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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7년도에 저장해놓았던
예전 컴퓨터 파일들을 뒤적이다가
카페지기님께서 엮으신 글을 아래와 같이 발견하여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내용이 깁니다.
아래 내용은 한글문서로
첨부파일을 해놓았습니다.
솔로문닷컴의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 II
솔로문닷컴 네티즌 엮음
운영자의 말
책장 속에 간지해둔 <어린 왕자>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가령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지는 거야.
네 시가 되면 벌써 나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안달이 날 거야.
행복의 값어치를 배우게 되는 거야."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버린 그 시간이란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매거진을 발행하며 보낸 시간들이 추억으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바퀴가 돌듯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하루하루 새로운 추억이 쌓여갑니다.
좋은 글을 찾고 노래를 입히고 배경화면을 만들고 행복의 값어치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행복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두 번째 책을 엮어봅니다.
잃어버린 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분들과 이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 곁에 없는 그녀에게 감사드립니다.
―<솔로문닷컴> 운영자 손로문
최대한 원작자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는 글도 있었습니다. 또는 원작자가 잘못된 글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많은 고민 끝에 좋은 글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다를지 모를 글의 원작자님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장제목: 나를 미워하기 바랍니다
고무장갑 한 켤레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대형할인점에 장을 보러 갈 때면 나는 으레 한 가지 물건에 시선이 머뭅니다. 그건 값비싼 가전제품도 자동차 용품도 아닌 빨간 고무장갑입니다.
"여보, 이것 좀 봐."
"또 고무장갑? 제발 그만 좀 해요."
아내는 고무장갑만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진열대에 산더미같이 쌓인 고무장갑을 몽땅 다 사고 싶은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물에 살얼음이 끼는 초겨울부터 어머니의 손은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습니다.
그 시절 우리 집은 야채가게를 했는데 겨울 장사 중 제일 잘 팔리는 것이 콩나물과 두부였습니다. 콩나물을 얼지 않게 보관하려면 헌 옷가지를 여러 겹 두르면 되지만 두부는 큰 통에 물을 가득 붓고 그 속에 넣어둬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윗물이 꽁꽁 얼어도 두부는 얼지 않아서 오래 두고 팔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두부를 건져내야 했습니다.
"으…… 시리다, 시려."
쩍쩍 갈라진 상처 사이로 얼음물이 스며 쓰라리고 아팠을 어머니.
그때 고무장갑 한 켤레만 있었더라도 어머니의 손이 아내의 손처럼 고왔을 텐데.
30 년이 지난 지금도 고무장갑만 보면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는 못난 아들은 오늘도 아내 몰래 빨간 고무장갑 한 켤레를 쇼핑 수레에 담고 말았습니다.
"이이가 기어이……."
이쯤 되면 아내도 더는 말릴 수 없다는 듯 말합니다.
"당신 이러다 고무장갑 가게 차리겠수."
고무장갑은 제게 가난한 시절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하늘바라기(sksmmsk@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물들고 싶은 사람
"같이 놀면 물든다." 하여
"무슨 물?" 하였습니다.
"……."
'물듦'과 '물들임'이 만나면 물들다가 물들이고 물들이다가 물들게 되는가 봅니다. 때론 개운함으로 물들고, 어쩌다 찜찜함으로 물들이는 때가 있나 봅니다.
간혹 물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들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는, '물들고 싶은 생각'을 만나서는, '물들고 싶은 자연'을 만나서는, 그 사람이 피운 삶의 향기에, 그 생각이 달군 삶의 보람에, 그 자연이 펼친 삶의 여백에 '눈독 들이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눕혀놓은 어둠에만 물들고, 심지 없는 나섬에만 물들고, 나뒹구는 허공에만 물들고…….
물들고, 물들고…….
물들기 쉬운 세상입니다. 물들이는 사람은 오간 데 없고 물든 사람만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오늘은 그 누구의 행실에 생각을 세우고는 매화에 물들고, 산수유에 물들고, 오래오래 '꽃물 들고' 싶습니다.
그럼, 날 꽃물 들일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에게 가서 살포시 '눈독'을 들이고 싶습니다.
―목포 영흥고등학교 한 국어 선생님의 글입니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가 자주 만나던 사거리 은행 앞, 차를 주차하고 횡단보도를 걸어오다 나를 발견하곤 환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던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법이 서투른 나에게 길거리를 걸을 땐 팔짱을 껴야 한다며 내 팔을 끌어당기던 당신을.
헤어질 땐 작별의 인사를 해야 된다며 부끄러워하는 내 뺨에 살짝 입맞춤해주시던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느 해 여름 바닷가의 작은 무대에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슬픈 가사였지만 더 없는 기쁨으로 정성을 다해 노래 부르시던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일에 한숨 쉬며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 내가 못나 보이지 않느냐며 깊은 눈으로 물어보시던 당신의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픈 당신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아쉬운 맘으로 병원 문을 나설 때면 집까지 바래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버스 타고 멀어져가는 내 모습을 휠체어에 의지해 쓸쓸히 바라보시던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시련 속에서도 항상 내 앞에서만은 사랑과 인내로 내 삶에 희망을 주시던 그 모습을.
또한 당신의 아픔과 상처와 삶의 무게, 외로운 내면까지도 진정 사랑합니다.
―예쁜표정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안녕, 친구야
한창 휴가철일 때 10년 지기 친구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직 한참 이른 나이에 3년을 암으로 고생하며 그 누구도 견디기 힘들다는 그 많은 항생제를 맞아가며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진 고통 다 이겨가며 밤이면 밤마다 어린 딸 손목을 잡고, 아이가 잠든 사이 얼굴을 비벼대며 여기저기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잠든 모습 보며 엄마의 마음으로 쓰라린 가슴 부둥켜안고 혹시나 아이가 잠에서 깰세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어린 딸 잠든 사이 얼굴 한 번 더 볼 욕심으로 아이 옆에서 숨죽여가며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매일같이 밤마다 소리 없이 눈물을 짓던 친구.
자기 몸도 여기저기 아파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밤만 되면 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도 오로지 어린 딸을 옆에 끼고 얼굴 매만지고 또 만지며 찢어지는 가슴으로 끌어안고 꼬박 밤을 새우던 친구.
그런 친구를 지켜보던 친구의 남편은 울음이 터져 나올까 얼른 밖으로 나가서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도록 퉁퉁 부어서 울고 들어왔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네들도 그렇게 아린 가슴 덮어가며 울었습니다.
친구의 고통만큼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을 남편의 어깨가 축 내려앉은 안쓰러운 모습을 볼 때면, 우리들 마음도 아팠습니다.
휴가철이 임박해지자 주변 사람들이 본인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할까 봐, 휴가 전에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던 당신의 말을 듣고 남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해서 밖에 나가 한참을 울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우리는 또 한 번 가슴 아프게 울었습니다. 그렇게 옆에서 눈물을 보이면 난 괜찮다며 오히려 사람들을 달래주고 용기를 주던 친구. 조금 있으면 좋은 곳으로 가는데 슬퍼하지 말라고 내 앞에서 눈물 보이지 말라던 친구.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먼저 하나님한테 가는 것뿐이라던 친구. 그래서 슬프지 않다며 웃음을 보이던 친구. 그 말을 듣고 있는 우리들은 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친구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에 나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린 딸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딸아이 걱정이 돼 어찌 무거운 눈을 감았을까, 생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잠깐 의식이 돌아왔을 때 유진이 때문에라도 살고 싶다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던 남편 말을 듣고 나는 또 울었습니다.
우리들 앞에서는 괜찮다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더니만 마지막 가는 길에서는 친구도 마음이 약해졌었나 봅니다.
먼 훗날 남편이 재혼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사람한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친정 부모님께 화장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다던 친구. 남편과 아이들이 산소에라도 한 번 오게 되면 남편 그 사람한테 미안하다며 깨끗하게 화장을 요구했다던 친구. 죽음을 앞에 두고 남아 있는 가족들 끝까지 생각하던 친구.
우리는 그런 친구를 생각하고 더 가슴이 아파 가슴을 쥐어뜯으며 끝없이 울었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하나님 곁에서니 편히 눈을 감고 유진이 걱정일랑 마음 놓고 엄마만큼은 못하겠지만 자주 만나서 내 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줄 테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고운미소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스물두 살의 엄마
한 남자를 미워해야 한답니다. 영원한 내 사람일 것 같던 그 한 남자를 잊고 미워하고 원망해야 한답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내 나이 이제 고작 스물두 살. 아직은 어립니다. 아직은 한 남자를 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될 나이입니다.
그냥 그 한 남자, 없는 듯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군요. 그 남자, 그 한 남자가 제겐 전부였습니다.
그 사람 만나면서 입버릇처럼 당신만 있으면 부모님, 친구들까지 포기할 수 있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 사람이 나를 버렸을까요? 나 역시 그에게 그런 존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내가 그렇기에 그 역시 그럴 거라 믿고 싶었나 봅니다.
한없이 잘 했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잘 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던 그의 눈엔 진실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너무 쉽게 믿어버렸나 봅니다.
처음으로 남자 친구랑 100일도 챙겨보고. 이런 저런 선물도 받아보고.
정말이지 다른 연인들보다 더 특별했습니다. 그렇게 4년을 사귀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날 그를 처음 보았습니다. 학교 선배였던 그가 먼저 나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 당시 학교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할뿐더러 집안도 대단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그렇게 부족할 게 없는 그 사람에 비하면 저는 한없이 모자라죠.
우린 소문난 커플이었습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그와 같은 대학교에 갔습니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자취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와 더 가까워졌던 것 같습니다.
같은 집에서 사는 부부. 우리는 부부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느 날 그가 유학을 간다고 하더군요. 저에게 같이 가자고, 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말이라도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이 저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예상대로 그의 부모님은 저에게 그를 놓아주라고 하셨고 우린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년 후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2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반이나 되는 너무도 긴 시간입니다.
보내주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위해 그를 포기했습니다.
그가 떠나고 한 달 뒤 난 그의 아기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됐지만 차마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도 몇 번이나 가봤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도망치듯 나오곤 했죠. 한 생명을 그렇게 돈 몇 푼을 주고 죽인다는 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다들 저를 은성 엄마, 새댁, 이렇게 부릅니다.
동네에선 아가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저는 은성이를 키우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부모님과도 말 없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저희 부모님은 저를 용서하지 않으신답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그 한 사람을 선택함과 동시에 부모님을 등지게 되었죠.
결국은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4년. 그 긴 사랑은.
이제 은성이와 함께하려고 합니다.
그를 절대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 친구들은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았다고 그를 참 많이 미워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를 미워하길 바라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그가 없는 대신 제겐 너무 이쁜 우리 은성이가 있으니까요.
아직은 어려서 엄마라기보다 이모 같지만 그래도 우리 은성인 엄마밖에 모르는 아이에요. 그 사람을 닮아 다른 애들에 비해 키도 크고 밤에 잘 울지도 않고. 너무 건강하고 어쩔 땐 그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 사람과 너무 닮은 은성이거든요.
며칠 후면 우리 은성이의 돌입니다. 돌잔치라야 고작 제 친구들뿐이겠지만 나름대로 정말 잘해주려고 합니다.
돌 사진은 찍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은성이가 커서 아빠 사진 찾으면 그땐 제가 할 말이 없을 거 같아서요.
그냥 아빠 먼 곳에 일하러 가셨다고 그렇게 하찮은 거짓말을 할 생각입니다.
더 나중에 은성이가 생각이 깊어질 때쯤엔 돌아가셨다고 그렇게 말하는 게 좋겠지요.
그는 비록 없지만 은성이와 저, 이렇게 둘만으로 만족하면서.
그와 함께했던 날들을 사랑하면서 살아보렵니다.
은성아, 사랑한다.
―은성엄마(es5882@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엄마를 위한 기도
새하얀 살결에 퉁퉁 부은 다리.
집게손가락으로 꾹 누른 자리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손가락 자국만을 남기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 작은 변화에 순간순간 속으로 얼마나 당황하는지.
한 달째다. 간암 선고를 받은 지도.
오른쪽 배가 아프시다더니…… 병원에서부터 조금씩조금씩 차오르던 배는 이제는 정말 만삭의 임산부만큼이나 부어올랐다. 퉁퉁 부은 다리에 걷기조차 힘들어하신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금씩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목이 메일 뿐이다.
밤만 되면 어김없이 배의 가장 볼록한 부분에서 한없이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헛구역질만 하고 그럴 때마다 숨이 막히는지 붉게 질려버린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잘못될 거 같아 초조하고 불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함이 새삼 한스럽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쯤은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몇 개월 전 그토록 바라던 '내 집'의 꿈을 이루셨다. 집에 내려가면 커튼 하나 바꾼 작은 일까지 자랑하며 참으로 행복해하셨는데.
그 행복을 다 느끼기도 전에 하늘은 너무나 큰 고통을 엄마에게 안겨주셨다.
고목나무 껍질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꺼칠한 엄마의 손. 평생을 고생만 하셨는데작은 그렇게 얻은 작은 행복인데작은 하늘이 너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의지가 아주 강한 분이라서 잘 이겨낼 거라고 믿었는데 아픈 덴 장사가 없나 보다.
좀처럼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시는 분인데 아프다고 울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눈물만 흘렸다. 사람들은 내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니까 굳게 마음먹고 엄마 앞에서는 눈물을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고.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너무 두렵다.
단 한 번도 엄마가 내 곁에 없다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은 하기도 싫다. 얼마만큼 기도를 해야 기적이 일어나는 것일까. 얼마만큼.
―행복 존재의 이유(kimkh@ihlshin.co.kr)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보니 약간은 이기적인 듯이 보이는 사람.
남들은 바람둥이 같다 하지만 실은 사랑에 서툰 사람.
언제나 당당해 보이는 사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만 내 앞에서는 맘속에 담아둔 나약함 꺼내 기댈 수 있는 사람.
맑고 커다란 눈을 가진 사람. 그렇지만 약간은 처진 눈을 가진 사람.
웃는 모습이 멋진 사람. 하얀 이가 드러나 멋진 사람.
키는 그리 크지 않아도 어깨가 넓은 사람. 마르지 않은 사람.
손이랑 발이 큰 사람. 그래서 추운 겨울날 내 손을 감쌀 수 있는 커다란 손을 가진 사람.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와 잘 놀아주는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춤은 잘 못 춰도 분위기는 띄울 줄 아는 사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함께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한 번쯤은 사랑에 실패해본 사람.
언제나 은은한 향이 나는 사람.
지나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 성이 풀리는 사람.
내 개인적 결함에 대해 충고해줄 줄 아는 사람. 그러면서 이해하는 사람.
비싼 선물보다도 마음이 담긴 편지 하나를 건넬 줄 아는 사람.
록을 좋아하면서도 날 위해 언제든지 발라드를 부를 줄 아는 사람.
친구와의 우정을 지킬 줄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가끔은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 그래서 날 웃게 만드는 사람.
털털한 성격이면서도 기념일만은 꼭 챙겨주는 사람.
힘들어하는 내게 왜 그러냐고 묻기보단 아무 말 없이 안아줄 수 있는 사람.
지나친 스킨십보다는 따로 걷더라도 언제나 날 배려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
가끔 손을 잡아 날 기쁘게 하는 사람.
가끔은 너무나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
자기의 의무를 충실히 하는 사람.
나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기보단 자기 뜻에 내가 맞추도록 하는 사람.
가끔은 내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사람. 그러면서도 믿음을 의심치 않게 하는 사람.
둥글지 않고 약간은 각진 얼굴.
진한 눈썹.
길고 까만 속눈썹.
운동을 즐기는 사람.
평상시엔 수수하고 스포티하게 입지만
특별한 날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멋진 정장을 입는 사람.
아주 약간은 어깨가 처진 사람.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선물한 액세서리는 꼭 하는 사람.
기념일이 아니어도 가끔씩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사람.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
담배 안 피우는 사람.
과학을 잘하는 사람.
시사에 강한 사람.
글씨를 잘 쓰는 사람.
너무 솔직해서 가끔은 날 당황하게 하는 사람.
나 때문에 한 번쯤은 술에 취해본 사람.
평소엔 말이 없지만 툭툭 내던지는 한마디로 웃게 하는 사람.
내가 못생겼더라도 어디서든 남들에게 당당하게 소개시키는 사람.
한 번쯤은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 다신 사랑 같은 거 안 하리라 결심해본 사람.
서로를 안 지 얼마가 되었든 간에 언제나 처음 만난 그때처럼 멋쩍은 미소로 쑥스러움을 나타내는 사람.
친구들이 많은 사람.
가끔은 불쑥 전화해 친구에게 소개시켜준다며 나오라고 하는 사람.
내게 정성스레 편지를 써놓고 다음날이면 내가 그랬나, 하면서
모른 척하는 사람.
농구공이 한 손에 잡힌다며 씩 웃는 사람.
지갑에 내 사진을 넣고 다닌다며 쑥스럽게 웃는 사람.
목소리가 우렁찬 사람. 그래서 가끔은 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
장난꾸러기. 장난 때문에 토라지게 만들곤 역시 그 장난으로 풀어 웃게 해주는 사람.
우울해하는 날 위해서라면 사람이 많은 서울역에서도 노래를 불러줄 용기를 지닌 사람.
하얗기보다는 약간은 살짝 탄 피부를 가진 사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
갈색 염색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
하하하 크게 웃는 사람.
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
내가 술 마실 땐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다 절제시켜주는 사람.
어쩌다 내가 너무 괴로워 마실 땐 아무 말 없이 기댈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들이라며 어느 날 불쑥 시디를 내미는 사람.
나보다 한 수 위인 사람. 내 행동 하나하나를 다 알아채고 장난치는 사람.
내 머리를 쓰윽 쓰다듬고는 피식 웃고 마는 사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 아니 못하는 사람.
평소엔 그렇게도 안 하던 미안하단 말 한마디로 날 울리는 사람.
잘 지냈지. 묻는 그 말 한마디에 날 위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사람.
사랑한다는 말보다 넌 나에게 있어 지금까지의 어떤 사람과도 다르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게 맞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고 내게 그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었기에
난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처음으로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바람이 머무는 언덕(dian2525@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고맙다, 친구야
친구야,
내가 너를 만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구나.
아직 많지 않은 나이이지만 이제껏 살아온 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우리는 함께했구나.
그동안 숱한 사람들을 만났고 모두 내 곁을 떠나갔지만
너만은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 주었지.
그런 너에게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주 앉은 자리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날
형편없이 무너져버린 몸과 마음으로 널 찾았지.
자다 깨서 화를 냄 직도 했는데 넌 웃으며 날 맞아주었지.
그날의 네 모습, 그렇게나 술에 취해 있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도 너처럼 널 맞아줄 수 있었을까?
아마 난 그렇게는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또 네게 미안하다.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가끔씩 오래 연락을 하지 않아도 전혀 네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술 한잔 하자며 부른 자리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너의 모습…….
약간 놀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네게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난 그저 네 곁에 있을 생각이다.
널 위해 내가 '무엇'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너에 대한 내 '믿음'은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시간이 더 지나 우리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언젠가 할아버지가 되겠지.
하지만 그때에도 지금처럼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우리 젊은 날을 회상하며 웃음 지을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천국은 연인 지옥은 친구와 간다"고 투덜거렸지.
그래, 우리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둘이 한 몸처럼 서로 아끼며 살아가다가 죽어도 변치 않는 우정 이어가자.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사랑한다.
―02+98(http://cafe.daum.net/gloomysky)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아름다운 이별
이른 아침 적막을 깨는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병실 한구석에 자리 잡고 누워 있는 몸뚱이를 일으키니 마취가 풀린 탓인지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집니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가까이 듣고 싶은 마음에 창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빗물이 부서지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내리는 이 비와 함께 당신과 이별한 그날의 기억이 부서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산산이 부서져 내 머리 속에 우리가 행복했던 날들만 기억될 수 있도록.
잘 참아왔는데 눈물이 나려 하네요.
애써 눈물을 참아내려 눈을 크게 뜨고 밖을 보았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다 비가 와서 추울 텐데 한 남자가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서 있습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 사이로 남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빗줄기가 굵어지나 봐요.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 게 앞이 잘 안 보여요.
눈을 비비고 또 비벼봐도 밖에 서 있는 저 사람, 제가 사랑하는 그 사람입니다.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핸드폰 액정 화면에 '사랑'이라고 찍힙니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에 핸드폰을 쥔 손에 힘만 줄 뿐 받지 못했습니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술을 마셨나 봐요.
밖을 내다보다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어요.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삼켜왔던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밀려오는 그리움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 떨리는 음성으로 보고 싶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은데 제겐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목이 메어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당신 목소리에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 같은 여자입니다.
나 때문에 힘들어 눈물 흘리지 마세요.
당신의 아픔은 제게 죽음과 같습니다.
이별의 아픔 모두 제가 느끼겠습니다.
당신의 몫까지 제가 아파할 테니 당신은 제 몫까지 행복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이 행복하신다면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전 강한 아이니까요.
―아름다운이별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제, 웃기로 다짐합니다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마음 억누르며 하고 싶은 말도
꼭꼭 잠재우며 지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사랑하면 더 아플 것이란 걸 알면서도
조금 더 다가가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늘 한 걸음 먼저 다가가 기다리고 있는 나를
언제나 후회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는 이내
그의 눈길과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곤 그 많던 울음도 삼켜버리고
웃음으로 반기며 마주합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그 누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추슬러야 할 때가 온다면 감당하지 못할 거란 걸 압니다.
하지만, 이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다가가서
아픈 어느 날이 어느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지금의 내 감정에 내 사랑에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에 아파하고
아픈 마음 끌어안고 살아가느니
조금은 마음의 길을 열어두고 서 있기로
마음을 바꾸고 보니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예전처럼 슬퍼지지 않았습니다.
예전처럼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예전처럼 눈물이 흐르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웃기로 다짐합니다.
나와의 약속을 합니다.
하늘 가득 흐릿한 먹구름이 회색빛으로 물들 때면
이내 울음 터트릴 것 같은 나를 감싸안고
그대 사랑이 처음 내게 찾아들었을 때,
그때를 떠올려봅니다.
그땐, 이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
이미 내 것이라고 여겼었기 때문에
그대와의 이별 앞에서도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줄 알았었습니다.
그대와의 기쁜 만남에 행복한 만큼이나 어두웠던 그늘이 많은,
아픈 사랑의 감정을 떨구어내지 못하고 내 마음이 닿는 대로,
그냥 그대로 나를 내버려둔 채 따라가고자 마음먹기도 했었습니다.
그대와의 사랑이 깊어지기 이전에 이미
이별을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우리들의 만남이 서글퍼서 울음을 터트리며 지새운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사랑을 하면 할수록 내 감정 하나 어루만지지 못하고
다듬어낼 수 없음에 답답한 마음 달래보려 꼭꼭 여미던
작은 가슴 안에 가득 채워지고 담아진 사람,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 이렇게 아픈 사랑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숱한 밤을 잠 못 이루며 되뇌었던 말이었습니다.
어디 질긴 인연으로 맺어진 만남이 그리 쉽게 지워질 수 있겠습니까.
다만, 내 살아가는 동안에 서로의 마음에 담아두었던
잊지 못할 그리움을
감싸안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서로의 아픔까지도 모두 다 모아둘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그릇 하나 만들어두고 싶습니다.
―보슬비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네 살배기 아들이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의 일들은 이제 추억이며
앞으로 건강하게 커가기만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너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그 이야기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돌아보게 합니다.
남도의 땅 끝자락 해남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사고.
찌는 듯한 무더위
가히 살인적인 더위라는
이 여름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부푼 마음 가득 안고
아이들의 즐거워 모습에
당신의 피로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먼 곳으로부터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을 텐데
아이들은 기뻐하고
밀려오는 파도는 시원하고
아버진 그 순간 순간이 행복했을 텐데
어쩌면 아들을 위한 내일을 꿈꾸었을 텐데
아들과 함께하고픈 생각에 작은 보트도 장만했건만
일순간 인 파도가 그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나 봅니다.
작은 보트가 뒤집히고 아버진 아들을 구해야 하는데
아들은 잡았지만 보트는 잡히지 않는데
나 자신마저 수영을 못함을 얼마나 원망했을까요.
그렇지만 아들만은 아직 느끼지 못한 세상을 느끼길 원하셨겠죠.
아들만은 구하려 하셨겠죠.
이 아들만은 행복하길 간절히 기도하셨겠죠.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 대원이 올 때까지
당신의 키가 좀 넘는 그 깊은 바닥에 홀로 서서
아들을 무등 태우는 일이 최선이었나 봅니다.
아들을 구하러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물을 마시고
얼마나 많이 숨차셨을까요.
하지만 아버진 아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헌신적 노력에 아들은 생명을 건졌지만
거룩한 우리의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아들은 행복하라며 떠나셨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진 아직 곁에 계시겠죠?
아들을 지켜주시며 행복함을 보시겠죠?
하늘이 높고 땅이 넓어도
이보다 더 넓고 높을까요.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아버지가 돼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나보다는 내 자식을 먼저 위하는
그 알 수 없는 힘들은
이 세상 아버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 세상 모든 아버지와 먼저 가신 내 아버지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당신의 그 큰 뜻을 꼭 받들겠습니다.
―파란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당신이 불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그의 전화에 행복했습니다.
아픈 지난 사랑에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연락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전화는 나를 일순간에 바꾸어놓았습니다.
처음 그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의 행복을 빌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픈 사랑의 기억도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모두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 지금
그가 불행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행가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가사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버림받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데리러 갈 수 있게 말입니다.
지금 내 마음이 그렇습니다.
그가 불행해져 힘들다고
내게 데려가 달라는 말을 하길
간절히
너무도 간절히 빌고 있습니다.
죄받을 짓인 줄 압니다.
막연한 욕심인 줄도 압니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인 줄도 압니다.
하지만 마음이
내 마음이 자꾸만 원합니다.
힘들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술 취해 안부를 물을 뿐 힘들다는 얘길 안 합니다.
나에게 다시 돌아오고 싶단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잘 지내라고만 합니다.
지친 그가 내게 오는 꿈을 꿉니다.
그런 그가 포근히 안아주는 나를 상상합니다.
나
참 나쁜 사람인가 봅니다.
그를 그렇게 힘들게 해놓고
또다시 그가 힘들어지길 바랍니다.
그의 행복을 빌어야 하는데
자꾸 나쁜 기도를 하게 됩니다.
어제는 그에게 전화를 하는 나를 발견하곤 놀랐습니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내 한 통의 전화가 그를 정말 힘들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가 불행해지길 바라지만
그 불행의 이유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나
정말 나쁜 사람인가 봅니다.
잠깐이나마 그가 전화번호를 바꾸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허전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 번호가 나에겐 커다란 힘입니다.
나와 그를 연결하는 한 가닥 연줄입니다.
그
알까요?
그가 기억하는 착하디착한 내가
이토록 나쁜 기도를 한다는 것을……
내가 무서워집니다.
―줄리엣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보고 싶은 할머니
지금도 시골에 홀로 계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몇 년 만일까요? 대충 2년 만인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많이 변한 가로수를 지나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리들
한 길만이 존재하던 곳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잠시 나를 머뭇거리게 한 그곳을 지나 여기가 외할머니댁인가 하는 의문투성이로 차를 세웠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몇 가지 기억들로 찾은 외할머니댁.
우리가 외할머니댁을 방문한 시각이 저녁 9시를 갓 넘은 때라
대문 앞을 서성거리니 주위에서 개들이 짖습니다.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허나 노끈으로 감겨져 있습니다.
가위로 끊으면 금방이라고 끊어질 듯한 끈으로
대문과 대문을 연결해놓았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나오십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외할머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마당도, 집 안도 그대로입니다.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화장실은 푸세식입니다.
2 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옷가지들만 태워버리고
그 방의 자취, 물건들은 그대로입니다.
외할머니께서 홀로 주무시는 그 방이 왜 그리 커 보이는지요.
손자 손녀가 왔는데 먹을 게 없다며
한쪽 귀퉁이에 있는 사탕 봉지를 내미십니다.
부엌도 변한 게 없습니다.
다만 식기들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 빼고는 그대로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열지 말 걸 그랬습니다.
텅텅 비어 있는 거라곤 김치밖에 없는데 그나마 쉰내가 납니다.
가만히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이제 보니 허리도 제대로 못 펴십니다.
재산은 다 아들이 가져가고 남은 땅마저도 가져가
이제는 밭 맬 일도 없다고 하십니다.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삶의 목적마저 잃어버린 듯한 얼굴로 서 계십니다.
가만히 외할머니의 손을 잡아보았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작은 키에 주름과 뼈밖에 남지 않은 손
조금만 힘을 줘도 금방 부서질까 겁이 납니다.
옆에서 엄마는 눈물을 흘리십니다.
차마 소리 낼 수 없어 말없이 눈물만 흘리십니다.
전 시골이 싫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까만 어둠이 세상을 움켜쥐어 빛을 감춰버린
시골의 밤은 더더욱 싫습니다.
그 어두운 곳에서 홀로 계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쓰려옵니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났어야 할(산 모습이든 죽은 모습이든)
외할머니의 눈물을 뒤로한 채 돌아섰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란 호칭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죄송해요.
―흐믈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소중한 사람
바쁜 와중에도 중간중간 고개 들어 창밖 바라보면서
높은 아파트 위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에 미소 띤 당신의 모습 그려봅니다.
피어나는 그리움에 설렘 가득 담은 내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오릅니다.
늦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
내내 긴장했던 세포 하나하나 풀어지면서
벼르고 있던 허전함이 무릇무릇 파고들면서
노곤한 몸 버스 의자에 기대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리운 당신의 모습입니다.
그 고운 눈빛, 정겨운 한마디가 더욱 간절해집니다.
오늘처럼 잠 못 이루는 하얀 밤에 가슴이 아려오는 그리움 또한 재우지 못하고
예전 당신이 불러주던 아름다운 노래 선율 떠올리며
당신의 이름 석 자 마음에 새기며 향기로운 당신을 기억합니다.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사람들 틈에서
힘에 겨워 내 감정 추스르지 못하고
세상 삶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때
그래도 당신이 있다는 든든함으로
움츠렸던 어깨 다시 펴고
미움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음에
당신이 있어 난 행복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 하나로
마음 울적한 날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내게 소리 없는 미소 짓게 함을.
당신은 내게 있어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예쁜표정(danbi0707@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최고로 아름다운 영화
화창한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와 영화 보러 시내에 나가는 날이었다.
들뜬 가슴을 안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몇 정거장 지났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차에 오르셨다.
입구 쪽에 기대어 가쁘게 숨을 내쉬는 할머니,
지하철이 출발하자 할머니의 몸도 따라서 움직였다.
그러다 힘이 드시는지 곧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 가운데 저만치에 앉아 있던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큰 소리로
"할머니 어디 아프세요?" 하고 물었다.
"응. 다리가 좀 아프구나. 힘이 없어."
아이는 벌떡 일어나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여기 있으면 더 아프니깐 제 자리에 앉으세요. 전 서 있어도 안 아파요. 제가 잡아 드릴게요."
그러자 그 옆에서 신문을 보던 아저씨가 그제야 일어나서 할머니를 부축했다.
"제 자리에 앉으세요. 힘드시죠?"
그렇게 해서 아이는 할머니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할머니께 까 드렸다.
그러곤 자기도 오물오물 씹으면서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발표 잘해서 선생님께 받았어요."
아이는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사탕을 또 꺼내 할머니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나중에 먹고 싶으면 드세요. 전 내일 또 받으면 돼요."
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도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
"전포동에서 내려야 하는데."
"다음 역이에요."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자 아이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천천히 문 쪽으로 갔다.
사람들은 조용히 길을 비켜주었다.
"할머니 힘드시니깐 다음엔 혼자서 타지 마세요."
"고맙구나, 아가야."
문이 열렸다.
아이에게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는 아까 그 힘없던 모습이 아니었다.
차는 곧 떠났다. 지하철 안은 조용해졌다.
난 오늘 최고로 아름다운 영화를 보았다.
어떤 영화도 내게 이런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디아뜨(http://cafe.daum.net/polk02)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나를 미워하기 바랍니다
핸드폰이 울립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번호입니다.
그 사람입니다. 내가 버린 그 사람입니다.
마음 어느 한쪽에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아직 채 버리지 못한 미련이 남아 있는지
그의 목소리를 듣자 심장이 떨려옵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작은 목소리에
장난기 있던 말투도 보이질 않습니다.
처음부터 서로가 친구로 만났더라면
나 때문에 그 사람 지금처럼 힘들어하진 않을 텐데
매일 밤 술에 취해 헤매고 있다는 거 압니다.
0000 이란 수신번호와 함께
나의 안부를 묻고 보고 싶단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그라는 것도 압니다.
한 번쯤 내가 먼저 연락해 만나자 말할 수도 있지만
많이 야위어 있을 그를 보면
그 사람을 내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보게 되면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기억에 속이 상할 것 같아
나 여태껏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그토록 날 사랑해주던 그대 버리고
나 혼자서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나를 원망하고 욕을 한대도
나는 그댈 다시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에 다른 사람 담아두고
그대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나 이젠 그대의 손을 잡아줄 수도 없습니다.
그댈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없고
그대의 눈물 또한 닦아줄 수가 없습니다.
헤어짐 후의 당연한 진리인
우린 그저 친구일 뿐입니다.
못나디못난 나로 인해
착한 그대 마음에 상처만 안겨준
그대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용서를 빌고 싶은 나의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길 바랍니다.
그댈 모질게 버리고 돌아서버린 내게
그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나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예쁜 여자 만나
보란 듯이 잘사는 것입니다.
나는 하루하루를 행복에 웃음 짓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하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너무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 사람 때문에 웃고 우는 내가 됐습니다.
그러니 이젠 그대 역시 새로운 사랑에 행복해하길 바랍니다.
그대 가슴속에서 날 그만 지워주십시오.
차라리 그대 가슴에 상처와 아픔만 안겨준
날
원망하고 미워하길 바랍니다.
나는
그래도 나는
가슴 깊이 묻어둔 추억 그 이름만을
그댈 내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에
깊숙이 담아두고 살아갈 테니.
―초이민트(heuicho@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소중한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내일은 당신과 만나기로 한 날이에요.
난 마지막이란 걸 예감해요.
그래요, 우리 이렇게 마주 앉아
당신의 깊은 눈을 바라볼 수 있는 날도
내일뿐이겠네요.
난 당신에게 내 슬픈 눈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뿌예진 시야로 당신 모습 기억하고 싶지 않거든요.
나는 내일 햇살 같은 미소로
당신에게 기억되길 원해요.
내일은 가장 이쁜 모습으로
당신과 사진 한 장을 남길 거구요.
가장 근사한 카페에 가서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창 아래에서
향기 가득한 차 한잔 마시겠어요.
당신과 마주 앉아 해야 할 많은
이야기도 준비해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진 당신은
아마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을 테니까요
냉랭한 당신을 마주 대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무겁네요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다가
지금은 남이 된 우리에게
어색한 눈짓으로 시간을 흘려버리기엔
이 시간은 너무 소중한 마지막이거든요
늘 울기만 하던 바보가
내일은 당신에게
가장 밝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것이구요.
맑은 눈으로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손과 얼굴을
오래도록 담고 오겠어요.
그렇게 헤어져 돌아설 때
가슴에서 참았던 눈물 토해내겠어요.
-바보(ulbo00@hotmail.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평생 기억되기를
난생 처음으로 가본 곳입니다.
논산
넓은 연변장에 부는 바람도
조교들의 싸늘한 눈빛도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
그의 손을 놓아야 했습니다.
놓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꼭 쥐고 말았습니다.
그가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점점 손을 뺍니다.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말하는 건가 봅니다.
한 발짝 내려가던 그가
다시 올라와 안아줍니다.
"어떻게 널 두고…… 휴."
이 말을 남긴 채 돌아섭니다.
야속하게도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두 눈을 크게 떠보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가 보이질 않습니다.
찾아야 하는데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
낯선 곳에 그를 두고 왔습니다.
첫 편지를 받던 날
봉투를 뜯기 전부터 울기 시작했고
첫 전화를 받고 난 후
끊어진 전화기를 계속 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첫 편지의 답장은
그가 입대한 후 매일 한두 통씩 써두었던 걸
한꺼번에 보내 동기들이 모두 놀라
그를 더욱 기쁘게 해주었고
발렌타인데이가 한 달이나 지난 후였지만
그가 훈련소를 퇴소한 후에는
직접 만든 이쁜 초콜릿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그런데 이제는
그날들 아파하며 추억하기만 합니다.
아마 내 평생 다시는 겪지 못할
잊을 수 없는
아픔과 행복감이겠지요.
비록
이제는 그의 옆에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언젠가 날 잊게 된다 해도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그가 젊었을 적에 입대하던 날
자기 옆에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걸
그것만이라도 어렴풋이 기억한다면
그렇게라도 그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남을 수만 있다면
그날들의 추억이
지금 아픔으로 날 괴롭혀도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런 내가 이기적이고 나쁜 걸 알지만
그의 곁에 내가 잠시 살았다는 걸
그걸 평생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어렴풋이라도
평생 기억해주었으면
―crystal(psoojung@yahoo.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우리 3남매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옵니다.
엊그제 누님이 오셨습니다.
아들의 건강 문제로 오셨다고 하지만 잠시라도 지금의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부모님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해서 제가 모시고 갔지요.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는 부모님 산소입니다.
누님은 많이도 우셨습니다. 많이 보고도 싶으셨겠지요.
또 지금의 생활이 서럽기도 하셨을 테지요.
저 또한 잠시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서럽게 우시는 누님에게 무엇 하나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 흔한 걱정으로 대신하고 있는 제 자신이 밉기도 했습니다.
몇 년째 병석에 누워 있는 당신의 남편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장성한 자식들에게 떳떳한
부모의 모습이 그리웠을 것입니다.
그날 저녁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술 한잔으로 누님의 지친 몸을 달래주려고 했습니다.
오빠에게 진 빚이 있어 떳떳한 방문이 되지 못하는 그 서러움 또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남의 일이라면 그냥 한 자락 세월이었을 것을
잊어버릴 수 있는 빚인데
그래도 찾아뵙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누님을 모시고 형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한평생, 행복보다 한숨과 걱정이 더 많은 인생이라는
형님의 말씀.
짧은 행복을 위해 우린
그런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야 한다는 충고.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시는 형님의 모습 또한
지금껏 살아온 당신의 편안한 삶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형님 역시 술 한잔으로 회한을 덜어보시더군요.
지난 세월의 모든 것이 그저 술 한 잔이면 족하다는.
형님과 누님의 대화에는 참 정이 많습니다.
저도 이제 오십줄을 넘긴 나이입니다만 그래도 역시
형만한 동생이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주십니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생의 모습을 보시고
"옷이 저게 뭐냐? 쯧쯧."
참다못한 형님께서 차에서 내리셨습니다.
결국 동생이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셨지만 몇 시간 뒤 술이 많이 취해서 집에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많이도 늙어버린 동생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때문에 또 한잔 하셨는가 봅니다.
우리 누님! 그리고 형님!
어쩌겠습니까.
그저 현실에 적응하고 사는 수밖에.
다만 바라는 건 우리 삼 남매 다시 만나 술 한 잔 하면
지난 세월 즐거웠던 일로 기쁨을 대신하길 바랄 뿐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십시오.
―정병호(j801101@korea.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대에게로만 향하고 싶습니다
1. 첫 번째 이야기
참 바보스럽지만 비에 흠뻑 젖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도 펼치지 않은 채로 그 빗물 다 쓸어내리는 대로 내 몸을 적시고픈 날이 있습니다.
슬퍼서가 아닙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작은 이 내 마음에
한 줄기 빗물이라도 내려주어 씻겨질 수 있다면
비를 맞아 몇 날을 아파할지도 모를 거란 것 떠올리지 않으며
그저 그렇게 내리는 빗줄기 다 받아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라도 하고 나면 조금은 시원해질 수 있을까요.
문득 펼쳤던 우산을 접어 들고 남들의 이상스러워하는 눈초리
의식하지 않으며 머리를 적시고 옷을 적시고
갖고 있는 물건을 모두 적시고 난 후에야
내가 온통 빗물로 젖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건을 꺼내어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 말리다가
문득 하루 종일 머물던 그대 생각
가슴 한구석에 잠시 잠깐 접어두었던 그대 생각에
나의 손과 마음이 언제나
그대 머물러 있는 곳을 향합니다.
말리던 머리카락 젖은 채로지만
또다시 마음을 쓸어내는 내 마음을 이 빗줄기에 실어봅니다.
오늘처럼 빗줄기 쏟아지는 날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에게로만 향하고 싶습니다.
2. 두 번째 이야기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여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내리면 눈길이 멈추는 곳이 있습니다
예쁜 꽃이 가득한 창가
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예쁜 화분들
4 월의 익숙하지 않은 바람을 잘도 견뎌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창가에 오래전부터 같은 모양새로 정갈하게 다듬은
갖가지 화분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끝 선이 날카롭고 곧은, 휘어져 있는 건드리면 마치 손가락을 베일 것 같은 난초가 늘어져 있고
그 옆으로 벤자민이 그 푸르른 잎새를 한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 벤자민, 하니까 생각이 나네요.
벤자민은 탁한 공기를 정화시켜준대요.
전 화초 중에서도 이 벤자민을 참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화초에 대한 기억이 많네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이 사람 어떤 화초를 닮았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아마도 벤자민 같은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아픈 표정 없이 푸릇푸릇함을 보이는
밝고 고운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에게만은
더 밝고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지는지도
아마도 이 사람에게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향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이 왔음을 알릴 때 제일 먼저 꽃가게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프리지아
그 꽃의 고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를 기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생일날
바구니 가득 채워 수줍게 건네주었던 기억
잠시 멈춰 서서 꽃가게 안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이 사람도 알까요.
내가 그를 떠올릴 때면 늘 같은 기억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3. 세 번째 이야기
밤새도록 마주하고 이야기 나눠도 지루하거나 싫증 나지 않을 친구가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그런 친구가 긴긴 대화로
내 이야기를 받아주고, 웃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순간의 스침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며, 어설픈 웃음을 짓더라도 좋으니 함께 나눌 수 있을 친구가 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나쁜 점까지 이해해주기를 바라거나, 나의 잘못된 습관까지 이해해주기를 바라거나,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줄 수 있을 친구
그저 자기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려줄 수 있을 친구
그런 친구가 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과의 대화는 종일 함께해도 우리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공기 같은 것.
그처럼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친구
이런 친구를 마주하게 된다면 내 안에 묻어두었던
아픈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눈물지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친구와 함께라면 그의 슬픈 이야기를
밤새 들어줄 수 있을 텐데
―보슬비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장제목: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
헤어지던 날
한동안 어색한 사이가 되었던 그대와 나
무척 어색한 그대와 내가 되어
맑은 유리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제 끝으로 향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무척이나 말이 없던 그대와 나
그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아마도 끝이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릴 것을 알고 있지만
그가 뭐라고 할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는 말을 하고 있었다.
헤어짐을 말하는 그 앞에서
애써 꾸며댄 다른 형용사들은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게 끝이라는 것 외엔
헤어지기에 좋은 날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가랑비였을 거 같다.
그렇다, 그 비는 가라고 내리는 가랑비였다.
그의 앞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일어선 나는 앞이 캄캄해서 다시 주저앉고 싶었다.
머리에선 아무렇지 않게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가슴에선 무너지는 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뿌연 먼지가 낀 듯했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암연이라고 했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헤어지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지금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어떻게든 그에게서 멀어져야 하는데
그건 머릿속에서 내리는 명령일 뿐이고
내 가슴은 그 앞에 주저앉아 울고만 싶었다.
그렇게 해서 그를 아프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서라도
그의 눈물을 볼 수 있다면 난 그렇게 하고 싶었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눈물은 쉽게 보이지 않고
그저 목이 메고 가슴에
못 하나가 와 박히는 것처럼 아프기만 했다.
가랑비에 옷이 슬며시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 가랑비가 내 몸뚱어리를 다 적실 때까지 걸어보았다.
그러나 우산을 들어줄 그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가버린 그를 이제 난 기억해야 한다.
나쁜 놈이라고 그렇게 중얼거려야 하는데
머리에선 그렇게 명령을 하지만
가슴에선 그의 이름만 부르며
돌아와 달라고 돌아와 달라고
그 말만이 머릿속을 가슴속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섬광(yunju71@yahoo.co.kr)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 늙어 눈꽃으로 머리 덮이면 뒤편 산 중턱에는 자작나무가 무리져 있고 참나무가 많은 푸른 숲이 있어 새소리가 들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이 보이는 곳으로 마루에서 일어나면 강가에 흔들리는 억새꽃이 보이는,
당신과 둘만이 쓰는 조그마한 시골집이 있어야겠어요.
앞마당 너머로 텃밭이 조금은 있어야겠죠. 봄에는 꽃씨를 뿌려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고 여름날 툇마루에 앉아 누런 쌈장으로 더위를 한 움큼 싸서 먹을 시린 물보다 더 푸른 상추도 심어야겠죠.
겨우내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먹으려면 무도 심어야 하고 초겨울이 되면 김장을 해서, 우리 내외도 먹고 친정에 찾아온 딸아이도 주려면 고소한 배추로 넉넉히 심어야겠어요.
그리고 한쪽으로 고추를 심어 가을날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 자식들 얘기 하면서 고추를 말리는 그런 집에서 당신과 살고 싶어요.
돌담 옆으로는 가을날 단풍이 들어 붉은 감으로도 멀리서 우리 집을 알아볼 수 있도록 감나무를 네댓 그루는 심어야겠어요.
시골 집 뒤편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오지항아리도 서너 개 묻어두어야겠어요.
당신 친구가 오랜만에 오셔서 겨울밤이 깊어지도록 세상 밖 얘기 나누다 시장기가 돌면 어제부터 내린 눈이 정강이까지 쌓여 푹푹 빠지고, 독 안의 김치를 꺼내서 펄펄 끓는 가마솥에 국수를 삶아 비벼 먹으며 새벽이 창문 두드리는 것도 모르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졸음이 눈꺼풀에 내려오면 조금 진한 헤즐넛 커피를 마시며 학창 시절 미팅 때 만난 남학생 얘기로 깔깔대며 입 안을 헹구고 옆방에서 코 고는 남편 흉도 보며 아직 시집 못 간 딸아이 걱정으로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그런 당신과 살고 싶어요.
굵은 안경 너머로 보이는 이마의 주름이 흉해 보이지 않고 희끗한 귀밑머리에 작년에 며느리가 생일 선물로 사준 올이 굵은 스웨터를 입은 당신의 무릎을 베개 삼아 문지방 끄트머리까지 들어오는 햇살을 이불 삼아 덮고 곤히 잠들고 싶습니다.
빈 가슴에 말라붙은 당신의 젖가슴이 자식들 걱정으로 더 처져도 텃밭으로 파헤쳐진 당신의 손바닥에 고달프던 지난날이 시커멓게 피멍으로 물들어도 그런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눈발 날리는 저녁 강가를 거닐 때 당신 품 안에 내가 당신을 위해 만든 시집이 들려 있어 행복해하는 그런 당신과, 어느 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둘이 나란히 누워 손잡고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 가도록 그렇게 당신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길을 가고 싶군요.
―유수(anubori02@yahoo.co.kr)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할머니의 마음
버스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인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뭅니다.
차창 밖으로 난전을 펼쳐놓은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댁, 산나물이 좋아. 한 단 사가."
검게 그을린 손과 얼굴에서 힘들게 살아온 할머니의 삶이 엿보입니다.
산나물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픈 자신의 삶을 사가지고 가라는 것 같습니다.
그 할머니를 또 보게 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말입니다.
누워 있는데 배가 산달 맞은 산모보다 더 많이 불러 있고,
숨 쉬기가 힘든지 색색거리고 있습니다.
아들은 병실에 와보지도 않고 며느리 얼굴은 본 적도 없습니다.
돌아가셨는가 아닌가 확인하려는지 전화만 하루에 한 통씩 걸려옵니다.
물을 마실 수 있게 해드렸습니다.
제 손을 잡으시는 할머니의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아들이 왔냐는 할머니의 말씀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할머니께서는
"바빠서 그래. 우리 아들이 바쁘거든."
하고 아들의 변명을 하십니다.
배에 찬 물은 할머니를 힘들게 했습니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할머니의 원망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놈의 자식, 가기 전에 에미한테 얼굴이나 한번 보여주지."
좋은 차에 좋은 옷에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이런 소도시에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병실에 꽉 찼습니다.
할머니의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입은 유명 숍의 옷은 누더기보다 못했고,
그들이 머문 자리에선 악취가 났습니다.
그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런 부분에 말입니다.
집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나 보고 싶어집니다.
가끔 안부 전화 하면 당신의 근황보다
우리의 일이 더 걱정되시는 분들입니다.
살아 계실 때 감사해합시다.
―하늘이 파래(robing99@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별할 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
이별할 때 여자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
여자는 남자를 보내주어야 한다.
자꾸 울지 말고 그를 보내주어야 한다.
당신의 서러운 눈물은 그가 평생 기억해야 할
슬픈 여자의 얼굴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
한번 결정한 맘이 돌아올 거라 믿지 말라.
그는 이미 당신이 버겁다.
그가 아닌 당신을 위해
절대로 매달리지 마라.
여자는 헤어지는 순간 모든 물건을 정리한다.
그런 거 그 남자에게 별 의미가 없다.
당신만 더 상처받아 비참해질 뿐
그런 거 그 남자 유치해할 것이다.
여자는 사랑 때문에 남자를 구속했을 것이다.
이제 그를 놓아주어라.
당신의 구속이 버겁지 않았다면
그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는 헤어질 때 이유를
친구나 가족에게서 찾지 말라.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본인 때문이 아니라면
그 남자 어쩜 평생 당신을 원망할 것이다.
남자는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헤어질 수 없다.
이별할 때 남자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
남자는 절대로 여자에게 먼저 헤어지지는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이미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철저하게 규정지어주지 않아도
그 여자는 이미 상처받았다.
남자는 절대로 여자에게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선 안 된다.
여자는 벌써 느끼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는 건 비참함을 줄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결코 여자를 바보로 만들지 말 것.
남자는 헤어지는 이유를 절대로
다른 여자 때문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
그 여자는 평생 남자를 불신할지도 모른다, 당신으로 인해서
남자는 여자에게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
그 여자 당신의 눈물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당신은 헤어지는 순간에 눈물을 꼬옥 삼켜야 한다.
그 여자를 위해서
남자는 추억을 머금고 그 여자를 기억하지만
여자는 되도록 당신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살기 위해, 그러므로 당신은
그녀와의 이별 후에 자꾸 나타서는 안 된다.
남자는 이별 후에 꼭들 그런다, 자존심에
자기가 찼다고 그렇게 어설픈 자존심을 찾으려 한다.
그렇다면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는 채인 여자가 되어야 하는가?
남자는 시간이 지나면 그녀를 용서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당신은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
그녀를 위해서
남자는 이별할 때 돌아온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그건 여자에게 너무나 비참한 형벌이 된다.
돌아오지 않을 남자를 기다리는 작은 여자
문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별 준비
오늘도 나는 이별을 준비합니다.
적당히 포장된 멋진 말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말로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며 또 그렇게 한 사람을 보내려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내 자신에게 놀라기도 합니다.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너무도 너무나도 낯설지 않음에.
당신을 만나 사랑하고 아파할 땐 이렇듯 태연한 적 없었건만 많이 노력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당신을 단 한 번도 잊지 않고 살아왔듯이 그렇게 당신 아닌 다른 이를 찾아서 헤매고 또 헤매며 당신을 잊기 위한 싸움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오늘도 난 이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의 자존심을 위한 싸움에선 절대적인 승자였던 나였지만 당신을 잊기 위한 싸움에선 전 아무래도 완벽하고도 처절한 패자인가 봅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곧 누군가에게 되돌려진다고 합니다.
당신의 예전 그녀에게서 받은 상처를 내게 주었듯이 나 이제 당신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이에게 되돌려주려 하나 봅니다.
당신과 하루 종일 함께해도 지겹지 않던 나날들이 이제 그 감을 잃어버렸는지 그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따분한 시간들이 돼버렸고 당신의 따뜻했던 품이 그리워 다른 이의 가슴에 안겨보지만 내 마음을 녹여줄 진실한 품이란 역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이별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이 이별에 힘들어할 다른 사람 생각은 안중에 없이 그저 당신이 그리워질 뿐인 걸 보니 난 참 나쁜 여자인가 봅니다.
당신에게서 떼내어지며 받은 상처처럼 지금 내가 보내려 하는 사람도 그렇듯 상처받게 될 것을.
당신에게 받았던 사랑도 다른 이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하는 것을,
난 언제까지나 아픔만 주는 사람이 되려나 봅니다.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주는 안타까운 사랑…… 내 사랑의 저주는 당신만이 풀어줄 수 있을 텐데 당신은 계속 저만치 멀리서만 보고 계시네요.
흐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별 전의 이 눈물들도
모두 당신 거란 것을 당신은 아마 영원토록 모를 겁니다.
지금 사랑하는 그녀 곁에 항상 함께 있어주세요.
멀리 있는 그댈 향해 내가 달려가지 않도록 그렇게 가까이 그녀 곁에 머물러주세요.
이제 전, 아직 남아 있는 이별을 위해 그 사람에게 나쁜 여자가 되려 합니다.
당신이 내게서 나쁜 남자가 되었던 그때처럼.
―김경미(bbo-dea@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별 후 버려야 할 10 가지
첫째, 사랑했던 기억들
둘째, 다시 올 거라는 기대감
셋째, 내가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자만심
넷째, 친구로라도 함께하고픈 욕심
다섯째, 날 오랫동안 기억해주길 바라는 이기심
여섯째, 다른 사람 만나지 않길 바라는 희망
일곱째, 함께하며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감
여덟째, 우연을 바라는 집착
아홉째, 널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인연
열번째, 그리고 내 마음
―서야*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적
우리 참 오랜 시간 사랑했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이던 시간의 터널을 건너,
조금씩 조금씩 빛이 보이던 우리의 사랑
돌이켜보면, 그대와 나의 지난날들
그렇게 많은 아픔들을 견디며,
사랑을 만들어왔습니다.
때로는 고통의 시간들 때로는 행복의 시간들
너무나 사랑했기에 때로는 다투기도,
그 다툼보다 훨씬 많은 시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였기에
이제 나는 그대를 알게 됐고,
그대 역시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도 알고 있기에,
나 그대에게 이런 말을 하기엔
너무나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한다면
그대로 인해 아름답게 변해가는 내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그 믿을 수 없는 기적처럼,
지금의 평범한 나에서 이 세상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
그대와 나누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날 수 있었기에
나의 지나간 사랑의 아픔들마저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지난날의 많은 이별로 사랑을 배우고
그 완성된 사랑으로 당신만을 사랑했습니다.
그대는 이 글을 쓰는 순간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나 늘 그대를 생각하면,
가슴속 가득 차오르는 기쁨,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그래서 내게 없어서 안 될 사람인가 봅니다.
이제 나는 그대의 인생에 이러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살면서 그대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앞을 막을 때
그 슬픔을 지워주는 이,
내가 아닐지 모르지만
나로 인해 슬퍼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대 인생에 빛처럼 눈부신 기쁨으로 행복해할 때,
그 행복 나누기보다는 사소한 작은 기쁨으로
더욱 그대를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그동안 망설였던 말
오늘은 꼭 하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이 한마디 하기 위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글들
썼다가 다시 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 가득 장미꽃을 안고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대신 내 마음 가득히 그대를 위한 행복을 안고
당신 앞에 이렇게 섰습니다.
내가 그대의 남은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도 되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나뿐이라 믿기에
더 이상은 그대를 스치는 연인들처럼 사랑할 수 없어
나 이제 그대에게 청혼합니다.
언젠가 그대 웨딩드레스가 아름답게 보이는 날
그날, 그대 옆에 내가 서도 되겠습니까?
내 모든 삶을 그대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대만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기적이라 불리는 세상의 많은 일들 중에,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적이었습니다.
―사과향나는그(canmilk@lycos.co.kr)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당신, 보고 있니?
당신 보고 있니? 높은 곳에서 우리 지켜보고 있니?
오늘 우리 진이가 학교에 입학했어.
당신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자란 불쌍한 우리 진이가.
그래도 참 씩씩하게 잘 적응하더라.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들어오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 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할머니도 모시고 학교에 오는 걸 보며 우리 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눈물이 나려 하더라.
왜 그렇게 빨리 갔니.
뭐가 그리 바빠서 인사도 없이 갔니?
나 오늘은 너무 당신이 미워진다.
당신 보내고 지금까지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었는데
오늘은 당신이 너무너무 미워지더라.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을 보며
진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땅만 보며 학교에 갔어.
학교에 갈 때 카메라를 집에 두고 그냥 가다,
"참, 진이야. 우리 카메라 안 가지고 왔다. 집에 가서 가지고 오자."
그랬더니 진이는,
"엄마, 그냥 가자. 엄마 힘들어. 나중에 찍지 뭐." 합니다.
"아냐. 그래도 우리 진이 학교 처음 가는 날인데 집에 가서 가지고 오자." 하니까
"아이, 그냥 가. 나중에 찍자." 합니다.
너무 미안해서 "그럼 우리 진이 꽃 사줄까?" 했더니
"아니, 안 이뻐. 그냥 가자."
그러곤 내 손을 막 잡아당기며 학교로 갔어.
학교에서도 시무룩한 진이를 보며 내가
"우리 진이 화났니?" 하고 물으니
내 얼굴을 보며 "아니."
그러면서 웃어주더라.
내 마음 아플까 봐 아무 말 안 하고 그렇게 그 작은 속으로 아픔을 품는 우리 진이가 오늘 따라 더욱 대견스러웠지만 그 작고 여린 속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게 날 더 아프게 했어.
입학식이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도 아무 말 없이 걸어오며
"나 이제 친구들 많이 생겼네. 유치원처럼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 일등 해야지."
날 보고 웃는 진이를 보며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던지.
진이가 볼까봐 말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눈물이 흐를까봐 먼 산을 바라보며 그렇게 집으로 왔어.
그 마음 당신이 알 수 있겠니? 내가 아픈 만큼 당신도 아프니?
미운 사람아, 당신은 그곳에서 우리 진이 보고 있겠지?
우리 보고 있다면 우리 진이 건강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자라게 당신이 도와줘.
당신 없이 나 혼자 진이 지키고는 있지만 때론 내 힘이 모자라는 일도 많아. 부족할 때도 참 많아. 그럴 때 당신이 날 많이 도와주었음 좋겠어. 이제부턴 정말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을 거야. 아가일 땐 뭘 모르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이젠 하나씩 깨달아갈 텐데. 그땐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도 아직 모르겠어.
진이에게 당신이 꼭 필요할 때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은 것이 다 걱정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래도 나 잘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 잘해나갈 수 있겠지?
우리 진이도 지금까지 나 마음 아플까봐 당신에 대해 많이 묻지 않고 당신 찾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잘 견뎌낼 수 있겠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고 머리도 너무 복잡해. 앞으로 진이가 겪어 나갈 일들이 너무 걱정돼.
당신 우리 진이 지켜주겠지? 언제까지 언제까지 우리 진이 모든 것 잘 견딜 수 있게 그 먼 곳에서도 우리 진이 지켜주겠지?
비가 온다.
내 눈에 흐르는 눈물 보며 당신도
그곳에서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당신의 하나뿐인 딸
당신과 날 이어주는 단 하나의 우리 진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진이의 수호천사가 되어줘.
내가 갈 때까지
아니, 우리 진이가 다 자라 예쁜 숙녀가 될 때까지.
―하늘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처음 사랑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요?
그러지 마세요.
당신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나에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냥 헤어지자고 한마디 하면
우리 사이 그렇게 깨끗하게 될 일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창밖만 보는
그대 모습이 나를 더욱 숨 막히게 하네요.
끝끝내 내 앞에서는 이별이란 단어를
말하지 못할 그대임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그저 일어서서 왔습니다.
내 눈에 고이는 눈물
그대가 보게 되면 더더욱 슬퍼질까봐
서둘러 일어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꾸만 쳐다봐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오느라
몇 번이나 사람들과 부딪칠 뻔했습니다.
돌아와 그대와 나란히 찍었던 사진을 보니
더 마음이 아파오네요.
참 행복해 보입니다.
그 시간, 우리 정말 얼굴만 봐도 너무나 좋았는데
이제 당신을 잊기로 했으니
저 사진부터 멀리 치워야겠습니다.
핸드폰을 열고 저장된 그대의 전화번호를 지웁니다.
기계 속에 입력된 그대의 번호는
간단히 버튼 몇 개로 지워버릴 수 있지만,
가슴속에 남은 그대 모습을 지워내기까지
난 또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할까요?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너무나 그대에게 미안한 일들이 많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게 나왔다고
그대에게 짜증 부렸던 일
밤늦게 걸려온 그대 전화에
자다 일어나 화냈던 적도 있었죠?
너무 늦게 전화해서 잠 깨우지 말라구요.
후훗. 그땐 왜 그랬을까요?
이렇게! 우리 다른 길을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인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그 시간 당신을 더욱 사랑했으면
어쩌면 지금 이렇게
당신이 그립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
그때는 바보처럼 왜 그랬을까요.
떠나면 더 소중해진다는 사랑
알고 있었으면서도 또 실수해버렸네요.
정말 그때는 바보처럼 나 왜 그랬을까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인데.
이제는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인데.
자꾸만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처음 그대를 만나
사랑이 시작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마지막이 다시 오늘처럼 헤어짐으로 다가온다 해도
아직 다 주지도 못한 내 사랑,
그대에게 모두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대로 인해 아픈 만큼 남아 있는 내 마음,
그대에게 모두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내 가슴
그대에게 모두 열어드리고 싶습니다.
―사과향나는그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어린 왕자, 그 후의 이야기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지기를 간절히 원했던 여우는
소원대로 그렇게 길들여졌다.
하지만 여우의 곁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었던 어린 왕자는
이별을 고하게 되었고,
여우는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받아들였다.
어린 왕자가 떠난 후 여우는 행복했을까?
비록 그를 길들여준 어린 왕자가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여우는 행복했다.
"난 행복해. 저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면 언제든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 그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우는 거기에서 생각을 멈췄다.
어쩌면 그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들은 지금의 '행복'을 '슬픔'으로 바꾸어버린다는 걸
여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매일 매일 여우는 밀밭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러나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가지 말라고 말했더라면, 조금 더 내 마음을 보여줬더라면…….'
너무나 좋아하지만, 몇 달 동안 말 못한 채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달리 표현할 수가 없어 해야겠습니다.
이런 마음 처음이라고.
언제나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면 망설임 없이 고백하던 저였거든요.
몇 달은커녕 며칠 고민도 힘겨워했던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너무나 행복하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말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도 떠오르지 않고,
섣부른 말 한마디로 제 마음의 크기가 줄어들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사이보다 더 멀어질까 걱정하는
이기적인 제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며칠 후면 그녀의 생일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를 위해 무얼 해줄까 고민하고,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미친놈처럼 실실 웃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부담스러워 할 거야'라며
멍해지는 저를
그녀는 알 수 없겠죠.
이런 저를 알게 된다면 제 아픈 마음 걱정되어 더욱 마음 아파할
그녀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수그러들게 만드는, 그녀는 그런 여자랍니다.
스물한 번째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전할 수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언젠가 "길들여지는 게 좋은 걸까?" 그녀가 물었습니다.
그때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킬까봐 누군지 말할 수도 없으면서…….
길들여진다는 건 아주 행복한 거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현재의 아픔도, 다가올 슬픔도 모두 잊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행복한 거라고요.
"너에게 길들여져 행복하다"라고…….
그리고 태어나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사막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사랑하면서 왜 이별을 생각해야 하는지
이 사랑 지키고 싶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이별 따윈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원한 사랑이라 믿고 싶습니다.
한데 자신이 없습니다.
이 사람 사랑하게 된 후로
눈물 나도록 마음 시린 적 많았습니다.
가슴 찢어질 듯한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에겐 아무렇지 않은 듯 내색하지만
그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목이 메어오는 아픔을 느낍니다.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그가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하루에 몇 번씩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그를 생각하고 좋아하고
단지 사랑하는 것만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얼마 못 가 흐려진 눈으로 그를 그리워해야 하는
악몽 같은 시간이 날 찾아올까봐
요즘은 하루하루가 두렵고 겁이 납니다.
하지만 그는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불안해하는 내 모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나의 아픔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가끔 연결된 통화에도 웃음은 사라지질 않고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는 여전한 레퍼토리입니다.
그 사람 참 좋겠습니다.
나와의 만남에 있어서
아픔과 절망과 슬픔은 다 내 몫으로 품고 있으니
행복과 웃음은 그가 다 차지하고 있으니
가슴에 멍 안 들어도 되고
거꾸로 솟는 듯한 서러운 눈물 한 번 토해내보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많은 걸 바란 적 없습니다.
나만 절실한 사랑이라고
나만 힘겨워하고 나만 아파한 사랑이라고
단 한 번도 그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서운함을 토로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서
나란 존재를 어떤 감정으로 만나고
어떤 생각을 가지며 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것인지
동정심에라도 그가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불쌍한 척해서라도 그를 내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이렇게 가엽고도 처량한 내 진실을 아는지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곁에 있어서 외롭고 힘에 겨우나
혼자 있으면서 외롭고 힘에 겨우나
그 아픔의 크기는 다를 게 없다고 말입니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진정 그 마음이
기억인지 감정인지 깊이 생각을 해보라고 말입니다.
만났던 시간이 짧았든 길었든
사람의 기억은 오랜 시간 되내이게 된다고 말입니다
그 기억이 단지 기억일 뿐인지 진정한 감정인 것인지
나 스스로 빨리 느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아니, 지금도 많이 사랑하고 있는 걸 압니다.
내가 뒤돌아서면 절대 붙잡지 않을 거라 말했던 그
허나 용기만 있다면 나 그 사람 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근데 아직은 그를 떠날 준비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나여서
이대로라면 내가 지쳐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데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맘 한구석에선 그를 이대로
영원히 내 곁에 두고 싶은
바보 같은 욕심이 되살아나
나를 살 수 없게 만듭니다.
어이가 없는 내 현실에 웃음이 납니다.
이런 적 없었는데
그를 만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이런 적 없는 나였는데
나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내게 사랑이란 건
눈물일 뿐입니다.
내게 사랑이란 건
아픔과 슬픔일 뿐입니다.
내게 사랑이란 건
한 사람과의 만남을 증오하고 원망하게 되는
쓰라린 절망일 뿐입니다.
왜 이래야 하는지
사랑을 하면서 왜 이별을 생각해야 하는지
나는
더 이상 자신이 없습니다.
―초이민트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 시간이 외롭다고 말하는 그대
오후가 되어 햇살이 창가로 넘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크게 숨을 고르며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무엇에 쫓기듯 바삐 움직였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몸이 몹시도 지쳐 있었던 요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바삐 움직이고픈 마음에 욕심을 내어
하고픈 일들을 하나 둘씩 찾아내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하루하루도 내겐 벅찬 시간들인데
왜 그리도 바쁘고 싶어 하는지
가만 생각해보니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보면 한없이 나를 물고 늘어지는 잡념이 싫어서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새벽 창가를 내리치는 빗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탓인지 아침 출근길에 지나쳐야 하는 공원에선
하나 둘씩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 담고 계신
청소부 아저씨의 모습을 뒤로하고
정말 예쁘게 다듬어진 나무들을 한참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가을도 이렇게 머뭇거리다가 지나치려는지
가득 채우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이제 겨울 그 싸늘함이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이
바삐 서두르는 아침 출근길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참 오래도록 곁에 꽁꽁 묶어둔 채 그렇게 추억하고픈 기억들을 채우며
곁에 두고 싶은데
오늘 내 마음속에 함께하는 이의 곁에 머무는 바람은
그리 차갑지 않게 마음을 녹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이 외롭다고 말하는 그대를 가까이에서 느낍니다.
밤이 길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그대의 마음을 읽습니다.
또 한 살이 보태지면 나아질 줄 알았던 생각들로 아파하면서,
이 계절이 쓸쓸하다고 말하는 그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했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한 시간, 한순간조차 버겁게 느껴지던 여러 날들이
스쳐가듯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가는데도,
붙잡을 수 없는 이 시간이 왜 그리도 마음을 아리게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엊그제 사다놓은 소국이 붉은빛을 더해가며 짙은 향기를 뿌리고
한 송이 한 송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고 가다 맡아지는 그 향기에 취해 한참을 또 그렇게 머릿속 가득 차오는 당신입니다.
오늘은 눈을 뜨면서 처음 가슴으로 느끼던 그대의 모습처럼
쓸쓸하고 외롭게 다가오는 시간들이
더 이상 아니기를 바라고 싶었습니다.
아파하지 마세요.
외롭다는 생각 갖지 마세요.
언제나 우린 혼자였으니까요.
―보슬비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당신 가슴 안에서
쪽빛 파아란 가을 하늘처럼 투명한 모습으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들녘에 다소곳이 피는 향기로운 보랏빛 구절초의 소박함으로
그대에게 보이고 싶다.
내 모든 집착, 욕심과 이기심 다 벗어버리고
가만히 미소로 바라보기만 해도 그대 그곳에 있으므로 마냥
나 행복해지고 싶다.
그대가 생각하는 사랑한다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이제 견디고 다듬어져 만나지 못해도 손잡지 못해도
이름만으로도 충만해지고 싶다.
어느 날 당신을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타버린 재만 남은 모습 아닌
지쳐 허물어지고 시든 모습 아닌
늘 옹달샘처럼 솟는 사랑 하나 품어
그대 마른 목 축이고 싶다.
그리하여 나 사는 날 동안 영원히
그대 가슴속에서 살아가는
한 마리 파랑새가 되고 꽃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꿈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의 사랑이
당신 가슴 안에서 살고 싶다.
너무 사랑하기에 그립기에
말하고 나면 날아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내 가슴속에만 꼭꼭 숨겨두고
살아가는 날 동안 순간순간
가만히 꺼내보며 어루만지고 싶다.
당신을
―티틀리스(hanbs77@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사랑은 공식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잔인한 복수입니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보려고 합니다.
사랑에 미숙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만을 고집하지만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상대방의 자리에 자신이 서보려고 합니다.
결국 사랑의 눈높이는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그의 눈높이가 기준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이 깊어갈수록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구속하려는 못난 버릇입니다.
사랑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고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자라는 법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주고 있으면서도
주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아낌없는 내어줌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공식이 없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정성으로
사랑을 한올 한올 수놓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입니다.
나만의 사랑법, 그 공식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일방통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가기만 하고 오지 않는 길
오기만 하고 가지 않는 길은
사랑의 길이 아니라 무관심의 길입니다.
서로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잇닿는 길
그 길은 언제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열려진 사랑의 길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지금은 막혀 있을지 모르는 그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야겠지요.
미움마저도 사랑의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미움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이름 아래 우리가 지니지 않아야 할 것은
오직 무관심입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그대
지금은 한 번쯤 뒤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랑하고 있는지를
만약 그 대답에 '너'라는 단어보다
'나'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한다면
그대의 사랑에는 많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나 혼자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은 절대 찾아오는 법이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분단의 아픔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품은 사람은
그 분단의 아픔을 동반한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결코 지치지 않는 법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약속 중에서도
사랑한다고 말함은
가장 큰 책임을 요구하는 약속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함은 기쁨뿐만 아니라
그의 슬픔과 아픔까지도
나의 몫으로 품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밝음뿐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정적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굳은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갑자기 섬광처럼 찾아오기보다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스며드는 것입니다.
가벼운 이슬비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온몸을 흠뻑 적시듯이
그렇게 스며드는 것입니다.
내 영혼의 빈 들녘을 이슬비로 촉촉이 적셔주다
어느새 강물이 되어버려 어떤 둑으로도
그 크기와 깊이를 다 막을 수 없는
그런 스며듦입니다.
―바다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사랑의 거리
잔뜩 찌푸린 회색빛 하늘에선 며칠째 계속 비가 내린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 보다.
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침에는 그나마 하늘이 좀 밝기에
이젠 장맛비가 좀 물러가려나 했더니만, 아닌가 보다
하루 종일 구질구질 비가 내린다.
이런 날엔 자꾸만 누군가가 하염없이 그리워지고
무언가로 가슴을 짓누르는 듯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진다.
오늘같이 마음 한편이 왠지 자꾸만 허전해지는 날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앞에 다다라
무심코 열어본 편지함에
어디선가 문득 날아온
낯익은 글씨체로 또박또박 내 이름 석자 쓰여 있는
편지 봉투라도 하나 들어 있었음 좋겠다.
그렇게 문득 뜻밖의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
굳이 애틋한 말로 가슴을 적셔주는 내용이 아니어도 좋겠다.
단지 안부만 묻는 짧은 편지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비 내리는 쓸쓸한 날에도
날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나에게 기쁨을 안겨줄 테니까.
오늘같이 이렇게 비 내리는 늦은 저녁엔
밥 먹을 생각도 없이 허탈해하며 앉아 있는 마음에
누군가 문득 벨을 눌러 순간이나마
그 사람일지 모른다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게 했으면 좋겠다.
무심코 열어본 현관문 앞에는 금방 빗속을 달려온 듯
입은 옷과 머리카락이 흠뻑 젖은 채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그 사람이
정말로 거짓말처럼 내 앞에 우뚝 서 있었음 좋겠다.
그렇게 예고 없는 만남에
꿈인지 생시인지 분별이 안 되어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행복해하는 나를 보고 싶다.
굳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좋겠다.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에 사랑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다만 빈 가슴의 바람일 뿐
그런 꿈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에
괜히 어설픈 미소를 지어본다.
어쩌면 그 사람도 이 시간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만날 수 없는 머나먼 거리가
언제라도 달려가고픈 마음의 발목을 잡는
틀에 박힌 일상이 다시금 야속해진다.
오늘은 정말이지
밀려드는 그리움에 마음 가눌 길 없는
그런 날, 그런 밤이다.
―화영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
비 내리는 아파트에
난 서 있었고
거짓말처럼 저기서부터 걸어오시는 당신을 보는 순간
정말 이리도 아름다운 정경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서 있는 모습에
숨이 막혀버린 걸 아시는지요.
어떻게 운전하였는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단 한 번이라도 한순간의 태풍같이 휘몰아쳐오는
가슴이 막혀버리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안 것이라 했던가요.
정말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이 맞이한 하루 또한 꿈결 같았습니다.
당신 자체가 그림이었습니다
잔잔한 모습부터, 파문같이 울려오는 목소리까지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부터
자기 자신이 아름다워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가랑비 내리는 차창의 흔적도,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듯한
아스라한 바람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촌각과 같이 지나쳐버리는 그 까닭 모를
안타까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아름다운 잔영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당신의 체취를
온 마음 가득히 담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하나를 사서
집까지 오는 중에 마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오히려 더하여
그런 당신이 내게 사랑을 준다는
이 벅찬 기쁨이, 한 잔의 맥주가
축복을 온몸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나, 정말 이 세상에 발 디디고 있는 날까지
당신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그 어떤 두려움도, 그 어떤 번민도 없습니다.
당신과 나란히 기대어 한 곳을 바라보며
같은 행복을 느낄 거라고 다짐합니다.
꿈처럼 다가온 당신
그런 당신을 사랑하게 된 이 감격
온 마음과 온 정성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수채화(hyunaun@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마음이 넓은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내가 힘들 때 살며시 안아주고
내가 투정부려도 다 받아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사랑에 한 번 실패한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아픔을 주지 않을 거 같으니까요.
다시 사랑한다면
자기 자신보다 자기 가족보다
더 많이 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반대에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말없이 빗속을 거닐면서 가끔은 고독을 아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사랑해서 다른 여자는 여자로 안 보인다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내가 말한 이 모든 것 필요 없습니다.
내가 바라는 이런 사랑 다 필요 없습니다.
투정부리는 나 받아주지 않아도
한 번의 사랑에 실패하지 않아도
나보다 더 당신 가족을 사랑한다 해도
비 맞는 걸 무척 싫어한다고 해도
이젠 쳐다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지 않아도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 다시 사랑한다면
당신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 받고 싶습니다.
천 년의 사랑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당신과 한평생 사랑할 수 있는
그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생에서 이루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그 다음 생에서
그렇게 기다리겠습니다.
다시 사랑한다면
당신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한때 다른 사람을 가슴속에 담았던 걸
후회하고 사죄하면서
당신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천 년의 사랑처럼
당신만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도경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이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인생은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우고 있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문제임도
나는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그리고 또 나는 배우고 있다.
인생은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자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웅임을 나는 배웠다.
사랑을 가슴속에 넘치게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나타낼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음을 나는 배우고 있다.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정한 우정은 끊임없이 두터워진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그리고 사랑도 이와 같다는 것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서
나의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나는 배우고 있다.
또 나는 배우고 있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 해도 때때로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내가 내 자신을 때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우고 있다.
아무리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책임인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웠다.
우리 둘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그리고 우리 둘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보다 인간 자신이 먼저임을
나는 배우고 있다.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아도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배우고 있다.
그리고 또 나는 배우고 있다.
앞과 뒤를 계산하지 않고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앞선다는 것을
내가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에 의하여
내 인생의 진로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우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친구를 도울 힘이 없다고 생각할 때에도 친구가 내게 울면서 매달릴 때에는 여전히
그를 도울 힘이 나에게 남아 있음을 나는 배웠다.
글을 쓰는 일이 대화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내가 너무나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나 빨리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나는 배우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과 나의
믿는 바를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배우고 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을.
―아린~(arinzet@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당신의 의미
요즘 혼자 웃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하루는 당신이 나에게 보내주었던 편지들을 보며
다투었던 이야기들
보고 싶다는 이야기들
힘들어하는 이야기들
내게 큰 힘이 되어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보며 웃었어요.
벌써 모기가 있더라구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기저기 물린 자국들
무심결에 그 자국들을 엄지손톱으로
꾸욱 십자가 모양으로 눌렀습니다.
그래야 빨리 낫는다며 당신이 해주었던 그 방법으로
그러며 또 웃게 되더군요.
출근길에 여느 때처럼 음악을 들으려고
손에 잡히는 대로 시디를 하나 들고 나왔어요.
그 시디는 작년 화이트데이에 당신에게 주었던 그 시디더군요.
사랑 노래들 그리고 내 음성이 담긴
시험 삼아 먼저 만들었던 시디가 하나 있다는 걸
잊고 지냈었는데
멋있는 목소리를 내보려 지우고 다시 녹음하기를 반복했던
그런데 정작 다시 들어보니까 웃음이 나더군요.
서랍 정리를 하다가 앨범을 보게 되었어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고 투덜대며 버리자고 우기던 사진
언제나처럼 당신이 날 보며 행복하게 웃어주는 사진
세상 어떤 연인들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진
우리가 만나기 시작했을 때 한참 유행이었던
빛바랜 스티커 사진들
서로 끼우겠다고 아옹대며 만들었던 그 앨범
그 앨범을 보며 또 웃게 되더군요.
알고 있나요?
당신이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란 걸
옆에 있지 않아도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랍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당신이 소중한 이유는
분명 그렇게 웃고 있는데
분명 그렇게 웃고 있는데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게 할 수 있는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이랍니다.
―하루살이(3xx@korea.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나만은 알고 있어요
오늘도 당신은 나에게 물었죠.
하루 종일 당신 생각 몇 번이나 했냐구요.
알면서도 자꾸 확인하고 싶고 묻고 싶은 게 사랑인가 봐요.
낮하고 밤하고 두 번밖에 생각 안 했다는 내 말에
당신은 웃으면서 골려주기라도 하듯이 그러네요.
자기는 일 년에 두 번밖에 내 생각 안 한다다구요.
비 오는 날하고 비 안 오는 날하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어요.
당신은 늘 그렇게 나에게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하곤 하죠.
내가 보낸 메일 이쁘게 프린트해서 늘 갖고 다닌다는 당신
이제는 제목만 봐도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당신
잠시만 내 목소리 안 들으면 불안해진다는 당신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며
전화를 끊을 때면 언제나 빼먹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당신
나 그런 당신 많이 사랑한답니다.
비록 내성적인 성격이라 표현은 잘 안 하지만
내 마음은 누구보다 당신 많이 사랑하고 있는걸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함에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이유 말고
그 무슨 다른 이유가 있으랴마는
굳이 내가 당신 사랑하게 된 이유는
누구보다 언변이 좋은 당신 말재주 때문이 아니랍니다.
남부럽지 않은 당신의 직장 때문도 아니랍니다.
남들한텐 강하게만 보이는 당신
사실은 얼마나 마음이 여린지
남들한테 밝게만 보이는 당신의 그 웃음 뒤에는
얼마나 큰 슬픔과 아픔이 숨겨져 있는지
나만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유달리 강한 자존심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나약한 모습들과 당신의 눈물들
나한테는 꺼리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나에 대한 당신의 믿음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한테 말해준 적은 없지만
당신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나를 사랑하는 당신 마음
가슴속 깊이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듯이 말이죠.
―화영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3장 제목: 특별하지 않은 나에게 특별한 당신
사랑하는 그대, 이제는 행복하세요
그대 곁의 예쁜 신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것보다 더 눈부신
그대 곁에 서고 싶었습니다.
그대에게 선물했던
신랑 신부 석고 인형의 행복한 모습처럼
그렇게 나란히 설 날 꿈꾸어왔습니다.
그대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그대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주고
그대의 거칠어진 손에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가끔은 텔레비전 채널을 두고 다투어보고도 싶었습니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날
잔소리도 하겠지만
다음날이면
그대가 좋아하는 뼈다귀 해장국도 끓여보고 싶었고
유난히 노란색을 좋아하는 그대이기에
잠옷은 꼭 노란색 파자마를 사야겠다고 생각했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무언가 읽을거리가 있어야 하는 그대를 위해
화장실에는 꼭 재미있는 책 한 권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대 곁에 있는 사람이 되어
그대의 예쁜 신부가 되어
그대와 하고 싶었던 일
그대를 위해 해주고 싶었던 일
이렇게나 많았는데
우리가 믿어왔던 인연이란 것
왜 이런 슬픔으로 되돌아온답니까
탓하지 마세요.
그대를 탓하는 말 그런 말 나 들을 수 없습니다.
나를 욕하세요.
못난 나를 탓하세요.
더 이상 그대와의 사랑 지켜나갈 용기 없는 나를 탓하세요.
어쩌면 이별의 말을 듣는 당신보다
헤어짐을 말한 내가
먼저 무너져버릴 것을 모르지 않아요.
그렇겠죠,
그토록 사랑하는 그대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 해야 하는 나에게
괴롭다는 말도 하지 마세요.
괴로워하는 그대 모습
이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내가 할 테니
그대 몫까지 내가 그러할 테니
그대는 아파하지 마세요.
그대는 그저 알았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 서운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렇게만 말하세요.
너도 행복하라고 담담하게 그러세요.
부탁할게요.
우리가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것들
그대 이제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세요.
나 같은 못난 여자 하나 때문에
상처받는 그대를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대 제발 좋은 사람 만나 함께하세요.
마지막이라고 믿었던 우리 사랑
이렇게 여기서 끝나지만
나 결코 그대를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가슴에 담고 살아갈 이름으로
그대를 기억하겠습니다.
십일 년 전 첫사랑의 예쁜 기억부터
지금 이 아팠던 사랑까지
아프지만 그대라는 추억으로 여기며
하나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대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이제는 행복하세요.
그대 저에게
진정 마지막 사랑이었습니다.
―엽기퇴갱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우리들의 대화
서른이 되던 해
나는
참으로 우울했나 봅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들으며
자꾸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고
젊음이라는 단어 하나로 충분히 눈부실 수 있는
이제는
그것으로부터 소외되어짐을 느끼며
참으로 절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나는 모교가 몹시도 그리웠지요.
언제든 시간이 나면
젊음의 기억들이 숨쉬는 그곳에 가보겠노라고
그리 멀지도 않은 그곳을
참으로 오랫동안 가지 못했고
그것은
우울과 함께 향수병처럼 깊은 갈망으로 변했지요.
어느 봄날
우연히 모교의 병원을 가게 되었고
그리도 갈망하던 그곳을 자연스레 들어섰는데
교문을 들어서며
나는 너무 가슴 벅참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혹 어느 하나 놓칠까
두리번거리며 눈에 비친 모습들을
하나하나 담고 있었지요.
벚꽃으로 가려진 조각난 하늘과
목련의 꽃망울이 터질 무렵의 기억들
설렘으로 다가왔던 사랑
열기로 들떴던 축제의 날들
호기심과 흥분으로 가득했던 강의실
그 옛날 도서실 휴게실에서
커피 마시다 조느라 잔을 떨어뜨린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났고
그런데
무언가 아쉬움이 가슴 깊이 쌓이고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지요.
까닭 없는 감정들로 잠시 혼란스러웠고
그러한 감정들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궁금했는데
얼굴들
거기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없음을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던 친구들의 얼굴들
조금은 어른스러운 몸짓으로 으쓱해하던 선배들도
전공에 대한 열망
주체할 수 없던 젊음
갈등하는 이상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과 함께한 우리의 대화들
거기에는 없더군요.
순간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한 것은
캠퍼스의 꽃들과 나무들
그리고 강의실과 도서관이 아님을 깨달았지요.
나와 함께 젊음을 보냈던 그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립고
정말로 보고 싶습니다.
―하얀데이지(daisy502@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널 닮은 사람
오늘 우연히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다
문득 널 닮은 사람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어
내 목까지 타고 올라오는 너의 이름을
그렇게 잊고 있었던 널
너와 너무도 닮은 그 남자가 내 앞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에
너무도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한순간
그렇게 힘겹게 지웠다 우기며 묻어둔
네 이름을 부를 뻔했어
00 야 00야
이렇게 차마 입에서 나오진 못했지만
계단을 다 올라갈 때까지 그 남자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럴 리 정말 없겠지만 혹시나 정말 너일까 봐서
아쉬운 미련을 접지 못하고 아니,
못내 서운함에 그 자리에 서서 그 사람 지나간 길에 서서
얼마간 멍하니 그냥 서 있었다.
참 우스운 일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멍하니 한참을 서 있다가 집까지 오면서
난 너와 함께 걷던 그 길
우리 동네에 너와 함께였던 네 흔적 남아 있는 그 공중전화
모두가 다 바로 어제 일처럼 다시 떠오르더라.
잊고 싶다,
다신 생각 안 났음 좋겠어, 너란 사람
제발 집까지 오는 그 길 다시는 그 길로 걸어오긴 싫다.
너한테 전화를 걸곤 했던 거기
그 공중전화 쳐다보며 다시 마음 아프긴 싫다.
이젠 제발 잊혀졌음 좋겠어, 너란 사람
왜 자꾸만 생각이 나서
날 아직까지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건지
제발 영원히 너란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부터 기억까지
그리고 추억들 모두 없던 걸로 지워져버렸음 좋겠어.
두 달 동안 참 많이도 아파했고
한 달은 괜찮았는데
왜 아직 마음은 아픈 건지
나 너무 많이 울어서
나 너무 많이 힘들어서
슬픈 그리고 힘든 기억은 쉽게 잊혀질 거라고
그렇게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거 참 우습게 잊혀지지 않더라.
뭐 그리 좋은 사람이었다고
뭐 그리 추억할 게 아직 남았는지
이러는 내 모습 이젠 우스워
하지만 언젠간 괜찮아지겠지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젠 조금은 덜 아프겠지
널 닮은 사람 우연히 본 것뿐인데 난
왜 이리 생각할 게 많은 건지, 휴…….
―김유라(yoyo1237@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남들은 평생을 행복하더군요.
남들은 그렇게도 행복해 보이더군요.
그러나 당신은 왜 그리도 서러워 보이나요.
당신은 왜 그리도 애처로워 보이나요.
앙상한 뼈가 왜 그리도 가슴을 아리게 하나요.
남편 잃고 아들네 딸네 돌아다니시다가
눈치 보이신다며 "조그마한 방 한 칸만" 하시더니,
그 소원 이루어져 따뜻한 보금자리 마련하고
어린아이처럼 밤잠 설치시더니
너무 좋아 고맙다고 우시더니
옛날처럼 따뜻한 찌개에 밥해서 줄 거라고 말씀하시더니
그 좋은 보금자리 놔두고
보름 만에 쓰러지셔서 꼼짝 못하고 누워만 계시나요.
그 좋은 보금자리 그리워서 어떻게 이 낯선 곳에
누워만 계시나요.
평생 소리 내어 울어보지 못하시고,
평생 소리 내어 자식 야단 한 번 못 치시더니
이제는 말씀조차 못하시나요.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면목이 없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자식 얼굴도 몰라보시나요.
엄마,
당신이 말씀 안 하셔도 그 가슴 알 것 같아요.
당신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 몸짓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소리 내어 울지 않으셔도 그 멍울 알 것 같아요.
엄마,
평생을 사시면서 이렇게 좋은 날이 없구나 하시더니
칠십 평생 넘게 살아온 그 긴긴 날 중에
당신께 주어진 행복은 보름이란 말인가요.
엄마,
나도 당신과 같은 삶을 살겠지요.
그러면서도 아니라고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큰소리치겠지요.
자식에게 모두 희생하고, 이제는 앙상한 뼈만 남아
가실 날만 기다리시겠지요.
사랑해요.
감히 어떤 말에도 당신의 그 희생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딱히 대신할 말이 없어요.
당신의 그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이며
사랑해요.
영원히 당신이 기뻐하시던 그 보름을 못 잊을 거예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어요.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시는 거였어요.
어머니…… 죄송해요.
―루피나(lupina9193@lycos.co.kr)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좋은 친구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 하는 사람보다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손 하나 올리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까봐 차라리 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을 건네주어야 하는 사람보다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차마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잔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주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탓이겠지요.
―moonacari(moonacari@hotmail.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행복이란
길을 걷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어
마음껏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가끔씩 타인에게 활짝 열어 나를 보여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졸이고 애달파하고 안타까워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정열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간 해보리라 맘먹은 일들이
하나 둘 내 안에 소망으로 쌓여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거울 저편의 퉁퉁 부은 얼굴과 짝짝이 눈
입 언저리의 작은 흉터까지 이뻐보이는
그런 기분 좋은 아침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아직도 살아 숨쉬며 꿈틀대는 꺼지지 않는 꿈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간간히 찾아오는 무료함과 그로 인해
절실히 느끼게 되는 일의 소중함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 많더라도 욕심의 무게를 측정할 줄 알며
정량을 초과하지 않을 줄 아는 지혜를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눈뜰 때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낙천적인 우리의 모습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힘겨움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일터로 향하는 일상의 시작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들에서도 '난 행복해'라고 느낄 수 있는
열려 있는 마음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행복이라 이름 붙인 그 모든 것들로
오늘도 하루를 살았습니다.
또 다른 오늘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
그렇게 준비하는 오늘 역시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바부(choist2001@korea.com)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산다는 것
잠시 안경을 벗고 뿌연 눈을 비벼봅니다.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붙여놓은
노란색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오기에 가만 들여다봤더니
이런 글이 쓰여 있습니다.
지금 당장 변화가 없다고 포기하지 말기
상황이 나쁘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기
옳다고 생각한 일은 끝까지 흔들리지 말기
일이 끝날 때까지 시간과 관심을 쏟아부을 것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일할 것
어디 일들만 그렇겠습니까. 사람 사이의 일도 다르지 않겠지요. 일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사랑으로 고쳐서 읽어보았습니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일이나 사랑이나 여유를 가지고 들여다보세요. 안경을 벗고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볼 때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생각했으면 포기하지 말고 더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
어떠세요, 다짐했던 일들 잘해나가고 계신가요.
우리의 마음이 늘 파릇파릇한 날이었으면 합니다. 처음 그때처럼. 자, 괜찮습니다. 산다는 게 원래 그런 것. 인생의 단편 때문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툭툭 털고 일어납시다. 한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추스를 줄 모르면서 마치 삶의 전부를 다 아는 사람처럼 슬픈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돌이켜봅시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인간적이지 못한 부분까지 용서하려는 추한 모습은 없었는지 한번 돌아봅시다.
아프다는 것
슬프다는 것
그립다는 것
외롭다는 것
내가 존재하므로 가능한 일이기에
앞으로의 실패 없는 사랑도 내가 살아 있다면 가능할 겁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사람 산다는 것 별것 아닙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살면 됩니다.
―헤드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대가 그리운 어느 날
그대가 그리운 어느 날
그대의 맑은 눈빛을 기억하겠습니다.
유난히 길고 짙었던
깜박거릴 때마다 엷게 흔들리던
그대의 속눈썹 작은 떨림까지
맑은 그대의 눈동자 속에
담겨지는 얼굴이 내가 될 수 없었음을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겨두고서라도
그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억하겠습니다.
그대가 좋아하던 노래 지겹도록 불렀던 그 노래
우연히 듣게 되는 어느 날이면
그대의 목소리를 또 한 번 떠올리며
아름다운 그대의 목소리로
사랑을 들을 수 없었음을 서글퍼도 하겠지요.
그대의 밝은 웃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언제나 웃음이 더 많은 그대
다른 사람까지 따라 웃게 만들었던
그대의 빛나던 웃음을
우울한 어느 날이면 그 웃음을 떠올려보며
그대가 곁에 있는 듯
나도 한 번 그대처럼 웃을지 모르지요.
그대가 그리운 어느 날
그대의 눈빛과
그대의 목소리와
그대의 미소를 떠올리며
내게만 간직될 수 없었던 아름다운 그대의 모든 것들이
그대를 사랑으로 담아놓은 작은 마음에
서러운 눈물 흘리게 할지도 모르겠지요.
그대는 아름다운 그 모습 조금도 잃지 말고 살아가세요.
언젠가 그대의 눈동자에 담게 될 그대의 연인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전해줘야 할 테니까요.
그대의 연인이
어쩌다 그대와 헤어지게 된다면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
나보다 더 많이 그리워할 수 있도록
사랑하기에 더욱더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대를 나는 기억하겠습니다.
그대를 일부러 떠올려봐도
기억되지 않는 어느 날도 있겠지요.
그런 때가 온다면
그때는 말하겠습니다.
그대를 잊었습니다,라고.
그날들이 모두 지나고 나면
가지 않을 듯 길었던 시간
마음 아픈 기억 모두 흘려보내고 난 후에는
그대 없이도 잘 지낸다거나 잊었다는 말 대신
그런 말 한마디쯤 더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한 번 더 이런 사랑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대를 사랑했던 것만큼
이렇게나 많이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엽기퇴갱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이별이란 없는 사람처럼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깨달은 건 세상은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거예요.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죠?
"넌 목숨을 버릴 만큼 네 모든 것 포기할 만큼 날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주말이면 약속을 하고 만날 이가 있다는 것
네 옆에 있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정도라는 것을, 안다고
당신 참 냉철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
아니,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내 속마음 들킨 것 같아 조금 놀랐었죠.
그래요, 나 당신과의 사랑 때문에 내 목숨 버릴 수 없어요.
또한 내 모든 것을 포기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 기분 좋으라고 진실이 아닌 말도 하기 싫어요.
내 모든 것 포기하고 당신만을 사랑한다 하면
또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만을 사랑한다 하면
우리, 행복할까요?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거 서로가 알잖아요.
내 목숨 버리고 내 모든 것 포기하고
당신과의 사랑만을 말하진 못했지만
당신 사랑하는 맘의 깊이가 얼마큼인지 아시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문득
가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싸한 느낌
간절한 당신 생각에 냉정함을 유지해야 함에도
내 눈가가 촉촉해진다는 것을……
당신은 내 삶 그 자체인걸요.
내 목숨을 다하는 순간
내 모든 것 포기하는 순간 당신과의 모든 것도 끝이라는 걸
당신이 바로 나인걸요.
내 맘속에 당신이 있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당신은 나와 함께라는 걸요.
기쁜 일, 슬픈 일,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걸요.
당신 조금 섭섭하더라도 알아두세요.
당신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어떤 힘든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난 어떻게든 함께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당신과 함께하는 한 당신의 기쁨만이 아닌 슬픔과 힘듦까지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당신 또한 나에게 그러하듯이
당신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는 것을
이 모든 것이 우리 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주위에 있는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맞잡은 손 놓지 않을 거예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옆에서 걱정해주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함께하고 싶어요.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이젠 말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 향한 내 사랑의 깊이를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잊는 일이 너무 힘겨우면 차라리 간직하라고.
그래요, 나 많이 생각했어요.
잊는 시간보다 편안히 간직하게 되는 그때까지가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신 잊어가면서 가슴 치며 힘겨운 눈물 흘리기보다
당신 간직하면서 쓰린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게 나을 거 같다고
그래서 당신 내 마음에 간직하기로 했어요.
나 변덕쟁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신 잊겠다고
이제는 놓아버릴 거라고 결심해놓고
다시 이렇게 간직할 거라 말하니까 말이죠.
그런데요, 날 이해해줄래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당신 잊으려 노력했지만
잊었다고 착각하고 시원해했던 적도 있지만
여전히 당신 그림자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나예요.
어쩔 수가 없나 봐요.
내 자신과 당신에게 한 약속만큼은 꼭 지키는 나인데도
이렇게 매번 "이번엔 정말이야."라고 다짐하고 약속해도
당신 잊겠다는 약속만큼은 매번 어기게 되네요.
어쩔 수가 없나 봐요.
이제는 당신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어요.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더 많이 떠오르던
당신 생각과 우리 추억
오히려 더 소중하게 간직할 거예요.
물론 지금이야 아파하며 간직하지만
얼마 후엔 소중한 보물 꺼내듯
깨끗하고 고운 손으로만 꺼내어 추억할 거예요.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처럼
모르던 사람인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쉬웠지만,
사랑하던 당신을
모르는 사람으로 잊어가는 일은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중도에 포기하게 됐지만
당신 간직하는 일만큼은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당신이 바라는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신, 오래도록 간직할게요.
미안해요, 잊겠다고 한 당신과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낸 지도
가족들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낸 지도
그 사람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낸 지도 벌써 두 달인데
이제 와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프다고 한들
내 자신만 더 초라해짐을 느끼기에
오늘 하루도 수없이 입술을 깨물며 참았습니다.
가만히 있다 보면 어젯밤처럼 혼자 아파할까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는지도 모르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눈물이 가득 고인 한 여자
"그 사람 만나서 비로소 한 여자로서 행복하다는 거 느낄 수 있었어."
그 여자가 울고 있는데 왜 내 마음이 아픈지
그 여자가 아파하는데 왜 내 눈물이 흐르는지
하루 종일 참고 또 참았던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둔 서러움이
울컥 올라와 목이 메고 이내 눈물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나도 그랬는데
나도 그 사람 만나 처음으로
한 여자로서 행복하다는 거 느꼈는데
그 여자의 말 한마디가 지난 내 행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 여자의 말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내 마음과 같은 말을 그 여자 목소리로 들어버릴까봐
들리지 않게 소리 줄여버렸습니다
그리움으로 퉁퉁 부어버린 내 두 눈으로
서러움으로 퉁퉁 부어버린 내 마음으로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드라마를 계속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이번에도 날 아프게 합니다.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곳
내가 그에게 우리 둘이 가보자고 그토록 졸랐던
언젠가 그와 함께 꼭 가보려고 혼자서는 절대 안 간
그곳에…… 앉아 있는 그 여자
다시금 그리움을 내 뺨 위로 흐르게 합니다.
오늘도 실패했습니다.
어제처럼 눈물 흘리지 않으려 나름대로 택한 방법인데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 택한 방법인데 실패해버렸습니다.
내일 다시 하루 종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되면 자꾸만 생각나는 그를
혼자 있는 이 시간에 자꾸만 나를 괴롭히는 그와의 추억들을
생각나지 않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야 합니다.
너무 꽉 깨물어 오늘처럼
입술에 피가 흐르더라도
이별이란 없던 사람처럼 지내야 합니다.
내일도 또 그 내일도
난
그렇게 지내야 합니다.
―모카향(mocha_seraph@yahoo.co.kr)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아픔 하나 물고 다가서는 서글픈 그림자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날씨를 살피게 되는 것처럼
흐릿한 하늘 보면 펼쳐보지 못할지도 모를
우산 하나 잊지 않고 꼭 챙겨 출근하는 것처럼
나도 그런 그대의 소중한 물건처럼 따라붙는 존재로
그대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습관처럼 찾게 되는 커피처럼 그대의 입맛에 꼭 알맞은
맛과 향기로 날마다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요.
출근길에 오르면 어김없이 상쾌한 느낌 전해오는
경쾌한 음악을 켜야 하루가 즐거운 것처럼
그대의 하루를 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물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맑은 하늘 한 번 훑어보고 나면 그 안에서
곱게 피어오르는 얼굴 하나 떠올릴 때
그 한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요.
기다리던 전화 벨 소리에 반가움을 표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나였으면 좋겠어요.
몹시도 마음이 울적해서 편지지 위 가득
이야기가 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였으면 좋겠어요.
욕심쟁이라고 투덜대더라도 그대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라도 내릴 것처럼 바람 한 점 없는 오후랍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음악과 맞물려
결국엔 마음 안에 담아둔 기억 떠올리고,
나도 모르게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마네요.
뜨거운 커피 대신에 얼음을 동동 띄우고,
입 안 가득 느껴지는 시원함에 살짝 미소 머금어봅니다.
숨 막히고 답답했던 마음이 가슴속까지
시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떠올리면 가시지 않을 기억 한 움큼 채워주고 마는
미우면 미운 대로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내게 가슴 아픈 이야기로 눈물 짓게 했던 서글픔
내게 사랑이란 감정을 심어준 원망스러움
그 예전, 처음 사랑할 때의 풋풋한 설렘
떠올리면 사랑스러운 마음만큼이나 가슴 아팠던
그러나
또다시 찾아드는 그리움
또 아픔 하나 물고 다가서는 서글픈 그림자
그런 줄 알면서도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젖어드는
애틋한
오늘도 커피 한잔 마주하고픈 사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그대라는 것을 아시나요.
―보슬비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당신 곁엔 제가 있잖아요
간밤에는 두 시쯤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었죠.
여느 때와 같이 눈만 뜨면 생각나던 당신 이름
부지중 창밖을 내다보니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더라구요,
지금처럼요.
새벽의 고요를 가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갑자기 이름 못할 쓸쓸함과 슬픔이 가슴속을 파고들었죠.
당신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들이었죠.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릴까 생각하다가
행여 곤히 잠든 당신의 새벽 단잠을 깨울까 염려되어
그 생각은 접었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저와의 전화 통화도 제대로 못하고
아직 잠들기엔 이른 초저녁 시간인데도
잠에 곯아떨어지던 당신
그때 저의 가슴속에 싸하게 와닿던
그 느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서너 시간만 자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던 당신 말대로라면
제가 깨어 있던 그 시간쯤 당신도 깨어 있었을까요.
혹 일어나서 창가에 다가가 차가운 가로등 불빛 사이로
흩날리는 가는 빗줄기들을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제 생각을 하셨을까요.
아님, 비만 오면 더 많이 아파하던 당신
밤새 아픔으로 고통의 시간들을 보냈을까요.
한번 아프면 너무나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던 당신
언젠가 며칠 동안 많이 아팠으면서도
힘겨워하는 당신 목소리에 제가 마음 아파할세라
그 며칠 동안 연락도 안 하던 당신이 생각나네요.
누구라도 그렇듯 아프면 몸과 맘이 많이 약해지던 당신
혹 전화해서 제 목소리 들으면
또 울컥 눈물이 솟을까봐 그러셨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던 당신이었잖아요.
그 며칠 제가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아세요.
괜히 제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나 반성은 얼마나 했는데요.
또 행여 잠이 들면 당신 전화 못 받을까
전화기를 손에 꼬옥 쥐고 잠들면서
당신한테서 전화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이제 당신 그러지 마세요.
아파도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주세요.
당신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니잖아요.
당신에겐 제가 있잖아요.
힘들 때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는
외로울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는
당신 울적하면 늘 이런 말 하는 거 알아요?
"우리 변하지 말자, 우리 헤어지지 말자."
그런 말 들을 때면 왜 자꾸 목이 메어오는지요.
몇 번이나 서로를 위해 헤어지려다가 다시 돌아선 우리
그래요, 이제 당신 말대로 더는
헤어지자는 말로 서로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아요.
당신과 나 아팠던 만큼 더 서로를 아끼면서 그렇게 지내요.
저는 당신을 알고 사랑하게 된 걸 정말 행운으로 생각해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당신의 그 가슴속에
당신의 그 영혼 속에
제가 자리잡고 있는 한
정말이지 전 누구보다 행복한 여인인걸요.
벌써 또 밤이 오네요.
지금쯤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지
아직도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화영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사랑에 힘들어하는 그대에게
그대, 사랑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사랑은 집착하는 게 아니래요.
사랑은 느끼는 거래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거래요.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에서
사랑을 가득 담은 행동에서
사랑을 가득 담은 말투에서
사랑을 가득 담은 손짓에서
그렇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거래요.
굳이 인정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거래요.
일부러 사랑을 표현하려 하지 말아요.
괜히 어색해져버릴지도 몰라요.
괜히 우스워져버릴지도 몰라요.
그렇게 사랑은 그냥 느끼는 거래요.
그대, 지난 사랑을 너무 돌이키려고 하지 마요.
지나간 사랑은 추억할 때 더 아름다운 거래요.
조금 마음은 아프겠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들겠지만
조금 힘은 들겠지만
사랑은 아픔까지도 감수하게 되는 거래요.
그냥 마음속으로
그 사랑 소중하게 간직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돌이킬 수 없는 게 사랑이래요.
그래서 사랑하는 순간이 중요한 거래요.
사랑은 그런 거래요.
그래서 더욱 힘이 든 거래요.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간직할 줄도 아는 마음을 가져봐요.
힘들다는 거 알아요.
노력해봐요.
그대, 사랑한다는 말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죠.
사랑한다는 말 하지 못한 게 걸린다고 했죠.
분명 느꼈을 거예요.
미처 말하진 못했지만
미처 고백하진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당신이었다면
분명 느꼈을 거예요.
너무 그렇게 고민하지 말아요.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자신도 사랑할 줄 아는 당신일 거예요.
사랑에 힘들어하는
그래서 돌볼 겨를도 없었던 자신을 되돌아봐요.
굳이 사랑을 확인하려 들지 말아요.
사랑은 확인하는 게 아니래요.
사랑은 그런 거래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용기를 가져봐요.
그대, 조금은 힘이 들 거예요
다시 사랑을 하게 되면 꼭 잊지 말아요.
사랑한다는 말 잊지 말아요.
사랑은 표현하는 거래요.
표현하면서 더욱 커져가는 게 사랑이래요.
서로 살갗을 맞대면서 더욱 커져가는 게 사랑이래요.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해요.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거 명심해요.
너무 모자라지도
너무 넘치지도 않을 정도만 사랑하도록 해요.
너무 모자라면 아쉬움만 남고
너무 넘쳐버리면 금방 식상해져버려요.
그런 게 사랑이래요.
그대, 사랑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소금별(eunseo121@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 사람을 보았습니다
어제도 그 사람을 보았습니다.
반 발자국씩 간격을 두어가며
스치듯이 팔에 느낌을 두고
그 사람의 옆모습을 보며 걸어갔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깊은 눈웃음으로 대답해주는 그는
나에게 좋은 선배일 뿐입니다.
보라매공원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길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와 함께 그의 선배이자
나의 애인을 기다립니다.
그가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었습니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갈 때
백 미터쯤 멀리
애인의 차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
나는 두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을 감싸쥐었습니다.
놀라서 동그래진 눈과 떨어져버린 담배 사이로
나는 그에게 입을 맞췄습니다.
깜박이를 켜면서 애인의 차가 섰습니다.
어, 형 왔구나.
그래, 같이 영화 보러 안 갈래?
아니.
나는 아무 말 없이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의 차창 밖 모습이 내 눈에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얼굴울 묻었습니다.
―이은영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그대로 기뻐하고 감사하며
소중한 그대 부족한 나로 인해
행여 그 여린 마음에
실낱같은 상처 하나 남기지 않도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스럽게 할 것이며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보다
더 소중히 아낄 것을 약속합니다.
시간이 지나
그대가 처음의 설렘 잠시 잊게 되어
나를 섭섭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나는 처음의 그 설렘
잊지 않고 기억해내며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대를 사랑하겠습니다.
그대의 사랑
못 미더워하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보여주는 그대로
아니 보이지 않는
내가 모르는 그대의 마음까지도
그대로 믿고 따르겠습니다.
먼 훗날
그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헤어짐을 말하는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물론 슬프고 힘들겠지만
그래서 눈물 흘리며 몇 날 며칠을
꼬박 지새울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였음을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할 인연이
그런 인연이 아니었음을
나는 아쉬워하겠지만
결코 그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많고 많은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운 인연으로 만나
사랑하는 특별한 인연이 될 수 있었음을
그럴 수 있었음을
나는 감사할 것입니다.
나
먼 훗날의 일은
그때 생각하려 합니다.
이제는
사랑하는 마음만 생각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있는 시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걸요.
나 그대에게
오늘 꼭 할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인연인지 아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오늘은 꼭 그대에게 말해야겠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원히 사랑하겠노라는
아름다운 약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대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아름답게 살아가겠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할 때
그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그대이기를
제발 그대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그런 인연이기를 바랍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엽기퇴갱이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다음 사람과는
하루 한 번은 전화해 일상의 사소한 일들과 안부나
그날의 기분을 물어주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좋은 일엔 함께 웃고, 우울할 땐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말들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이틀에 한 번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겉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서로의 속마음과 나만의 생각, 바라는 이상을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내면의 구석구석까지 이해할 수 있게끔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글들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은 만나 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거닐며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데이트를 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싱그러운 땀을 흘리며 서로를 챙겨주며 힘든 산을 오르고 싶습니다.
정상에 선 그 짜릿함과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며 서로를 기특해하며 환하게 웃었으면 합니다.
석 달에 한 번은 길거리에서 파는 예쁘고 환하게 핀 그 계절의 꽃을 한 아름 받아보고 싶습니다.
이 따뜻한 봄에는 보는 아름다움 그 자체로 기분이 밝아지는 프리지아 한 다발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6 개월에 한 번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기차 여행을 갔으면 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함께 바라보면서 내일의 희망을 생각하며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1 년의 마지막 날에는 한 해를 보내는 서운함과 새해를 맞는 벅찬 가슴으로 함께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소망을 빌었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그 거리에서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 그 사람을 내게 보내주신 하늘에 감사드렸으면 합니다.
매일 매일 그대를 그리워하며 잠들고 싶습니다.
평범한 세상의 모든 것이 빛이 나며 아름다워질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사람과는…….
―예쁜 표정(danbi0707@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나에게 특별한 당신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그가 좋아집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짐작하면서도
그의 옆에 다른 여자가 앉아 있는데도
그가 좋아집니다.
취한 당신은 날 자신의 여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멀어지겠죠
당신의 따뜻한 말과 눈빛이 내 뼛속까지 파고드는데
난 오늘도 내 느낌을 믿어야 할지 고민을 합니다.
똑똑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슬퍼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밉습니다.
그가 자주 가는 바에서 그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여자를 봅니다.
그녀는 내가 보는 걸 모르나 봅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너무도 활짝 웃고 있습니다.
나는 자꾸만 그녀를 봅니다.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종이 위에 써봅니다.
공허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사랑한다는 말에 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에게 특별하지 않아 슬프던 난
나에게 그가 특별했기에 슬프지 않습니다.
다시 그를 보게 된다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의 옆에 있었으면 합니다.
그의 맘을 사로잡은 채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있었으면 합니다.
그녀가 내가 아님에 미치도록 분노하게 될지라도
그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의 옆에 예쁜 그녀는
그를 위해 기도하던 나의 신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난 내 기도의 응답에 감사할 테니까.
난 오늘도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취중농담(rstp1697@hanmail.net)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그와 내가 사랑을 합니다
털털하고 변화를 좋아하는 그와
꼼꼼하고 차분한 내가 사랑을 합니다.
지나간 자리에 늘 흔적을 남기며 무엇인가를 잘 잃어버리는 그와
한번 나의 것이 된 것이면 뭐든 항상 살뜰히 챙기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우리의 만남이 몇년임에도 불구하고도 아직까지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와
언제 어디서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를 메모로 남겨 늘 기억하고 있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전화할게"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는 그와
"전화할게"라는 스치듯 던진 마지막 말을 기억해 하루 종일 전화를 기다리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그와
이성적이고 차가운 가슴을 지닌 내가 사랑을 합니다.
서쪽 하늘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백 마디의 형용사를 동원해 표현하는 그와
흐르는 강물을 보며 "강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하나를 받기 전에 열을 베풀어야 한다는 신념의 그와
하나를 받아야만 하나를 주는 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라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적당히 손해도 보며 조금은 빈 듯이 살아야 한다는 그와
손해 보는 일은 시작도 아니하고 꽉 찬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가 사랑을 합니다.
처음엔 서로의 다른 사고방식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서로를 끄는 매력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차이점들은 단점으로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며 나의 눈높이에 맞추기를 서로에게 강요했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툼과 화해의 반복 속에서
사람의 타고난 성향과 인성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고개를 넘고 나서 서로에게 한 발짝 물러났습니다.
이제 서로를 인정하며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모습을 봅니다.
일어난 자리 뒤돌아 둘러보며 습관처럼 나오는 스치는 말 한마디
한 번 더 생각해
조심하는 그를 보며 그가 일어난 자리 내가 한 번 더 둘러보며
나만의 이기적인 마음의 문을 열어 타인을 포용하는 나를 보며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는 서로의 모습을 봅니다.
다르다는 것은 두 사람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릅니다.
상대를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먼저 배려한다면
그 답을 푸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요.
서로 맞지 않는 두 사람 서로에게 맞추며 오늘도
그와 내가 사랑을 합니다
―예쁜표정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오늘 하루의 선물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마음과 생각이 통하여
작은 것에도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늘 실수로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믿음과 애정이 가득하여
어떤 일에도 변함없이 나를 지켜봐주는 가족이 있으니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늘 불만으로 가득한 지친 시간이지만 긍정적이고 명랑하여
언제라도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곁에 있으니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늘 질투와 욕심으로 상심하는 날들이지만
이해심과 사랑이 충만하여 나를 누구보다 가장 아껴주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으니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그 많은 선물들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이지만
하루하루 힘들다고 투정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입니다.
―헤드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아직도 그리운 어머니
아직도 그리운 어머니.
문득문득 엄마가 이제 계시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자명종만 울리고 있을 때, 느지막이 집에 돌아와도 여전히 어둡기만 한 거실을 바라볼 때, 방에 불을 켜두고 잠이 들어도 여전히 꺼지지 않은 형광등을 보며 잠이 깰 때, 이젠 더 이상 집에 오시지 않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길에서 마주칠 때, 웬일인지 가실 때 즈음이 되어서 그렇게 찾으시던 번데기 장수를 마주칠 때, 가신 지 벌써 2년이 되어도 문득문득 엄마가 그리워지게 하는 그런 순간들을 본다.
나는 몸살에 걸렸다.
집에 들어와 고개만 꾸벅거리고는 곧장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누워버렸다.
젊은 나이에도 몸살쯤에 끙끙거리며 누워있는 나를 질책하고 있던 내 어두운 방문을 여신 건 당신, 엄마였다.
당신이 그리도 아프셨으면서 그저 하루 이틀이면 나을 내 이마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시던 엄마.
잠든 척 그저 엄마의 손을 받기만 하고 있던 난 그날 밤새도록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눈물마저도 이젠 보여드릴 수 없을 나의 엄마.
엄마가 암이셨던 건 한참 후에나 알았다. 그저 조금, 이번엔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아프실 뿐이라고 이리저리 놀러 다니기만을 좋아했던 나 자신을 합리화하려던 나.
언젠가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이제 엄마도 저렇게 가게 되겠구나" 하시던 말씀만으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난 마지막까지도 엄마에겐 그저 응석받이 어린애일 수밖엔 없었다.
가끔 엄마가 보고 싶어서 마음이 한껏 답답해질 때가 있다.
엄마의 대답이 듣고 싶어서 지갑 속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있다.
뒤를 따라 시장에 갈 때면 "좀 펴고 다녀라"시며 등을 치시던 엄마의 손에 다시 맞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조금씩 엄마와 함께 있던 기억들에서 멀어져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모르게 눈물 삼키는 그런 일들이 잦아들어가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장례식 때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산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라" 말을 이젠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다.
나는 엄마라 부른다.
어머니라고 한번도 불러드린 적 없었고, 이제 계시지 않더라도 당신을 부를 때면 늘 엄마라 불러드린다. 누군가 다시 그 자리에 대신할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죄송스럽지만 나 그분을 어머니라 할 순 있어도 엄마라 부르진 못할 것 같다.
내 이십몇 년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그림자처럼 내 뒤에 서 계셔주셨던 엄마.
엄마, 나의 엄마.
누군가가 이십몇 년의 삶에서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리고 이제 남은 그 얼마간의 삶에서 가장 보고 싶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직도 그리운 나의 엄마.
―작자 미상
아버지, 사랑합니다
선잠이 들어서인지 새벽 얕은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 뜬 김에 찬 물을 좀 먹어야지 하는데
어둔 거실 한편에 우두커니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시고 있었다.
마냥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외에는 무얼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언제 내 아버지가 이렇게 되셨지…….
이제는 등을 곧게 편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해내기가 힘이 든다.
축 쳐진 어깨와 늘기만 하는 담배.
당신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끽연가이기는 했지만
마치 악으로라도 피는 양 그렇게 태우시더라.
이제는 '허' 하고 웃으시면, 다 드러난 상하고 많이 빠져버린 치아들이
힘들여 만든 웃음을 너무나 묵직하기만 한 중량감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 새벽에 나는 아버지와 소주를 마셨다.
그냥 어두운 거실에 앉아 쌀쌀한 새벽 기운을 조금은 느끼면서
그리고 우리 부자는 울었다.
나나 아버지는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울었다.
당신 살아온 이야기를 하신다.
그 이상(理想)이 가득했던 청년 시절을 이야기하신다.
이제는 다 낡고 탁해버린 흑백 사진들을 들춰내시며 괜히 눈시울을 자꾸만 붉히신다.
난 사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주름 가득한 그 얼굴이 떨리며
그 눈에 눈물 맺힌 찰나를 보며 자꾸 울먹인다.
"나도……꿈이 있었단다."
그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을 손으로 더듬으며 반추하신다.
아버지 추억의 십팔번은 그 놈의 '싸움' 이야기이다.
하셨던 이야기 또 하시고 흐뭇해하신다.
그 싸움 이야기가 나는 가장 슬프다.
더 이상 아버지가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 나이기에
그래도, 아버지는 그게 아니신가 보더라.
내 유년 시절 그 강한 인상을 아직도 나에게 보여주고 싶으신가 보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슬프지만
내 이제 유일하게 아버지의 술벗이 되었지만,
그 깊은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
아버지를 측은하다고 여기면, 그것은 불효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지친 인상을 몇 분 동안이라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그 야윈 어깨와 다리를 주무를 때마다
점점 쉬어가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선잠에 가빠하시는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유 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이 아닌가.
맹목적인 헌신과 가능성 없는 투자
그리고 느지막한 인생의 말미에서도
아무런 후회 없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끝까지 가시려는
그의 젊은 시절의 꿈이 이런 바보 같은 말년이었을까.
그의 젊은 시절의 이상과 그 푸름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 건지.
오늘 돌아오는 길에 성당에서 나오시는 아버지를 만났다.
왜 이리 어색한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을 했다.
업어드리겠다고 차라리 사람 없는 밤이라 다행이었다.
꺼려하시던 아버지도 마지못해 내게 업히셨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미끄러웠지만 내게 지금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줍어 말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어느 게시판의 글 중에서
남편의 손
아프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고
아무튼 진통제 한 알 먹고 일찍 누워버린 어제였다.
그냥 푹 쉬고 잠자는 게 제일이겠다 싶어
아홉 시도 되기 전에 누웠더니 눕자마자 남편이 퇴근해 왔다.
재잘거리던 내가 조용하니 집 안이 고요해졌다.
남편은 내 신경을 건드릴까 TV도 켜지 않고 신문을 뒤적인다.
혼자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청하는 시간
남편을 저렇게 방치(?)해도 되나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사람에게
말동무도 안 해주고 누워 있는 거 많이 미안한 일이다.
다시 나와서 과일 내주고 앉아 있다 남편의 등에 기대어 있어본다.
TV 란 녀석이 얼마나 많은 걸 차지하고 있었나 싶다.
그 녀석에게 저녁 시간을 다 내주고 이렇게 고요하게 있어보기나 했나
그렇게 아무런 소음도 없이 앉아 있는 고요함이라니
남편은 내 손이 약손이다를 해준다고 누워보란다
군살이 생겨서 두루뭉술해진 배를 내밀고 헤헤거리는 행복감―
남편의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따뜻함에 뱃속까지도 편안해진다.
정말 남편의 약손이 효과가 있을까?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그렇게 읊어주는 남편의 미소를 보니 진짜 약손인양
불쾌했던 배 아픔도 개운하게 사라져버렸다.
진짜 효과 있는 약손인지 아님 아까 먹은 진통제 때문인지 모르지만
내가 금세 거뜬해졌다고 씩씩하게 웃으니 남편은 정말? 정말? 그런다.
나도 그 진통제 때문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남편의 따뜻함이 전해져 아픈 병균도 모두 사라져버린 거라고 생각한다.
약손을 가진 남편 그 따뜻함을 느꼈던 어제,
불쾌했던 배 아픔 덕분에 뜻밖에 얻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자 미상
첫댓글 정말 멋지네요 ㅎㅎㅎ
앗저도 아주 몇십년전 여기 글 프린트해놓은글이 있는데 저도 시간되면 올려도 될까요 ? ^^
감사해요.
감회가 새록새록~~ㅎㅎ 예전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