다음부터는 여자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지도 못하게 했다. 어쩌다 몸에 스치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그가 장성하게 되자 할아버지가 물었다.
"얘야, 너는 왜 엄마가 너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했느냐? 그리고 손만 대면 그렇게 소리내어 울고 비명을 질렀느냐?"
할아버지가 이렇게 묻자 그는 대답했다.
"그 여자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에요. 그 여자는 나의 원수예요."
그리고는 지난 일을 자초지종 얘기했다. 얘기를 다 들은 할아버지는 그를 껴안고 울면서 말했다.
"그래, 얘야 우리가 이런 곳에 살아야 할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
그리고는 손자를 데리고 어떤 사원으로 갔다. 그들은 둘 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어 그곳에 살면서 아라한 위에 도달했다.
반 페니 왕 이야기
오랫동안 인류는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사랑스럽다고 믿고 갈구해 왔으며, 불행을 행복이라 믿고 갈구해 왔으며, 무상한 것을 항상한 것으로 믿고 갈구해 왔으며, 자아가 아닌 것을 자아로 믿고 갈구해 왔다.
생의 실상에 대해 이처럼 전도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갈애가 자라난다. "무지한 사람의 갈애는 넝쿨처럼 자라난다."는 말의 생의 참된 실상을 알기 위해 고통을 치루어 보지 못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그런 사람은 숲속의 원숭이처럼 과실을 구하여 이리 저리로 뛰어 다니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보지 못한 범부들일수록 이 갈애의 문제는 극히 심각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서 갈애를 종식시킬 올바른 지혜가 싹트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바르게 지도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전생에 닦은 선한 업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다음 얘기가 보여 주듯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바꾸게 되는 수가 있다.
먼 옛날 한 노동자가 베나레스의 북문 곁에 살고 있었다. 그는 남의 집에 물을 길러다 주고 모은 돈 반페니 주29 를 성문에서 가까운 외성(外城)의 벽틈 기와쪽 밑에다 감추어 두었다.
그는 물지게꾼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도시의 남문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여인과 가끔 어울려 살았다.
하루는 여자가 그에게
"오늘은 시내에서 축제가 열려요. 당신이 돈만 있다면 가서 즐길 수 있을 텐데." 하고 말했다.
"돈이야 있지"
그가 말했다.
"얼마나요?"
"반 페니."
"어디에 있어요?"
"여기서 열두 요자나 주30 떨어진 북쪽 외성의 한 기와짝 밑에 나의 전재산이 있지. 당신도 혹시 돈이 있소?"
"있고 말고요" 여자가 말했다.
"얼마나?"
"반 페니"
"그럼 당신의 반 페니와 나의 반 페니를 합치면 우리는 한 페니를 가졌구려. 한 페니면 화환도 사고, 향수도 사고, 술도 미시고, 오락도 즐길 수 있겠네요"
"가서 그 반 페니를 가져 와요" 여자가 말했다.
"여보, 걱정말아요. 내가 가서 가져 오리다."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신바람이 나서 자기 보물을 가질러 갔다. 그의 가슴은 여자와 즐길 생각으로 마냥 부풀어 있었다.
코끼리처럼 튼튼한 그 노동자는 육 요자나를 단숨에 걸어버려 정오에는 임금의 궁성 옆길을 지나고 있었다. 대낮의 대지는 뜨겁게 달구어져 그가 디디고 가는 모래 바닥은 불길만 치솟지 않았다 뿐이지 마치 이글거리는 석탄불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런 길을 이 사내는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가고 있었는데 그 몰골을 볼라치면 더러운 옷은 마치 넝마같이 헤어졌고 그런 주제에도 장식이랍시고 종려나무 일을 둘둘 말아서 양쪽 귀에 꽂고 있었다.
그때, 베나레스의 임금은 바로 보살(석가모니의 전생몸)이었으며 이름은 우다야였다. 마침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바람을 쐬고 있던 우다야 왕의 눈에 이 노동자의 모습이 띄게 되었다. 왕은'이상한 모양새를 한 채 급하게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의 용무는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래서 왕은 그를 왕궁 안으로 데리고 오게 하여 물었다.
"대지는 활활 불타는 석탄으로 변하고 땅바닥은 불붙은 숯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너는 음탕한 노랫가락을 부르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너에게는 아랑곳 없다는 말이냐?
위로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아래로는 모래 바닥이 화끈거린다. 그런데도 너는 너절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으니. 도대체 뜨거운 열기가 너를 태우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예 전하. 열기 따위는 저를 태울 수 없습니다. 욕망이 저는 태웁니다. 열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 많은 일들, 그것들이 저를 태웁니다. 바깥 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임금님에게 자기의 용건을 알려 주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자가 저를 이 길로 내 보내며 한 말, '가서 반 페니를 가져와요. 그래서 우리 둘이 즐깁시다'는 말이 저의 가슴에서 사라지질 않습니다. 그 말을 되새길수록 욕정의 불이 저를 태웁니다."
"그렇지만 이 뜨거운 날씨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걸어간다는 말인가?"
"전하, 다름 아니옵고 돈을 가져가면 그녀와 즐길 수 있으리라는 그 생각이 저를 흐뭇하게 하여 노래를 절로 나온 것이옵니다."
"네가 북문에 감춰두었다는 보물은 한 라크 주31쯤 되느냐?"
"아닙니다. 전하."
"그럼 반 라크쯤 된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폐하."
이렇게 묻고 또 물어서 마침내 그 사내의 보물이 겨우 반 페니란 것을 알게 된 왕이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 사람아, 이런 더운 때에 거기까지 갈 것 없네. 내가 반 페니를 주지."
그러자 사내는 왕의 반 페니와 외성 벽 기와 밑의 반 페니를 다 가지고 싶어했다. 사내의 걸음을 멈추어 주려고 금액을 점점 올리다 보니 무려 1 크로아 주32 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그는 반 페니를 가지러 가는 걸음을 그만 두려하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그 사람에게 베나레스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노동자는 비로소 북문을 가는 걸음을 멈추기로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베나레스를 반 분 할 때에도 그는 반 페니를 감추어 둔 북쪽 땅을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노동자는 '반 페니 임금`이란 별명으로 불러지게 되었다.
하루는 두 임금이 어떤 공원엘 갔다. 거기서 한참 즐기다가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우다야왕이 자고 있을 때. '반 페니 왕`은 생각했다.
'왜 나는 우다야 왕을 죽이고 베나레스 전체의 왕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러자 자책감이 금방 '반 페니 왕`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우다야 왕을 깨우고 방금 자신의 마음을 가로 질러간 불칙한 생각을 고백했다.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에게 전 베나레스를 내어 주고 '반 페니 왕'의 부왕이 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반 페니 왕`은 말했다. "저는 왕국이 소용 없습니다. 전하, 전하의 왕국을 도로 거두십시오. 저는 출가 하겠습니다. 저는 욕망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그 뿌리에 대한 생각 때문에 세속의 욕망은 자라납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세속적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읊었다.
"욕망이여, 나는 그대의 뿌리를 보았노라. 그대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생각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대도 내 속에 자리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욕망으론 만족할 수 없고 큰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리석고 쓸데없는 욕망을
꿰뚫어 보아야 할 것이다."
'반 페니 왕`이 되었던 그 노동자는 속세를 버리고 정진에 힘쓴 끝에 마침내 연각불이 되었다.
내용 및 전거
여기 소개하는 얘기들은 팔리 경전에 대한 옛 주석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논서들은 서기 5세기 붓다고샤(覺音 또는 佛音)존자가 세일론에서 편찬, 번역한 것이다.
처음 나오는 다섯 이야기는 고대 세일론을 무대로 한다. 첫 얘기에 나오는 '로하나`(싱할리어로'루후누')는 세일론 남부에 위치하는 유서 깊은 종교 지역이다.
역시 남부의'칫타라파바타` 사원은 청정도론 주33 에서 아라한들의 거주지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오늘날의 시툴파브이다. 거기서 18마일 정도 떨어진 티싸 마하라마는 지금의 남부지방 탕갈라 마을일 것으로 추측된다.
7.'아라한 밀라카.` 증지부의 주석서인 마노라타 푸라니(mamorathapurani, 약해서 M.P)에서 냐나몰리 스님이 임의롭게 번역한 것이다.
13.'칫타라파바티의 티샤 장로` 역시 위와 같음
18.'딤마딘나 장로의 교화` M.P에서 냐나물리 스님이 번역.
23.'마하시바 장로`,위와 같음.
27.'티싸부티 장로`,위와 같음.
30.'사비야`, 숫타니파아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포니카 스님이 번역.
35.'붉은 연꽃,`위와 같음
39.'볼 품 없는 나무`,위와 같음
42.'살 속에 박힌 가시와 마음에 박힌 가시`.상응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포니카 스님이 번역.
44.'어떻게 성자들을 알아볼 수 있나`,위와 같음.
45.'욕망은 시들 때도 서서히 시들어 간다`,증지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몰리 스님이 번역
49.'반 페니 왕의 얘기`, 팔리 경에서 소마스님이 번안.
주석
27) 미로발란 : 열대 지방에서 나는 낙엽 교목의 열매를 말린 것으로 탄닌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세척 염료 등의 원료로 쓰임.∥원문으로∥
28) 쥐잡이 뱀 : 인도 실론 지방의 큰 뱀.
29) 페니;가장 작은 화폐 단위.
30) 요자나;거리 단위, 약 7마일 또는 12마일등 여러설이 있음.
31) 라크; 10만 루피아
32) 크로아: 1000만 루피아, 100라크
33) 청정도론(淸淨道論 ·Visuddhimagga):붓다고샤가 지은 남방 상좌부 불교의 교리를 집대성한 백과전적 해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