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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9월 26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이후 12일 독일에서 열리는 람슈타인 국제회의를 앞두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론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람슈타인 회의에 참석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서방 진영의 압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독일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를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협의체의 25번째 모임이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50여개국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으로 불린다. 당초 이번 회의에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해 서방 20여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허리케인 밀턴의 상륙 예보로 회의 참가를 취소했다.
지난해 10월 독일 람슈타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국방부 mil.gov.ua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정의롭게 종식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치인 승리 '플랜'(승전 구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김이 샌 듯한 느낌이다.
회의를 앞두고 서방 측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EU의 외무장관 격)은 스페인 언론 매체 '20분(20 minutos)'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전쟁은 15일 안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이 끝나길 원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끝나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아가 "우리는 때가 되면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분위기가 시들해진) 지난 5월에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 키예프(키이우)는 며칠 안에 항복할 것"이라고 대(對)우크라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람슈타인 회의를 앞둔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때가 되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를 붙여,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회원국들을 다독였다.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사진출처:엑스@JosepBorrellF
관심은 그 협상이 언제쯤 가능할 것이냐다.
스트라나.ua는 7일 이날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영토와 나토의 교환, 대화는 계속된다'("НАТО в обмен на территории". Продолжаем разговор) 코너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포기하고 대신 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는 방안에 대해 서방에서는 논의가 치열하다"고 썼다.
이 논의에 불씨를 당긴 이는 지난 1일 퇴임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NATO)사무총장이고, 불을 계속 지피는 쪽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다.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지난 주말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11월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 주변에서는 격변이 예상된다"며 "협상 테이블을 둘러싼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일이 일어날 수 있으나, 협상 시기는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비해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독립 국가로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는 핀란드가 1939년 소련과 맞서 싸운 '겨울 전쟁'을 제시했다. 그는 핀란드가 영토의 10%를 포기하는 협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까지 국경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FT는 그러나 핀란드가 그후 수십 년 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원하고 있으니, 핀란드 방식은 불가능하다.
스톨텐베르그 전총장은 이 대목에서 동서독 공존 방식을 내놨다. "반드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이 아닌 경계선이라도 있으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지만,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쿠릴 열도(일본식 표현으로는 북방영토)는 제외한다"고 실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독일 통일전에도 서독은 동독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겼지만, 서독는 나토 회원국이 됐다"며 "자동군사개입을 규정한 나토 헌장 5조가 적용되는 경계선을 굳이 러시아 점령 우크라이나 4개주(州)로까지 확장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
유럽 내 협상 분위기의 조성을 주도하는 듯한 FT의 논지는 거침이 없다.
FT는 안드리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중) 영토와 나토 가입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최전선에서 전쟁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당연히(?)이를 부인했고, FT는 나흘 뒤(5일) 서방 국가들이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이 제시한 전쟁 종식안(독일식 모델)을 우크라이나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는 후속 기사를 또 터뜨렸다. 7일에는 논설위원실 명의의 기사를 통해 "워싱턴과 일부 서방국, 키예프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며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군의 격퇴라는 기존 목표에서 미래를 감안한 최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목표를 바꾸고 있다는 FT 논설위원실 기사/캡처
스트라나.ua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핀란드, 동서독 모델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FT는 "시비가 우크라이나 신임 외무장관은 이 주제에 대한 논의조차 금지되었던 쿨레바 전 장관보다 영토와 안보(나토 가입) 교환 방식의 협상 가능성에 더 실용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맺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뉴욕의 한 외교관 발언을 소개했다. 이 외교관은 "이러한 대화가 금기시되었던 불과 6개월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단정했다.
FT는 "2년 6개월을 훌쩍 넘긴 전쟁에 우크라이나 사회가 지쳐 있고, 최전선의 군인들조차 이제는 러시아와 협상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군인은 FT에 “협상에 찬성한다"며 "나의 아들이 거의 평생을 싸우게 할 수 없고, 나의 손자가 '끝없는 분쟁'을 물려받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반응은 아직 한결같다. 게오르기 티히 대변인은 "FT 소식통의 정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누가 그런 허위 정보를 흘렸는지 궁금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뉴욕에서 열린 장관 참석 회의에 모두 배석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영토 타협에 대한 제안이나 토론, 심지어 힌트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권과 영토 보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장관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같은 우크라이나 외무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가까운 동맹국들의 태도다. 나토 군사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체코 대통령이 된 페트르 파벨은 자국 프라보(Právo) 신문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체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나토 가입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행정 경계라도 경계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영토만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냉전 전문가인 메리 사로트도 "우크라이나는 방어 가능한 군사적 국경을 정하고, 자국 영토에 나토 군대나 핵무기를 영구적으로 배치하지 않으며, 정당한 방위를 제외하고 국경 너머의 무력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협상이 그렇지만, 영토와 나토 가입 방식도 실행까지는 산너머 산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절대 반대하는 러시아의 태도와 일부 나토국가들의 반대다. 미국도 나토의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전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동서독 모델'을 채택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나토 내에서도 슬로바키아나 헝가리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어떨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도 나토는 러시아가 설정한 레드 라인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사실상 차단해왔다.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 전쟁 위험이 고조된 지금, 러시아의 태도 변화는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설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나토 가입 금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휴전에 동의하는 '한국전 휴전 시나리오'를 받아들이더라도, 양국간의 국경은 동결된 살벌한 전쟁터로 남을 공산이 크다.
나토의 상징/사진출처:위키피디아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나토의 모든 회원국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발사체(미사일)나 FPV 드론(1인칭 시점의 드론) 한 대라도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간다면, 러시아가 나토에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날 바로 러시아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다. 설령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핵으로 대응할 것이고, 온 세상이 폐허로 변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인들과 나토는 천국에 갈 것이지만, 당신들은 그냥 죽을 것”이라고.
하지만 서방은 어느 누구도 러시아에 이런 말을 할 용기가 없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이번 람슈타인 회의에서도 전체 회의 전날 바이든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스타머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나토 주요 정상들이 별도로 회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으로 유럽 정상들의 모임으로 좁아졌다.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크라이나에게는 나쁜 쪽이라고 한다.
숄츠 총리의 달라진 행보가 그 징후의 하나로 거론된다. 독일 언론들은 2일 숄츠 총리가 약 2년 만에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작금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드문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독-러 정상의 직접 접촉만으로도 지난 2년여간 고수해온 독일의 대(對)우크라 정책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두 정상의 통화는 2022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무기지원 정책을 들어 서로 비난하고 끝냈다. 그후 접촉이 없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2022년 12월 이후 푸틴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어떠한 비공개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항상,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독일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영토와 나토 가입 교환'론을 논의할 때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생전에 주창한 평화안도 늘 소환된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도 안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과 크림반도 등 빼앗긴 영토를 무력으로 수복하는 것을 포기할 것인데, 그 자체만으로도 러시아 안보와 역내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 생전에 그를 찾아간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텔레그램 @ermaka2022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다. 두가지 경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는 러시아에 대한 강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이다. 우크라이나가 2023년 여름 반격 개시 전, 미국 측에 전달한 전략적 목표다. 우크라이나 측은 반격이 성공해 크림반도 경계지역에 도달하면, 러시아에 '나토 가입에 동의하지 않으면, 크림반도를 공격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내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격 작전은 실패했고, 앞으로도 그같은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러시아와 합의를 통해 나토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4개주(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를 이양하고, 서방도 대러 제재를 해제한다는 조건으로 나토 가입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러시아가 평화협정(초안)을 도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밀당을 했듯이, 이론적으로 협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밀당이 이뤄진다면 서방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나란히 나토에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스트나라.ua는 내다봤다. 이 매체는 옛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옐친-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제기됐던 러시아의 나토 가입 구상이 30년 가까이 흐른 뒤에 성사되는 빅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살짝 비꼬았다.
현실로 되돌아오면,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거부라는 기본 자세를 바꾸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실성이 뚝 떨어진다. 어쩌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계속 싸우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그 판을 바꿔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워싱턴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승인을 얻어내지 못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람슈타인 회의가 또 한번 워싱턴에 매달려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으로 물건너갈 판이다. 회의장내에서는 평화협상 분위기가 오히려 더 짙어질 수 있다.
FT에 이어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도 이에 동조하는 편이다. 이 신문은 5일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이 키예프에 전쟁 종식 협상을 요구하는 새로운 압력 단계를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승리 플랜'으로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고 △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으며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치욕을 당한 것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를 인정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에 '승리 계획'을 제시했지만, 세부사항은 아직 모호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동 전쟁의 확전 고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결과가 모호해 우크라이나는 안보의 불확실성속에 남았다는 워싱턴 포스트 기사/웹페이지 캡처
WP는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나토 가입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썼다. 또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주민들도 러시아의 집요한 공습으로 정전 사태를 겪고, 우글레다르 함락 등 동부 지역 전황을 들으면서 정서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민심을 측정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키예프 국제 사회학 연구소의 안톤 글루세츠키 소장은 WP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의 20% 이상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나토 가입이나 안보 보장을 대가로 한 일시적인 타협(영토 양보)에 점점 더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 절대 다수가 러시아의 영토 점령을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안보라는 특정 조건을 바탕으로 일부 영토의 완전한 수복을 미래로 넘기는 방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디"고 전했다.
이에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구 부장관은 3일 우크라이나 주변 여건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어느 시점에 우리가 일종의 외교적 해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발언으로도 들리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리 계획이 전달되고 난 뒤라는 시점이 주목을 끈다. 특히 중국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 국가들)이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평화 구상을 내놨고, 우글레다르의 함락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선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전선의 상황과 관련, 군에 입대한 언론인 블라디미르 보이코는 "최전선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지난 3월까지는 탈영 등 전선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을 바로잡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군의 붕괴가 어떤 조치도 도움이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선에는 지금 병력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력 부족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선 붕괴에 대한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전 대통령실 고문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아레스토비치는 "2~3개월, 아니 3~4개월 뒤에는 두 방향의 전선이 무너지고, 후퇴를 거듭하는 전선은 6~7개월 안에 또 무너진다는 뜻"이라며 "러시아군은 더욱 빠른 기동작전으로 하르코프와 폴타바, 드네프르, 자포로제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곳들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산업 중심지다.
그는 “러시아 문화와 언어의 사용 금지에서 경제적 차단에 이르기까지 매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내놓는 권력은 거의 매일 발생하는 새로운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일한 탈출구는 정신을 차리고 전쟁을 중단하고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개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러시아와의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가 사회적 격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리는 FT에 “러시아와의 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회에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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