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6.1% 감소한 24만4780대에 그쳤다. 2018년 26만705대가 판매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것에 비하면 의미 있는 후퇴다. 이미 수입차 시장은 정점을 찍고 보합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에는 경제 불황보다 수입차에 악재가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일본차 불매 운동의 여파로 5천~1만대 가 감소했다. 여기에 강화된 인증절차로 인한 물량 확보 실패가 판매 부진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수입차 전체 규모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3개의 브랜드가 1만대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불황에 강한 브랜드다. 바로 볼보, 지프, 미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1만대’ 숫자는 상징적이다. 한국인을 위한 특별한 사양이나 옵션 개발이 가능해지는 소위 '규모의 경제' 진입 숫자다.
볼보는 2019년초 연간 판매 목표를 1만대로 정했다. 지난해 1만570대를 팔아 전년 동기(8524대) 대비 무려 24% 성장했다. 2014년부터 6년 연속 20%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성공 비결은 탄탄한 SUV 라인업에 있다. 소형 SUV인 XC40부터 시작해 중형 SUV XC60과 대형 SUV XC90까지 이어지면서 SUV만 6023대가 판매됐다. 전체 판매량의 57%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 출시한 V60 크로스컨트리와 동년 8월에 출시한 세단 S60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각각 980대, 1050대 판매됐다.
볼보는 특유의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과 검증된 안전 및 편의 사양가 인기몰이의 주 요인이다. 올해도 큰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프 브랜드를 내세운 FCA코리아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볼보와 마찬가지로 SUV의 공이 크다. FCA는 SUV의 인기가 거세지면서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단종하고 SUV의 대명사인 지프 브랜드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라인업은 레니게이드,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랭글러로 이어진다. 지난해 1만2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5% 성장했다. 지난해 지프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소형 SUV 레니게이드다. 2391대가 판매됐다. 두 번째 볼륨 모델은 지프의 상징과도 같은 랭글러로 2186대가 판매됐다. 뒤이어 그랜드 체로키 2151대, 컴패스 1766대, 체로키 1721대가 뒤를 이었다. 지프의 1만대 클럽 비결은 전 모델이 모두 고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을 선보인데 이어 기존 사하라 트림을 대신하는 도심형 오버랜드 트림을 추가했다. 지프는 '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신 만의 독특한 오프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지프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니는 BMW그룹의 전륜구동 소형차 브랜드다. 국내 진출 15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1만222대다. 이는 2018년(9191대)에 비해 11.2%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미니 쿠퍼로 5도어, 3도어는 물론 컨버터블과 JCW 등을 모두 포함해 5665대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미니는 뉴 클럽맨, 뉴 JCW 클럽맨, 뉴 JCW 컨트리맨 등 가지치기 모델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미니는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니와 함께하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며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만대 판매를 돌파한 볼보∙지프∙미니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과 함께하는 개성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SNS를 통해 고객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대중차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해준다.
한편,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1만대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7만8133대, BMW 4만4191대, 렉서스 1만2241대, 아우디 1만1930대, 토요타 1만611대, 볼보 1만570대, 지프 1만251대, 미니 1만222대다.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혼다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