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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집]조슈아 폰 아르님(Josua von Arnim)-챕터1. Da capo al fine
조슈아 : 또 만났네.
어디선가 나타난 걸까… 아니면 실은 내곁에서 사라진 적이 없는 걸까?
조슈아 : 감시라도 할 생각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공평한 게임이 못 돼.
조슈아 : 넌 네가 내킬 때마다 멋대로 나타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으니까.
조슈아 :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지.
너와 함께 있으면 편하거든.
조슈아 : 다른 녀석들이 오지 않으니까.
…나는 예의 바른 적(敵)은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벤야 : ….
벤야 : 아니야.
아직도 당신은… 두려워하고 있어.
조슈아 : 이런…. 정말 상냥하지 못한 사람이로군.
조슈아 : 너, 살아 있을 때는 어떤 이름이었어?
지금과 같은 이름? 이런 모습이 아닐 때에는 어떤 모습이었지?
조슈아 : 너는… 내게 할 말이 없어?
벤야 : ….
나는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어.
벤야 : 정해진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나도 말하고 싶어. 말하고 싶지만….
벤야 :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야.
벤야 : 그 언제였든, 내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어.
앞으로도 없을 테지.
조슈아 : 그건….
[엘티보 항구 도착]
지켈 본스컬 : 그럼 여러분~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또 이용해 주세요-!!
조슈아 : …작별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
조슈아 : 서늘하고 조용하고… 좋은 곳이네.
켈티카처럼 한 나라의 수도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헬가 : 보고 가이소~ 보고 가이소~!
엘티보 앞바다에 보드카가 동동 뜬다캐도 컵이 없으면 못 떠 마셔예~!
모리츠 : 몸도 비실비실한 게 아침부터 좋다고 공 타는 기… 아따, 못 봐주겠구마.
구경꾼도 없는데 퍼뜩 내려 온나.
헬가 : 언제 구경꾼이 올지 모르는데 광대 주제에 길바닥에 퍼질러 있을 거가?
와 자꾸 심통인지 모르겠데이.
조슈아 : ….
조슈아 : 어디….
우선 저 남자분에게 물어 보기로 할까?
모리츠 : 이거이거~ 마밥사 양반 아닝교?
헬가 : 오메, 반가워예.
온다온다 카더니만 재미 좋은갑네예? 통 보기가 힘든거 보니까 말이지예.
조슈아 : (이 두사람… 나를 알고 있는 건가?
아니, 다른 나를.)
조슈아 : (적어도 그 사람은 광대가 아니라 마법사인 모양이로군.)
헬가 : 전에 약속한 대로 마술을 가르쳐 주러 온거지예?
모리츠 : 헬가, 니는 또 언제 그런 약속을 다 했노?
하여튼 눈을 못 뗀데이.
모리츠 : 비실비실한 게 오만 데를 다 싸돌아 댕기니….
헬가 : 모리츠, 마술 배워 놓으면 쓸데가 안 있겠냐고 해 놓구선….
와 또 내한테 시비거는 긴데?
헬가 : 일부러 찾아 가서 약속 받아 놨었구만….
조슈아 : (…두 사람 이름이 헬가와 모리츠구나.
나를 대체 누구로 착각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닮았나?)
모리츠 : 어이, 마법사 양반.
뭘 그래 넋을 놓고 앉았노?
모리츠 : 마술 가르쳐 준다고 온 거 아닝교?
…마술에는 자신이 없는 긴가?
조슈아 : 마술을 가르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전 마법사가 아니라서요.
다른 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헬가 : …어째 전에 뵜을 때랑 쪼매 다른 거 같아예?
옷이 달라 그런가?
모리츠 : 니는 외간남자 옷 입는 거까정 다 신경 쓰믄서 뭔 놈의 재주를 부린다 그카노?
그럴 끼면 퍼뜩 고향으로 돌아가그라.
헬가 : 또 와 시비고?
내 암 말 안 할꺼구마. 인자 됐나? 흥.
모리츠 : 다른 거….
그카믄 노래 듣고 맞추는 거나 쪼매 가르쳐 주고 가이소.
조슈아 : 노래 듣고… 맞추는 거?
아… 청음(聽音) 말이군요.
모리츠 : 이름이야 어쨌든, 헬가 저 아도 그렇고 내고 그렇고….
요래, 짝- 하고 박수 치면서 맞춰서 샥 돌고, 조래 짝- 하고 박수 치면 맞춰서 샥 돌고…
이게 안 된다 이 말이요.
헬가 : 맞아예~ 평소엔 잘 듣다가도 도대체가 한참 재주를 넘다 보믄 정신이 하나도 없어예.
요짞에서 치는지, 딴 쪽에서 치는지, 통 맞출 수가 없는 기라예.
조슈아 : 감각이 없지는 않을 테니까 단순히 훈련이 부족한 거 아닐까요?
조금만 익숙해 지면 괜찮으실 거 같습니다.
헬가 : 부탁하길 잘 했네예~
그럼 이따가 보입시더~!
모리츠 : 준비 딱 하고서 기다릴 테니 퍼뜩 오이소~!
조슈아 : (아… 난데 없이 광대 수업을 하게 됐네.
왜 이러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조슈아 : (찾으러 온 게 있는데 팽개쳐 놓고 이런 일 저런 일 참견만 하고 있으니….
이건 정말이지….)
조슈아 : (정말로 도망치는 것 같잖아.
지금의 나는 마치 앞으로 마주칠 일을 두려워해서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는 것 같아.)
조슈아 : (….
뭐, 아무래도 좋아. 일단은 눈 앞의 일에 집중하자.)
조슈아 : (저 광대들의 말대로라면 아무 때건 여기로 다시 오면 된다는 거지?)
조슈아 : 요령은 간단해요.
어느 방향에서 울리는가 하는 게 첫 번째고, 어떤 음이 울리는가 아는 게 두 번째죠.
조슈아 :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세히 설명하자면….
[소리퍼즐]
조슈아 : 여기서는 물소리가 들리는 방향의 발판을 밟으면 됩니다.
잘못 밟으면 저 게이지가 차고, 올바로 밟으면 줄어 들지요.
조슈아 : 제한 시간 3분 안에 끝내지 못하거나 저 게이지가 꽉 차면 음(音)의 방향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여,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슈아 : 음… 여기서는.
일단 이렇게….
조슈아 : 물 소리, 네오 트럼프돌 소리, 귀뚜라미 소리… 각각의 발판에서 다른 소리가 나죠.
아주 기본적은 클라비코드(clavichord) 같지 않습니까?
조슈아 : 이곳의 연습 방법은, 우선 이쪽 버튼을 누르면….
조슈아 : 지금 들었던 걸 차례차례 누르면 됩니다.
조슈아 : 제대로 된 음을 누르고, 그때마다 이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되죠.
조슈아 : 그리고 조금 아까처럼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경우에는, 해당하는 두 발판을 차례대로
다 누른 후에 이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되죠.
조슈아 : 순서대로 다 밟았으면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조슈아 : 예를 들어 아까처럼 물소리, 트럼프돌 소리, 트럼프돌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 경우라면.
조슈아 : 첫 번째 건반을 밟고 이걸 밟고.
조슈아 : 두 번째 건반을 밟고 다시 이걸 밟고.
조슈아 : 그리고는 두 번째 건반을 밟고, 다시 세 번째 건반을 밟고, 마지막으로 이걸 밟아 주고.
조슈아 : 끝났으니까 다시 이쪽을 밟아주면 되죠.
조슈아 : 여기까지 제대로 맞추면 문이 열립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헬가 : 잘 배웠어예.
하지만 오늘 익혔다고 내일도 기억 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우리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어예.
조슈아 : 이왕 맡기로 한 거니까 확실한 게 좋겠죠.
알았습니다.
조슈아 : 다음에 광장의 같은 자리로 찾아 뵙기로 하죠.
모리츠 : 우리도 하던 가닥이 있으니께 서너 번 하면 금방 익히지 않겠나. 뭐 그래 생각하는데….
그럼 욕 보소.
모리츠 : 또 만나예~
광장의 그 자리에서 기다릴 테니까에~
[엘티보]
모리츠 : 마법사 양반, 보기보다 참말 성실한 사람이었구마?
다시 봤다 아잉교. 참말~ 대단하구마.
헬가 : 어쩜 이래 싫은 내색도 없이 또박또박 잘 가르쳐 주시는지, 엄청지레 놀랐다 아입니까.
덕분에 이제 잘 알겠어예. 실수도 많이 줄었고.
헬가 : 고마워서 어쩐대예?
조슈아 : 아뇨.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군요.
조슈아 : 그럼….
헬가 : 저, 저기예~!
조슈아 : …?
헬가 : 저… 혹시 딲히 할 일이 없으시면 부탁 하나 더 들어 주실 수 있으세예?
모리츠 : 부탁은 뭔 부탁이고?
하나 배웠으면 됐지 또 뭔 욕심을 부릴라고?
헬가 : 그게 아이다~! 내사 겔다한테 신경이 쓰여서 가러는 기라.
이 답답한 화상아-! 우예 된 것이 니는 니 생각만 하노?
모리츠 : 아… 겔다.
맞다. 우린 금방 또 구경꾼들이 올 시간이니 자리를 뜰 수가 없고….
조슈아 : 무슨 부탁인지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헬가 : 우리 둘 다 외지에서 왔다 아입니꺼. 떠돌이라예.
다녀 보셨는가 몰라도 원래 외지 생활이라는 기 서럽다 아잉교.
헬가 : 지난 번엔 둘 다 심하게 감기에 걸려서 공연도 못하고 앓아 누웠는데, 여관비 낼 돈은 떨어져가지…
뭐 들여다 보는 사람 하나 없지….
참 쓸쓸하데예.
헬가 : 그때 겔다라고… 동네 꼬마 있는데, 그 애가 우리가 안 나오니 걱정이 됐는가 봐예.
지 먹을 간식을 들고 찾아 왔더란 말이지예.
모리츠 : 그 어린 것이 새빨갛게 얼어 가지고 찾아 왔는데, 어찌나 찡하던지….
사람된 도리로 뭐 보답을 해줘야겠는데, 보다시피 자릴 비우는 게 통 여의치가 않구마.
헬가 : 또 보러 안 오나 싶었는데 감기 낫고 나서는 한 번도 못 봤다 아잉교.
마을 어디 돌아댕기고는 있을 것인데… 계속 거리에서 공연을 할라니 통 그 애를 찾으러 나갈
시간이 없는 거라예.
헬가 : 그래서 뭔가… 선물을 쪼매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예.
우리 대신에 말이라예.
조슈아 : 음…. 겔다라는 아리를 찾으라는 건 알겠는데 제가 그 아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 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모리츠 : 어려도 계집아이라 그런가… 뭘 좋아하는가 아직도 모르겠구마.
알면 우리도 좋겠지만서도, 어떻게 쪼매 안 되겠나? 마법사 양반?
헬가 : 부탁 드려예.
겔다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뭔가 바라는 걸 선물 해 주셨으면 좋겠어예.
모리츠 : 우린 이제 슬슬 공연 준비를 해야겠구마.
부탁 할테니 다녀 오이소?!
조슈아 : (…그야말로 사건이 사건을 부르는군.
이런 식으로라면 평생도 그냥 흘러갈 거 같은데?)
조슈아 : (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에 관여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겠다. 일단은 흘러 가는 대로 가 보기로 하자.)
조슈아 : (그러면… 우선 거리 어딘가에 있을 겔다라는 아이를 찾아야 겠다.
여자아이인 모양인데…. 어디에 있을까?)
겔다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겔다예요.
날씨가 참 춥죠? 그래도 썰매 타기엔 정말 좋은 날씨예요. 눈만 안 오면 되는데….
조슈아 : 안녕하세요.
겔다 양.
겔다 : …?
조슈아 : 헬가 씨와 모리츠 씨 부탁으로 왔습니다.
그 두 분이 말씀하시길, 겔다 양에게….
겔다 : 역시 다른 사람이네.
…누구세요?
조슈아 : …네?
겔다 : 제가 오빠 님을 뭐라고 부르면 돼요?
조슈아 : (오빠 님…?
보통은 오라버님이라고 하지 않나? 아니면 그냥 오빠라고 하거나.)
겔다 : 응?
뭐라고 부르면 돼요?
겔다 : 남한테 말을 걸면서 자기 소개를 안 하는 건 아주아주 수상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예요.
알았어요, 오빠 님?
조슈아 : ….
조슈아 :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조슈아 : 나는 조슈아라고 해요.
겔다 : 으응~ 조슈아 오빠 님이구나.
그래서 헬가 언니랑 모리츠 오빠가 뭘 부탁 했는데?
조슈아 : 두 분이 겔다 양이 베푼 친절에 무척 고마워하고 계세요.
그래서 뭔가 선물을 주고 싶다는데… 뭘 받고 싶어요?
겔다 : 웅… 선물?
음…. 뭘 시킬까-?
겔다 : 아!! 그럼~ 봉봉 오 쇼콜라!
그거 맛있는데 엄마가 비싸다고 잘 안 사주시거든요.
겔다 : 게다가, 그건 과자점이 아니라 주점 펭귄 삼 형제에서 팔기 때문에 어린애 혼자서는 사러 갈 수도 없어요.
훌쩍.
조슈아 : 봉봉 오 쇼콜라…?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겔다 양.
겔다 : 오빠 님, 다녀 오세요~!
겔다 : 앗, 다녀 오셨어요?
겔다 : 엄마가 낯선 사람이 주는 건 받지 말랬어요. 전 예쁘니까 위험하다나요?
헤헤. 그치만 헬가 언니랑 모리츠 오빠 부탁이니까, 특별히 받는 거예요!
조슈아 : 그거 영광이군요.
겔다 양.
겔다 : 아, 그런데 오빠 님은 누굴 만나러 오신 거예요?
조슈아 : 그건… 미안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겔다 : 비밀?
조슈아 : 네, 비밀.
겔다 : 저도 알면 안 돼요? 네? 네?
둘 만의 비밀로 해 줄게요. 네?
겔다 : 알려 주세요~ 가르쳐 줘요~ 네?
제가 도와 줄게요! 제발- 알려 주세요- 오빠 님! 네?
조슈아 : ….
조슈아 : 좋아, 알려 줄게요.
헬가 씨와 모리츠 씨가. 겔다 양을 부디 웃게 해 달라고 부탁 하셨으니까요.
조슈아 : 하지만 두 분이 기다릴 테니까 그쪽에 다녀 오는 게 먼저예요.
실은 그 두 분이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을 알고 있거든요.
겔다 : 정말? 정말?
와아- 신난다!
겔다 :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릴 게요. 오빠 님, 꼭 돌아오는 거예요?
약속!
조슈아 : 네. 약속 할게요.
조슈아 : (터무니 없는 약속을 해 버렸네.
…아무튼 이걸로 의뢰는 마쳤으니까 헬가 씨에게 보고하러 가자.)
헬가 : 아, 다녀 오셨능교?
겔다가 기뻐 했어예?
헬가 : 자세히 이야기 좀 해 주세예~!
조슈아 : …이상입니다.
하지만 역시 두 분이 언제 한 번 만나러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군요.
조슈아 : 감사하는 마음은 직접 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헬가 : 그럴 게예.
모리츠 : 고맙구마, 마법사 양반.
참말 제대로 된 사람이구마~ 놀랍소.
헬가 : 고마워예~ 마기 카르디 씨.
정말 고마워예~!
조슈아 : (마기 카르디…?
아하, 마법사 씨는 그런 이름이로군.)
조슈아 : (…그럴싸한 이름이야.
배우로서는 말이지.)
헬가 : 나중에 또 놀러 오시라예~
조슈아 :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조슈아 : (이제 필요한 정보도 얻었으니까 약속대로 겔다에게 돌아가자.)
겔다 : 앗, 다녀 오셨어요?
누굴 만나야 하는 지는 알게 되셨나요?
조슈아 : 네. 마기 카르디를 만나러 갈 거예요.
겔다 : 역시.
조슈아 : 역시?
겔다 : 응- 그럴 줄 알았어요.
닮았으니까요.
조슈아 : 그렇게나 닮았나요?
헬가 씨와 모리츠 씨도 끝내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겔다 : 이만큼이나 닮았는걸요? 당연하죠. 그럼 대개는 아, 그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잖아요.
누가 혹시 다른 사람인가?하고 생각하겠어요?
조슈아 : ….
겔다 : 으응… 그치만 오빠 님은 마기 카르디, 아니잖아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걸요.
겔다 : 오빠 님은… 웅….
웅… 오빠 님은 제 눈을 보면서 이야기 해 주고, 부탁도 들어 주고, 그리고… 약속은 꼭 지키니까요.
조슈아 :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나 비슷한 사람이라….
조슈아 : 겔다 양,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 놀이예요.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하면 안 돼요. 알았지요?
겔다 : 네~!
저는 비밀 잘 지켜요! 헤헤. 자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겔다 : 저만 아는 비밀이 이만~ 큼이나 있으니까요!
오빠 님은 안심하셔도 돼요.
조슈아 : 고마워요, 겔다 양.
그럼….
겔다 : 잠깐, 잠깐, 오빠 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건지 알고 있으세요?
조슈아 : 그야 마기 카르디를 만나러….
겔다 : 어휴, 이렇다니까.
오빠 님은 좋은 사람 같은데, 왠지 나사가 하나 풀린 거 같아요.
겔다 : 그렇게 넋을 놓고 다니면서 비밀 놀이를 하면 위험하다구요!
에헴.
조슈아 : 아… 미안해요.
그러면 비밀 놀이에서 위험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겔다 : 그야 당연히!
비밀 놀이니까, 변장을 하고 가야죠!
조슈아 : ….
겔다 : 제가 얼른 집에 가서 도구를 가지고 올게요! 헤헤.
제가 다 빌려드릴 테니까, 오빠 님은 제가 도구를 꺼낸 자리에 살짝 채워 놓을 걸 구해다 주세요!
겔다 : 응… 그러니까… 우웅….
몽쿠스의 털 10개하고 작은 소라 30개면 될 거 같아요.
조슈아 : 아… 네, 그럼 다녀 올게요.
몽쿠스의 털 10개하고 작은 소라 30개면 되는 거죠?
겔다 : 오빠 님. 다녀오세요~!!
조슈아 : (하긴, 마법사 쪽도, 똑같은 얼굴을 갑자기 마주 대하는 건 피하고 싶겠지.
분장하고 무대에 오르는 게 나쁠 건 없겠다.)
겔다 : 오빠 님~!!
어서 오세요!
겔다 : 엄마 몰래 이것저것 가지고 오느라 늦을 뻔 했어요.
헤헤.
겔다 : 얼른 오빠 님 변장을 도와주고. 곧장 돌아가서 들키지 않게 서랍을 채워 놔야 겠어요.
조슈아 : 어머니 몰래 뭘 가지고 나오는 건 칭찬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닌데요. 겔다 양.
본의 아니게 공범이 된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요.
겔다 : 에헤헤. 알고 있어요~!
그치만… 어차피 엄마는 오늘도 내일도 집에 안 들어오실 게 뻔한걸요, 뭘.
겔다 : 어차피….
어차피 눈치 채지 못하실 거에요.
조슈아 : ….
아무튼 부탁한 건 가지고 왔어요,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겔다 : 오빠 님은 정말 좋은 분이군요.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겔다 : 겔다의~ 스페셜~ 변장 놀이~!!
짠~!
겔다 : 꺄아~ 오빠 님, 멋져요!
와아~!
조슈아 : 아… 하하.
고마워요.
조슈아 : (이것 참….
어린 아가씨들은 이런 걸 좋아하나?)
조슈아 : (동화책에 나오는 허풍쟁이 앵무새 같은데….)
겔다 : 멋져요~ 멋져요~!
알록달록해서 귀엽다구요! 헤헤.
조슈아 : (알록달록해서 귀엽다는 건 어떤 감성인지 잘 모르겠지만….
카니발의 왕으로는 제법 어울릴 것 같은 복장이군.)
겔다 : 자~ 그럼 오빠 님. 다녀오세요!
전 얼른 엄마한테 들키지 않게 서랍에 이걸 채워두러 가야 되겠어요. 헤헤.
조슈아 : (…그럼 장난감 가게로 마법사를 만나러 가 볼까.)
[장난감 가게 마스커레이드]
카르디 : 가면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과연 축제에 어울릴 듯한 광대의 왕이 찾아 주셨군.
카르디 : 무얼 찾고 있어? 길 잃은 토끼 씨.
조슈아 : (이거 놀라운데.
내 무대복… 내 가면….)
조슈아 : (…그렇군. 사물은 한 번 쓰고 버리면 끝이지만. 거기에 깃든 기억은 자취가 되어 남는 법이지.
그걸 같은 사람이 공유 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는 걸지도….)
카르디 : 광대 씨, 무언극이라도 펼칠 생각이신가?
조슈아 : 물론 무언극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처음 뵙겠습니다. 마법사 님.
조슈아 :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막(幕) 뒤에서 뵐 수 있을까요.
카르디 : ….
배우는 무대 위에서 만나는 편이 좋지 않던가?
조슈아 : 가면을 쓴 배우는 무슨 역이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가면을 쓰지 않은 마법사 님을 뵙고 싶습니다.
카르디 :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광대 씨, 나는 이 무대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어.
카르디 : 당신이 내 가면을 벗길 생각이라면, 나는 무대 위에 있을 테니 당신이 이리로 올라 오라구.
당신이 나를 연기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가면을 벗을테니.
조슈아 : 연기라….
어려운 주문이군요.
카르디 : 난 광대 씨가 뭘 확인하고 싶은 건지 대충은 알겠어.
…그러니 힌트를 주기로 하지.
카르디 : 사람의 진심은 항상 감추어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하지만 당신이라면 내 진심을 맞출 수 있을 거야. 어때? 이 내기에 응하겠나?
조슈아 : 요청하는 건 이쪽이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게는 내기도 숙명일 테니.
카르디 : 내기는 세 번. 운명의 시련도 세 번.
…세 번 맞추면 빙고야.
카르디 : 자, 그럼 천천히 천천히.
감추는 게 있으면 나도 감출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라구.
조슈아 : (가위바위보 게임인가?
이건 정말 쉽지 않군.)
조슈아 : …제가 당신과 세 번 똑 같은 걸 낸다면 빙고죠?
시작 하겠습니다.
카르디 : 자, 말했지?
감추는 게 있으면 나도 감출 수밖에 없다고.
카르디 : 하지만 당신이 맞춰 주었으니 나도 약속을 지켜야지.
조슈아 : ….
조슈아 : 약속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배우를 무대 아래로 내려 서게 했으니, 만나러 가는 쪽도 예의를 지키는 게 걸맞는
일이 겠지요.
카르디 : 도망치는 건가?
조슈아 : 천만에요.
가면을 벗고 다시 뵙겠습니다.
조슈아 : 다음 막(幕)에서 말이지요.
카르디 : …저런, 가면이 없으면 표정이 더욱 잘 보일텐데 괜찮은가?
마법사든 광대든, 표정이 읽힌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지.
조슈아 : 그러니 잠시 막을 내리고 막간을 갖지요.
숨을 고르고,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하기로 하겠습니다.
조슈아 : 다시 인사를 드리도록 하죠.
처음 뵙겠습니다.
카르디 : ….
카르디 : 아, 그래. 처음 뵙겠습니다….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내 놔야 할 분위기로군.
조슈아 : (인형은 아니군.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아냐.)
조슈아 : (다른 객체를 또 하나의 주체로 인정한다는 건, 그것 자체에 모순이 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생물학적 쌍둥이? 복제?)
조슈아 : (…아니, 설명하려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해.
현상은 현상 그대로 받아 들이는 수밖에 없지.)
카르디 : 자, 그럼 들어보기로 할까?
광대 씨. 왜 이 먼 곳까지 행차 하셨지?
카르디 :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굳이 나를 마주하는 건 당신한테도 별로 유쾌한 경험이 못 돼.
그걸 예상하면서도 찾아 온 이유가 뭐야?
조슈아 : 예상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결말은 봐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죠.
카르디 : …배우란 파국의 예감에도 연기를 지속하는 법이지.
물론.
카르디 :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잘난 배우 씨. 그대의 대본에는 다음 지시문이 없어.
조슈아 : (….)
조슈아 : (책장을 넘겼지.
거기에는 이야기도 그림도 없었어.)
조슈아 : (작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텅 빈 백지이겠지만, 배우가 두려워하는 건 거울….)
조슈아 : (결말을 예상하던 눈 앞에 붙어 있는 거울이지.
거울은 그 자신의 표정을 되비칠 뿐이니까.)
카르디 : 저런.
지시문이 없으면 연기할 수 없는 건가?
카르디 : 대본도 없고 가면도 없으면, 그래서 말해야 할 대사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면 당신은 입을
다물어 버리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어.
조슈아 : (자기 자신을 연기하라는 것만 아니면 그 무엇이든 상관없는데.
…차라리 빙의가 낫겠군. 적어도 그건 타인이니까.)
조슈아 : (자기 자신만은, 도무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 건지 판단할 수가 없어.
거울을 들여다 보아도 거울 속의 나는 홀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조슈아 : …아니,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눈으로.
조슈아 : 그리고 이 무대에는 제 배역이 없는 모양이니,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호의에 감사 드립니다.
조슈아 : 그럼….
카르디 : 퇴장이라….
카르디 : 이런이런.
이봐, 광대 씨. 당신은 아직 제대로 된 광대도 되지 못했군 그래.
카르디 :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말야….
조슈아 : ….
카르디 : 혼자서는 가면을 쓸 줄 모르는 배우라니.
진작 알았다면 당신에게 가면을 벗으라고 말하지 않았을 거야.
카르디 : 본의 아니게 잔혹한 짓을 했군.
…가능하면 다음에는 정식 무대에서 뵙고 싶네.
조슈아 : (…그는 동요하지 않는 건가?
어떻게? 왜…?)
조슈아 : (내 존재에 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인가?
그의 옷, 그의 가면, 그의 이름…. 낯설지가 않아.)
조슈아 : (아니, 애초에 또 다른 나라는 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지?
나라는 게 2인칭이 되는 찰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야?)
조슈아 : (나는 그 어떤 상대역을 만나도 좋은 연기를 해 보일 자신이 있어.
어떤 배역을 맡아도, 별로 두렵지 않아. 하지만….)
조슈아 : (하지만 나를 상대역으로 두고 나로서 연기하라니, 이건 무리야.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 기묘한 감각이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이해가 안돼.)
조슈아 : (….
…우선은 겔다에게 변장 도구를 돌려주러 가기로 하자.)
[엘티보]
겔다 : 오빠 님~!!
어서 오세….
겔다 : 오빠 님… 맞아요?
조슈아 : 미안.
모처럼 꾸며 주었는데….
겔다 : …맞구나.
조슈아 : 변장을 벗어서 못 알아 보았나요?
겔다 양.
겔다 : ….
겔다 : 모르겠어요.
이제 모르겠어.
겔다 : 오빠 님은 아까랑 너무너무 다른걸요.
이제는 오빠 님이 정말 마기 카르디처럼 보여요.
겔다 : 마기 카르디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로 다른 사람이었는데.
모르겠어….
조슈아 : ….
겔다 : 앗… 저기, 미안해요.
상처 받았어요? 응?
조슈아 : 상처… 받아?
내가?
겔다 : 그치만요…오빠 님, 지금 꼭 울 거 같았는 걸요….
훌쩍. 울지 말아요, 네?
조슈아 : ….
조슈아 : (…아, 그렇군.
나는 다만 확인하러 왔다고 생각했어.)
조슈아 : (두 눈으로 보면 뭐든지 명확해 질 거라고 자만하고 있었지.
하지만… 아니야. 나는….)
조슈아 : (나는….
이걸 두려워했던 거야. 바로 이것. 내… 감정….)
조슈아 :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겔다 양.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으니까 여기에서 작별 하기로 하죠.
겔다 : 오빠 님!
어디 가는 거예요?
조슈아 : ….
조슈아 : (작은 아가씨, 나는 도망치고 있는 거예요.)
조슈아 : (아노마라드로 돌아가자.
일단은 여기에서 나가는 거야)
벤야 : ….
조슈아 : 왜 도망치는 거냐고 묻지 않아?
너라면 알고 있을텐데.
벤야 : ….
조슈아 : 나는 이게 두려웠던 거야. 두 눈으로 확인한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것.
내 감정.
조슈아 : 살의….
조슈아 : 너는 끝내 내 입으로 말하게 만드는구나.
모르지 않았을 텐데. 내게 도망치지 말라고 말한 건 바로 너였으니까.
벤야 : 또 다른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거울은 거울이니까 용서 받는 거야.
조슈아 : 나는 기꺼이 빈 의자를 내 줄 생각이었어.
눈으로 확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대를 내려 올 작정이었지. 그런데.
조슈아 : 그런데 나는… 그를 죽여버리고 싶어….
나는 내 살의가 두려웠던 거야….
[엘티보 항구]
지켈 본스컬 : 안녕하세요.
조슈아 :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사텔라 : 그러게- 우리는 인연이 있나 봐요!
손님도 나르비크로 돌아가는 건가? 실은 우리도 지금 막 출발할 참인데~
조슈아 : 네.
이번에도 신세 좀 질게요.
조슈아 : ….
조슈아 : (나는 내 패를 다 보여 주었는데, 여전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
이제는 도망쳐도 괜찮다는 의미인가?)
벤야 : ….
마리크 :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말이지~ 하마터면 엘티보 항해를 관둘 뻔 했다니까?
그럼 손님도 아마 곤란했을 거야.
마리크 : 나르비크로 가는 배는 우리 배 뿐이거든!
다른 배는 드물다구. 아주아주~
사텔라 : 그럼그럼.
다른 데로 가다가 잠시 멈추는 배를 찾아 타야 하니까 힘들죠! 헤헤헷.
사텔라 : 그런 의미에서 손님은 아주 운이 좋다구!
그건 알아야 해.
조슈아 :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사텔라 : 여러가지로-
아무튼 잘 풀렸으니까, 이젠 괜찮아요!
마리크 : 끝이 좋으면 다 좋다구.
크크.
조슈아 : 잘 됐네요.
지켈 본스컬 : 자, 이제 슬슬 출발할 생각인데… 타실 거죠?
어차피 돌아갈 참이고 하니 잘 됐네요.
조슈아 : 네. 감사합니다.
사텔라 : 일이 잘 풀려서 기분도 좋고 하니까 공짜로 태워 줄게요!
손님은 아주 운이 좋다구요. 아주아주!
마리크 : 켁, 사텔라. 누구 마음대로 공짜라는 거야?
어이~ 선장 대리, 좀 들어 봐!!
마리크 : 사텔라가 말야….
지켈 본스컬 : 뭐… 정 사텔라가 그러고 싶으면 내버려 둬.
사텔라의 보수에서 깍으면 그만이라구.
마리크 : 오, 그렇군!
과연 선장 대리야. 크크.
사텔라 : 정말~ 그러기야?
조슈아 : 어… 저기, 그냥 돈을 낼 테니까 무리하지 마세요.
조슈아 : …실은 두 몫을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사텔라 : 무슨 말이야? 왜 두 몫을 낸단 말이에요?
우린 그렇게 치사한 짓 안 해요~ 흥.
사텔라 : 아무튼!! 돈은 안 받기로 한 거니까 내면 안 돼요!!
이건 제 자존심 문제라구요~!
조슈아 : …에?
사텔라 : 자, 출발!!
출발해요~!
지켈 본스컬 : 돛 정비도 끝난 모양이니까, 그럼 곧장 출발하자구.
손님은 이쪽이에요.
[항해 中]
지켈 본스컬 : …젠장, 심상치 않은데?
어이, 상황은 어때?
마리크 : 최약이야.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지켈 본스컬 : …안 좋은데?
사텔라 : 꺄악~!!
마리크 : 뭐… 뭐지?!
지켈 본스컬 : ….
지켈 본스컬 : 맙소사.
…이건 말도 안돼.
조슈아 : …?
조슈아 :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아까 시야가 갑작스럽게 어두워지고 현기증이 났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거든.
벤야 : 응.
지켈 본스컬 : 이 측량 결과를 믿어야 한다면… 여긴 미스트랄 해(Mistral Sea)라는 말이 돼.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사텔라 : 뭐어어어?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마리크 : 미스트랄 해라니!!
원래대로라면 우린 지금 제르나 해(Zerna Sea)에 있어야 한다구!! 미스트랄 해라면 정반대로
왔다는 소리잖아!! 말도 안 돼!
조슈아 : 미스트랄 해라면… 폭풍의 바다?
말도 안 돼. 방향이 완전히 다르잖아.
조슈아 : 거긴 연안 항해만 가능하고, 해안에서 멀어지면 폭풍우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배를 띄울 수 없어.
방비 없이 그 항로로 가는 배는 없다고.
벤야 : …이상한 감각, 그때….
공간이…
조슈아 : 공간…?
사텔라 : 잊혀진 섬으로 가기라도 할 셈인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이 배는!! 우린 그런 데로 가고 있었던 적 없다구!!
마리크 :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갑작스레 폭풍의 바다로 들어온다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배가 갑자기 공간을 이동한 것처럼 움직이다니 그런 게 말이 돼?!
사텔라 : 폭풍의 바다로 들어오는 건 미치지 않고선 안 하는 일이야!
이렇게 준비 없이 기어 들어 왔다간 죽겠다는 거나 다름 없어!
사텔라 : …어떻게 된 거야?!
왜 우리가 이런 데 있는 건데!!
지켈 본스컬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제길… 요즘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더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조슈아 : 혹시….
너, 혹시 이 배가 공간을 뛰어 넘었다고 말하려는 거야?
벤야 : ….
조슈아 : 그런 일은….
사텔라 : 고… 고래?!
이런 곳에?
사텔라 : 잠깐…!
저, 저게 뭐야?!
지켈 본스컬 : 조심해!!
조슈아 : …!
조슈아 : 저건… 고래…?
[고래 뱃속]
조슈아 : 윽….
지켈 본스컬 : 아, 깨어났구나.
다행이다.
조슈아 : …동굴 속인가요?
평범한 광물로 이루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냄새가 나는 군요.
조슈아 : 그보다 여러분의 배는 어떻게 됐나요?
혹시 아까의 여파로 파손된 건가요?
마리크 : 윽! 끔찍한 소리 하지마~!! 배는 멀쩡해! 저쪽에 처박혀 있을 뿐이지.
일단 그 위에만 있을 수도 없고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너희들이 기절한 틈에
이리 옮겨 놧지.
사텔라 : 이 놈의 고래는 뭐가 이렇게 커?
배를 통째로 삼키다니.
사텔라 : 뭐. 배가 부서지지 않았으니 차라리 다행인가?
지켈 본스컬 : 그래 봤자 여기에서 나가지 못하면 조금도 나은 상황이 아닌 거잖아.
하아~ 어떻게 하지?
지켈 본스컬 : 이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전설 속에 나오는 유령선 꼴이 되겠어.
조슈아 : 전설 속에 나오는 유령선?
사텔라 : 유령선- 싫어!!
으아아~ 난 아무 미련 없으니까 깨끗하게 죽을래~!!
사텔라 : 유령 해적 같은 건 질색이라구~!!
조슈아 : …?
지켈 본스컬 : 해적은 배에만 마음 붙이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죽어서 바다에 묻히지 않으면
원혼이 된다는 말이 있어.
항해를 계속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말이지.
사텔라 : 자기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다로… 바다로 가려고 한다는 거야.
으~ 정말 끔찍해. 죽었는데도 항해만을 꿈꾸는 유령이라니.
조슈아 : 죽었는데 움직인다…?
유령은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에겐 보이지 않으니 문제가 없지만… 물질적으로 남아 있는 겁니까?
마리크 : 전설에 의하면 그래.
조슈아 : 아, 그러니까… 골격이 남아 움직이는 형태인가요?
예를 들면 저런 형태의….
지켈 본스컬 : 저… 저런 형태?
사텔라 : 엉?
사텔라 : 꺄아아아악!!
나왔다~ 나왔다아아아아!!
마리크 : 정말 나왔어!!
유령 해적들이다아아아!!
조슈아 : …저, 놀라시는데 죄송하지만 저쪽 분들이 별로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네요.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 같은데, 당황하지 말고 우선 상대하면서 안쪽으로 가 보는 게 적당한
대응일 것 같습니다.
유령 선장 : 흐흐흐… 드디어 새 배를 찾아 냈다!
병사 : 오오오오!x4
유령 선장 : 난파한 후 이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 주었다!
제군,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병사 : 오오오오!x4
유령 선장 : 드디어 우리들도 그리운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저 어리석은 희생양들을 물리치고 바다로 돌아가자!
병사 : 바다로!x4
병사 : 바다로!x4
유령 선장 : 흐흐흐흐흐흐….
유령 선장 : 인고의 나날은 끝났다.
우리들도 이제 저 폭풍의 바다 한 가운데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령 선장 : 흐흐흐흐흐흐….
유령 선장 : 바다… 끄으으… 바다로… 가야만 해….
끄으….
유령 선장 : 내… 꿈… 빛나는 보물… 잊혀진… 바다.
…영광의… 항로… 로… 끄으으으….
유령 선장 : 나는… 가… 야…!
벤야 : ….
사텔라 : 성공이다-!!
얏호!!
마리크 : 그런데 여기에서 어떻게 나가지?
우리도 이대로 유령 되는 거 아냐?
사텔라 : 부…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조슈아 : 저건….
조슈아 : (흠. 이건 유령 선장의 소유물이었던 모양이군.
그런데 이건 뭐지? 물에 젖은 종이 조각 같은데…?)
조슈아 : (게다가 종이가 젖었는데도 글자는 전혀 번지지 않았어.)
조슈아 : (본 적 없는 문자로군.
내가 아는 한, 이런 글자는 어느 나라에서도 쓰이지 않아.)
조슈아 : (그리고… 그런데도 낯이 익어.
기이하지만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같은…
막연하지만 그리운 느낌.)
조슈아 : (일단 보관해 두자.)
벤야 : ….
결계… 풀렸어.
조슈아 : (나갈 수 없다더니, 어느 새 사라졌네.
이제 나갈 수 있다… 는 의미인가?)
지켈 본스컬 : 와… 와아아아아악!
물… 물이다!! 물이 새어 들어 와!!
조슈아 : …이 무대를 지탱하던 자가 사라졌기 때문이군.
어서 탈출하지 않으면…!
사텔라 : 꺄악-!!
다들 붉은 사수까지 뛰어!!
유령 선장 : …영광의 항로를 꿈꾸었지….
파도를 가르며 나아갈 때 내 배는 두려울 게 없었다….
유령 선장 : 잊혀진 섬마저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배….
푸른… 물결의… 꿈….
유령 선장 : 바다… 내 꿈…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로 검푸른 그 바다….
아아… 파도 소리….
유령 선장 : 파도 소리가 들린다… 그리운 파도 소리….
유령 선장 : 이제 다시 나는 영광의 항로를 꿈꿀 수 있는 것인가?
폭풍우를 뚫고 별조차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향해 용맹히 돌진할 수 있는 것인가?
유령 선장 : 아아… 바다!
나의 영광스러운 바다여…!
[엘티보]
사텔라 : 어휴… 정말 시집도 못가 보고 죽는 줄 알았네.
휴….
마리크 : 정말 십년 감수 했네.
휴우~ 아니 정말 계획하지도 않는 항로로 왜 나가서…
마리크 : 게다가 왜 바깥으로 정신없이 나와 보니 다시 엘티보 앞바다냐고~!!
지켈 본스컬 : 빠져 나왔는데 그대로 미스트랄 해(海)였으면 그게 더 큰 일이라고.
아무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어.
지켈 본스컬 : 아무튼 괜한 일에 말려 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항해가 이렇게 되어 버려서….
조슈아 : 아….
괜찮아요. 이런 일은 불가항력이니까.
조슈아 : 그보다. 어서 청소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던데요.
청소를 해야 그 다음에 수리든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조슈아 : 일손이 필요하시다면 저도 도와드릴 테니까.
지켈 본스컬 : 아니, 그렇게까지는….
사텔라 : 도와 준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
안그래도 막막하던 차에 잘 됐지, 뭐.
지켈 본스컬 : 음… 그러면 정말 죄송하지만 부탁 드리기로 할까….
지켈 본스컬 : 아이스 젤리 크림 20개하고 허스키의 뼈다귀 5개를 부탁 드릴게요.
청소를 하는 데 저런 물 때기를 벗기기에는 젤리 크림이 꽤 쓸만하거든요.
조슈아 : 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텔라 : 과연 대단해~!!
벌써 다녀온 거야?
조슈아 : 받으세요.
지켈 본스컬 :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일단은… 갑판 청소부터 하는 게 좋겠죠?
지켈 본스컬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조슈아 : 그럼….
사텔라 : 나르비크로 가실 거였는데… 다시 엘티보로 되돌아 와서 어떡하죠?
우린 당분간 정비를 해야 하니 곧장 배를 띄울 수도 없고….
사텔라 : 다른 배를 알아봐 드릴까요?
조슈아 : 아니, 괜찮아요.
이왕 돌아온 거니까 저도 좀 더 머물다가 거취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텔라 : 그러시다면야….
지켈 본스컬 : 아무튼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뵙죠.
마리크 : 잘 가고 나중에 또 보자구!
조슈아 : …모든 걸 끝내기 위해서 죽음이 있는 거 아니었나?
시작되는 건 반드시 끝난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
조슈아 : 그런데 어째서 죽어 버려도 끝나지 않는 게 세상에 존재하지?
죽어 버린 사람들조차 수 없이 많은 할 말을 가지고 있는 건 어째서야?
벤야 : 유령 선장…?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벤야 : 그 누구든 만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그걸 잊지 못해…. 지워지지 않아….
조슈아 : 이미 끝났잖아. 죽었잖아.
그런데도 뭘 그렇게나 못 잊는 거야? 뭘 그리도 못 잊어 돌아오는 거지?
벤야 : …달라.
못 잊는 게 아니야.
조슈아 : 못 잊는 게 아니면 뭐야?
왜 떠나지 않고 내게 오는 거야?
조슈아 : 너도….
벤야 : 못 잊어서 오는 게 아니야….
나는….
벤야 : 나는 떠나지 못하는 거야.
조슈아 : 모르겠어.
난 이해할 수 없어.
조슈아 : 모르겠어….
난 지금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 지, 그것조차 알고 있지 않아.
조슈아 : 돌아갈 곳은 없고, 도망칠 곳도 없지. 망자조차 무언가를 잊지 못해 돌아오는데 말이야.
…나는 망자보다도 가엾은 인간일 지도 모르지.
벤야 :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가면 돼.
사람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벤야 : 새는 새가 있는 곳으로. 추억은 추억이 있는 곳으로… 그리고 사람은 전해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로 돌아가.
너도 돌아가….
조슈아 : 어디로?
조슈아 : (이제는 유령까지도 나를 놀리는군.
내가 누구한테 돌아갈 수 있단 말야?)
조슈아 : ….
조슈아 : (…다른 많은 여행자들처럼 주점으로나 가 볼까?
하룻밤 머물 침대를 구하고 보잘것없는 모험담을 술에 취해 지껄여대는 곳으로.)
조슈아 : (모두가 방랑자인 주점이라면,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
[???]
????? : …어이, 도둑고양이!
조슈아 : 어라… 백일몽인가?
두 눈을 뻔히 뜨고 옛날 일을 꿈 꾸는 건 이렇게나 황망한 기분이 드는 거였군.
????? : …어이, 도둑고양이!
점심 잘 먹어 놓고 뭘 그렇게 넋 빠진 얼굴이야?
조슈아 : ….
조슈아 : (그에게 그때의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건초 더미 사이에서 기어 나와서,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조슈아 : "나는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는데, 왜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거야?"
조슈아 : (…라고.)
조슈아 : (그때 그가 뭐라고 했더라….
아아, 이제 기억이 나는군.)
조슈아 : (나를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너그러이 한 수 가르쳐 준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지….)
????? : ….
????? : 너, 바보냐?
집이 없는 고양이는 전부 도둑고양이야.
????? : 세상 사람들은 집도 부모도 없는 녀석은 죄다 도둑이라고 생각해 버리거든.
너도 갈 데가 없는 거지? 그러니까 도둑고양이가 맞잖아?
조슈아 : (이름이 뭐였더라… 아, 기억 난다.
분명….)
막시민 : 세상 정말 각박하네.
모름지기 연장자가 '어린 녀석이 고생많구나' 하고 술도 한 잔 사고 해야하는 거 아냐?
막시민: 아줌마나, 시벨린 네 녀석이나….
젠장.
밀라 : 얼씨구?
연장자 대우나 제대로 해 주고 그런 말을 해야 통하지.
시벨린 : 훗, 레이디의 붉은 입술이 닿는 와인 한 잔 이라면 모를까….
접대 펭귄 장남 : 펭펭~ 펭펭펭!!
접대 펭귄 장남 : 페엥페엥!
조슈아 : …아?
[???]
여자 : 어서 오시게.
여자 : 그의 부탁으로 나르비크에 갔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
이렇게 빨리 먼 거리를 오갈 수 있게 된 것도 고대인의 수송장치인지 뭔지, 그것의 원리를 알아낸 덕분이지?
남자 : 뭐, 우리 조언자는 이름 그대로 아주 현명한 사람이니까.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저 썩어빠진 왕실 과학자 놈들만 아니었으면, 애당초 그가 직접 팔을
걷어붙일 필요도 없었을 텐데…. 쳇.
남자 : ….
여자 : 그런데, 조언자는?
폰티나의 연회가 코 앞인데 자리를 비운 거야?
여자 : 그가 친히 몸을 움직여야 할만한 일이 또 있단 말인가?
남자 : 아,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모양이로군?
그는 지금 누군가를 만나러 갔네.
남자 : 지금쯤이라면… 어디 보자….
남자 : …흠.
그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엘티보에 도착했겠군.
여자 : 엘티보?
이거 원, 그야말로 신출귀몰하시네.
남자 : 바쁘신 몸이니까.
남자 : 그나저나 이해가 안 되는군.
그가 만든 이 약식(略式) 워프 서포터라는 기계는 이제 한 번 정도만 더 쓸 수 있어.
남자 : 그런데 그는 엘티보에서 누굴 만나, 가능한 한 함께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남은 횟수는 한 번 뿐이야. 한 사람을 겨우 워프시킬 수 있을 정도라고.
여자 : 글쎄….
그가 돌아오면 물어 보기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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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많은 대사를 다 치신거에요?ㄷㄷㄷ
대사집 맘에 듭니다 ! bb
네 일일히 다 친거에요 ㅋㅋ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ㅋㅋ조슈아 새로 만들어서 처음 부터 다시깨고 있어요ㅋㅋ
아이러브 슈아~♥ㅋㅋ
중간쯤에 오타났어요'ㅁ'
겔다 : 마기 카르디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로 달느 사람이었는데.
모르겠어….
이장면이요'ㅁ' 겔다에게변장도구돌려주는장면요
엇엇! 오타지적 감사해요 노아님!!! 낼아침에 수정해야겠네요ㅋㅋ
조슈아 : (책장을 넘겼지.
거기에는 이야기도 '그럼'도 없었어.)
조슈아 : (작가가 '가정' 두려워하는 건 텅 빈 백지이겠지만, 배우가 두려워하는 건 거울….)
요기 오타요 >,< 사소하지만ㅎㅎㅎㅎㅎ
으엌ㅋㅋㅋㅋ 오타가 많이 있군요ㅠㅠ 지적 감사합니다! 내일 수정하도록 해야겠네요ㅎㅎ
유령선장에서 그 지뢰같은거 밟으면 안되자나여,,, 그거 조그만 밟아도 팅기던데 그죠??,,, 공략법좀 ㅠㅠ
http://cafe.daum.net/MagicWeaver/UZZ/1428 여기 들어가시면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 참고바랍니다~
다시 읽고 느낀거지만 조슈아랑 카르디는 가위바위보도 정말 품위있게 시작하네요...^_^............